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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분석

피터 틸의 역발상 지도: 고장난 시스템과 적절한 낙관주의

엘리트 제도는 왜 무너졌고, 똑똑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며, 멈춰 선 물리 세계에서 기회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피터 틸이 한 인터뷰에서 펼친 세계관을 사실관계와 함께 따라가며 정리한다.

출처: 조 론스데일(Joe Lonsdale)의 팟캐스트 American Optimist 112화 「Peter Thiel on DOGE, Tariffs, Building Generational Companies & the Future of Civilization」 · 2025년 4월 17일 공개 · 약 47분 · 진행 조 론스데일(팔란티어 공동창업자, 오스틴대학교 이사장)

이 인터뷰는 2025년 4월에 녹화되어 같은 달 공개되었다. 진행자 조 론스데일은 피터 틸과 함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를 세운 인물이고, 인터뷰 장소가 된 오스틴대학교(University of Austin, UATX)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여 년을 함께 일한 사이여서, 대담은 외부 인터뷰라기보다 오래된 동업자 사이의 사고 점검에 가깝다. 아래 정리는 그 대화에 담긴 틸의 세계관을 주제별로 재구성하고, 검증 가능한 사실은 따로 표시해 맥락을 덧붙인 것이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읽는 글인 만큼, 일부 대목에는 그 뒤의 전개를 짧게 보탰다.

대담을 관통하는 한 문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정치 때문에 고장 나 있고, 바로 그 점이 가장 큰 기회라는 것이다. 틸은 이 명제를 대학, 국방, 의료, 교통, 원자력,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문화에 차례로 대입한다.

Elite Institutions

엘리트 제도의 붕괴와 길 잃은 인재

틸은 오스틴대학교 학생들의 수준이 뜻밖에 높다고 평하면서, 이야기를 곧장 기존 명문대 비판으로 옮긴다. 그의 진단은 단순한 학비나 이념 논쟁이 아니라 제도의 '기능'에 관한 것이다. 고등학교는 여전히 명문대 입학이라는 분명한 목표로 학생을 조직한다. 그런데 정작 예일이나 하버드, 스탠퍼드에 들어간 학생들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표류한다는 것이다.

틸의 핵심 논점은, 50여 년 전 명문대의 조직 기능이 '사회의 엘리트로 진입시키는 통로'였는데 그 기능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그는 1980년대 하버드에서 정치철학자 앨런 블룸(Allan Bloom)이 「나의 동료 엘리트 여러분」이라는 도발적 인사로 연설을 시작했다는 일화를 든다. 당시 하버드 구성원은 겉으로 평등주의를 표방하면서 속으로는 엘리트를 자처했는데, 지금은 그런 연설조차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엘리트를 자처할 만한 '엘리트 제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붕괴가 대학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1950~1960년대에는 하버드와 예일을 나온 사람들이 미국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갔고 CIA는 엘리트 기관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식이다. 명문대가 흘려보내던 하류의 기관들도 함께 평범해졌다는 진단이다. 사회를 운영하는 제도 다수가 더 이상 최고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 틸의 출발점이다.

사실 확인 — 오스틴대학교

오스틴대학교(UATX)는 2021년 설립된 사립 인문대학으로, 조 론스데일과 함께 패노 카넬로스(Pano Kanelos),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바리 와이스(Bari Weiss) 등이 설립자로 참여했다. 2025년 가을 기준 재학생은 약 150명, 기금은 약 3억 달러 수준이며,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인가 후보(candidate for accreditation)' 상태다. 틸이 강연자로 참여한 정황은 이 신생 대학을 둘러싼 그의 우호적 평가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똑똑하고 야심 있는 젊은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틸의 대답은 분명하다. 지난 25~30년간 의미 있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진보의 축은 기술이었다는 것이다. 컴퓨터과학, 소프트웨어, 인터넷, 모바일, 그리고 최근의 암호화폐와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그는 법률, 금융, 의료, 컨설팅이라는 전통적 4대 진로를 언급하며, 이 가운데 법률이 그나마 가장 잘 버텼지만 그조차 행복한 길은 아니라고 본다. 결론은 기술로 가라는 것이다. 반드시 창업할 필요는 없고, 일할 만한 회사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단서를 단다.

