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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EMS의 경제급전: 최소 비용으로 전력을 배분하는 원리

수십 대의 발전기에 출력을 어떻게 나눠 주어야 가장 싸게 전기를 만들 수 있는가. 전력 운영의 심장부에서 1초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최적화 문제를 처음부터 풀어 본다.

2026년 5월 26일 전력계통 · 전력시장 읽는 데 약 22분

전기는 저장이 거의 불가능한 상품이다. 발전기가 만들어 낸 전력은 같은 순간에 누군가가 소비해야 한다. 그래서 전력계통 운영자는 매 순간 "지금 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어느 발전기를 얼마나 돌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발전기는 종류도, 연료도, 효율도 제각각이다. 같은 1킬로와트시(kWh, 킬로와트시)를 만드는 비용이 원자력은 수십 원, 석탄은 그 몇 배, 가스는 또 그 위, 양수발전은 상황에 따라 더 비싸다. 이 이질적인 발전기들에 출력을 배분하는 일은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명백한 최적화 문제다.

이 결정을 자동으로, 그것도 수 분 단위로 반복해서 내리는 두뇌가 바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그 안에서 "총 발전 비용을 최소로 하면서 수요를 정확히 맞추는 출력 조합"을 찾아내는 기능이 경제급전(經濟給電, Economic Dispatch)이다. 이 글은 경제급전이 정확히 어떤 문제를 푸는지, 그 해법이 왜 그토록 우아한지, 그리고 송전 손실과 송전 혼잡, 재생에너지라는 현실이 그 우아함을 어떻게 비틀어 놓는지를 단계별로 풀어 본다.


1EMS라는 두뇌, 그 안의 경제급전

경제급전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이 EMS라는 더 큰 체계의 한 부품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력계통 운영자(한국에서는 전력거래소, KPX, Korea Power Exchange)는 발전기를 직접 손으로 켜고 끄지 않는다. 현장의 측정값을 받아 계통의 현재 상태를 추정하고, 그 상태가 안전한지 점검한 뒤, 가장 경제적인 운전점을 계산해 발전기로 지령을 내린다. 이 일련의 작업이 EMS 안에서 계층적으로 일어난다.

시간 척도 현장 계측 · SCADA 전압 · 전류 · 조류 · 차단기 상태 수집 초 단위 상태추정 (State Estimation) 측정 오차를 걸러 계통의 참값 모델 산출 안전도 평가 (Contingency Analysis) 고장 상정(N-1) 시 선로 과부하 점검 경제급전 · 최적조류계산 (ED · OPF) 최소 비용 출력 조합 계산 → 발전기 기준점 결정 수 분 단위 자동발전제어 (AGC) 기준점 근처의 실시간 미세 오차 보정 수 초 단위
EMS의 기능 계층. 현장 데이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점점 추상화되고, 경제급전은 "안전이 확인된 계통 모델 위에서 가장 싼 운전점을 찾는" 단계에 위치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갱신 주기가 짧아진다.

핵심은 순서다. 경제급전은 가장 싼 발전기를 무작정 최대로 돌리는 기능이 아니다. 먼저 상태추정으로 계통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그리고, 안전도 평가로 "어떤 발전기를 더 돌렸을 때 특정 송전선이 과부하되지 않는가"를 확인한 다음에야, 그 안전 한계 안에서 비용을 최소화한다. 즉 경제성은 항상 안전성 다음이다. 이 우선순위가 뒤에서 다룰 보안제약 경제급전(SCED)의 출발점이 된다.

◆ 비유로 이해하기

경제급전을 합창단 지휘자에 비유할 수 있다. 단원(발전기)마다 목소리 크기를 키우는 데 드는 '체력 소모'(비용)가 다르다. 지휘자는 전체 합창의 음량(수요)을 정확히 맞추되, 단원들의 총 체력 소모가 가장 적도록 누구에게 얼마나 크게 부르라고 지시한다. 다만 어떤 단원이 너무 크게 부르면 옆 사람 마이크가 깨질 수 있다면(송전 한계), 음량을 맞추기 전에 그 제약부터 지켜야 한다.


