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 지정학 · 에너지
2026년 미국·이란 전쟁: 역사·전개·전망
한 세대 만에 가장 큰 중동 충돌의 뿌리부터 2026년 전쟁의 전개, 그리고 엇갈리는 전망까지를 차례로 정리한다.
2026년 봄, 중동은 한 세대 만에 가장 큰 군사 충돌의 한가운데에 놓였다. 1월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미국은 두 달 뒤인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향해 대규모 합동 공습을 개시했다. 개전 첫 시간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맞섰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압도했지만, 봄이 끝나갈 무렵에도 전쟁은 깔끔하게 닫히지 않았다.
이 충돌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한 가지 사실을 먼저 짚어야 한다. 이번 전쟁은 갑자기 터진 사건이 아니라, 이란이라는 나라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외세·혁명·고립을 거치며 쌓아 온 긴 맥락 위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아래 타임라인은 2026년의 주요 분기점이며, 본문은 그 배경과 의미를 차례로 풀어 간다.
01이란이라는 나라: 흔한 오해부터
이란을 아랍 국가로 여기는 오해가 흔하다. 그러나 이란은 아랍어가 아니라 페르시아어(파르시)를 쓰고, 민족적으로도 아랍계가 아니라 인도-유럽어 계통의 페르시아계다. 종교는 같은 이슬람이되, 대다수 아랍 국가가 순니파인 것과 달리 이란은 시아파가 주류다.
시아파와 순니파의 갈림은 예언자 무함마드 사후 누가 정당한 후계자인가를 둘러싼 분열에서 비롯됐다.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통을 잇는 가계만을 정통 후계로 인정한다. 16세기 사파비 왕조가 시아파를 국교로 삼으면서, 이란은 주변 순니파 세계와 구별되는 독자적 정체성을 굳혔다.
같은 이슬람이라는 이유로 이란과 아랍을 한 묶음으로 보는 것은, 같은 기독교라는 이유로 그리스 정교회 국가와 개신교 국가를 하나로 묶는 것과 비슷하다. 언어도, 민족도, 교파도 서로 다르다.
02왕정에서 신정으로
근대 들어 이란은 영국과 러시아가 세력을 다투는 각축장이 됐고, 그 와중에 발견된 석유는 이란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외세 개입의 빌미가 됐다. 1951년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가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자, 1953년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공작을 통해 그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팔라비 국왕에게 실권을 넘겼다. 미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이 깊이 관여한 이 사건은 이후 이란 사회에 반서방 정서의 뿌리로 남았다.
팔라비 시절의 이란은 세속적이고 친서방적인 국가였다. 여성이 히잡 없이 서구식 복장을 하던 시절의 사진이 남아 있을 만큼 사회 분위기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비밀경찰을 동원한 탄압과 언론 통제가 누적되면서 불만이 쌓였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졌다. 호메이니가 이끄는 신정 체제가 들어서며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는 등 사회는 빠르게 경직됐다. 오늘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이때 태어났다.
03우방에서 숙적으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팔라비 왕정 시절 이란은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유지한 몇 안 되는 이슬람 국가였다. 1979년 혁명이 그 관계를 정반대로 뒤집었다. 새 정권은 이스라엘을 적으로 규정했고, 양국 관계는 이후 줄곧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만 이란은 직접적인 전면전 대신 프록시, 곧 무장 대리 세력을 통한 간접 대결을 택해 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 지구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통해 이란은 자국 영토를 직접 노출하지 않고도 중동 전역에 영향력을 투사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면 작전으로 하마스를 밀어붙였고, 2024년에는 헤즈볼라가 쓰던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를 동시에 폭발시키는 공급망 공격과 지도부 제거로 프록시망을 크게 약화시켰다. 두 조직이 동시에 무력화되면서, 이란이 동원할 수 있는 간접 수단은 눈에 띄게 줄었다.
042025년 6월: 12일 전쟁
본격적인 군사 충돌의 전초는 2025년 6월에 있었다. 이스라엘은 '떠오르는 사자(Rising Lion)' 작전으로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공습했고, 미국도 가세하면서 약 12일간의 공중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방공망과 핵 프로그램이 크게 훼손됐고 지휘부와 핵 과학자 다수가 피해를 입었다. 이때의 손상이 이듬해 더 큰 공습의 발판이 됐다.
그사이 미국과 이란은 핵 협상을 이어 갔다.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겠다는 제안과, 이에 응하는 듯한 이란의 태도가 오갔다. 그러나 협상은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고, 양측은 점점 더 강경한 자리로 물러섰다.
