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obhan.me

현대 AI의 설계자 여섯 명: 거품 논쟁부터 인간 수준 지능까지

신경망의 이론을 세운 사람, 그것을 돌릴 칩을 만든 사람, 학습시킬 데이터를 모은 사람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이들이 직접 풀어놓은 '깨달음의 순간'과, 지금 이 거대한 흐름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정리했다.

대담 FT Future of AI Summit · 런던 · 2025년 11월 6일  |  진행 Madhumita Murgia(FT AI 에디터)  |  참석 젠슨 황, 요슈아 벤지오, 제프리 힌턴, 페이페이 리, 얀 르쿤, 빌 댈리  |  정리 2026-05-23

2025년 11월, 런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오늘날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사실상 처음부터 빚어낸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인 것이다. 계기는 2025년 퀸 엘리자베스 공학상(QEPrize, Queen Elizabeth Prize for Engineering)이었다. 이 상은 그해 '현대 머신러닝(modern machine learning)'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학자 일곱 명에게 수여됐고, 그 가운데 여섯 명이 FT(Financial Times, 파이낸셜 타임스)가 마련한 자리에 나와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수상자는 모두 일곱 명이다. 신경망이라는 개념의 토대를 닦은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존 홉필드(John Hopfield), 얀 르쿤(Yann LeCun), 그 신경망을 실제로 돌릴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 컴퓨팅을 일군 젠슨 황(Jensen Huang)과 빌 댈리(Bill Dally), 그리고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셋을 만든 페이페이 리(Fei-Fei Li)다. 주최 측은 이들의 업적을 '알고리즘, 고성능 하드웨어, 고품질 데이터'라는 세 기둥으로 정리했는데, 공교롭게도 수상자 명단이 그 세 기둥에 정확히 나뉘어 들어간다.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한 사람은 힌턴과 함께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존 홉필드다.

현대 머신러닝의 세 기둥과 수상자현대 머신러닝을 떠받친 세 기둥2025 QEPrize 수상자 7인이 세 축에 나뉘어 기여했다알고리즘신경망의 개념적 토대벤지오 (Bengio)힌턴 (Hinton)호프필드 (Hopfield)르쿤 (LeCun)하드웨어GPU 가속 컴퓨팅황 (Huang)댈리 (Dally)데이터대규모 벤치마크 데이터셋페이페이 리 (Fei-Fei Li)오늘날의 AI 시스템
2025 QEPrize 수상자 일곱 명은 현대 머신러닝의 세 기둥(알고리즘 · 하드웨어 · 데이터)에 나뉘어 기여했다. 세 기둥이 맞물려야 비로소 오늘의 AI 시스템이 선다.

이날 대화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다. 진행자는 세 가지 큰 질문을 던졌다. 각자를 여기까지 데려온 개인적 전환점은 무엇이었는가, 지금의 AI 열풍은 거품인가, 그리고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닿기까지 얼마나 걸리겠는가. 같은 분야를 함께 만든 사람들이지만, 마지막 질문 앞에서 이들의 답은 뚜렷하게 갈라졌다.

1. 각자의 '아하 모먼트'

진행자는 먼저 가장 사적인 질문부터 시작했다. 지금의 자리로 이끈 결정적 깨달음의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것이다. 답을 모아보면 한 편의 딥러닝 약사(略史)가 된다. 핵심 아이디어는 1980년대에 이미 나와 있었고, 그것이 산업으로 폭발하기까지 약 40년이 걸렸다.

딥러닝 40년 타임라인딥러닝 40년: 아이디어에서 산업으로1984-86힌턴: 단어 예측소형 언어모델1985르쿤·힌턴 만남다층 신경망 학습1990s 말댈리: 메모리 월스트림 프로세싱2006-07페이페이 리ImageNet 착수2011댈리·황GPU로 딥러닝 재현2012AlexNet데이터·GPU 분기점2022ChatGPT 공개대중 확산2025QEPrize·FT 대담여섯 거장 한 자리→ 시간
여섯 사람의 회고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아이디어(1980년대) → 하드웨어의 준비(1990-2000년대) → 데이터의 등장(2006-2012) → 대중 확산(2022~).

