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ICBM을 사러 갔던 청년이 만든, 인류의 우주 운송 회사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스(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 줄여서 스페이스X(SpaceX)는 2002년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단독으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24년 뒤인 지금, 이 회사는 한 해에 인류가 쏘는 모든 궤도 로켓의 절반 이상을 자기 발사장에서 띄우고,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실어 나르며, 약 1,000만 가구에 위성 인터넷을 공급합니다. 회사는 2026년 6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고, 같은 달 그보다 한 달 앞선 5월 19~20일 차세대 거대 로켓 스타십(Starship) 버전 3의 첫 시험 비행을 준비합니다. 이 글은 2002년의 빈 사무실에서 이 회사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처음부터 따라가 봅니다.
본문 앞에 회사의 현재 좌표를 짚어 둡니다.
같은 시점, 회사는 또 하나의 분기점 앞에 서 있습니다. 2025년 10월 11번째 시험 비행 이후 7개월간의 휴지기를 가졌던 스타십이, 대대적으로 재설계된 버전 3(V3)으로 2026년 5월 19~20일경 12번째 시험 비행을 시도합니다. 거기에 더해 6월 12일을 목표로 한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는, 성사된다면 인류 자본시장 역사에서 가장 큰 단일 기업공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 회사가 같은 분기에 '가장 큰 로켓의 데뷔'와 '가장 큰 상장'을 동시에 시도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스페이스X는 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와 달리, 머스크 본인이 단독으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시작은 2001년의 '화성 오아시스(Mars Oasis)'라는 사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머스크는 작은 온실에 식물 종자와 영양토를 담아 화성 표면에 보내, 식물이 화성 토양에서 자라는 첫 사진을 찍어 일반 대중의 우주 관심을 다시 끌어내자는 구상을 했습니다. 단순한 PR 캠페인이 아니라, 그가 자기 자본으로 직접 실행할 작정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2001년 10월과 2002년 두 차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목적은 퇴역한 중고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 두 발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가격이 한 발에 약 800만 달러까지 올랐고, 러시아 측이 그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는 노트북을 열고 엑셀 시트로 직접 계산을 했습니다. 알루미늄, 구리, 연료, 가공비를 다 합쳐 보니, 로켓을 직접 만드는 쪽이 압도적으로 싸게 나왔습니다.
이때 머스크가 한 일이 흔히 '1차 원리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의 대표 사례로 인용됩니다. "로켓은 원래 비싸다"는 통념을 받아들이는 대신, 로켓 한 발의 원자재(알루미늄·구리·티타늄·탄소섬유)와 연료(액체 산소·등유)의 시장 가격을 직접 더해 보고, 거기에 합리적 가공 마진을 붙여 본 것입니다. 결과는 당시 시장 가격의 약 2%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회사가 이 격차를 보지 못한 게 아니라, 그 격차를 메우는 일을 직접 하기로 결심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2년 6월,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 호손(Hawthorne)의 빈 공장 부지에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스를 등록했습니다. 그가 페이팔(PayPal) 매각으로 받은 약 1억 7,000만 달러 가운데 약 1억 달러를 초기 자본으로 부었습니다. 회사 이름은 길었지만, 그가 곧 줄여 부른 약자 '스페이스X'가 그대로 굳어졌습니다. 초기 인력으로는 보잉(Boeing)·TRW 출신의 톰 뮬러(Tom Mueller)가 추진기 책임자로, 한스 코닉스만(Hans Koenigsmann)이 항공전자 책임자로 합류했습니다.
회사의 첫 발사체는 팰컨 1(Falcon 1)이었습니다. 1단의 메인 엔진 한 대(멀린, Merlin), 2단의 진공 엔진 한 대(케스트렐, Kestrel), 그리고 약 670kg의 저궤도 탑재 능력. 작은 로켓이었지만, 민간 자본만으로 액체 연료 궤도 로켓을 처음 만들겠다는 시도였습니다.
