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 산업
머스크와 올트먼, 그리고 오픈AI: 우정에서 평결까지
한때 같은 식탁에 앉아 인공지능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던 두 사람은, 십수 년 뒤 캘리포니아의 한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마주 앉았다. 인수와 결별, 비영리의 이상과 수천억 달러의 현실이 얽힌 기록을 정리한다.
2026년 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업계의 시선은 한 법정에 쏠려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공동 창업한 회사 오픈AI(OpenAI)와 그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 샘 올트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배심 재판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끝내 법정까지 간 이유를 이해하려면 시계를 십수 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의외의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01한 우정에서 시작된 균열
그 인물은 구글(Google)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다. 페이지는 1998년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세우고, 웹페이지의 중요도를 평가하는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으로 검색 시장의 판을 바꾼 사람이다. 뼛속까지 엔지니어였던 그는 구글에 엔지니어 중심 문화를 단단히 심었다.
비슷한 기질의 두 사람은 통하는 데가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페이지와 머스크는 가까운 사이로 지냈고, 머스크가 실리콘밸리에 출장을 오면 페이지의 집에 묵을 정도였다. 그러나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다름 아닌 AI였다.
널리 알려진 일화에 따르면, 2013년 머스크의 생일 모임에서 두 사람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머스크는 충분히 발전한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으니 그 가능성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페이지는 AI를 인간 의식이 도달할 더 진보된 형태로 보았고, 설령 인류가 사라지더라도 더 뛰어난 지능이 살아남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맞섰다. 그는 인류만 특별하게 여기는 머스크의 태도를 '종 차별주의(speciesism)'라고까지 꼬집었다. AI의 위험을 보는 시선의 간극은 그렇게 선명해졌다.
02딥마인드라는 분기점
공교롭게도 그 무렵은 구글에도 중요한 시기였다. 2014년 1월, 구글은 영국에서 떠오르던 AI 연구소 딥마인드(DeepMind)를 인수한다. 딥마인드는 2010년 데미스 허사비스, 셰인 레그, 무스타파 술레이만이 세운 회사로, 인수가는 약 4억 파운드로 보도됐다(보도 매체에 따라 4억~6억 5천만 달러로 엇갈렸다). 당시 환율로 한화 약 6,800억 원 규모였다.
머스크는 허사비스에게 구글의 제안을 받지 말라고 설득했고, 자신이 직접 딥마인드를 인수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AI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진영이 최첨단 연구소를 손에 넣으면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딥마인드는 결국 구글의 품에 안겼다.
이후 딥마인드의 행보는 잘 알려진 대로다. 바둑 AI 알파고(AlphaGo)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단백질 구조 예측 난제를 푼 알파폴드(AlphaFold)로 2024년 노벨 화학상까지 거머쥐었다. 인수 당시와 비교하면 그 가치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 미국 증권가의 한 분석(D.A. Davidson)은 딥마인드와 구글의 자체 AI 가속기 사업부 TPU(Tensor Processing Unit, 텐서처리장치)를 묶어 따로 떼어낼 경우 최대 9,000억 달러, 우리 돈 약 1,3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6,800억 원에 사들인 묘목 한 그루가 십수 년 만에 1,300조 원 규모의 거목이 된 셈이다. 머스크가 막으려 했던 바로 그 인수가, 오늘날 구글을 AI 시대의 거대 자산가로 만든 출발점이 되었다.
03구글에 맞선 '비영리'의 기치
딥마인드가 구글로 넘어갈 무렵,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 샘 올트먼이 등장한다. 당시 올트먼은 스타트업 투자·육성 기관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대표였다. 2015년, 올트먼과 머스크는 비공개 만찬에서 머리를 맞댔다.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가 AI를 독점할 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막을 방법을 고민한 끝에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이 바로 오픈AI였다.