흥미로운 지적은 이 서사가 명문대에서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틸은 하버드 학생들이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바로 그 하버드에서 메타(Meta, 옛 페이스북)를 창업했다는 사실조차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은 아직 2005년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Palantir & the State

팔란티어가 군을 고소한 이유

대화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함께 만든 팔란티어로 넘어간다. 2003~2004년 무렵, 9·11 직후의 분위기에서 그들이 겨눈 곳은 정부였고, 그 안에서도 국방, 더 좁게는 정보 공동체였다. 틸은 당시의 대테러 해법이 기술적으로 낙후했으면서 동시에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았다. 공항에서 신발을 벗기는 것은 보안이 아니라 '보안 연극'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가 던진 질문은 간명하다. 더 적은 사생활 침해로 더 많은 보안을 얻을 수는 없는가. 기술로 '더 적게 들여 더 많이' 해낼 수 있는가.

그러나 정부를 고객으로 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틸이 드는 사례가 군의 정보 통합 시스템이다. 야전 부대와 사령부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달러를 들이고도 작동하지 않는 컨설팅 사업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팔란티어는 6개월이면 대체하리라 낙관했지만, 실제로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결국 군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했고, 컨설턴트들은 "고객을, 그것도 군을 고소하면 워싱턴 어디에서도 일을 못 받고 영원히 배제된다"며 만류하거나 떠났다.

틸이 소송에서 강조하는 지점은 '발견(discovery)'이다. 1994년에 제정된 한 법에 근거해 소송을 걸자, 22년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조달 과정의 내부가 드러났다. 팔란티어가 더 잘 작동한다는 내부 보고서가 있었고, 더 나아가 그 보고서를 덮으라는 지시와 결과를 숨긴 이메일까지 나왔다. 공개·경쟁 조달과는 거리가 먼, 은폐의 흔적이었다.

사실 확인 — 팔란티어 대 미국 정부

틸이 "1994년 법"이라 부른 것은 연방조달간소화법(Federal Acquisition Streamlining Act, FASA)이다. 이 법은 연방기관이 가능한 한 상용 제품을 우선 조달하도록 요구한다. 문제의 시스템은 육군의 분산공통지상체계(Distributed Common Ground System-Army, DCGS-A) 2단계 사업으로, 인터뷰 자막의 "DIGIGs"는 DCGS-A의 전사 오류로 보인다.

팔란티어는 2016년 미국 연방청구법원(Court of Federal Claims)에 소를 제기해 그해 10월 승소했고, 정부의 항소에 대해 2018년 연방순회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이 1심을 확정했다. 틸이 "DC 순회법원"이라 말한 것은 이 연방순회법원을 가리킨다. 이후 팔란티어는 2019년 약 8억 달러 규모의 육군 정보체계 사업을 수주했다. 같은 소송을 이끈 변호사 해미시 흄(Hamish Hume)은 2014년 스페이스X(SpaceX)가 공군을 상대로 낸 발사 계약 입찰 소송도 맡았다. 틸이 "스페이스X도 소송해야 했다"고 한 대목과 맞물린다.

틸은 이 경험에서 보편적 교훈을 끌어낸다. 사회의 어떤 부분은 자신의 고장 난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정말 세게 밀어붙여 뚫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에게 들었다는 비유를 전한다. 미국의 항공우주 기업 서너 곳은 형편없이 운영되는 '울타리 안의 살찐 소들'과 같아서, 일단 그 울타리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은 피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울타리는 높지만, 넘기만 하면 포식자에게 유리한 사냥터가 펼쳐진다.

여기서 그는 한 가지 단서를 단다. 스페이스X와 팔란티어가 비정상적 장벽을 넘어 무언가를 고쳐냈다는 점은 분명 낙관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의료나 교육, 대학 같은 다른 모든 영역에서 똑같이 시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틸은 회의적이다. 이 회의가 다음 주제로 이어진다.

Where Not to Invest

어디에 투자하지 않는가: 너무 인기 있고 뻔한 것들

틸은 2005년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를 세운 이래 20여 년간 투자를 해왔다. 그가 꼽는, 수익률 기준으로 가장 성과가 나빴던 두 영역은 교육 소프트웨어와 의료 정보기술(IT) 기업이다. 흥미롭게도 둘 다 '명백히 고장 난' 영역이다. 그런데도 왜 실패했는가.