052026년 2월 28일: 합동 공습
2026년 2월 28일 토요일, 미국('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과 이스라엘('포효하는 사자'Operation Roaring Lion)이 약 12시간에 걸쳐 900차례에 가까운 합동 타격을 가했다. 표적은 미사일 전력, 방공망, 군 인프라, 그리고 지도부였다. 이는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정권의 핵심을 노린 참수(斬首) 작전이었다.
개전 첫 시간에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6)가 사망했고, 약 40명의 고위 인사가 함께 제거됐다. 다만 군사 시설만 정밀하게 맞은 것은 아니었다. 반다르아바스 인근 미나브에서는 해군기지에 인접한 여학교가 미사일에 피격되어 약 170명이 숨지는 등 민간 피해도 컸다.
이란은 이튿날 임시지도위원회를 구성했고, 하메네이의 아들 모스타바 하메네이(56)가 후계 최고지도자로 지명됐다. 그는 시위 진압을 담당했던 강경 인물로 알려졌으며, 이후 미국 측은 그가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신체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아버지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이란 정권은 오랜 시위 진압으로 비판받아 왔다. 인권단체들은 2009년·2022년, 그리고 2026년 1월에 이르는 거듭된 진압 과정에서 누적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단일 사건에서 약 3만 명이 사망했다는 식의 주장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06이란의 보복과 호르무즈 봉쇄
이란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진실한 약속 IV'True Promise IV). 48시간 안에 바레인·요르단·쿠웨이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라크 등 7개국에 걸친 미군 기지와 시설을 미사일·드론으로 타격했다. 미국은 대부분을 요격했으며 항공모함은 끝내 피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분석가는 미군 기지 27곳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이란이 꺼낸 가장 강력한 카드는 따로 있었다. 3월 4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기뢰 부설, 선박 나포,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의 고속정 무리 운용 등을 동원한 봉쇄였다. 3월 10일 무렵까지 하루 약 670만 배럴(bpd, barrels per day)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봉쇄가 가능한 이유는 이란이 미국과의 정면 군사력 격차를 메우기 위해 오랫동안 키워 온 비대칭 전력에 있다. 값싼 드론, 고속정, 기뢰, 이동식 미사일처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무기들이다. 아래 모식도는 좁은 통항로에 이 위협이 어떻게 집중되는지를 보여 준다.
07봉쇄를 풀기 어려운 이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봉쇄를 좀처럼 풀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란 무기의 위력 자체보다, 그 수가 워낙 많고 넓은 지역에 분산·은닉돼 있다는 점이 본질이다. 표적을 하나하나 찾아 없애는 일이 군사력 격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 지형.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9 km이지만,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수로는 약 10 km, 실제 항로는 입·출항 각 약 3 km에 불과하다. 이란으로서는 유조선의 항로를 사실상 손바닥 보듯 파악할 수 있다.
- 보험. 위험이 커지면 보험사는 해당 항로를 전쟁위험지역으로 지정해 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면 선사는 감당하기 힘든 보험료를 내거나 운항 자체를 포기한다. 군이 호위해도 수천 척을 일일이 지키기는 어렵다.
- 기뢰. 이란은 5천 발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어선이나 소형 보트에서도 살포할 수 있고, 수심 50 m 깊이에 계류해 위성으로도 찾기 어렵다. 일단 깔린 기뢰를 제거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 미사일 도시. 이란은 자그로스 산맥의 터널과 지하 네트워크에 미사일의 저장·조립·발사 시설을 숨겨 두었고, 트럭형 이동식 발사대를 함께 운용한다. 산 뒤·지하·이동이라는 세 겹 때문에 추적과 제거가 매우 어렵다. 이 지하 요새화에 북한의 기술이 이전됐다는 관측도 있다.
2만-5만 달러짜리 자폭 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한 발당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 미사일을 쏘아야 한다면, 방어하는 쪽이 훨씬 빨리 지친다. 적은 비용의 무기로 상대의 값비싼 방어 자산을 빠르게 소모시키는 구조, 이것이 비대칭 전력의 핵심이다. 봉쇄를 완전히 풀려면 해상의 기뢰·드론만이 아니라 내륙에 분산된 수천 개의 발사 거점까지 함께 제거해야 한다.
08세계 경제, 그리고 한국
호르무즈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 곧 하루 약 2,000만 배럴이 이 좁은 길목을 지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기준으로 연 6천억 달러에 이르는 에너지 교역의 통로다. 여기에 비료의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와 유황, 그리고 비료 공급의 상당 부분도 함께 통과한다. 따라서 봉쇄는 운송비 상승과 물가 자극을 넘어 세계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전 세계 원유 비중
시장에서 이탈한 물량
원유 수입 의존
한국은 특히 취약하다.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약 100일분의 비축유가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정유 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어 다른 산지로 갑자기 바꾸면 경제성과 운송비에서 불리하다. 봉쇄가 길어지면 물가와 제조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홍해 입구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동시에 위협할 경우다. 두 길목이 함께 막히면 아시아-유럽 해상 물류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고, 운송 기간이 약 18일 이상 늘면서 물류비가 폭등할 위험이 있다.
