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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scent 2026 · 현장 정리

코딩은 끝났다 — Claude Code 창시자 보리스 체르니가 본 다음 10년

2026년 5월,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이 매년 개최하는 AI Ascent 2026 무대에 보리스 체르니(Boris Cherny)가 올랐다. 그는 앤트로픽(Anthropic)이 만든 코딩 에이전트 Claude Code의 창시자이자 현재 책임자다. 25분짜리 인터뷰에서 그는 "나에게 코딩은 이미 끝난 문제다"라고 선언했고, 2026년 들어 단 한 줄도 직접 코드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충격적이지만, 그 안에는 다음 10년 소프트웨어 산업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가 들어 있다.

발행 2026년 5월 20일 분류 AI · 개발 도구 · 산업 분석 읽는 데 약 18분

이 글의 구성
  1. "제품 오버행"에서 태어난 도구
  2. "코딩은 끝났다"의 진짜 의미
  3. 폰으로 수천 개 에이전트를 굴리는 워크플로
  4. 루프(Loop) —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강력한 패턴
  5. 팀의 미래 — 분과를 가로지르는 제너럴리스트
  6. SaaS 아포칼립스? — 7 Powers로 다시 보기
  7. 인쇄술의 비유 — 소프트웨어의 민주화
  8. 앤트로픽 내부는 지금 어떻게 일하는가
  9. 정리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품 오버행"에서 태어난 도구

이야기는 202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리스는 그 해 9월 앤트로픽에 합류해 사내 인큐베이터 팀이었던 Anthropic Labs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세 가지인데, 데스크톱 앱, MCP(Model Context Protocol,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그리고 Claude Code다. 흥미롭게도 Claude Code는 처음부터 거대한 제품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보리스가 "필요해서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팀은 목적을 다하고 한 차례 해체됐다가, 지금은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였던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 현 앤트로픽 최고제품책임자)가 이끄는 형태로 다시 모여 있다.

보리스가 코딩에 손을 댄 동기를 설명할 때 핵심 단어는 제품 오버행(product overhang)이었다. 모델은 이미 할 수 있는데 제품이 그 능력을 따라가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비유로 이해하기

제품 오버행이란? 새 엔진은 이미 시속 300km를 낼 수 있는데, 차체와 변속기와 타이어가 시속 100km용 그대로인 상황과 같다. 엔진(모델)의 능력을 끌어쓸 그릇(제품)이 없으니, 운전자(사용자)는 엔진이 얼마나 빠른지 체감하지 못한다. 보리스 팀이 본 것은 "엔진은 이미 다음 단계에 가 있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을 담을 차체를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 Claude Code였다.

2024년 말 코딩에서 사람들이 누리던 최첨단은 타입어헤드(typeahead), 즉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통합 개발 환경)에서 Tab 키를 누르면 한 줄씩 자동 완성되는 방식이었다. Sonnet 3.5가 그 경험을 처음으로 제대로 가능하게 만든 모델이었다. 그러나 보리스 팀의 판단은 달랐다. "한 줄씩 채워 넣는 단계는 이미 충분하고, 모델은 그다음 큰 도약을 할 준비가 거의 다 됐다." 다음 단계란 사람이 줄 단위로 입력하는 대신 에이전트가 코드 전체를 쓰는 것이었다.

다만 첫 6개월간 그 도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보리스 본인도 자기 코드의 10% 정도만 그 도구로 썼다고 말한다. 2025년 2월 외부에 정식으로 공개됐을 때조차 폭발적이라고 부를 만한 성장은 없었다. 변곡점은 2025년 5월 Opus 4 출시였다. 그 이후로 모델이 새로 나올 때마다(4 → 4.5 → 4.6 → 현재 4.7) 성장 곡선이 한 번씩 꺾이며 위로 솟았다.

Claude Code 사용량 — 모델 릴리스가 변곡점을 만든다 (개념도) 낮음 높음 25.02 25.05 25.08 25.11 26.02 현재 Opus 4 Opus 4.5 Opus 4.6 Opus 4.7 초기 6개월 · 거의 안 쓰임
보리스의 발언을 기반으로 한 개념 그래프. 정확한 사용량 수치가 아니라 모델 릴리스가 성장 곡선의 변곡점이 됐다는 패턴을 보여준다.