2006년 3월 24일 첫 발사가 콰절레인 환초의 미군 시험장에서 시도되었습니다. 결과는 발사 후 약 33초 만의 폭발이었습니다. 원인은 1단 연료 라인의 부식된 너트 하나. 2007년 3월의 두 번째 시도, 2008년 8월의 세 번째 시도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같은 시기 회사의 다른 신생 자회사 테슬라 또한 부도 직전이었고, 머스크의 결혼 또한 파탄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후일 그는 같은 해에 결혼·테슬라·스페이스X가 동시에 무너질 뻔했다고 회고했습니다.
2008년 9월 28일, 팰컨 1은 네 번째 시도에서 처음으로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민간 자본만으로 만든 액체 연료 로켓이 지구 궤도에 도달한 인류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회사 잔고는 거의 바닥나 있었고, 머스크 본인의 개인 자금도 한계였습니다. 그 비행 직후인 12월, 미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이 SpaceX와 약 16억 달러 규모의 화물 운송 계약(CRS, Commercial Resupply Services)을 체결했습니다. 한 통의 계약이 회사를 살렸고, 동시에 NASA가 자국의 우주 운송 책임 일부를 한 신생 회사에 위탁한다는 결정 자체가 미국 우주산업의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팰컨 1이 작은 검증용 로켓이었다면, 팰컨 9(Falcon 9)은 회사의 본격 상용 발사체였습니다. 이름의 '9'는 1단에 장착된 멀린 엔진의 개수에서 왔고, 한 대가 고장 나도 나머지 여덟 대로 임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다중 엔진 설계가 핵심 사상이었습니다.
2010년 6월 4일, 팰컨 9의 첫 발사가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Cape Canaveral)에서 성공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8일, 회사가 자체 설계·제작한 화물 우주선 드래곤(Dragon)이 팰컨 9에 실려 궤도에 올라갔고, 같은 비행에서 캡슐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자기 우주선을 궤도에 올렸다가 다시 회수한 첫 사례였습니다.
2012년 5월 25일, 드래곤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도킹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만든 우주선이 ISS에 결합한 첫 사례였고, 이후 12년 넘게 이 회사는 NASA와 글로벌 파트너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ISS에 화물을 보냈습니다. 2026년 5월에도 약 6,500파운드(약 2,950kg)의 화물이 같은 노선을 통해 ISS로 운송됐습니다.
스페이스X가 우주산업에 안긴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사람들이 흔히 '발사 횟수'보다 단가에서 일어났습니다. 회사는 2011년부터 팰컨 9의 1단 로켓을 발사 후 회수해 다시 쓰겠다는 목표를 공언해 왔고, 2013년부터 본격적인 착륙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폭발 끝에, 2015년 12월 21일 팰컨 9 1단이 케이프 커내버럴 인근의 착륙장에 수직으로 착륙했습니다. 같은 회사가 만든 같은 1단이 2017년 3월 30일 두 번째 비행에 다시 사용되어 정상적으로 임무를 마쳤습니다. 이때부터 산업의 단가 곡선이 다시 그려졌습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궤도 진입 단가는 2008년 무렵 약 kg당 15,600달러에서 2026년 무렵 약 1,00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으며, 이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재사용 로켓에서 왔습니다.
재사용 로켓의 효과는 비유로 보면 명확합니다. 비행기 한 대를 한 번만 비행한 뒤 폐기하던 시대에서, 같은 비행기를 수십 번 띄우는 시대로 옮겨간 것과 같습니다. 만약 보잉 747을 한 번 비행한 뒤 폐기해야 한다면 항공권은 지금의 백 배가 넘었을 것입니다. 스페이스X가 우주 운송에 적용한 것이 정확히 같은 논리입니다. 2026년 5월 기준으로 한 1단 로켓(B1067)은 32번 비행하고 32번 회수되었고, 가장 자주 비행한 로켓의 비행 횟수 신기록은 거의 매분기 갱신되고 있습니다.
2018년 2월에는 더 큰 발사체 팰컨 헤비(Falcon Heavy)가 데뷔했습니다. 팰컨 9 1단 세 개를 묶은 형태로, 첫 비행에서 머스크 본인의 테슬라 로드스터(Roadster) 자동차를 태양 궤도에 올린 화려한 시연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2011년 미국 항공우주산업에는 큰 공백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프로그램이 그해 7월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종료되었고, 이후 약 9년 동안 미국은 자국 우주비행사를 자국 로켓으로 ISS에 보낼 수 없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러시아 소유즈(Soyuz) 로켓에 좌석당 약 8,000만 달러 안팎을 지불하며 자국 우주인을 띄웠습니다.