2문제를 수식으로 적기

경제급전은 깔끔하게 정의되는 제약 최적화 문제다. N대의 발전기가 있고, i번 발전기의 출력을 Pi라 하자. 우리가 최소화하려는 것은 모든 발전기의 연료비 합계다.

최소화   FT = ∑i=1N Fi(Pi) 총 발전 비용 (원/시간)

여기서 Fi(Pi)는 i번 발전기를 출력 Pi로 돌릴 때 시간당 드는 연료비다. 이 최소화는 두 가지 제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만들어 낸 전력의 총합은 수요(PD)와 같아야 한다. 전기는 저장이 안 되므로 이 등식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우선 송전 손실은 무시한다).

i=1N Pi = PD 수급 균형 제약 (등식)

둘째, 각 발전기는 물리적으로 낼 수 있는 출력 범위가 정해져 있다. 보일러 최소 안정 출력이 있고, 정격을 넘길 수도 없다.

Pi,minPiPi,max   (i = 1, …, N) 발전 출력 한계 제약 (부등식)

이 세 줄이 경제급전의 전부다. 목적함수 한 줄, 등식 제약 한 줄, 부등식 제약 한 줄. 단순해 보이지만, 이 문제의 해가 갖는 구조가 전력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까지 설명한다는 점에서 놀랄 만큼 깊다.

2.1 비용 함수는 어디서 오는가

발전기의 연료비 함수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출발점은 열소비율(heat rate)이다. 열소비율은 전력 1단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 열량으로, 발전기 효율의 역수에 해당한다. 발전기는 효율이 좋은 출력 구간이 따로 있어서, 너무 낮게 돌려도 너무 높게 돌려도 효율이 떨어진다. 그 결과 출력 대비 연료비 곡선은 아래로 볼록한(convex) 형태를 띤다. 실무에서는 이를 2차 다항식으로 근사하는 것이 표준이다.

Fi(Pi) = ai + bi Pi + ci Pi2 ai: 고정비 항 · bi: 선형 항 · ci: 2차 항 (> 0)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곡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울기다. 출력을 1단위 더 늘릴 때 비용이 얼마나 더 드는가, 이것을 증분비용(增分費用, incremental cost) 또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라 부른다. 2차 함수를 미분하면 증분비용은 출력에 대해 선형으로 증가한다.

증분비용 = dFi / dPi = bi + 2ci Pi 출력이 커질수록 한 단위 추가 비용도 커진다
연료비 곡선 (볼록) P F(P) 기울기 = 증분비용 증분비용 곡선 (선형 증가) P dF/dP bi (절편) 기울기 2ci
왼쪽 연료비 곡선의 '기울기'가 오른쪽 증분비용이다. 볼록한 비용 곡선을 미분하면 우상향하는 직선이 된다. 경제급전의 모든 논리는 이 오른쪽 그래프 위에서 펼쳐진다.

실제 발전기는 이보다 복잡하다. 증기 밸브가 열리는 지점마다 효율이 튀는 밸브점 효과(valve-point effect)로 비용 곡선에 잔물결이 생기고, 송전 손실까지 고려하면 곡선이 매끄럽지 않다. 하지만 2차 함수 근사는 직관과 계산 효율 사이에서 균형이 좋아 교과서와 많은 실무 모델의 기본형으로 자리 잡았다.

◆ 비유로 이해하기

증분비용은 '한 잔 더의 가격'이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더 내릴 때 드는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된다. 가게 임대료(고정비)는 한 잔 더 판다고 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원두와 전기 같은 '한 잔 더에 드는 돈'이다. 발전기도 똑같다. 이미 켜져 있는 발전기에 출력을 조금 더 요구할 때의 추가 연료비, 이것이 급전 결정의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된다.