틸의 설명은 의료를 예로 든다. 시스템을 고칠 그럴듯한 계획은 많고, 가격 모델의 어느 한 각도를 바꾸면 된다는 식의 진단도 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험사, 정부, 병원 사이에서 돈이 흐르는 방식을 바꾸는 길이 열 갈래로 갈리고 모두 복잡하다. 정작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제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어긋나 있어서, 소비자나 의사를 바꾸는 쉬운 길이 작동하지 않는다. 즉 고장의 원인이 기술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결제 구조에 있다.

그가 더 날카롭게 짚는 것은 투자자들의 사회학이다. 틸은 많은 벤처투자자가 'VC 네트워킹 행사에서 자랑하기 좋은' 투자를 선호한다고 본다. 의료·교육 스타트업, 그리고 한때의 그린테크와 마리화나 관련 사업이 그런 사례다. 너무 인기 있고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에는 단기 책임이 거의 없어서 5~10년, 혹은 그 이상 지나서야 성패가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 무엇이 인기인가'라는 사회학적 신호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너무 인기 있고 너무 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지 않는 한 작동하지 않는다.대담에서 정리한 틸의 투자 원칙

이 대목은 틸이 스탠퍼드에서 사사한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모방 이론과 맞닿는다.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지조차 서로를 보고 베끼기 때문에, 다 함께 같은 방향으로, 그것도 틀린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 진행자 론스데일은 이를 받아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함께 흐르는 이유"라고 정리한다. 역으로 말하면, 모두가 같은 답을 향해 몰려가는 영역에는 초과수익의 여지가 없다.

비유 — 왜 '뻔한 호재'가 위험한가

주식 시장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모두가 "이건 분명한 호재"라고 입을 모으는 순간, 그 정보는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더 벌 여지가 사라진다. 틸이 말하는 '인기 있고 뻔한' 영역도 같다. 너도나도 들어와 있으니 무경쟁의 우위가 없고, 거품이 꺼지면 함께 무너진다. 남들과 똑같은 답이라면 그 답이 옳더라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Moderate Optimism

적절한 낙관주의

틸은 진행자에게, 팟캐스트 이름인 'American Optimist(미국의 낙관주의자)'에서 '낙관'이라는 단어에 토를 단다. 그가 보기에 극단적 낙관과 극단적 비관은 사실 같은 것이다. 극단적으로 비관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극단적으로 낙관하면 할 필요가 없다. 그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책 제목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를 예로 든다. 미래가 알아서 펼쳐진다고 믿으면, 남은 일은 소파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영화처럼 지켜보는 것뿐이다. 두 극단은 모두 게으름,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틸이 옳다고 보는 것은 '적절한 낙관(moderate optimism)'이다. 가능성을 믿되, 모든 전투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전투를 골라 직접 행동하는 태도다.

낙관과 비관의 스펙트럼 극단적 비관 적절한 낙관 극단적 낙관 「할 수 있는 게 없다」 → 행동 없음 전투를 골라 직접 행동한다 「할 필요가 없다」 → 행동 없음 양 극단은 모두 게으름으로 수렴한다. 행동의 여지는 가운데에만 있다.
낙관과 비관의 스펙트럼. 틸은 양 극단이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귀결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전투'는 어떻게 고르는가. 틸은 서핑에 빗댄다. 파도가 막 일어나기 직전에 노를 저어야 파도를 탈 수 있지만, 무엇보다 파도 자체가 있어야 한다. 잔잔한 바다에서 미친 듯이 노만 저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노력이라는 '투입'이 아니라 실제 '산출'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여러 차례 투자한 원자력 기술을 예로 든다. 소형 모듈형 분열로(SMR)나 핵융합처럼 이론상 더 나은 길이 분명히 있지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50여 년간 새로운 원자로 설계를 사실상 승인하지 않은 현실이 파도를 막고 있다.

이 대목에서 틸의 입장은 단순한 '위인사관'과 다르다. 진행자가 정리하듯,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 무언가를 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무엇이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하며, 타이밍이라는 감각이 필요하다. 그 위에서라야 사람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Macro: Trump, China, DOGE

거시 진단: 트럼프 행정부, 중국, 그리고 DOGE

대담의 후반부는 거시 정치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검증 가능한 사실과 틸 개인의 정치적 평가가 뒤섞이므로, 아래 정리에서는 어디까지가 그의 견해인지를 분명히 구분해 둔다.