09두 갈래 전망
이번 전쟁의 앞날을 두고 분석가들의 전망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하나는 전쟁이 장기화된다는 비관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짧게 끝난다는 낙관론이다.
비관론 — 단계적 확전의 위험
비관론은 군사적 우세가 오히려 더 위험한 정치적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핵심 논리는 충돌이 단계를 밟아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밀 타격으로 전술적 성공을 거두더라도, 정작 원했던 목표인 핵물질은 손에 넣지 못한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1단계의 정밀 타격은 지상의 시설을 부수는 데는 성공하지만, 여러 곳으로 흩어져 숨겨진 핵물질의 위치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략적 실패가 또렷해진다. 그러면 2단계로 지도부를 제거해 더 협조적인 정권을 세우려는 유혹이 생긴다. 그러나 이 시도는 흔히 역효과를 부른다.
권위주의 정권은 한 사람을 정점에 올린 탑이라기보다, 군부와 정보기관과 종교 조직이 겹겹이 얽힌 그물에 가깝다. 매듭 하나를 끊어도 그물은 곧 다른 매듭으로 무게를 옮긴다. 게다가 새 지도자는 보복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타격은 오히려 보복과 핵개발의 동기를 키우는 역설로 이어진다.
3단계는 핵물질을 찾기 위해 지상군 투입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시작된다. 그 순간 전쟁의 성격이 공습 중심의 제한전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 소모전으로 바뀐다. 이란은 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역내 미군 기지와 걸프 국가들을 직접 압박하고, 관광·민간 인프라까지 겨냥해 미국과 역내 국가들의 신뢰를 흔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 — 제한된 목표, 짧은 전쟁
반대편의 낙관론은 세 가지 근거를 든다. 첫째, 군사적 압도다. 방공망·드론·미사일·해군 전력이 심각하게 약화되면서 미국이 제공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둘째, 목표의 제한이다. 이번 작전은 이라크전처럼 대규모 점령과 국가 재건을 노린 전쟁이 아니라, 미국을 위협할 군사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범위를 한정했으므로 길어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셋째, 내부 변화의 가능성이다.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그동안 억눌렸던 반정부 운동에 힘을 실어 정권이 예상보다 빨리 흔들릴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두 진영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약점이 하나 있다. 공군력만으로 전쟁을 끝낸 전례는 역사에 드물다는 점이다. 봉쇄 해제와 핵물질 문제를 지상군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낙관론자도 쉽게 반박하지 못한다.
군사적 우세가 곧 정치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이것이 이번 충돌이 남긴 가장 무거운 교훈이다.
10강대국의 셈법
이 위기는 미국의 경쟁국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읽힌다. 러시아는 유가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에너지 가격이 뛰면 서방의 제재 효과는 무력해진다. 미국의 관심과 자원이 중동으로 쏠리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분산된다. 이란에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거론된다.
중국의 계산도 비슷하다. 미국이 중동의 수렁에 묶여 있는 동안 동아시아에서의 견제력은 약해진다. 실제로 한반도에 배치돼 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했다. 중동에서의 소모전이 길어질수록 동아시아의 미군 전력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
11지금, 그리고 앞으로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조건부 휴전이 선언됐다. 5월 초에는 미국 측이 '에픽 퓨리' 작전은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쟁이 깔끔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어지고 있고, 해협을 둘러싼 산발적 교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전투 작전과는 별개로 상선을 호위하기 위한 방어적 작전('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가동하며 해협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봉쇄를 완전히 풀고, 흩어진 핵물질의 소재를 파악한다는 두 가지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은 모든 선박을 일률적으로 막기보다, 미국과 그 우방의 유조선을 선별해 압박하는 방식으로 동맹의 결속에 균열을 내려 할 수 있다.
결국 휴전이 유지될지, 다시 격화될지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하나는 아버지를 잃은 새 최고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중국이 이 충돌을 어디까지 이용하느냐다. 분명한 것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지도부를 제거하고 시설을 부수는 일과, 그 뒤에 안정적인 질서를 세우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2026년의 중동은 그 간극을 가장 비싼 값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 글은 공개된 사실관계와 분석을 바탕으로 사건의 배경과 쟁점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전개와 수치는 추후 갱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