3핵심 결과: 등증분비용 원리

이제 문제를 풀 차례다. 등식 제약이 있는 최소화 문제는 라그랑주 승수법(Lagrange multiplier)으로 다룬다. 목적함수에서 제약을 뺀 라그랑주 함수를 세운다(부등식 한계는 잠시 비활성이라 가정).

L = ∑i Fi(Pi) − λ ( ∑i PiPD ) λ (람다): 수급 균형 제약에 붙는 라그랑주 승수

최적점에서는 각 발전기 출력에 대한 편미분이 0이어야 한다. Pi로 미분하면 다음을 얻는다.

L/∂Pi = dFi/dPiλ = 0   ⟹   dFi/dPi = λ 모든 발전기 i에 대해 성립

여기서 경제급전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 나온다. 최적 급전에서는 모든 발전기의 증분비용이 같은 값 λ로 일치한다. 이것이 등증분비용 원리(equal incremental cost criterion)다. 비싼 발전기든 싼 발전기든, 한계에 걸리지 않은 발전기라면 모두 "한 단위 더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운전한다.

▲ 핵심 정리

왜 증분비용이 같아야 최적인가. 만약 A 발전기의 증분비용이 B보다 싸다면, A를 조금 더 돌리고 B를 그만큼 줄이면 수요는 그대로인데 총비용이 줄어든다. 이런 조정이 가능한 한 계속 비용을 깎을 수 있으므로, 더 이상 깎을 수 없는 지점은 모든 증분비용이 같아진 순간뿐이다. 그 공통값이 곧 λ이고, 이는 "수요를 1단위 더 충족시키는 데 드는 계통 전체의 한계비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λ가 단순한 계산상의 매개변수가 아니라는 점이 결정적이다. 라그랑주 승수는 제약을 한 단위 완화했을 때 목적함수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알려 준다. 즉 λ는 "수요가 1MW 늘면 총 발전비가 얼마 오르는가"를 가리키는 계통 한계가격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것이 전력시장의 도매가격으로 직결된다.

두 발전기에 대한 등증분비용 배분 발전기 1 출력 → ← 발전기 2 출력 가로축 전체 길이 = 총수요 PD IC₁ (싼 발전기, 완만) IC₂ (비싼 발전기, 가파름) λ P₁ (크게) P₂ (작게)
고전적 도해. 두 발전기의 증분비용 곡선을 마주 보게 그리면, 가로축 전체가 총수요다. 두 곡선이 만나는 높이가 계통 한계가격 λ이고, 그 교점이 만드는 수직선이 출력을 나눈다. 증분비용이 완만한(싼) 발전기가 더 많은 몫을 맡는다.

이 그림이 경제급전의 직관을 압축한다. 싼 발전기일수록 증분비용 곡선이 완만해서, 같은 λ 높이에 도달하려면 더 많이 돌려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싼 발전기가 더 큰 몫을 맡는다. 가격순으로 발전기를 줄 세우는 이른바 급전순위(merit order)는 이 원리의 결과물일 뿐, 출발점이 아니다.


4실제로 푸는 법: 람다 반복법

원리는 알았으니 계산기로 옮길 차례다. 등증분비용 조건과 2차 비용 함수를 연립하면, 어떤 λ 값에 대해 각 발전기의 출력을 곧바로 풀 수 있다. dF/dP = b + 2cP = λP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i = ( λbi ) / ( 2ci ) 주어진 λ에 대한 i번 발전기의 최적 출력

이제 전략이 보인다. λ를 하나 가정하면 모든 Pi가 정해지고, 그것들을 더한 총출력을 수요와 비교한다. 총출력이 수요보다 작으면 λ를 올리고, 크면 내린다. 이 과정을 균형이 맞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람다 반복법(lambda iteration)이다.

