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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 AI 전환

AI가 다시 쓰는 채용 시장
직무, 신입, 창업의 동시 재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 기업이 사람을 뽑는 방식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사라지는 직무와 새로 생기는 자리, 좁아진 신입의 문, 그리고 점점 작아지는 조직이라는 세 갈래의 변화를 데이터와 함께 짚는다.

2026년 5월 · 약 16분 분량

기술이 일을 바꾸면, 사람을 뽑는 기준도 따라 바뀐다. 지난 2-3년 사이 채용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다. 어떤 직무는 조용히 사라지고, 어떤 자리는 새 이름을 달고 등장하며, 신입이 들어갈 수 있는 문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 이 글은 현장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양상을 정리하고, 국내외 통계로 그 흐름이 실제로 어디까지 와 있는지 가늠해 본다.

01직무의 이름부터 바뀌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직무 이름이다. 백엔드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인공지능 엔지니어로 불리고,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자리에는 AI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직군 앞에 '에이아이 네이티브(AI Native)'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회사도 늘었다. 디자이너든 마케터든 전략가든, 일단 'AI 네이티브 OOO'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찾는다.

이름 바꾸기가 단지 유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일에 대한 기대치의 변화가 담겨 있다. 단순히 인공지능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을 넘어서, 일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사람을 원한다는 신호다. 기존의 업무는 대체로 분절되어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도 단계별로 쪼개 각 단계에 몇 시간을 투입할지 계산하고, 입력과 산출만 따져 가며 진행한다. 'AI 네이티브'라는 말에 담긴 기대는, 그 단계 사이의 시간과 수고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없앨 수 있을지를 처음부터 전제로 두고 일하는 태도다.

비유로 이해하기

'AI를 쓰는 사람'과 'AI 네이티브'의 차이. 자동차를 모는 두 사람을 떠올려 보자. 한 사람은 평소처럼 걷다가 급할 때만 차를 부른다. 다른 사람은 애초에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모든 이동을 차를 전제로 짠다. 도구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첫 번째 사람과, 도구를 '기본값으로 깔고 시작하는' 두 번째 사람의 결과물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벌어진다. 기업이 'AI 네이티브'라는 말로 찾으려는 사람은 두 번째 쪽이다.

문제는 이 정의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이 시장에 아직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개념은 공감을 얻지만, 그 개념을 체현한 인재 풀은 얇다. 그래서 채용 면접도 바뀌고 있다. 지금 당장 인공지능을 얼마나 능숙하게 쓰느냐보다, 일을 자동화 가능한 형태로 분해하고 재설계해 본 경험이 있는지, 그래서 어떤 구체적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02조용히 사라지는 자리: 프런트엔드와 주니어 코딩

수요가 가장 또렷하게 줄어든 직군은 프런트엔드 엔지니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좋은 프런트엔드 개발자는 귀해서, 경력 2-3년 차에 팀장을 맡고 이직 때 연봉이 절반씩 뛰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수요가 빠르게 식었다. 화면을 구현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 코딩 도구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변화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왔다. 한쪽에서는 디자이너가 그 영역으로 들어왔다. 원래 기본적인 마크업 지식을 가진 디자이너가, 자신이 그린 와이어프레임을 인공지능 코딩 도구로 직접 화면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코드 생성 도구가 '문서대로 구현하는' 작업 자체를 대신하게 됐다. 깊은 설계가 아니라 명세를 화면으로 바꾸는 정도의 일이라면, 사람을 거치지 않고도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은 한 나라, 한 회사의 인상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되는 흐름이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프로그래머 고용은 2023년에서 2025년 사이 약 27.5% 줄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2025년 11월 발표한 분석은 22-25세 개발자 일자리가 챗지피티(ChatGPT) 등장 이후 약 20% 감소했다고 짚었다. 채용 분석 기관들의 집계에서도 미국 주요 빅테크 15개사의 신입 채용은 1년 만에 25%, 신규 대졸 채용은 최근 3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AI 시대의 채용 위축, 주요 지표
미국 프로그래머 고용 (2023-2025) -27.5% 미국 빅테크 신규 대졸 채용 (최근 3년) -50% 미국 빅테크 15개사 신입 채용 (2023-2024) -25% 22-25세 개발자 일자리 (2022년 말 이후) -20% 막대 길이 기준: 최대 60% 척도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2025), 채용분석기관 시그널파이어(SignalFire) 등을 종합. 지표별 기준 시점과 모집단이 다르므로 직접 비교가 아닌 흐름의 방향으로 읽어야 한다.