틸은 새 행정부에 대해 "레이건(Ronald Reagan) 초기 이후 가장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깊은 문제들을 고칠 기회가 열렸고, 반대 세력은 소진되어 아이디어가 바닥났다는 진단이다. 그는 1기 트럼프 행정부가 안팎에서 모두 가로막혔던 것과 달리, 2기가 오히려 '진짜 1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시에 그는 매우 큰 문제들이 여전히 고장 나 있다고 짚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6%에 이르는 재정적자가 대표적이다. 이를 고치는 데에는 즐거운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의 냉정한 인식이다.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하며, 효율을 높일 여지는 있지만 그 길에는 큰 저항이 따른다. 그가 말하는 세율의 '정답'은 늘 "지금보다 조금 더 낮게", 정부 효율의 '정답'은 "지금보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다.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에 대해 틸은 상당한 낭비와 더불어 '사기(scam)'로 볼 만한 것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영리·자선 부문이 통제 불능이며, 좌파 성향 자선 비영리 세계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준범죄적' 행위를 가리는 위장이었다는 것이 그의 강한 표현이다. 그는 '미덕 과시(virtue signaling)'가 오히려 무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가 드는 메커니즘은 회계의 '요약 단계'다. 실제 지출을 항목별로 적은 5단계 기술(description)이 있고, 이를 묶어 4단계로 요약하는 과정이 있다. 예컨대 여러 단체가 아프리카 각국에 식량을 지원한다면 "아프리카 식량 지원"이라는 요약은 정확하다. 그러나 그 단체들이 실제로는 특정 정치 캠페인을 위해 일했다면 그 요약은 부정확하며, 부정확함이 일정 선을 넘으면 사기로 기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맥락 — 견해와 사실의 구분

위의 비영리 부문 '준범죄적 위장', '미덕 과시는 악의 신호' 같은 표현은 틸 개인의 정치적 평가이며 사실 보고가 아니다. DOGE가 발표한 구체적 절감·부정 수치들은 공개 이후 여러 건이 정정되거나 반박되었고, 그 규모와 성격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의 주장을 사실로 확정하지 않는다.

또한 이 인터뷰는 일론 머스크가 DOGE를 이끌던 2025년 4월 시점의 대화다. 머스크는 그해 봄 DOGE 활동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현재 시점에서 읽을 때는 이 시간 간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역과 관세에 대해 틸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재설정'하는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가 제시한 대략의 수치는 이렇다. 미국 무역적자의 약 4분의 1이 중국과의 직접 적자이고, 또 다른 4분의 1이 부품을 통한 간접 적자다. 즉 중국이 문제의 절반쯤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바람직한 재설정은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다른 나라들도 중국과의 관계를 바꾸도록 유도해 더 강한 서방 동맹을 세우는 그림이다.

사실 확인 — 2025년 4월 관세

이 대담 직전인 2025년 4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이전 관세까지 더하면 사실상 약 145%). 같은 날 다른 다수 국가에는 90일간 보편 10% 관세로 낮추는 유예가 적용되었다. 진행자가 "채권 금리가 예상보다 더 빠졌다"고 한 대목은 미 국채 매도세를 가리킨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 아래에서 4.5%대까지 급등했고, 이 채권 시장의 동요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유예 결정에 영향을 준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후 미국과 중국은 관세 휴전과 인하에 이르렀다.

틸이 경제학자들이 놓친다고 보는 변수는 중국의 '이중 용도(dual-use)' 문제다. 독일 메르세데스 공장은 미국에 차를 팔더라도 그 공장을 탱크 공장으로 바꿔 미국을 침공할 일은 없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에는 지정학적 경쟁이 배경에 깔려 있어, 순수하게 효율로만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당 1.5달러를 받는 중국 공장의 일자리를 위스콘신으로 가져오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같은 일이 베트남처럼 '세계를 지배할 계획이 없는' 나라로 옮겨간다면 그것은 큰 승리라는 것이 그의 셈법이다. 그는 AI와 일부 규제 완화로 일부 제조를 미국으로 되돌릴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로봇과 설비 비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단서를 단다.