λ 초기값 가정 각 발전기 출력 계산 Pᵢ = (λ − bᵢ)/(2cᵢ), 한계로 클램프 총출력 ΣPᵢ 합산 오차 ΔP = P_D − ΣPᵢ |ΔP| < ε ? 수렴했는가 λ 보정 부족→↑ / 초과→↓ 최적 급전 확정 λ* 와 {Pᵢ*} 출력 아니오
람다 반복법의 흐름. λ 하나만 조절하면 N대의 발전기 출력이 일제히 따라 움직이므로, 다차원 문제가 사실상 1차원 탐색으로 환원된다. 보정에는 이분법이나 뉴턴법을 쓴다.

이 방법의 우아함은 차원 축소에 있다. 발전기가 100대라면 100개의 출력을 동시에 조절해야 할 것 같지만, 등증분비용 조건 덕분에 실제로 조절할 변수는 단 하나, λ뿐이다. λ를 올리고 내리는 1차원 탐색만으로 100차원 최적해를 찾는다. 총출력은 λ에 대해 단조 증가하므로 이분법(bisection)이 확실히 수렴하고, 더 빠르게는 뉴턴법을 쓴다.

4.1 출력 한계가 걸릴 때

현실에서는 어떤 발전기가 계산된 출력이 최대치를 넘거나 최소치 밑으로 내려가는 일이 흔하다. 이때는 그 발전기를 한계값에 고정하고(클램프), 나머지 발전기들끼리만 다시 등증분비용을 맞춘다. 이 처리를 엄밀하게 정당화하는 것이 카루시-쿤-터커(KKT, Karush-Kuhn-Tucker) 최적성 조건이다. 결론만 말하면 다음과 같다.

◆ 비유로 이해하기

여러 개의 물탱크를 호스로 연결하고 한쪽에서 물을 채운다고 하자. 수면(λ)은 어디서나 같은 높이로 맞춰진다. 그런데 어떤 탱크는 천장이 낮아서 수면이 천장에 막힌다(최대 출력 도달). 그 탱크는 더 채워지지 못한 채 가득 차 있고, 나머지 탱크들끼리만 같은 수면 높이를 유지한다. 한계에 걸린 발전기를 클램프하는 처리가 바로 이 장면이다.

4.2 숫자로 보는 한 사례

발전기 두 대를 생각하자(계수는 원리를 보기 위한 예시 값이다). 비용 함수가 각각 F₁ = 0.008P₁² + 7P₁, F₂ = 0.012P₂² + 6P₂(원/시간, P는 MW)이고 총수요가 600MW라 하자. 증분비용을 같게 놓으면 0.016P₁ + 7 = 0.024P₂ + 6 = λ이고, 여기에 P₁ + P₂ = 600을 연립한다. 정리하면 0.04P₁ = 13.4이 되어 P1 = 335MW, P2 = 265MW, 공통 증분비용 λ = 12.36(원/시간을 MW로 미분한 값, 즉 원/MWh)이 나온다. 눈여겨볼 대목은 2번 발전기가 선형 항(b)이 더 싼데도 더 작은 몫을 맡는다는 점이다. 2차 항(c)이 가팔라 출력을 올릴수록 증분비용이 빠르게 치솟기 때문이다. 반대로 1번 발전기는 2차 항이 완만해 같은 λ 높이까지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급전의 몫은 출발 가격이 아니라 '증분비용의 기울기'가 가른다. 발전기가 수십, 수백 대로 늘어도 풀이의 뼈대는 똑같다.


5현실의 비틀림 1: 송전 손실

지금까지는 발전한 전력이 손실 없이 수요에 도달한다고 가정했다. 실제 송전선에는 저항이 있어 전력의 일부가 열로 사라진다. 손실은 보통 수요의 2~5% 수준이지만, 발전기마다 수요까지의 전기적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급전 결정에 무시 못 할 영향을 준다. 멀리 있는 싼 발전기를 풀가동하면 연료비는 싸도 송전 손실로 새어 나가는 전력이 많아, 결과적으로 손해일 수 있다.