이 6개월을 보리스는 "PMF(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적합성) 이전에 만든 도구"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상식과 정반대다. 보통은 PMF를 먼저 찾고 그다음 모델을 키우지만, 그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델을 가정하고 6개월 동안 그 모델에 맞는 그릇을 깎고 있었다.

"코딩은 끝났다"의 진짜 의미

인터뷰의 가장 자극적인 문장은 "코딩은 (이미) 풀린 문제(coding is solved)"였다. 청중석에서 손을 든 사람을 보면 100% 직접 손으로 코딩하는 사람도 있고, 100% 에이전트에 맡기는 사람도 있고, 그 사이도 있다. 보리스 본인은 명확히 100%, 즉 자기 코드는 전부 모델이 쓴다.

"Claude Code 코드베이스는 사실 단순하다. 그냥 TypeScript에 React다. 거기에 큰 비밀은 없다."

— 보리스 체르니, AI Ascent 2026

그가 TypeScript와 React를 택한 이유는 미적 취향이 아니라 모델의 분포에 가까웠기 때문(on distribution)이다. 즉 학습 데이터에서 가장 흔하게 본 언어와 프레임워크라는 뜻이다. 모델이 지금만큼 똑똑하지 않았던 2024년 말에는 그 선택이 결정적이었다. 보리스 본인의 작업 흐름에서 모델이 자기 코드의 100%를 쓰기 시작한 시점은 2025년 10~11월 무렵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보통 하루에 수십 개의 PR(Pull Request, 풀 리퀘스트 · 코드 변경 요청)을 만들고, 어느 날은 하루 150개의 PR을 쳐 봤다고 말한다.

비유로 이해하기

PR은 무엇인가? 큰 코드베이스에 직접 새 코드를 끼워 넣는 대신, "이런 변경을 받아 주세요"라고 제출하는 신청서다. 종이 결재로 비유하면 한 사람이 하루 150건의 결재 서류를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결재 서류 작성 자체를 비서 150명에게 시키고 본인은 검토와 서명만 한다면 가능해진다. 보리스가 말하는 워크플로가 정확히 그런 구조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이 선언의 범위다. 보리스는 "내 경우에는 100%지만, 모든 곳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못 박는다. 거대한 레거시 코드베이스, 모델이 아직 잘 다루지 못하는 비주류 언어, 도메인 특화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많이 손을 댄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단호하다. "보통은 답이 '다음 모델을 기다려라'다."

그래서 "끝났다"는 무엇이 끝났다는 말인가? 보리스 본인이 매일 다루는 종류의 일—TypeScript와 React 같은 주류 스택에서, 잘 정돈된 코드베이스에서, 명확하게 정의된 변경 단위—이 그렇다는 뜻이다. 자동화의 경계는 모델이 새로 나올 때마다 한 칸씩 확장되지만, 그 경계 너머에는 아직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남아 있다.

폰으로 수천 개 에이전트를 굴리는 워크플로

보리스의 개인 작업 환경은 청중을 가장 크게 술렁이게 한 부분이었다. 그가 인터뷰 직전 청중에게 물었다. "Claude Code 사용자 중에 CLI(Command-Line Interface, 명령줄 인터페이스)를 주로 쓰는 분?" 손이 가장 많이 올라갔다. 이어 "데스크톱은?" "IDE는?" "그 외는?" "그 외" 답변자에게 그가 농담조로 덧붙였다. "저는 요즘 거의 아이폰이에요."

그가 묘사한 자신의 환경은 이렇다.

그가 이 구성을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처음 공개한 것은 2026년 1월이었다. 본인 표현으로는 "그게 그렇게 놀라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한 게시물이 800만 회 넘게 노출됐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만큼 외부의 일반적인 사용 패턴과 거리가 멀었다는 뜻이다.

보리스 체르니가 묘사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개념도) Claude 앱 (폰) 세션 1 세션 2 세션 3 세션 4 ··· 서브에이전트 서브에이전트 서브에이전트 서브에이전트 서브에이전트 서브에이전트 ··· 루프 (Loops) · 야간 자동 실행 — 수천 개의 에이전트가 깊은 작업 수행 PR 자동 리베이스 · CI 헬스 유지 · 트위터 피드백 클러스터링 · 정기 리포트 등
보리스가 묘사한 구조의 개념도. 폰의 Claude 앱에서 다수의 세션을 띄우고, 각 세션은 서브 에이전트를 생성하며, 그 아래에 정기 실행되는 루프 계층이 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 많은 에이전트가 동시에 일하면 충돌하지 않나?", "사람이 일일이 지시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굴리나?" 그 답이 바로 다음 절의 핵심 개념인 루프다.