Atoms vs. Bits

원자의 세계는 왜 멈췄나

틸의 오래된 명제 하나가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지난 50년간 진보는 '비트의 세계'에서는 빨랐지만 '원자의 세계'에서는 정체했다는 것이다. 정보와 소프트웨어는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비행 속도, 도시 교통, 에너지, 건설처럼 물리적 원자를 다루는 영역은 197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런가에 대해 틸은 원인이 여럿 겹쳐 있다고 본다.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수도 있고(가장 비관적인 해석), 문화가 지나치게 위험을 회피하게 됐을 수도 있으며, 과학과 기술의 묵시록적 측면을 두려워하게 됐을 수도 있다.

비유 — 화면 안에서만 빨라진 세상

스마트폰 사진은 수십 년 만에 수십만 화소에서 수억 화소로 뛰었다. 그러나 그 폰을 손에 쥐고 출근하는 사람이 겪는 도로의 정체, 그가 타는 비행기의 순항 속도, 그가 사는 집을 짓는 공법은 반세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진보가 '화면 안(비트)'에서는 빛의 속도로 일어났지만 '화면 밖(원자)'에서는 멈춰 섰다는 것이 틸 진단의 요체다.

진행자 론스데일은 이 진단을 기회로 뒤집는다.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함께 흐르는 탓에, 오히려 '뻔히 보이는데도 아무도 하지 않는' 기회들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가 드는 사례가 머스크의 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와 터널이다. 도시의 교통 정체를 없애는 터널을 뚫으면 수조 달러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데, 그 일이 너무 고장 나 있어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틸은 이 패턴이 좋은 기회의 조건에 부합한다고 호응한다. 단, 고장의 원인이 과학이나 기술이 아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단다. 열두 번의 기술적 기적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마피아가 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패한 노조 인접 구조를 벗어나 그냥 '뚫기만' 하면 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맨해튼에 지하철을 까는 비용이 마일당 수십억 달러에 이르며 파리의 약 10배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적 효율과는 거리가 먼 수치다. 그러나 그가 비범하다고 보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미국이 '파리 수준'에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데에는 기술이 아닌 정치적 이유가 있고, 그 정치적 장벽이 무엇이며 어떻게 넘을지를 정확히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 수준만 회복해도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사실 확인 — 지하철 건설비

틸의 비교는 과장이 아니다. 뉴욕대 마론연구소의 교통건설비 프로젝트(Transit Costs Project)에 따르면, 뉴욕 2번가 지하철 1단계는 마일당 약 25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노선이며, 비슷한 시기 파리의 지하철 건설비(킬로미터당 약 2.5억 달러)와 비교하면 약 10배 수준이다. 미국 도시 전반의 건설비가 유럽·일본보다 수 배 높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며, 그 원인으로 조달·관리 관행, 노조 구조, 행정 조정 실패 등이 지목된다.

다만 보링컴퍼니가 제시해 온 '파리의 10분의 1' 같은 목표 비용은 라스베이거스의 소규모 루프를 넘어 대규모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터널 비용 절감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되, 그 잠재력이 도시 규모에서 실현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The Vibe Shift

실리콘밸리의 기류 변화

마지막 주제는 실리콘밸리의 문화 변화다. 틸은 분위기가 2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보면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실리콘밸리는 왜 그렇게 한결같이 중도좌파, 또는 좌파였는가.

그는 세 가지 설명을 비교한다. 첫째는 저커버그나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같은 인물이 본래 좌파였다는 '인물론'이다. 둘째는 '깨어 있는' 밀레니얼 노동력이 회사를 지배했다는 '상향식' 설명이다. 셋째, 그리고 틸이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좌파 성향 규제 국가가 기업에 가한 압력이라는 '하향식' 설명이다. 그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메타(페이스북) 이사회에 있었던 경험을 근거로 든다. 기업이 규제될 수 있는 표면적이 넓다 보니, 회사를 좌측으로 기울여 두면 그 '짐승'을 달래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틸이 그리는 궤적은 이렇다. 저커버그 같은 창업자는 본래 깊은 정치적 인물이 아니었고, 청문회보다 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싶어 했다.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같은 정책도 처음에는 적당히 하면 손해가 크지 않다는 계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하면, 성과가 나지 않을 때조차 "아직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해석과 "전부 멈춰야 한다"는 해석이 늘 양립한다. 여러 해 동안 답은 "더 해야 한다"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전부 무너졌다는 것이다.