그해 12월 출범한 오픈AI는 구글과 정반대 구조를 표방했다. 영리 기업이 폐쇄적으로 개발한다면, 우리는 비영리 단체에서 누구나 쓸 수 있게 오픈소스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인류 전체의 이익'이라는 사명이 창립 선언의 한복판에 새겨졌다. 두 사람은 공동 의장을 맡았고, 천재 연구자 일리야 수츠케버를 연봉 약 190만 달러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영입하는 등 인재를 끌어모았다.
그런데 이 영입이 또 하나의 인연을 끊었다. 수츠케버는 구글 브레인에서 페이지의 신임을 받으며 연구하던 인물이었다. 인재를 빼앗긴 페이지는 이 일을 계기로 머스크와의 연락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04약속한 10억 달러, 실제로 모인 1억 달러대
머스크는 초기에 진심이었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자금을 모았고, 창립 시점에 약정된 출연 규모는 모두 10억 달러에 달했다.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투자자 피터 틸을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 와이콤비네이터 리서치, 인포시스 같은 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약정과 실제는 달랐다. 2021년까지 실제로 모인 금액은 약 1억 3,32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머스크가 낸 돈은 3,800만 달러였다. 이 숫자들은 훗날 소송에서 머스크의 기여와 권리를 따지는 쟁점이 된다.
'10억 달러를 모으겠다'는 약정은 일종의 목표 선언이었고, 실제 통장에 들어온 돈은 그 7분의 1 남짓이었다. 비영리라는 간판으로는 큰돈을 끌어오기 어려웠다는 현실이 일찌감치 드러난 것이다.
05컴퓨팅이라는 현실, 그리고 결별
균열은 2017년부터 본격화했다. AI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컴퓨팅 자원의 확보였다. 머스크는 오픈AI를 자신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의 자회사로 편입해 하드웨어 역량과 자본을 끌어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올트먼과 다른 창립자들은 그렇게 되면 머스크가 회사를 좌우하게 될 것을 우려해 거부했다.
경영권 확보가 무산되자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약속했던 자금 지원도 중단했다. 든든한 후원자가 사라진 오픈AI에는 새로운 자금줄이 절실해졌다.
06마이크로소프트와 영리화의 길
비영리 단체로는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오픈AI는 '수익 제한형(capped-profit)' 자회사를 만들어 외부 자금을 받기 시작했다. 투자자의 수익을 최초 투자금의 100배까지로 제한하고, 그 이상은 오픈AI로 귀속시켜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연구에 쓰겠다는 구조였다.
"이익을 노려도 좋되, 정해진 천장까지만"이라는 타협안이었다. 비영리의 이상과 투자 유치의 현실 사이에 놓은 일종의 절충 장치였던 셈이다.
머스크의 빈자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채웠다. AI에서 앞서가던 구글을 견제해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오픈AI는 매력적인 무기였다. 투자는 2019년 10억 달러, 2021년 20억 달러, 2023년 100억 달러로 불어나며 누적 130억 달러, 우리 돈 약 18조 원에 이르렀다.
외부 자금이 들어오자 오픈AI는 빠르게 모델을 내놓았다.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챗GPT(ChatGPT)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 머스크는 2023년 직접 AI 기업 xAI를 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영리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1년에는 핵심 연구자 다리오 아모데이 등이 회사를 떠나 앤트로픽(Anthropic)을 세웠고, 2023년 11월에는 올트먼이 전격 해임됐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 닷새 만에 복귀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력은 더 커졌고, 사업화에는 가속이 붙었다. 그리고 2025년 10월 28일, 오픈AI는 마침내 영리법인 전환을 마무리한다. 영리 부문은 공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공익법인(PBC, Public Benefit Corporation)인 '오픈AI 그룹'이 되었고, 비영리 재단인 '오픈AI 재단'이 이를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27%의 지분을 갖게 됐으며, 그 가치는 약 1,350억 달러로 평가됐다.
전환과 함께 두 회사의 관계도 다시 짜였다. 새 합의에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애저(Azure)를 2,500억 달러어치 구매하기로 한 약정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모델·기술을 2032년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투자자 수익을 100배까지로 묶었던 상한도 이때 사라졌다. 사실상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진짜 지분이 처음 생긴 셈이다.