루프(Loop) —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강력한 패턴

보리스는 인터뷰에서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Loop는 미래다(Loops are the future)." 그가 말하는 루프(인터뷰에서 그는 sloop이라고 부른다)는 기술적으로 거의 자랑할 거리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본질은 이렇다.

  1. Claude에게 어떤 작업을 시킨다.
  2. 그 작업을 cron(유닉스의 정기 작업 스케줄러)으로 예약한다.
  3. 1분, 5분, 30분, 하루 — 원하는 주기로 반복 실행된다.

이게 전부다. 그런데 이 단순한 구조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보리스가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인터뷰 시점에 그는 "동시에 돌아가는 루프가 수십 개"라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같은 개념을 서버 측에서 제공하는 Routines도 함께 출시했다. 노트북을 닫아도 멈추지 않는다.

비유로 이해하기

루프 = 알람을 맞춰 둔 자동 비서. "매일 아침 7시에 출근길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평소보다 막히면 알려 줘"라는 지시를 한 번 내려놓으면 이후로 비서가 알아서 매일 아침 그 일을 수행한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 비서가 아니라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한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 각자의 일을 동시에 한다는 점이다. 시간 축을 미래로 확장한 자율 실행이 핵심이다.

이 패턴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이 모든 작업을 매번 트리거해야 했던 기존의 코딩 에이전트가 자율 시스템으로 바뀌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둘째, 동일한 모델이라도 운영 방식 하나로 생산성이 수십 배 차이 나는 사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보리스는 이걸 두고 "정말 단순한 것이 가장 잘 통한다(the simplest thing that works)"고 표현했다.

팀의 미래 — 분과를 가로지르는 제너럴리스트

"한 사람이 수천 개 에이전트를 굴린다면, 팀은 어떻게 바뀌나?" 사회자의 질문에 보리스는 짧게 답했다. "예측은 어렵지만, 분과를 가로지르는 제너럴리스트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제너럴리스트 엔지니어"라고 하면 보통 같은 엔지니어 안에서의 다재다능을 가리켰다. iOS도 하고 웹도 하고 서버도 하는 사람. 그러나 보리스가 말하는 다음 단계는 그것이 아니라 학문 분과 자체를 가로지르는 사람이다. 코드와 디자인, 코드와 데이터 사이언스, 코드와 제품 관리(PM)를 한 사람이 함께 다루는 형태다.

"우리 Claude Code 팀에서는 모든 사람이 코드를 쓴다. 엔지니어링 매니저, PM, 디자이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재무 담당, 유저 리서처까지. 각자 자기 전공이 있지만 동시에 모두 코드를 쓴다."

— 보리스 체르니

이 변화의 본질은 "코딩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됐다"가 아니라 코딩이 도구가 됐다는 데 있다. 도구가 되면, 그 도구를 들 수 있는 사람의 폭이 넓어진다. 마치 워드 프로세서가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되면서 작가뿐 아니라 회계사, 의사, 교사가 자기 분야의 글을 직접 쓰게 된 것과 같다.

SaaS 아포칼립스? — 7 Powers로 다시 보기

코드를 쓰는 비용이 10배, 100배 싸지면 그 위에서 돈을 벌어 온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산업은 어떻게 되는가? 사회자가 이 질문을 꺼냈을 때 보리스는 표정이 밝아졌다. "SaaS 아포칼립스 질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이다."

그가 분석 도구로 꺼낸 것은 해밀턴 헬머(Hamilton Helmer)의 책 7 Powers: The Foundations of Business Strategy다. 이 책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일곱 가지 구조적 힘을 정리한다. 보리스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AI가 일곱 가지 힘 모두를 똑같이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어떤 것은 약해지고, 어떤 것은 거의 그대로다.