2014년 NASA는 그 공백을 메우는 상용 유인 운송 계약(Commercial Crew Program)을 두 회사에 나눠 발주했습니다. 보잉의 스타라이너(Starliner)와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이 그 둘이었습니다. 2020년 5월 30일, 크루 드래곤 데모 2(Demo-2) 비행이 NASA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Doug Hurley)와 밥 벤켄(Bob Behnken)을 ISS로 운송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우주비행사를 궤도에 올린 첫 사례였습니다.
이후 크루 드래곤은 NASA 정기 운영 임무 외에도 민간 우주비행을 정착시켰습니다. 2021년 9월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 미션은 사상 처음으로 직업 우주비행사 없이 일반인 4명만으로 구성된 궤도 비행을 성공시켰고, 2024년 9월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미션은 민간인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첫 EVA(Extravehicular Activity, 선외 활동)를 시연했습니다.
한편 같은 시기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2024년 첫 유인 시험비행에서 추진기 누출 등으로 우주비행사 두 명을 ISS에 약 9개월 동안 의도치 않게 머무르게 했고, 결국 두 비행사는 2025년 크루 드래곤을 타고 귀환했습니다. 같은 NASA 프로그램에서 같은 시기에 출발한 두 회사의 결과 차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2015년 1월, 머스크는 시애틀에서 스타링크(Starlink)라는 새로운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저궤도(LEO, Low Earth Orbit) — 지표면에서 약 550km — 에 수천 기의 소형 위성을 띄워, 지상 광케이블이 닿지 않는 지역에 광대역 인터넷을 공급하는 사업이었습니다. 회사가 자체 발사체(팰컨 9)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 사업의 결정적인 비용 우위였습니다.
첫 양산형 위성은 2019년 5월부터 60기 단위로 배치되기 시작했고, 2020년 베타 서비스가 미국·캐나다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의 곡선은 가팔랐습니다. 2026년 5월 시점에 활성 위성은 약 9,300기, 글로벌 활성 가입자는 약 1,000만 명, 서비스 국가는 약 125개국에 이릅니다. 위성 인터넷 산업 전체로 보면 다른 모든 운영 사업자를 합쳐도 위성 수와 가입자 수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1위입니다.
이 사업이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입니다. ARK 인베스트(ARK Invest) 등의 외부 분석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2025년 매출은 약 185억 달러, 2026년 추정 매출은 2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스타링크가 차지하며, 위성 인터넷이라는 사실상 새로 만들어진 산업 카테고리에서 회사가 단일 시장 리더 위치에 있다는 점이 회사의 1.75조 달러 평가가치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스타링크는 동시에 정치적·전략적 자산이기도 합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에 단말기를 공급해 통신 인프라 일부를 대체했고, 이는 군사적 사용 한계와 비대칭적 영향력에 대한 국제적 논쟁을 만들었습니다. 2026년 시점에는 미국 국방부(DoD, Department of Defense)와 결합된 군용 변종 스타실드(Starshield) 사업이 별도의 사업 라인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는 회사가 이미 사실상의 우주 인프라 회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스타링크의 위치를 한 줄로 요약하면, '20세기 통신사에서 100년에 걸쳐 깔린 광케이블을, 10년 안에 하늘 위에 다시 까는 일'에 가깝습니다. 핵심 비용 우위는 '자기 케이블 까는 회사가 자기 굴착기를 직접 운영한다'는 데서 옵니다. 다른 위성 인터넷 사업자가 외부 발사체에 위성을 의탁해 한 번에 1~2기씩 띄우는 동안, 스페이스X는 자기 팰컨 9으로 한 번에 22~28기씩 위성을 띄웁니다. 발사 단가가 곧 자기 비용이라는 점이,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구조적 격차를 만듭니다.