회사의 몸값은 폭증했다. 2023년 29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2026년 3월 1,220억 달러 규모의 새 투자를 유치하면서 8,520억 달러로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단계적으로 들인 130억 달러는 같은 시점 약 2,280억 달러로, 17.6배가 됐다.
07소송: 무엇을 다투었나
이런 흐름 위에서 머스크는 2024년 올트먼과 오픈AI, 그리고 사장 그레그 브록먼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구는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자신의 기부가 만든 '자선 신탁(charitable trust)'을 두 사람이 어겼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들과 투자자들이 자신을 희생시켜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다는 '부당이득(unjust enrichment)' 주장이었다. 머스크 측은 오픈AI가 오픈소스와 안전이라는 약속을 저버린 채 내부자와 투자자의 배만 불렸다고 했고, 자신이 낸 3,800만 달러가 허락하지 않은 상업적 용도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거액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방조 혐의로 피고에 포함됐다.
오픈AI 측은 정면으로 맞섰다. 영구히 비영리로 남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머스크의 기부에는 아무런 조건이 붙어 있지 않았으니 그가 강제할 자선 신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머스크가 애초에 비영리 구조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그가 원한 것은 '이기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머스크는 2018년 영리 구조를 제안한 적이 있는데, 다만 자신이 지배권을 갖는 조건이었고 회사를 테슬라에 합치자고까지 했다. 소송을 낸 시점이 경쟁사 xAI를 세운 뒤라는 점도 부각됐다. 다만 2017년 내부 통신에서는 브록먼이 비영리 구조를 끝까지 지킬 생각이 없었음을 내비친 정황이 드러나, 유불리가 양쪽으로 엇갈렸다.
08평결: '시효'에 막히다
재판은 2026년 4월 말부터 약 3주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진행됐고,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가 맡았다. 머스크는 사흘간 증언대에 섰다. 9명(여성 6, 남성 3)으로 꾸려진 배심은 '자문(advisory)' 성격이어서, 최종 책임 판단의 권한은 판사에게 있었다.
5월 18일, 배심은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평의 끝에 만장일치 평결을 내놓았다. 핵심은 시효였다. 자선 신탁 위반 청구의 시효는 3년, 부당이득 청구의 시효는 2년이다. 바꿔 말하면 머스크는 늦어도 2021년과 2022년에는 문제 삼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했다. 그는 2022년 이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은 그가 이미 2021년 이전에 자신이 오도되고 있다고 의심할 이유가 있었다고 보았다. 정작 실제로 오도되었는지, 즉 사건의 본안은 판단하지 않았다. 법원이 다툴 수 있을 때 종종 이런 절차적 사유로 사건을 끝내는 것은, 본안을 파고드는 것보다 깔끔하기 때문이다.
판사는 배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마이크로소프트를 향한 방조 청구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결국 올트먼과 브록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책임을 면했다. 판돈은 작지 않았다. 만약 머스크가 이겼다면 오픈AI 측은 최대 1,500억 달러를 비영리 재단에 반환해야 했을 수 있고, 경영진 해임이나 영리 구조 해체 명령까지 거론됐다. 머스크는 이를 본안이 아닌 기술적 사유에 불과하다며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정은 비영리의 이상이 자본의 무게에 눌려 형태를 바꾼 것이 옳았는지 그르었는지를 끝내 가리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따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확인했을 뿐이다.
09모델 증류라는 또 하나의 불씨
재판은 본래 다투려던 쟁점 밖에서 뜻밖의 불씨도 남겼다. 2026년 4월 30일 증언대에서 머스크는 xAI가 오픈AI의 모델을 활용해 자사 챗봇 그록(Grok)을 훈련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증류 기법을 썼느냐는 추궁에 그는 부분적으로 그랬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이를 업계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법정 안에서 작은 탄식이 일었다고 전해진다.