손실을 반영하면 수급 균형 제약이 바뀐다. 발전 총합이 수요뿐 아니라 손실(Ploss)까지 감당해야 한다.

i Pi = PD + Ploss Ploss는 모든 발전기 출력의 함수다

손실이 발전기 출력에 의존하므로 라그랑주 함수를 다시 미분하면 항이 하나 더 붙는다. 결과는 협조방정식(coordination equation)이라 부르는 다음 형태다.

dFi/dPi + λ · ∂Ploss/∂Pi = λ 증분 송전 손실(ITL)을 반영한 최적 조건

여기서 ∂Ploss/∂Pii번 발전기를 1단위 더 돌릴 때 손실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증분 송전 손실(ITL, Incremental Transmission Loss)이다. 이 식을 정리하면 더 직관적인 형태가 된다.

Li · dFi/dPi = λ ,   여기서   Li = 1 / ( 1 − ∂Ploss/∂Pi ) Li: 페널티 팩터 (penalty factor)

손실 없는 세계의 "모든 증분비용이 같다"가, 손실이 있으면 "페널티 팩터를 곱한 증분비용이 같다"로 일반화된다. 페널티 팩터는 손실의 영향을 발전기별로 보정하는 가중치다. 손실을 늘리는 발전기(주로 수요에서 먼 발전기)는 페널티 팩터가 1보다 커서, 같은 λ를 맞추려면 증분비용이 더 낮아야, 즉 출력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수요 근처의 발전기는 손실을 거의 늘리지 않아 우대받는다.

같은 연료비라도 위치가 다르면 대우가 다르다 수요 부하 중심 근거리 발전기 Lᵢ ≈ 1.0 (우대) 짧은 선로 · 손실 적음 원거리 발전기 Lᵢ > 1 (불리) 긴 선로 · 손실 큼 손실(열)
연료비가 똑같은 두 발전기라도, 수요에서 먼 발전기는 페널티 팩터가 커져 급전에서 불리해진다. 경제급전이 단순한 연료비 순위가 아니라 '위치까지 반영한 실효 비용 순위'인 이유다.

5.1 손실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B-계수

매 계산마다 전체 조류해석을 돌려 손실을 구하면 너무 느리다. 그래서 고전적으로는 손실을 발전기 출력의 2차식으로 근사하는 손실 공식을 쓴다. 1950년대에 제안된 크론(Kron)의 손실 공식이 대표적이며, 그 계수를 B-계수(B-coefficients)라 부른다.

Ploss = ∑ij Pi Bij Pj  (+ 1차·상수항) 크론 손실 공식 — 손실을 출력의 2차형식으로 근사

이 근사 덕분에 페널티 팩터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어 람다 반복법에 그대로 끼워 넣을 수 있다. 다만 B-계수는 계통 상태에 따라 변하므로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고, 현대 EMS에서는 손실 근사 대신 최적조류계산(OPF)이 송전 방정식을 직접 다루는 방향으로 이동해 왔다. 그럼에도 페널티 팩터라는 개념 자체는 여전히 손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핵심 도구다.


6경제급전의 위아래: 단위기동정지와 자동발전제어

경제급전은 "켜져 있는 발전기들에 출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푼다. 그런데 애초에 어떤 발전기를 켤지는 누가 정하는가. 그리고 수 분마다 계산한 출력 지령과 초 단위로 흔들리는 실제 수요 사이의 틈은 무엇이 메우는가. 경제급전 위로는 단위기동정지가, 아래로는 자동발전제어가 있다. 세 기능이 서로 다른 시간 척도에서 맞물려 돈다.

단위기동정지 (UC, Unit Commitment)

하루 전(day-ahead) 또는 몇 시간 단위로, 어떤 발전기를 켜고 끌지를 결정한다. 발전기를 켜는 데는 기동 비용이 들고, 한번 켜면 최소 운전 시간 동안은 꺼서는 안 되며, 끄면 최소 정지 시간을 지켜야 한다. 이런 켜고/끄는 이진 결정과 시간적 제약이 섞이기 때문에 단위기동정지는 혼합정수계획(MILP, Mixed-Integer Linear Programming) 문제가 된다. 경제급전보다 훨씬 무거운 계산이다.