회사의 모든 베팅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스타십(Starship)입니다. 두 단으로 구성된 완전 재사용형 발사체로, 1단 슈퍼 헤비(Super Heavy)는 2026년 V3 기준 라프터(Raptor) 3 엔진 33개를 묶었고, 2단 스타십 자체도 메탄을 연료로 쓰는 라프터 엔진 다수를 탑재합니다. 완전 적재 시 높이는 약 124.4m, 저궤도 탑재 능력은 약 100t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현재 인류가 만든 가장 큰 발사체입니다.
설계 사상은 단순합니다. 1단도 2단도, 전부 다시 쓴다. 머스크가 반복적으로 말해 온 목표는 "하루에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이며, 그가 2026년 1월 트위터에서 던진 발언은 "3년 안에 시간당 1회 이상 스타십을 발사하겠다"였습니다. 이 일정의 신뢰도는 별개의 토론이지만, 의도된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스타십의 시험 비행 역사는 거듭된 실패와 점진적 성공의 반복입니다. 2023년 4월의 첫 비행은 발사 약 4분 만에 자폭했고, 같은 해와 다음 해의 후속 비행도 부분 성공·부분 실패를 거쳤습니다. 2024년 10월에는 회사의 발사장 멕스(Mechazilla) 타워의 거대한 두 팔로 1단 슈퍼 헤비를 공중에서 잡아내는 시연에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회수된 1단이 회수 차량에 실리지 않고 발사장 그 자체에 다시 잡힌 첫 사례였습니다.
2025년 10월 11번째 시험 비행 이후 회사는 7개월간 비행을 멈추고 V3로의 대대적 재설계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19~20일경, 텍사스주 스타베이스(Starbase)의 새 발사대 패드 2(Pad 2)에서 V3의 첫 통합 시험비행(Flight 12)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비행에서 1단은 발사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멕시코만 해상 착륙을, 2단은 22기의 스타링크 모형 위성 배치, 우주에서의 라프터 엔진 재점화, 그리고 의도적으로 떼어낸 열차폐 타일 주변의 공력 데이터 측정을 시도합니다.
이 로켓이 회사 운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한 제품 이상입니다. 스타십은 NASA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에서 인간 달 착륙선(HLS, Human Landing System) 본체로 선정되어 있으며, 현재 계획상 아르테미스 III 유인 달 착륙은 2028년을 목표로 합니다. 같은 로켓이 머스크 본인이 반복해 온 화성 정착 계획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번 V3 비행의 결과는 그 모든 일정의 출발점입니다.
스페이스X의 시장 지위를 가장 단순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발사 횟수입니다. 2020년 25회, 2021년 31회, 2022년 61회, 2023년 96회, 2024년 134회, 그리고 2025년 165회. 6년 연속으로 자기 회사의 자기 기록을 깬 결과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스페이스X는 같은 해 미국 전체 궤도 발사의 약 85%, 중국 전체 궤도 발사의 약 두 배를 자기 회사 혼자 해냈습니다.
이 가운데 약 123회가 자기 위성 스타링크 배치에 쓰였고, 나머지가 NASA·미 국방부·상업 위성·국제 고객에 분배되었습니다. 같은 해 운반된 누적 페이로드 질량은 약 2,400t으로 추정됩니다. 인류가 1957년 스푸트니크(Sputnik) 1호 이후 60여 년 동안 우주에 보낸 총 질량의 약 80% 이상이, 사실상 한 회사가 운영하는 한 종류의 로켓 가족에서 나오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 격차는 자연스럽게 가격 결정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위성을 띄우려 할 때 사실상 단일 신뢰 사업자가 한 곳뿐이라는 사실은, 한쪽에서는 효율적 시장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단일 의존(single point of dependency) 리스크입니다. 미국 국방부와 의회는 보잉·록히드 마틴 합작의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LA, United Launch Alliance)와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등 대안 사업자 육성에 별도로 자금을 투입하지만, 발사 빈도와 단가 모두에서 격차는 좁혀지지 않은 채 2026년에 진입했습니다.