7 Powers — AI 시대에 약해지는 힘 vs 유지되는 힘 파워 (Power) AI에 의한 약화 정도 보리스의 코멘트 전환비용 (Switching costs) 모델이 도구 사이를 이식해 준다 프로세스 파워 (Process power) 목표 주면 알아서 hill climb 브랜딩 (Branding) 시장의 인식 — AI 영향은 부분적 카운터-포지셔닝 (Counter-positioning) 신규 진입자에게 오히려 유리 규모의 경제 (Scale economies) 근본 구조 — 거의 그대로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s) 사용자 사이의 관계 — 거의 그대로 독점 자원 (Cornered resources) 특허·라이선스·인재 — 거의 그대로 크게 약화됨 일부 약화 또는 거의 그대로 막대 길이는 보리스의 인터뷰 발언을 기반으로 한 정성적 추정치다.
해밀턴 헬머의 7 Powers 프레임워크를 보리스의 인터뷰 발언에 맞춰 정리한 개념도. 전환비용과 프로세스 파워는 크게 약해지지만, 네트워크 효과·규모의 경제·독점 자원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약해지는 힘 — 전환비용과 프로세스 파워

전환비용(switching costs)이 약해진다는 말은 직관적이다. 한 SaaS에서 다른 SaaS로 옮기는 비용의 대부분은 사실 "기존 도구에 익숙해진 사람과 데이터를 옮기는 비용"이다. 그런데 모델이 두 도구 모두를 다룰 수 있고,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스크립트도 알아서 만들면, 잡고 있던 사용자가 더 쉽게 빠져나간다.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는 회사가 시간을 들여 누적해 둔 업무 방식·체계가 만드는 우위다. 보리스의 표현으로 Opus 4.7은 "목표를 주고 끝날 때까지 반복하라"고 하면 정말로 그렇게 한다. 즉 외부에서 들어가는 신규 진입자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프로세스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거의 그대로 남는 힘 — 네트워크·규모·독점 자원

반면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 규모의 경제(scale economies), 독점 자원(cornered resources, 특허·라이선스·핵심 인재 등)은 AI로는 흔들기 어렵다.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와 연결돼 있어서 가치가 생기는 구조는 모델이 새로 만들어 줄 수 없다. 단위당 원가가 규모로 떨어지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실무적 함의. "AI로 우위가 다 사라진다"는 도매가식 진단은 정확하지 않다. 운영 효율·프로세스 누적·도구 잠금에 의존해 온 영역은 정말로 흔들리지만, 사용자 네트워크·고정자산 규모·법적 권리에 기반한 영역은 그대로다. SaaS 회사라면 자신의 해자(moat)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부터 따져야 한다.

스타트업의 시간

보리스의 두 번째 예측은 "향후 10년 동안 모든 것을 흔드는 스타트업 수가 10배쯤 늘어날 것"이다. 작은 팀이 대기업과 같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은 내부 저항·재교육·기존 프로세스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걸 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최고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인쇄술의 비유 — 소프트웨어의 민주화

객석에서 나온 질문 중 가장 큰 반응을 끌어낸 것은 이것이다. "소프트웨어 만들기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다루는 것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 될까?" 보리스의 답은 "그렇다, 그보다 더 나아갈 것이다"였다. 그가 이 변화를 설명할 때 사용한 비유가 1400년대 유럽의 인쇄술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제시한 흐름은 다음과 같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 유럽 인구의 약 10%만이 문해력을 가지고 있었다. 글을 못 읽는 영주와 왕 밑에서 글 읽고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는 뜻이다. 인쇄술 발명 이후 50년 동안 유럽에서 출판된 책의 양이 그 이전 1,000년의 출판량을 넘어섰다. 책 한 권의 값은 약 100분의 1로 떨어졌다. 이후 몇 세기에 걸쳐 문해율은 약 70% 수준까지 올라갔다. 글쓰기는 더 이상 자격증을 가진 소수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가진 기본 능력이 됐다.

인쇄술과 AI — 두 차례의 민주화 곡선 (개념도) 10% 30% 50% 70% 90% 1800년대 — 약 70% 2030년대 — 추정 도달 시점 시간 (정규화 · 두 곡선의 실제 연 단위는 다름) 인쇄술 — 약 300년에 걸쳐 10%→70% AI 코딩 — 훨씬 빠른 곡선 (보리스 추정)
인쇄술이 문해율을 10%에서 약 70%로 끌어올리는 데 약 300년이 걸렸다면,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 인구 비율의 도약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리스의 주장을 시각화한 개념도다. 두 곡선의 가로축은 정규화된 시간이며 직접 비교는 의도된 것이 아니다.
비유로 이해하기