경제급전 (ED, Economic Dispatch)

단위기동정지가 결정한 "켜진 발전기 집합"을 받아, 그 안에서 연속적인 출력 배분을 푼다. 수 분 단위로 자주 갱신되며, 송전 제약을 더하면 보안제약 경제급전(SCED)으로 확장된다.

자동발전제어 (AGC, Automatic Generation Control)

경제급전이 정한 기준점(base point) 주위에서, 초 단위로 들어오는 미세한 수요 변동과 주파수 오차를 실시간 보정한다. 어느 발전기가 얼마씩 보정을 분담할지는 참여 계수(participation factor)로 정해지며, 이 계수 역시 경제성을 반영한다. 자동발전제어는 새로 최적화를 풀지 않고, 경제급전이 그려 준 운전점을 미세 조정할 뿐이다.

시간 척도로 본 운영 계층 1초 10초 수 분 1시간 하루 관성·거버너 (1초 이내) 자동발전제어 AGC 경제급전 ED · SCED 단위기동정지 UC
가장 빠른 관성·거버너 응답부터 가장 느린 하루 전 단위기동정지까지. 경제급전은 그 중간에서 "수 분마다 가장 싼 운전점을 다시 그리는" 역할을 한다. 위층이 큰 그림을 정하고, 아래층이 그 안의 빈틈을 실시간으로 메운다.
▲ 핵심 정리

단위기동정지가 "오늘 무대에 누구를 세울지"를 정하면, 경제급전은 "무대에 선 출연자에게 분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고, 자동발전제어는 "공연 중 실시간으로 음향을 미세 조정"한다. 세 결정이 시간 척도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목표(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급)를 향한다.


7현실의 비틀림 2: 송전 제약과 보안제약 경제급전

1장에서 경제성은 안전성 다음이라 했다. 그 약속을 지키는 단계가 보안제약 경제급전(SCED, Security-Constrained Economic Dispatch)이다. 송전선에는 흘릴 수 있는 전력의 한계가 있다. 한계를 넘기면 선로가 과열되고, 보호장치가 동작해 정전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경제급전은 단순 수급 균형뿐 아니라 모든 송전선의 조류가 한계 이내여야 한다는 제약을 추가로 지켜야 한다.

| f(P) | ≤ f,max   (모든 송전선 ) 선로 조류는 발전기 출력 조합 P의 함수다

선로 조류는 발전기 출력의 함수이므로, 이 제약은 발전기들이 어떤 조합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제한한다. 여기에 더해 운영자는 "어느 한 설비가 갑자기 고장 나도(N-1) 나머지가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상정고장 제약까지 건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만족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안제약 경제급전이며, 더 일반적으로는 최적조류계산(OPF, Optimal Power Flow)의 한 형태다.

7.1 혼잡이 가격을 쪼갠다

송전 제약이 없을 때는 계통 전체에 단 하나의 한계가격 λ가 존재했다. 그런데 어떤 선로가 한계에 도달해 혼잡(congestion)이 생기면 사정이 달라진다. 싼 발전기가 더 있는데도 그 전력을 수요지로 보낼 길이 막히면, 수요지에서는 비싼 발전기를 더 돌려야 한다. 그 결과 같은 계통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한계가격이 갈라진다. 이것이 지역한계가격(LMP, Locational Marginal Price)이다.

선로가 막히면 가격이 갈라진다 A 지역 싼 발전 풍부 LMP 낮음 B 지역 수요 집중 LMP 높음 혼잡 조류 한계 도달 ⨯ 더 못 보냄
A 지역에 싼 발전이 남아 있어도 A-B 연결선이 한계에 차면 그 전력을 B로 보낼 수 없다. B는 비싼 발전기를 더 돌려야 하므로 LMP가 치솟고, A는 갈 곳 없는 싼 전력 탓에 LMP가 낮게 묶인다. 두 가격의 차이가 곧 혼잡 비용이다.