스타링크와 팰컨 9 발사 다음으로 회사의 매출에 중요한 축이 미 정부 사업입니다. 회사는 NASA와의 계약 외에도 미 우주군(USSF, United States Space Force), 미 국방부, 미 정찰위성국(NRO,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의 핵심 발사 사업자 위치에 있습니다. 2025년 12월의 NROL-126 미션을 비롯해, 비밀 등급의 정찰 위성 다수가 같은 해 팰컨 9으로 궤도에 올라갔습니다.
군용으로 변형된 스타링크 변종 '스타실드(Starshield)'는 2022년 공식 발표되어 2026년 시점에는 별도의 사업 라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타실드 위성은 일반 스타링크와 같은 플랫폼을 쓰되, 미 정부 사용자 전용 통신 및 데이터 채널을 가지며, 일부는 광학·적외선 정찰 페이로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업 라인의 매출 규모와 마진은 회사가 비공개 단계라 일부만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같은 회사가 민간 통신(스타링크), 정부 통신(스타실드), 발사 서비스(팰컨 9·헤비·스타십), 유인 운송(크루 드래곤)을 모두 자기 자산으로 보유하는 수직 통합 구조라는 점입니다. 이는 다른 어떤 우주 회사도 가지지 못한 위치이며, 동시에 외부 견제와 거버넌스 우려의 배경이 됩니다.
2026년 2월 2일,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다른 회사 xAI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수 구조는 전액 주식 교환이었고, SpaceX 약 1조 달러, xAI 약 2,500억 달러의 평가가 적용되어 통합 기업의 가치는 약 1.25조 달러로 산정되었습니다. 합병 시점 이전부터 xAI는 같은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 X(옛 트위터)를 이미 흡수한 상태였으므로, 결과적으로 한 거래로 세 회사가 한 우산 아래로 들어왔습니다.
표면적인 합병 논리는 분명합니다. xAI는 자체 챗봇 그록(Grok)을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데이터센터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그 운영비는 월 약 1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자체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와 발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머스크가 2026년 들어 자주 언급한 '궤도 데이터센터(orbital data center)' 구상의 두 절반을 한 회사 안에서 결합할 수 있게 됩니다.
ARK 인베스트 등 외부 분석은 이 결합의 장기적 함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만약 스타십이 운영 단계에 들어가 kg당 발사 단가를 100달러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 궤도 위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일이 지상 데이터센터 대비 약 25%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연간 100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 컴퓨팅 용량을 우주에 띄우는 것이 목표"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가능성과 기술적 장벽 모두 큰 베팅이며, 평가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 합병의 본질을 비유하자면, 한 회사가 '광산 + 발전소 + 데이터센터 + 통신망'을 모두 자기 안에 두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xAI는 데이터센터, 스타링크는 통신망, 팰컨/스타십은 발전소(궤도로 자산을 올리는 수단), 그리고 X(옛 트위터)는 그 위에서 돌아가는 응용 서비스가 됩니다. 한 사람이 만든 회사들이 이렇게 정확히 한 줄로 결합되는 사례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흔치 않으며, 시장이 매기는 평가배수의 큰 부분이 이 결합의 '가설'에 매겨져 있습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이 합병은 우려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합병 전 테슬라 주주들이 xAI 시리즈 E 라운드에 약속했던 20억 달러 투자는, 거래 직후 결과적으로 스페이스X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AI(인공지능) 회사에 투자한 줄 알았던 자동차 회사 주주들이 결과적으로 로켓 회사의 소수 주주가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같은 인물이 통제하는 여러 회사 사이의 거래라는 점에서 외부 거버넌스 평가는 이 점을 주시합니다.
2026년 4월 1일, 스페이스X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비공개 형식의 S-1 등록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같은 시점부터 시장에 보도된 목표는 약 1.75조 달러의 기업 평가가치와 약 750억 달러의 자본 모집 — 둘 다 인류 자본시장 역사에서 가장 큰 단일 기업공개 시도가 될 수치입니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의 2019년 상장이 약 256~294억 달러를 모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두 배 이상의 규모입니다.