거시 변수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금리 인상과 팬데믹 이후의 조정은 2022년 무렵부터 채용을 눌렀고, 이는 인공지능 도구가 널리 퍼지기 전이다. 다만 그 추세를 인공지능이 가속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6,200만 명의 고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약 1년 반(6개 분기) 안에 주니어 개발자 고용이 9-10% 감소한 반면 시니어 고용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시니어 한 명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과거 소규모 팀이 하던 일을 해내게 되면서, 기업은 사람을 해고하기보다 신규 채용을 조용히 멈추는 쪽을 택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은 신입 자리를 줄이는 대신 역할을 재설계했다. 신입에게 기능 구현 대신 인공지능이 만든 코드를 검토하고 통합 테스트를 짜게 하는 식이다. 반대로 2026년 신입 채용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한 대형 정보기술 기업도 있다. 장기간 운영되는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조직일수록, 미래의 시니어가 어디선가는 길러져야 한다는 이유로 신입 파이프라인을 유지한다. 직무가 사라진다기보다, 일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03새로 생기는 자리: 책임자, 문제 해결가, 그리고 토큰을 관리하는 시대

한쪽 문이 닫히는 동안 다른 문이 열린다. 최근 가장 빠르게 늘어난 임원 자리 중 하나가 최고 인공지능 책임자(CAIO, Chief AI Officer)다. 정보기술 기업 아이비엠(IBM)이 2,000여 개 조직을 조사한 결과, 이 직책을 신설한 비율이 1년 사이 26%에서 76%로 뛰었다. 같은 회사의 별도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66%가 향후 2년 안에 대부분의 회사가 이 자리를 둘 것으로 전망했다. 채용 시장 전체로 보면 인공지능·머신러닝 직무 비중은 2023년 10%에서 2025년 50%로 커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 Chief Financial Officer) 수요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시점이 맞물린 영향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경영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이제 비용은 인건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에 얼마를 투자할지, 어느 선까지 자동화를 신뢰할지, 풀었다 조였다 하는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가 새로운 재무 의사결정의 핵심이 됐다.

비유로 이해하기

'사람을 관리하던 자리'가 '토큰을 관리하는 자리'로. 과거 관리자는 인원과 시간을 배분했다. "이 일에 두 사람을 붙이고 2주를 준다"는 식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토큰(token, 모델이 글을 처리하는 최소 단위이자 사용량·비용의 단위)'을 배분한다. 수도 요금처럼, 어느 부서가 얼마만큼 쓰도록 허용할지,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쓰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정하는 일이 새 관리 업무가 된 셈이다. 실제로 일부 채용 공고는 '월 토큰 사용량 수억 건 이상'을 자격 요건처럼 내건다.

현장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떠오른 자리는 'AX 리더' 또는 '문제 해결가(Problem Solver)'로 불리는 역할이다. AX는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을 뜻한다. 이 사람은 각 팀을 돌며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 자동화하고, 비효율을 걷어낸다. 예컨대 재무팀에 가서 손이 많이 가는 수기 작업을 자동화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흥미롭게도 '개발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AX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핵심은 이미 돌아가는 업무 프로세스를 인식해 문서로 정리하고, 그것을 자동화 가능한 형태로 재설계하는 컨설팅형 사고력이다. 그래서 후보군은 대체로 세 갈래로 모인다. 문제를 구조화하는 데 익숙한 컨설턴트 출신, 기획적 사고가 강한 프로덕트 매니저, 그리고 논리적 분해 능력이 뛰어난 백엔드 엔지니어다. 여기에 직접 가벼운 코딩으로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04자동화의 역설: 사람들은 왜 협조하지 않는가

기술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자동화가 이뤄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동화 프로젝트의 성패는 그 업무를 하던 사람이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적인 역설이 있다.

한 대형 조직에서 진행된 자동화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로 끝난 사례가 있다. 원인을 따라가 보니, 자동화 대상이 된 팀이 자신들의 업무 과정을 일부러 띄엄띄엄만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악의라기보다 생존 본능에 가깝다. 자기 일을 너무 잘 자동화해 주면 자신과 동료의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협조를 주저하게 만든 것이다.

이 역설을 이해하려면 자동화의 두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사람이 매 단계에 직접 개입해야만 돌아가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와, 사람은 위에서 감독만 하고 예외 상황에서만 끼어드는 '휴먼 온 더 루프(human-on-the-loop)'다. 자동화의 목표는 보통 후자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낀 실무자는, 의도적으로 시스템이 전자에 머무르도록 — 즉 사람 없이는 작동하지 않도록 — 설계의 빈틈을 남겨 둘 수 있다.

사람의 위치에 따른 자동화 수준
휴먼 인 더 루프 사람이 루프 안에 — 매 단계 개입 AI 처리 사람 검토·승인 AI 처리 사람이 빠지면 멈춘다 휴먼 온 더 루프 사람은 루프 위에서 — 감독·예외 개입 사람 감독 예외 시만 AI 자동 반복 사람 없이도 계속 돈다
실무자가 두려움 때문에 협조를 주저하면, 시스템은 '사람이 없으면 멈추는' 왼쪽 상태에 의도적으로 머무르게 된다.

