“소스코드를 공짜로 풀어놓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 소프트웨어 업계 바깥에서 오픈소스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지는 질문이다. 오픈소스란 프로그램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누구에게나 공개하여 자유롭게 사용, 수정, 배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말한다. 직관적으로는 도무지 장사가 될 리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답부터 말하자면, 된다. 그것도 아주 크게 된다.
2019년 IBM은 리눅스 배포판으로 유명한 오픈소스 기업 Red Hat을 3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조 원에 인수했다.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 그토록 거액을 지불한 것이다. 허황된 투자가 아니었다. 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인수 이후 5년간 Red Hat 관련 매출은 약 300억 달러로 추산되며, 같은 기간 IBM의 시가총액은 1,05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Red Hat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색 엔진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Elastic은 최근 연매출 15억 달러에 육박하며, 인프라 자동화 도구를 만드는 HashiCorp 역시 수억 달러 규모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90퍼센트 이상이 오픈소스 사용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오픈소스 기업은 코드를 파는 것이 아니라 코드를 둘러싼 서비스를 판다. 음식 레시피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식당이 문을 닫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더라도 이를 수백, 수천 대의 서버에 안정적으로 배포하고, 보안 취약점에 즉각 대응하며, 한밤중에 터지는 장애를 처리하고, 각종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는 일에는 전문 인력과 오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 고객은 바로 이러한 안심과 편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수익 모델도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핵심 기능은 무료로 공개하되 기업용 고급 보안이나 관리 기능을 유료로 제공하는 오픈 코어 방식이 있다. 클라우드에서 설치 없이 바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구독형 서비스 방식도 있고, 기술 지원과 교육, 인증을 묶어 파는 모델도 있다. 구글은 한 발 더 나아가 웹 브라우저 크롬과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핵심 엔진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자사의 핵심 수익원인 검색 광고 시장을 확대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처럼 다양한 접근법 덕분에 글로벌 오픈소스 서비스 시장은 2025년 약 400억 달러 이상 규모이며, 2030년대 초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웹 서비스 같은 대형 클라우드 업체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그대로 가져다 자체 유료 서비스로 내놓으면서, 정작 코드를 작성한 원 개발사에는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MongoDB, Redis 등 여러 기업이 라이선스 조건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오픈소스 본래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은 아예 오픈소스를 포기하고 유료 전용 체제로 회귀하는 길을 택했다. 개방의 이상과 기업 생존의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줄타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분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Meta의 LLaMA 시리즈처럼 AI 모델의 핵심 파라미터를 공개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은 이를 자사 환경에 맞추어 조정해 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PayPal은 자사 발표에서 오픈 AI 모델 초기 도입 후 특정 업무의 처리 속도가 50퍼센트 향상되고 출시 기간이 다섯 배 단축되었다고 밝혔다. AI 시대에도 오픈소스의 상업적 잠재력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오픈소스의 역설은 바로 이것이다. 무료로 배포하는 행위가 오히려 독점 판매보다 더 빠르고 넓은 시장 침투를 가능하게 하고, 한번 깊이 뿌리내린 기술 생태계 위에서 더 큰 상업적 가치가 피어난다. 공짜는 사업의 끝이 아니라, 가장 영리한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