회사는 나스닥(Nasdaq)에 'SPCX' 티커로 2026년 6월 12일 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되었고, 같은 일정에 맞춰 5대1 주식 분할이 5월 22일까지 처리될 예정입니다. 5대1 분할은 IPO 시점의 1주당 가격을 일반 투자자에게 접근 가능한 범위로 낮추기 위한 표준적인 사전 작업입니다. 회사는 보도에 따르면 IPO 물량의 약 30%를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할 계획으로, 통상 IPO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10% 안팎 대비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입니다.
1.75조 달러라는 평가가치를 둘러싼 평가는 갈립니다. 회사의 2025년 추정 매출 약 185억 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약 95배의 PSR(Price-to-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에 해당하며, 이는 현재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상장 회사가 없는 수준입니다. 반면 ARK 인베스트 등 옹호 측은 스타링크의 가입자 성장 곡선이 인류 모든 통신망 가운데 가장 가팔랐다는 점, 스타십이 운영 단계에 들어가면 발사 단가가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xAI 통합 후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이 새로 열린다는 점을 그 평가를 떠받치는 세 축으로 제시합니다.
비판 측은 다른 부분을 봅니다. xAI의 월 10억 달러 컴퓨팅 비용, 스타십이 아직 V3 첫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머스크 한 사람에 대한 의결권 집중 — 이른바 '핵심 인물 위험(key man risk)' — 이 같은 평가가치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결정적인 정보는 IPO 본격 마케팅 전 15일 이상 공개해야 하는 S-1 공개 본문에 담깁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 공개 시점은 스타십 V3 첫 비행 직후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짚어 둘 사실은, 회사 자본구조 자체의 결과입니다. 알파벳(Alphabet)이 스페이스X의 약 5~6%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평가가치가 1.75조 달러로 굳을 경우 그 지분 가치만 약 1,000억 달러를 넘게 됩니다. 머스크 본인의 지분은 합병 후 통합 회사 기준 약 43%이며, IPO가 보도된 평가가치로 성사되면 그의 개인 순자산은 시장 추정 기준 7,800~8,500억 달러대에서 한 단계 더 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6년 5월 시점에서 스페이스X에 대한 평가는 두 갈래로 분명히 갈립니다. 한쪽에서는 회사가 만든 객관적 결과를 봅니다. 재사용 1단 로켓으로 우주 발사 단가의 곡선을 한 자릿수까지 떨어뜨렸고, 위성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산업 카테고리를 만들었으며, 미국이 자국 우주비행사를 자국 로켓으로 보내는 능력을 9년 만에 복원시켰고, 한 해에 165회 발사라는 산업 표준 자체를 다시 썼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23년 동안 한 회사가 이 정도 정량적 변화를 만든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회사가 만든 부수적 위험을 봅니다. 미국이 사실상 단일 우주 사업자에 의존하게 된 산업 구조, 스타링크가 만든 통신 인프라에 대한 단일 사적 통제, xAI 합병으로 더 복잡해진 머스크 그룹 내부 거래 관계, 그리고 1.75조 달러 평가가치 자체가 머스크 한 사람의 일정 약속에 얼마나 의존하는지에 대한 우려까지. 회사의 1차 원리 사고를 떠받치던 그 자체가, 회사 자체가 거대해지면서 외부 자본시장과 외부 정부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2026년의 스페이스X는 '한 세대 전의 보잉(Boeing)·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AT&T·NASA가 한 회사에 합쳐진 형태'에 가깝습니다. 보잉이 발사체를, 록히드 마틴이 위성을, AT&T가 통신망을, NASA가 정부 임무를 따로따로 맡던 시대의 기능이 한 회사 안에서 동시에 운영됩니다. 이 결합이 만든 효율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고, 같은 결합이 만든 단일 의존 구조가 가장 큰 정책적·시장적 질문입니다.
이 글이 쓰이는 2026년 5월 18일 현재, 회사는 두 개의 큰 일을 같은 한 달 안에 시도합니다. 스타십 V3의 첫 비행과 인류 최대 규모의 IPO. 두 사건의 결과는 같은 6월 안에 시장에 도착할 것이며, 그 결과가 1.75조 달러라는 숫자가 합리적이었는지를 사후적으로 결정할 것입니다. 회사의 24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곡선이며, 지금이 가장 가파른 구간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