제프리 힌턴 — 40년 전의 '소형 언어모델'

힌턴은 1984년 무렵의 한 실험을 떠올렸다. 단어들의 나열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도록 신경망을 학습시키자, 기계가 단어의 의미를 담은 '특징(feature)'을 스스로 만들어내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오늘날 거대 언어모델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기본 원리는 지금과 같았지만 규모가 작았다. 학습 예시가 100개뿐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40년이 걸렸다. 연산 능력도, 데이터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게 부족한 줄도 몰랐다.— 제프리 힌턴, 1980년대 신경망이 한계에 부딪힌 이유를 설명하며

힌턴의 이 한마디는 이날 대화 전체를 관통하는 열쇠였다. 좋은 아이디어가 곧장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그 아이디어를 떠받칠 연산과 데이터라는 두 다리가 한참 뒤에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상 그 두 다리가 어떻게 자라났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얀 르쿤 — '프로그래밍 대신 학습시킨다'는 매혹

르쿤은 학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기계에 일일이 명령을 짜 넣는 대신 기계가 스스로 배우게 한다는 1950-60년대의 발상에 매료됐다고 했다. 지능이란 생명체에서 그러하듯 '스스로 조직되는(self-organized)'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대학원에 가려 했을 때 이 주제를 연구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는데, 그러던 중 힌턴의 논문을 발견했다. 1985년, 두 사람은 마침내 만났다. 르쿤이 프랑스어로 쓴 논문의 수식을 힌턴이 해독해낸 것이 계기였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서로의 문장을 끝맺어줄 만큼 통했다고 회고했다.

요슈아 벤지오 — '물리 법칙 같은 단순한 원리'에 대한 기대

벤지오는 두 개의 순간을 꼽았다. 대학원생 시절 힌턴의 초기 논문을 읽고 "물리 법칙처럼 지능을 설명할 몇 개의 단순한 원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흥분을 느낀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ChatGPT가 나온 직후였다. 그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자문 끝에, 통제하지 못하는 목표를 가진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두려워하게 됐고, 그 길로 연구 방향과 경력 전체를 AI 안전 문제로 틀었다고 했다.

빌 댈리 — '메모리 장벽'에서 GPU 컴퓨팅으로

댈리의 이야기는 하드웨어 쪽 다리가 자라난 과정이다. 1990년대 말 스탠퍼드에서 그는 '메모리 장벽(memory wall)'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꺼내오는 일이 그 데이터로 계산하는 일보다 시간과 에너지를 훨씬 많이 잡아먹는다는 문제다. 그는 계산을 여러 '커널(kernel)'로 묶고 이를 데이터 흐름(stream)으로 잇는 방식을 떠올렸다. 메모리 접근을 최소화하면서 산술 연산을 잔뜩 할 수 있는 구조였고, 이것이 훗날 스트림 프로세싱과 GPU 컴퓨팅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순간은 2010년의 아침 식사 자리였다. 동료 앤드루 응(Andrew Ng)이 당시 구글에서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1만 6000개로 인터넷에서 고양이를 찾아내는 신경망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댈리는 엔비디아 동료 연구진과 함께 같은 실험을 GPU 48개로 재현했고, 그 결과를 보고 확신했다. 엔비디아가 만들 GPU의 방향은 딥러닝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젠슨 황 — 칩 설계와 딥러닝은 같은 패턴이었다

황은 자신을 "고수준 표현과 설계 도구로 칩을 설계할 수 있었던 첫 세대 칩 설계자"라고 소개했다. 그 경험이 2010년 무렵 빛을 발했다. 토론토 대학, 뉴욕대(NYU), 스탠퍼드의 연구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엔비디아에 연락해 왔고, 그는 거기서 딥러닝의 초기 신호를 읽었다. 핵심은, 신경망이라는 구조화된 틀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이 그가 칩을 설계하던 방식과 매우 닮았다는 깨달음이었다. 칩 설계를 수십 년간 확장해온 것처럼, 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도 깔끔하게 확장(scale)시킬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이 '확장 가능성'은 뒤이은 거품 논쟁에서 황의 핵심 논리가 된다. 그는 일단 어떤 알고리즘이 하나의 GPU에서 잘 돌아가게 만들면, 같은 논리로 여러 GPU, 여러 시스템, 나아가 여러 데이터센터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다음부터는 "데이터가 얼마나 많은가, 신경망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공학적 외삽(extrapolation)의 문제라는 것이다.

페이페이 리 — 빠진 조각은 '데이터'였다

리는 데이터라는 세 번째 다리를 세운 사람이다. 2006-2007년 대학원생에서 신임 조교수로 넘어가던 무렵, 그는 기계가 사물을 알아보는 시각 인식 문제에 매달려 있었다. 당시 머신러닝의 골칫거리는 '일반화(generalizability)'였다. 몇 개의 예시를 학습한 뒤 처음 보는 새로운 표본을 알아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온갖 알고리즘을 다 써본 끝에 그가 학생과 함께 깨달은 빠진 조각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인간은 발달 초기에 막대한 데이터에 잠겨 자라지만, 당시 기계는 데이터에 굶주려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당시로서는 무모해 보이던 일을 벌였다. 인터넷 규모의 데이터셋을 만드는 일이었다. 3년에 걸쳐 전 세계 사람들의 손을 빌려 2만 2000개 범주, 1500만 장의 이미지를 직접 분류한 이미지넷(ImageNet)이 그렇게 탄생했다. 여기서 그가 얻은 깨달음은 "빅데이터가 머신러닝을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데이터는 오늘날 AI를 떠받치는 확장 법칙(scaling law)의 한 축이 됐다.