지역한계가격은 보통 세 성분으로 분해된다. 어디서나 공통인 에너지 성분, 송전 혼잡에서 비롯되는 혼잡 성분, 그리고 손실 성분이다. 혼잡도 손실도 없으면 모든 지역의 LMP가 계통 한계가격 λ 하나로 수렴한다. 즉 앞서 본 단일 λ는 혼잡이 없는 이상적 상황의 특수한 경우인 셈이다. 경제급전의 라그랑주 승수가 시장 가격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은, 최적화 이론과 시장 설계가 같은 수학 위에 서 있음을 보여 준다.

◆ 비유로 이해하기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된다. 한 지역에 값싼 농산물이 넘쳐도 그 지역과 도시를 잇는 도로가 꽉 막히면, 도시 시장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도로(송전선) 용량이 가격을 갈라놓는 것이다. 혼잡이 심할수록 두 지역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그 차이만큼이 "길이 막혀서 치르는 비용"이다.


8한국 전력시장에서의 경제급전

한국의 도매 전력시장은 변동비반영시장(CBP, Cost-Based Pool)이라는 구조를 쓴다. 미국의 여러 시장처럼 발전사가 자유롭게 가격을 써내는 입찰기반시장(bid-based)과 달리, 한국에서는 발전기의 변동비(주로 연료비)가 사전에 정부 절차로 등록되고, 전력거래소가 그 변동비를 기준으로 급전순위를 매겨 경제급전을 수행한다. 가격을 발전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된 비용이 정하는 셈이다.

이렇게 경제급전을 돌리면 그날그날 가장 비싼, 즉 마지막으로 투입된 발전기의 변동비가 그 시간대의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이 된다. SMP는 본질적으로 앞서 다룬 라그랑주 승수 λ의 시장 버전이다. 발전사는 자기 변동비와 무관하게 이 SMP로 정산받고, 여기에 더해 설비를 유지하는 대가인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을 받는다. 변동비가 SMP보다 싼 발전기는 그 차액만큼 이윤을 얻는 구조다.

구분변동비반영시장 (CBP, 한국)입찰기반시장 (bid-based, 다수 해외)
가격 결정 기준사전 등록된 발전 변동비발전사가 제출한 입찰가
급전순위변동비 순으로 자동 산정입찰가 순으로 산정
한계가격계통한계가격(SMP)시장청산가격 또는 지역한계가격(LMP)
발전사 보상SMP 정산 + 용량요금(CP)시장가격 정산 + 부가 서비스 보상
위치(혼잡) 반영전국 단일 가격 중심지역별 가격 분화 가능

오랫동안 한국 시장은 하루 전에 한 번 발전계획을 정하는 하루전시장(Day-Ahead) 단일 구조로 운영돼 왔고, 전국에 사실상 하나의 SMP가 적용됐다. 이는 7장에서 본 "혼잡이 없으면 단일 λ"라는 이상적 가정에 가까운 운영이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이 빠르게 늘면서 이 구조가 한계에 부딪혔다. 하루 전에 짠 계획만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재생에너지 출력을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8.1 제주에서 시작된 실시간시장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시장 구조를 다층화하는 개편을 추진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특히 높은 제주를 시범 지역으로 삼아 2024년 6월부터 실시간시장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핵심 변화는 세 가지다.

이 개편은 경제급전의 시간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 풀던 최적화를 하루에 96번 다시 푸는 쪽으로 옮겨, 변동성을 가격 신호로 흡수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제주 시범사업의 안착을 바탕으로 육지 확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분산자원을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다루는 통합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와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가 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넓혀 가는 중이다.