왜 회계 소프트웨어는 회계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가? 보리스는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든다. "회계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쓸 사람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진짜 잘하는 회계사다." 도메인 지식이 어렵지 코딩 자체는 쉬워지기 때문이다. 의사가 의료 차트 시스템을, 농부가 작물 관리 도구를, 교사가 평가 도구를 — 도메인을 깊이 아는 사람이 자기 도구를 직접 만드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앤트로픽 내부는 지금 어떻게 일하는가

"앤트로픽 내부에서는 외부 사용자가 쓰는 것과 다른 모델을 쓰지 않느냐, 그래서 격차가 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보리스는 분명히 답했다. 모델 측면에서는 격차가 거의 없다. 내부에서도 같은 모델을 쓰고, 자기 도구를 직접 사용하는 것(dogfooding, 도그푸딩)을 매우 중요시한다. 다만 사내에는 외부 출시 전 단계의 코드명 모델(Mythos)도 일부 섞여 있다. 어느 시점에는 그 후속이 외부에도 풀린다.

진짜 격차는 모델이 아니라 조직과 일하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가 묘사한 사내 풍경은 이렇다.

한 가지 짚어 둘 점. 보리스의 표현은 다소 과장된 수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의 핵심은 "에이전트가 서로 통신하는 인프라가 이미 사내에서는 일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외부 기업이 따라잡아야 할 부분은 모델이 아니라, 그 모델 위에서의 업무 흐름이라는 메시지가 인터뷰 전체를 관통한다.

도구 통합 측면에서 그는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전부 MCP다." Salesforce, Google Docs, Google Calendar 같은 외부 SaaS를 연결할 때도 같은 MCP 커넥터를 쓰면, Claude.ai에서도, Claude CLI에서도, Claude Code에서도 동일하게 그 도구를 다룰 수 있다. MCP가 없는 시스템은 컴퓨터 사용(Computer Use) 기능으로 처리한다 — 화면을 직접 보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느리지만 4.7에서는 꽤 쓸 만해졌다고 그는 평한다.

정리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인터뷰에서 얻을 수 있는 실무적 함의를 다섯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코딩은 끝났다"는 영역 의존적인 선언이다. 주류 스택의 정돈된 코드베이스에서는 사실에 가깝다. 레거시·도메인 특화·비주류 언어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자기 영역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분류해야 한다.
  2. 루프와 정기 작업이 다음 변곡점이다. 단일 응답형 에이전트에서 자율 실행 에이전트로 넘어가는 것은 동일 모델에서 생산성을 수십 배 끌어올린다. 도구 설정에 시간을 쓸 가치가 있다.
  3. 해자(moat)를 7 Powers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라. 자기 사업의 우위가 전환비용·프로세스 누적에 의존한다면 위험 신호다. 네트워크 효과·규모의 경제·독점 자원에 가깝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4. 분과 경계가 흐려진다. 코드를 쓸 수 있는 디자이너, 코드를 쓸 수 있는 회계사, 코드를 쓸 수 있는 PM의 가치가 빠르게 오른다. 자기 전공 위에 코딩을 얹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학습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5. 도메인이 진짜 자산이다. 코딩이 쉬워질수록, 어느 코드를 써야 하는지를 아는 도메인 지식의 상대적 가치는 오른다. 회계사·의사·교사·연구자가 자기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보리스의 예측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향후 산업 구조의 방향성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보리스 본인이 향후 6개월~1년 사이 더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꼽은 영역은 클라우드 디자인(Claude Design), 루프와 배치(batch)를 활용한 에이전트 대량 병렬화, 그리고 컴퓨터 사용이었다. 그가 "지금 만들기 좋은 시기"라고 반복해서 강조한 이유는 단순하다. 모델이 6개월 뒤·1년 뒤에 가능하게 만들어 줄 일을 가정하고 지금 그릇을 만들어 두면, 그 모델이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시장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리스 자신이 2024년 말 Claude Code로 보여 준 패턴이 정확히 그것이다.


출처: Sequoia Capital, "Anthropic's Boris Cherny: Why Coding Is Solved, and What Comes Next" — AI Ascent 2026 인터뷰 영상 전사(약 25분), 인터뷰어 로런 리더(Lauren Reeder, Sequoia 파트너). 7 Powers 프레임워크는 Hamilton Helmer, 7 Powers: The Foundations of Business Strategy (Deep Strategy, 2016)에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