리의 두 번째 순간은 2018년이다. 구글 클라우드의 첫 AI 수석과학자로서 의료부터 금융, 제조, 농업, 에너지까지 모든 산업을 들여다본 그는, AI가 모든 개인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문명적 기술'임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혁신과 더불어 인간의 가치를 기술의 중심에 두기 위해, 스탠퍼드로 돌아가 '인간 중심 AI(Human-Centered AI)' 연구소를 공동 설립했다.

비유

지도학습 vs 자기지도학습 — 1980년대 르쿤과 힌턴이 벌인 논쟁의 핵심이다. 지도학습은 정답이 적힌 카드로 단어를 외우게 하는 방식이다. 그림을 보여주고 "이건 고양이야"라고 정답을 알려준다. 반면 자기지도학습은 정답표 없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언어의 구조를 파악하게 하는 방식에 가깝다. 르쿤의 설명처럼, 오늘날의 언어모델이 '다음 단어 맞히기'로 학습하는 것이 바로 후자다. 다음 단어를 맞히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세상의 구조를 담은 좋은 표현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르쿤은 1980년대 후반 힌턴과 함께 지도학습에 회의적이었고 자기지도학습 쪽에 베팅했다. 그런데 리의 이미지넷이 나오자 잘 정리된 정답표(라벨)로 지도학습을 시킬 수 있게 됐고, 그 성능이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서 연구계 전체가 한동안 자기지도학습 프로그램을 접고 지도학습으로 쏠렸다. 르쿤은 이 대목에서 "그건 당신 탓"이라며 리에게 농담을 던졌다. 분위기가 다시 자기지도학습으로 돌아온 것은 2016-2017년 무렵이며, 오늘날의 언어모델이 그 흐름의 가장 좋은 예라는 것이 그의 정리다.

2. "지금은 거품인가" — 황의 '지능 공장' 논리

진행자는 가장 뜨거운 질문을 황에게 먼저 던졌다.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고 매일같이 뉴스에 오른다. 사람들이 이 흐름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앞서가다가 거품이 터지는 순간이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황은 닷컴 시대와의 차이부터 짚었다. 그때는 깔아놓은 광케이블의 상당수가 '다크 파이버(dark fiber)', 즉 불이 들어오지 않는 미사용 상태였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깔았다는 뜻이다. 반면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GPU에 불이 켜져 있고 실제로 쓰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보는 수요 폭증의 구조는 두 개의 지수곡선이 동시에 자란다는 데 있다. 하나는 답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다. 단순 암기를 넘어 추론하고, 검색으로 근거를 확보하며 답하게 되면서 이 양이 크게 늘었다. 다른 하나는 AI 사용량 자체다. 이 둘이 동시에 지수적으로 커지니, 곱해진 연산 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지수곡선두 개의 지수곡선이 동시에젠슨 황이 본 AI 연산 수요의 구조시간 →규모(로그)답 1개당 연산량AI 사용량두 곡선이 곱해진다= 폭증하는 연산 수요
'답 1개당 연산량'과 'AI 사용량'이 각각 지수적으로 늘어난다. 두 곡선이 곱해지므로 전체 연산 수요는 한층 더 가파르게 치솟는다는 것이 황의 진단이다.

황 논리의 가장 독창적인 대목은 과거 소프트웨어와 AI의 본질적 차이를 짚은 부분이다. 과거의 소프트웨어는 미리 컴파일(pre-compiled)되어 있어 실행에 큰 연산이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AI는 효과를 내려면 맥락을 실시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능을 미리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가 꺼내 쓸 수 없고, 그 순간에 생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유