9재생에너지 시대, 경제급전이 바뀌는 지점

등증분비용 원리는 발전 비용을 매끄러운 볼록 곡선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이 전제를 흔든다. 연료비가 사실상 0이라 증분비용 개념이 무력하고, 출력은 날씨에 따라 운영자 의지와 무관하게 출렁인다. 경제급전이 마주한 새로운 숙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변동성과 램핑(ramping) 부담

해가 지면 태양광이 급격히 빠지고, 그 빈자리를 다른 발전기가 빠르게 채워야 한다. 순부하(전체 수요에서 재생에너지를 뺀 값)가 저녁에 가파르게 솟는 이른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제 경제급전은 단순히 싼 발전기를 고르는 것을 넘어, 출력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능력(램핑 속도)까지 비용으로 환산해 고려해야 한다.

출력제어와 음(陰)의 가격

재생에너지가 수요를 초과할 만큼 쏟아지면, 계통 안정을 위해 일부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curtailment)가 불가피해진다. 실시간시장에서는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떨어지고, 극단적으로는 가격이 0이나 음수까지 내려가 발전을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한다. 손실 없는 단일 λ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유연성 자원의 부상

에너지저장장치는 쌀 때 충전하고 비쌀 때 방전하는 시간 차익거래로 경제급전의 변수를 시간축으로 확장한다. 통합발전소는 흩어진 소규모 자원을 묶어 하나의 급전 가능 자원으로 만든다.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은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줄여 같은 균형을 달성한다. 경제급전의 의사결정 대상이 '발전기'에서 '저장과 수요를 포함한 모든 유연성 자원'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핵심 정리

고전 경제급전이 "어느 발전기를 얼마나 돌릴까"라는 공간 배분 문제였다면, 재생에너지 시대의 경제급전은 "언제, 어디서, 어떤 유연성을 쓸까"라는 시간-공간-자원의 3차원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 깔린 질문은 변하지 않는다. 제약을 지키면서 총비용을 최소로 하라.


10다시, 전체 그림

경제급전은 단순한 분배 규칙이 아니라, 전력계통 운영의 경제 원리가 응축된 지점이다. 출발은 세 줄짜리 최적화 문제였다. 총 연료비를 최소화하되, 수급을 맞추고, 출력 한계를 지킨다. 라그랑주 승수법을 적용하자 모든 발전기의 증분비용이 하나의 값 λ로 일치한다는 등증분비용 원리가 나왔고, 그 λ는 단순한 계산 변수가 아니라 수요 한 단위의 한계비용, 곧 시장 가격의 뿌리였다.

여기에 현실이 두 번 비틀림을 가했다. 송전 손실은 페널티 팩터를 통해 발전기의 위치를 비용에 반영하게 했고, 송전 혼잡은 하나였던 λ를 지역별 가격으로 쪼개 지역한계가격을 낳았다. 단위기동정지가 위에서 무대를 짜고 자동발전제어가 아래에서 실시간을 메우는 가운데, 경제급전은 그 사이에서 수 분마다 가장 싼 운전점을 다시 그린다.

한국 시장은 변동비반영시장과 단일 SMP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에서, 제주 실시간시장 시범사업을 신호탄으로 더 잘게 쪼갠 시간 해상도와 유연성 자원의 시장 참여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연료비라는 옛 잣대를 무너뜨리는 시대에도, 경제급전이 던지는 질문은 60년 전과 같다. 제약을 지키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지금 이 순간의 수요를 맞춰라. 답을 구하는 방식만 계속 정교해질 뿐이다.

참고와 검증. 본문의 수치 예제는 원리를 보이기 위한 가공 값이며, 검산을 거쳐 P₁ = 335MW, P₂ = 265MW, λ = 12.36으로 확정했다. 한국 전력시장 제도(변동비반영시장, 계통한계가격, 용량요금)와 제주 실시간시장 시범사업(2024년 6월 본격 운영) 등 사실 관계는 산업통상자원부·전력거래소 공개 자료와 관련 보도를 토대로 작성했다. 등증분비용 원리, 페널티 팩터, 협조방정식, 보안제약 경제급전 등은 전력계통 공학의 표준 이론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