증류는 본래 섞인 액체를 끓여 원하는 성분만 뽑아내는 기술이다. 포도주를 증류해 알코올만 농축하면 브랜디가 되는 식이다. AI에서의 증류도 비슷하다. 앞서가는 기업의 초대형 고성능 모델에 질문을 던져 얻은 답을 모아 학습 데이터로 삼으면, 훨씬 작고 저렴한 모델로도 비슷한 성능을 흉내 낼 수 있다. 막대한 컴퓨팅 투자를 건너뛰는 지름길인 셈이라, 후발주자들이 즐겨 쓰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증류는 국가 간 다툼으로까지 번진 민감한 주제다. 2026년 초 오픈AI는 중국의 한 AI 기업이 자사 모델을 증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또 다른 미국 기업은 약관 위반을 이유로 경쟁사의 자사 모델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사실 경쟁사의 모델로 자기 모델을 다듬는 일은 업계에서 암묵적 관행에 가까웠다. 다만 그 문제가 미국 기업 사이에서, 그것도 법정 진술로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례적이었다. 자신은 비영리의 순수성을 명분으로 소송을 내면서, 정작 경쟁사의 결과물을 끌어다 썼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입지는 더 옹색해졌다.
10진짜 판돈은 상장이었다
소송의 시점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두 진영은 모두 2026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란히 비상장 기업가치 1, 2위를 다투는 알짜였다.
2026년 2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는 xAI를 전량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했다. 합병가치는 스페이스X 1조 달러, xAI 2,500억 달러를 더한 1조 2,500억 달러로, 단숨에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이 됐다. 이어 6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에서는 최대 1조 7,500억 달러 안팎의 몸값이 거론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 뒤를 잇는 것이 8,520억 달러의 오픈AI다.
오픈AI에게 영리법인 전환은 상장으로 가는 발판이었다. 투자 유치의 제약을 풀고 주주에게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그만큼 상장에 앞서 머스크와의 소송 위험을 털어내는 일이 절실했다. 만약 법정이 영리 전환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는 더 단단해지고 추가 자금 확보에도 속도가 붙는다.
반대편에서 머스크가 노릴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었다. xAI는 AI 분야의 후발주자였고, 머스크 자신도 현재 선두를 다투는 곳으로 다른 기업들을 먼저 꼽았다. 만약 소송에서 이겨 오픈AI의 경영진을 흔들거나 영리 구조를 되돌리게 만들 수 있었다면, 오픈AI의 상장 계획은 좌초하고 그사이 xAI는 점유율을 넓힐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5월의 평결로 그 시나리오는 무산됐고, 오픈AI의 상장 길은 오히려 활짝 열렸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이번 평결은 오픈AI의 영리 전환이 정당하다고 손들어 준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본안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따질 시기를 놓쳤다는 절차적 이유로 사건을 닫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분명하다. 상장을 가로막던 가장 큰 법적 불확실성이 걷혔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묶인 거대한 자본 구조도 그대로 유지된다. 비영리에서 출발한 연구소가 영리 기업으로 모습을 바꾸는 흐름에 제동을 거는 판례는 적어도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다. 누가 범용 인공지능을 어떤 지배 구조 아래 개발할 것인가라는 더 큰 물음은, 법정 대신 시장과 규제 당국의 몫으로 남았다.
십수 년 전, 같은 식탁에서 같은 걱정을 나누던 두 사람은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다. 비영리 오픈소스라는 창업의 이상은 수천억 달러의 자본 앞에서 형태를 바꾸었고, 법정은 그 변화의 옳고 그름 대신 따지기에 너무 늦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했다. AI 패권을 둘러싼 다툼의 무대는 이제 법정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겨 가고 있다. 두 진영의 상장이 차례로 이뤄진다면, 다음 라운드의 심판은 배심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맡게 될 것이다.
이 글은 2026년 5월 시점의 공개된 보도와 법원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본문의 기업가치·투자수익·지분율 등 수치는 비상장 기업의 추정치이거나 특정 시점의 평가액으로, 평가 주체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