냉동식품과 즉석 요리 — 과거 소프트웨어는 공장에서 미리 조리해 얼려둔 냉동식품에 가깝다. 데우기만 하면 되니 손이 거의 안 간다. 반면 AI의 지능은 손님이 주문하는 그 순간 셰프가 즉석에서 요리하는 음식이다. 미리 만들어 둘 수 없고, 매번 새로 불 앞에 서야 한다. 그래서 AI에는 토큰(token), 즉 지능을 실시간으로 찍어낼 '공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황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는 AI 시대에는 컴퓨터 자체가 공장의 일부가 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봤다. 그 위에 올라앉을 수조 달러 규모의 산업을 떠받치려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지능 공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과거 소프트웨어가 사람이 쓰는 도구였다면, AI는 사람을 보강하는 지능이기에 노동과 일 자체를 건드린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AI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지능을 구축하는 일의 맨 초입에 있다.— 젠슨 황, 거품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를 설명하며

진행자가 만약 언어모델의 활주로가 끝나더라도 지금 짓는 인프라가 다른 패러다임에서 쓰일 수 있느냐고 묻자, 황은 언어모델은 AI 기술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답했다. AI는 여러 모델로 이뤄진 시스템이며, 언어모델은 그중 큰 부분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이라 부르든 AI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 기술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3. 밸류에이션은 정당한가 — 댈리의 세 추세, 그리고 단서들

진행자가 기술과 응용의 관점에서 지금의 기업 가치가 정당하냐고 묻자, 빌 댈리가 세 가지 추세로 답했다.

댈리가 본 세 가지 추세

이 세 가지를 근거로 댈리는 "여기에 거품은 없다"고 단언했다. 황의 표현을 빌려, 지금은 여러 개의 지수곡선을 동시에 타고 있으며 그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힌턴이 용어 자체를 문제 삼으며 끼어들었다. 그는 이제 이것들을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 언어모델)이라 부르지 말자고 했다. 출발은 언어모델이 맞지만, 최근에는 환경 및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여러 단계를 밟아 무언가를 달성하는 에이전트(agent)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3년 전과 전혀 같지 않으며, 2년·5년·10년 뒤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추세는 분명하니, 그는 국제 전문가 그룹을 꾸려 AI가 어디로 가는지, 위험은 무엇이고 어떻게 완화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 성공했다고 미래에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으며,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재무적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페이페이 리는 시장 관점과 기술 관점을 분리했다. 시장은 그 나름의 동학(dynamics)이 있어 때때로 스스로 조정되지만, 장기 추세로 보면 AI는 여전히 매우 젊은 분야라는 것이다. 그는 회의장 벽에 걸린 물리학 방정식을 가리키며, 물리학은 400년이 넘었지만 AI는 앨런 튜링까지 거슬러도 75년 안팎이라고 했다. 정복할 새로운 변경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가 꼽은 대표적 미개척지는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이다. 언어 기반 모델이 잘 다루는 영역 너머에는, 인간과 동물이 세상을 지각하고 추론하며 그 안에서 행동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리는 오늘날 가장 강력한 언어모델조차 초보적인 공간 지능 시험에서는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학문으로서의 AI에는 열어젖힐 변경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같은 질문에 르쿤은 거품을 둘로 나눠 답했다. 한편으로는 거품이 아니다. 현재의 지배적 패러다임인 언어모델 위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돕는 응용은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고, 그 기술을 밀어붙이는 일은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한다. 모두의 손에 스마트 웨어러블이 들려 일상을 돕게 되면 필요한 연산량은 황의 말처럼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고양이만큼 똑똑한 로봇도 아직 없다. 우리는 여전히 큰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얀 르쿤, 현재 패러다임의 한계를 지적하며

다른 한편 그가 보는 진짜 거품은 따로 있다. 현재의 언어모델 패러다임을 밀어붙이면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리라는 믿음이다. 르쿤은 이를 믿지 않으며,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종류의 지능에 닿으려면 몇 번의 돌파구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AI의 진보는 인프라와 데이터, 투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 AI로 나아가는 과학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진행자의 말마따나, 이 대목에서 대화는 응용과 공학의 영역에서 이들을 처음 이 자리로 데려온 근본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4. 인간 수준 지능까지 얼마나 — 여섯 갈래의 답

마지막 질문은 짧게 끊어 묻는 방식이었다. 기계가 인간에 맞먹는 지능, 혹은 영리한 동물 수준의 지능에 닿기까지 몇 년이 걸리겠는가. 답은 사람마다 갈렸고, 단순한 연도 차이를 넘어 '질문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입장이 나뉘었다.

인간 수준 지능에 대한 여섯 입장인간 수준 지능까지: 여섯 갈래의 입장"현재 LLM 패러다임으로 인간 수준 AI에 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낙관도◀ 신중·돌파구 필요사실상 도달·임박 ▶르쿤돌파구 필요·점진적벤지오패러다임만으론 부족댈리"잘못된 질문"·증강페이페이 리일부 초월·다른 방향힌턴20년 내 토론 우위사실상 도달·적용 중
"현재의 언어모델 패러다임으로 인간 수준 AI에 닿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본 여섯 사람의 낙관도. 왼쪽은 신중론과 돌파구 필요론, 오른쪽은 사실상 도달했거나 임박했다는 입장이다.