이런 저항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자기 일자리의 안전을 떠올린다. 그러니 자신의 노하우를 통째로 넘겨 달라는 요구 앞에서 본능적으로 손이 멈추는 것은 자연스럽다. 실제로 한 기업 데이터·인공지능 리더십 조사에서 응답자의 93.2%는 인공지능 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변화에 대한 저항을 꼽았다. 기술은 준비됐는데, 사람과 조직이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05일자리는 정말 줄어드는가: 숫자로 본 노동시장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큰 그림은 단순한 '감소'보다 복잡하다.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1,000개 이상의 기업을 조사해 펴낸 2025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1억 7,000만 개가 새로 생겨, 결과적으로 7,800만 개가 순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는 동시에, 전체 직무 기술의 약 40%가 바뀌고 고용주의 63%가 기술 격차를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고 짚었다.

2030년 글로벌 일자리 전망
0 60 120 180 +170 -92 +78 신규 창출 소멸 순증 2030년 전망 · 단위: 백만 개
출처: 세계경제포럼(WEF) 「일자리 미래 보고서 2025」. 총량으로는 순증이지만, 사라지는 자리와 생기는 자리가 같은 사람·같은 지역에 있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다.

총량의 순증이 위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라지는 일과 생기는 일은 대체로 다른 사람, 다른 기술, 다른 지역에 분포한다. 사무·행정 직군이 가장 큰 폭으로 줄고, 인공지능·데이터 전문직과 일부 현장 직군이 늘어나는 식이다. 가운데 끼인 사람에게 '전 세계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통계는 추상적인 위로에 그친다.

한국의 상황은 더 날카롭게 한 세대를 겨눈다. 한국은행이 2025년 10월 펴낸 이슈노트는 이 변화를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핵심 수치는 무겁다. 지난 3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21만 1,000개 가운데 20만 8,000개가 인공지능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청년 고용 감소의 거의 전부가 인공지능에 많이 노출된 분야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핵심 새 기술이 경력자를 보완하고 초심자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충격은 가장 약한 고리, 즉 막 노동시장에 들어서려는 청년에게 집중된다.

물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파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는 2030년까지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전망해 왔다. 한국은행의 또 다른 분석도 국내 근로자의 24%는 인공지능으로 생산성과 소득이 오히려 높아지는 집단에 속한다고 봤다. 동시에 27%는 대체되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한 사회 안에서 인공지능은 누군가에게는 사다리이고 누군가에게는 절벽이다.

06신입의 딜레마: 기대받는 것은 '빨리 시니어가 되는 능력'

국내 통계는 청년이 마주한 문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더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한 고용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 신입 공고는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큰 폭으로 줄었고, 정보기술·통신 업종의 신입 채용 규모 감소는 특히 가팔랐다. 대기업들도 대규모 공채 대신 필요할 때마다 뽑는 수시 채용으로 무게를 옮겼다. 인원을 늘려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줄어든 자리에서 기업이 신입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소 모순처럼 들리지만, 한마디로 '빨리 시니어가 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을 잘 쓴다는 것의 실체를 뜯어보면 이렇다. 인공지능에게 충분한 맥락을 주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건 95점인데 나머지 5점을 채우려면 이 지점을 이렇게 고쳐야 한다"고 판단해 줄 수 있는 능력. 그런데 그 판단의 눈은 본래 경력에서 나온다. 신입에게 이 눈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입사하자마자 빠르게 시니어의 시야로 올라서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

신입을 위한 세 가지 준비

이 역설적인 요구 앞에서 신입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은 대체로 세 가지로 모인다.

세 가지를 관통하는 전제는 절실함이다. 적당히 해 보고 안 되면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은 대개 끝까지 가지 못한다. 지금처럼 경쟁이 과열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07AI 시대의 인재상: 두 사람을 비교하면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를 정의하려는 시도는 자주 막힌다. 어떤 산업, 어떤 단계의 회사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을 잡기 위해, 흔히 마주치는 두 유형을 가상으로 세워 보자.