틸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말할 수 있는 것'과 '믿는 것' 사이의 간극이다. 그가 아는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이 닫힌 문 뒤에서 하는 말과 공개석상에서 하는 말의 격차가 여러 해 동안 매우 컸다는 것이다. 1기 트럼프 시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정치(tribal politics)로 과열되어 그 간극을 인정하는 것조차 위험했고, 바이든 시기에 들어서야 닫힌 문 뒤에서 "이건 정말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 현상을 언론 규범, 즉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발언 코드(speech code)'의 역설로 설명한다. 그런 규제는 결국 그것을 밀어붙인 쪽에 매우 나쁘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한계에서 조금씩 입장을 바꾸는 대신, 어느 순간 급격히 뒤집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하나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면 폭포처럼 무너지는 식이다. 같은 이유로 그는, AI를 너무 많은 규칙으로 묶어 특정 발언을 막으려 하면 언젠가 반대 방향으로 급격히 튈 수 있다는 우려를 곁들인다.

대담은 DOGE와 원격근무로 끝맺는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한번 시작된 정부 프로그램이 폐지된 적은 없다"고 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도, 틸은 역설적으로 희망의 근거를 본다. 5년에 걸친 원격근무와 연방 인력의 상당수가 사실상 일하지 않아도 차이가 없었다는 관찰에서, 그는 그들이 애초에 그만큼 일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그 자리를 AI로 대체하거나, 혹은 AI 없이도 채울 수 있다는, 그다운 도발적 낙관으로 대화를 닫는다. (이 90%, '사실상 일하지 않는다' 같은 수치와 표현 역시 틸의 평가이며 검증된 통계가 아니다.)

Synthesis

정리: 고장난 곳의 지도

대담을 하나의 지도로 압축하면 이렇게 된다. 틸은 '고장 났다'는 사실만으로는 기회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세 개의 필터를 차례로 통과시킨다. 첫째, 고장의 원인이 과학·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정치와 제도의 장벽인가. 기술적 기적이 여러 번 필요한 일이라면 너무 어렵다. 둘째, 모두가 똑같이 뻔하게 보는 과열된 인기 영역이 아닌가. 남들과 같은 답이라면 무경쟁의 우위가 없다. 셋째, 지금 행동할 타이밍(파도)이 와 있는가. 잔잔한 바다에서 노만 젓는 것은 헛심이다. 이 셋을 모두 통과한 곳, 즉 '뻔하지 않게, 그리고 정치적으로 고장 난' 영역을, 충분히 강하고 끈질기게 뚫어낼 수 있다면 그곳에는 경쟁자가 없는 거대한 기회가 있다.

틸의 기회 판별 3단 필터 고장난 시스템 필터 1 고장 원인이 과학·기술 한계가 아니라 정치·제도 장벽인가? 아니오 여러 번의 기적이 필요 매우 어렵다 통과 필터 2 남들이 똑같이 뻔하게 보는 과열된 인기 영역이 아닌가? 아니오 남과 같은 답 = 무경쟁 아님 과열로 실패하기 쉽다 통과 필터 3 지금 행동할 타이밍(파도)이 와 있는가? 아니오 잔잔한 바다에서 헛심 파도를 기다린다 통과 뚫고 들어가면 무경쟁의 거대 기회 세 필터를 모두 통과한 영역이 틸이 말하는 「뻔하지 않게 고장난 곳」이다
틸의 기회 판별 3단 필터. 세 관문을 모두 통과한 영역에만 무경쟁의 기회가 열린다.

이 지도는 미국의 국방 조달이나 지하철 건설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골격은 어느 사회에서나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가 답답해하는 어떤 영역이 막혀 있는 진짜 원인은 기술의 부재인가, 아니면 제도와 관성인가. 후자라면, 모두가 같은 처방을 외치는 과열을 피하면서, 지금이 그 일을 밀어붙일 타이밍인지를 묻는 일이 남는다.

틸의 견해 가운데 상당 부분, 특히 거시 정치와 문화에 관한 평가는 강하게 당파적이며 사실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이 글은 그 평가를 검증하거나 지지하기보다, 그가 세상을 읽는 사고의 틀을 가능한 한 정확히 드러내고 검증 가능한 사실은 따로 표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고장의 원인을 기술과 제도로 나누어 보고 과열을 피해 타이밍을 재는' 이 틀 자체는 어떤 막힌 문제 앞에서든 한 번쯤 대입해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