얀 르쿤은 "그건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능력은 여러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확장될 것이며, 향후 5-10년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겠지만 그 뒤로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봤다.

페이페이 리는 "일부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고 답했다. 2만 2000개의 사물을 알아보거나 100개 언어를 번역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과 같아지지는 않으리라고 봤다.

비유

비행기는 날지만 새처럼 날지는 않는다 — 리가 직접 든 비유다. 비행기는 분명히 하늘을 날지만, 날갯짓하는 새와 같은 방식으로 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계 기반 지능은 강력한 일을 많이 해내겠지만, 그 작동 방식이 인간 지능과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 지능이 우리 사회에서 늘 결정적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봤다.

젠슨 황은 질문을 비껴갔다. 응용에 충분한 일반 지능은 이미 있으며, 지금 그것을 사회의 수많은 유용한 곳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도달했고, 사실 이건 학술적인 질문이라 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은 계속 좋아질 것이고, 중요한 문제들을 푸는 데 그 기술을 적용해 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가 든 예가 흥미롭다. 그는 AI 코딩 도구 커서(Cursor)를 직접 쓰며 매우 유용하다고 했고, 의료 분야의 어브리지(Abridge)나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처럼 다른 기업에 실질적 가치를 주며 잘나가는 회사들을 언급했다.

제프리 힌턴은 질문을 다듬어 답했다. 만약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를 "당신과의 토론에서 늘 이기는 기계"로 정의한다면, 그 수준은 20년 안에 거의 확실히 온다고 봤다. 아직은 아니지만 20년 안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빌 댈리는 황과 비슷하게 "잘못된 질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목표는 인간을 대체하거나 인간보다 나은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강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간이 잘하는 것을 보완해, 사람은 창의성과 공감, 타인과 어울리는 능력처럼 고유하게 인간적인 일에 집중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AI가 그런 일까지 해낼지는 분명치 않다고 봤다.

여기서 르쿤이 다시 끼어들어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언젠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해내는 기계를 못 만들 개념적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공간·로봇 측면은 아직 뒤처져 있지만 원리적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흥미로운 데이터도 제시했다. 지난 6년간 AI가 여러 시간 지평에 걸쳐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지수적으로 빠르게 자랐고,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 직원이 자기 업무에서 갖는 수준의 능력에 약 5년 안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공학 과제의 한 범주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가 판을 바꿀 변수로 꼽은 것은 AI가 AI 연구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여러 기업이 노리듯, AI가 직접 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수행해 다음 세대 AI를 설계하고 로봇 공학과 공간 이해까지 개선하게 되면 많은 것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정하지 말고 불가지론적 태도를 갖되, 그에 맞춰 대비하자"고 마무리했다. 가능한 미래가 여러 갈래라는 이유에서다.

정리 — 합의와 분열의 지도

한 시간의 대화에서 여섯 사람이 공유한 합의는 의외로 또렷하다. 첫째, 우리는 이 흐름의 초입에 있다. 둘째, 적어도 단기적으로 AI의 쓸모는 대체가 아니라 보강에 있다. 셋째, 인간 수준 지능은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사건'이 아니라 영역별로 번져 나가는 과정이다. 이미 번역이나 사물 인식 같은 좁은 영역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고, 다른 많은 영역에서는 한참 뒤처져 있다.

분열의 지점도 분명하다. 현재의 언어모델 패러다임을 키우는 것만으로 인간 수준의 지능에 닿을 수 있는가. 르쿤과 벤지오는 "아니다, 돌파구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힌턴과 황은 적어도 실용적 능력 면에서 훨씬 낙관적이다. 댈리와 황은 질문 자체를 '대체냐 보강이냐'로 바꿔 끼운다. 같은 분야를 함께 만든 사람들이 가장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이렇게 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 기술이 아직 과학으로서 미완임을 보여준다.

대화를 닫으며 진행자는 "1년 뒤 다시 모이면 또 다른 세상일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어쩌면 이날 대담이 남긴 가장 분명한 결론일지 모른다.

이 글은 FT Future of AI Summit(런던, 2025년 11월 6일)에서 진행된 6인 라운드테이블 대담의 공개 영상과 전사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정리입니다. 인용된 발언은 영어 원문을 한국어로 옮긴 것으로, 표현은 의역되었습니다. 행사·수상 정보는 Queen Elizabeth Prize for Engineering 공식 발표 및 주요 매체 보도로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