A형

구조형 시니어

30대 중반 · 8년 차 프로덕트 리드
  • 탄탄한 학력과 컨설팅·대기업 경험
  • 구조적으로 사고하고 문서로 정리
  •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합의를 끌어냄
  • 인공지능은 업무를 빠르게 하는 효율 도구
  • 헤드헌터 문의가 많고 연봉도 높음
B형

AI 네이티브 실무형

20대 후반 · 4년 차
  • 화려한 학벌이나 직함은 없음
  • 직접 만든 인공지능 워크플로우로 문제 해결
  • 혼자서 한 회사의 성장을 책임짐
  • 기획·디자인·분석·실행을 인공지능과 함께 처리
  • 결과물을 본 사람들이 먼저 영입을 제안

둘 중 누가 더 'AI 시대의 인재'인가. 채용의 관점에서 B형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과거 프런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가 모여 하던 일을 혼자 해내는 사람을 원하는 팀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처럼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에서 B형의 가치는 도드라진다.

그러나 A형을 변호할 지점도 분명하다. 인공지능에게 맥락을 주고 그럴듯한 산출물을 받아 내는 일은 점점 쉬워진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 산출물에 점수를 매기고,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다. 그 판단의 토대가 바로 구조적 사고와 문서화 능력이다. 무겁고 중요한 무언가를 오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국면이라면, 이 능력이 결과의 품질을 가른다.

핵심 인공지능이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빠른 실행 속도가 아니라, 문제를 구조로 바라보고 결과물에 점수를 매길 줄 아는 판단력이다. 속도는 도구가 채워 주지만, 무엇이 좋은지 아는 눈은 사람이 가져와야 한다.

결국 정답은 회사의 단계에 따라 갈린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하는 초기에는 B형의 추진력이 빛나고, 조직과 프로토콜이 자리 잡은 후기 단계에서는 A형의 안정감과 조율 능력이 더 멀리 간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둘의 결합이다. B형이 제로에서 무언가를 일으키고, 그 위에 A형이 합류해 운영을 떠받치는 구조다.

08고용의 형태가 바뀐다: 1인 기업, 다중 취업, 기본소득

채용이 줄면 그 압력은 고용의 형태를 바꾼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팀의 성과를 1인당 생산성이나 1인당 매출로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다. 다른 팀보다 그 수치가 낮으면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분위기는 창업자로 하여금 가능한 한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도록 사고를 몰아간다.

그 결과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하나는 프리랜서나 1인 단위로 일하는 방식의 확산이다. 미국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정규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른바 '오버임플로이드(over-employed)' 현상도 보고된다. 인공지능 도구 덕에 주어진 업무를 적은 노력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긴 변형이다. 다만 이는 다수 고용계약에서 정당한 방식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회색지대의 풍경이라는 점은 짚어 둘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1인 창업과 소규모 팀의 증가다. 정규직 채용 정원이 줄어들면, 적지 않은 사람이 조직 안에서 자리를 찾기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쪽으로 향한다. 정부가 청년을 창업으로 유도하는 정책도 이 흐름을 거든다. 다만 기대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거대 기업이 시장 파이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지금, 새로 시작하는 1인 창업이 노릴 수 있는 몫은 과거의 대박형 창업보다 자영업에 가까운 규모인 경우가 많다. 여러 작은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시장 반응을 보며 키우거나 접는, 가볍고 분산된 형태의 사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자리 충격이 누적되면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번진다.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아낀 기업이 늘수록 실업자가 늘고, 그러면 국가는 줄어든 세수를 메우기 위해 법인세 등으로 다시 기업에 부담을 지운다. 비용을 줄인 자리에 다른 비용이 들어서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같은 제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논의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인공지능 기업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만든 이익이 소수에게 쏠릴 경우를 대비한 재분배 정책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왔다.

사실 확인

기본소득 실험은 '대실패'가 아니었다. 한 인공지능 기업 경영자가 후원한 대규모 기본소득 실험(미국 텍사스·일리노이, 21-40세, 3년간 월 1,000달러를 1,000명에게 지급하고 2,000명에게 월 50달러를 지급한 대조군 비교)의 결과는 2024년 7월 공개됐다. 흔히 '실패했다'고 회자되지만, 실제 결과는 더 복합적이다. 수령자들은 받은 돈을 주로 생계에 썼고, 노동시간은 소폭 줄었으나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렀으며, 무엇보다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율감이 높아져 창업을 시도하거나 더 독립적인 일을 택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경향이 늘었다. 성패를 단정하기 어려운, 양면을 모두 보여 준 실험이었다.


09맺으며: 구조적 변화 앞에서

지금의 채용 시장 변화는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온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고, 그 충격이 청년과 초심자에게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는 사실도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내 일을 어떻게 바꿀까, 나는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면, 그 고민 자체가 변화에 적응하려는 사람의 표지다. 많은 이들은 그런 질문을 아예 던지지 않는다. 직무의 이름이 바뀌고 자리가 옮겨 가는 와중에도, 문제를 발견하고 도구를 빠르게 자기 일에 통합하며 결과로 증명하는 태도는 어느 시대에나 기회를 만든다. 변한 것은 그 태도를 요구하는 속도이지, 태도의 본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