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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핑 · 과학기술 & 전력망

2026년 5월 28일
과학기술·전력망 뉴스 브리핑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 누리호 5차 발사 준비, AI 반도체 정책. 5월 하순 한국 과학기술·전력 분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변화를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리에 정리했다.

정리 기준일 2026년 5월 28일 · 분야 전력망 인프라 / 우주 / AI 반도체 / 에너지 정책
이 브리핑을 읽는 법

오늘의 핵심 키워드는 하나로 모인다. 전기가 부족하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전기를 빨아들이면서, 전기를 만드는 일(발전), 멀리 보내는 일(송전), 안정적으로 다루는 일(전력망 운영)이 모두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랐다. 우주·반도체 소식까지 그 배경에는 같은 질문이 깔려 있다. 미래의 에너지와 연산 능력을 누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01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

AI·데이터센터가 만든 전기 수요 폭증, 그리고 그것을 실어 나를 송전망 경쟁

오늘 브리핑의 중심에는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전력 수요 급증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약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945TWh는 일본이 1년 동안 쓰는 전력보다 많은 양이다.

415→945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TWh), 2024→2030 전망
4,100→5,000+
미국 연간 전력 수요(TWh), 2024→2030 전망
70%↑
25년 이상 노후화된 미국 송전선 비중
비유로 이해하기 — '전기 고속도로'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도시까지 보내는 송전망을 고속도로라고 생각해 보자. 데이터센터는 갑자기 등장한 거대한 신도시다. 차(전기)는 폭증하는데 고속도로(송전망)는 수십 년 전에 깔린 그대로다. 그래서 지금 두 가지 공사가 동시에 벌어진다. 낡은 도로를 새로 까는 일(노후 전력망 교체)과, 차를 훨씬 많이 실어 나르는 새 고속도로를 놓는 일(고압직류송전 신설)이다.

이 '새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기술이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직류송전)다. 우리가 흔히 쓰는 전기는 교류(AC)인데, 아주 먼 거리를 보내거나 해저 케이블로 보낼 때는 직류(DC)로 바꿔 보내는 편이 손실이 적다. HVDC는 그 변환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이다. 재생에너지 단지(주로 외딴 해상·해안에 있다)에서 도시까지 대용량 전기를 효율적으로 끌어오는 데 필수적이어서, AI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맞물린 지금 세계가 동시에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해상 풍력 발전 (먼 거리) AC→DC 변환 직류(DC) 장거리 송전 손실 적음 · 해저 케이블 적합 DC→AC 변환 도시·데이터센터 왜 지금 HVDC인가 ① 재생에너지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외곽에서 생산된다 ② AI·데이터센터로 도시의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 ③ 먼 곳의 대용량 전기를 손실 없이 보내려면 직류 송전이 유리하다
교류(AC)를 직류(DC)로 바꿔 멀리 보낸 뒤 다시 교류로 되돌리는 HVDC의 기본 개념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 최대 송배전 전시회 'IEEE PES T&D 2026'에서 대한전선과 LS일렉트릭 등 한국 기업들이 HVDC 케이블과 해저 케이블, 노후 전력망 교체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수주한 320킬로볼트(kV)급과 525kV급 HVDC 케이블을 선보였고, 효성중공업은 2026년 1분기에만 북미에서 약 3조 1,500억 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같은 기술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호남·서해안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는 대규모 송전 사업으로, 전압형 HVDC 기술이 적용된다. LS일렉트릭은 이를 겨냥해 글로벌 기업 GE버노바와 손잡고 전압형 HVDC 변환 설비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한 문장 요약

AI가 전기를 먹어 치우는 시대, 전기를 '멀리 보내는 기술(HVDC)'과 '노후 송전망 교체'가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올랐고,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이 그 한복판에 있다.


02 한전 수익성과 에너지 가격

전기는 더 필요해지는데, 그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의 부담은 커진다

전력 수요 증가가 곧 전력회사의 호황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전력(한전)을 두고는 오히려 수익성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발전 연료비는 오르는데, 전기요금 인상은 제한되면서 '원가는 오르고 요금은 못 올리는' 비대칭 구조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 4,000원에서 6만 3,000원으로 낮추고, 2026~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 대비 각각 30% 안팎 줄어들 것으로 제시했다. 다만 단기 실적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봤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약 25조 1,000억 원, 영업이익은 약 4조 4,000억 원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전망이며, 본격적인 원가 부담은 2분기 이후로 점쳐진다.

비유로 이해하기 — '식당의 딜레마'

손님(전력 수요)은 줄을 서는데, 재료값(연료비)은 계속 오른다. 그렇다고 음식값(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는 없다. 공공요금이라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손님이 많다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재료값과 메뉴 가격 사이의 간격이 수익을 결정한다. 지금 한전이 놓인 처지가 이와 비슷하다.


03 누리호 5차 발사 준비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군집위성'을 함께 쏘아 올린다

우주 분야에서는 누리호 5차 발사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2026년 하반기(3분기 전후) 발사를 목표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번 발사의 가장 큰 의미는 주탑재위성으로 초소형 군집위성 여러 기를 동시에 올려 '다중 사출' 능력을 입증한다는 점이다. 위성 하나를 정확히 궤도에 올리는 것을 넘어, 여러 기를 차례로 정확히 흩뿌리는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다.

비유로 이해하기 — '한 번에 여러 명 내려주기'

지금까지의 발사가 택시처럼 승객 한 명을 목적지에 내려주는 일이었다면, 군집위성 다중 사출은 버스가 여러 정류장에서 승객을 정확한 위치에 한 명씩 내려주는 일에 가깝다. 위성 여러 기를 각자의 궤도에 정밀하게 배치하는 능력은 통신·관측 위성망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2026년 한국의 우주 분야 예산은 국방·보안 일부를 제외하고 약 1조 1,605억 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누리호를 2032년까지 매년 1회가량 발사해 발사 성공률 90%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2030년대 재사용 발사체(메탄 기반) 확보를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본격 착수한다. 발사 운용의 주도권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으로 점차 넘어가는 흐름이다.

왜 재사용 발사체인가. 한 번 쓰고 버리던 로켓을 회수해 다시 쓰면 발사 비용이 크게 내려간다. 미국 스페이스X가 이 방식으로 발사 시장을 바꿔 놓았다. 한국도 메탄 연료 기반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착수하며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04 AI 반도체와 전력의 만남

결국 모든 길은 다시 전기로 통한다

오늘 브리핑의 흩어진 소식들은 한 지점에서 만난다. AI가 발전할수록 더 강력한 반도체가 필요하고, 그 반도체를 돌리려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산 AI 반도체 정책 'K-클라우드 프로젝트'의 핵심 명분 중 하나도 '고성능·저전력'이다. 연산 성능만큼이나 전력 효율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요구하는 전력은 100메가와트(MW)를 넘어서기도 한다. AI 연산은 일반 데이터 처리보다 훨씬 고밀도로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기존 대비 수 배에서 10배 이상의 전력이 한곳에 집중 공급되어야 한다. 2026년 상반기 현재 북미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요청이 폭증하면서, 접속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데이터 센터 확산 전력 수요 폭증 발전 확대 필요 한전 원가 부담 송전망 경쟁 HVDC 투자 노후망 교체 반도체 효율 고성능·저전력 국산 NPU 정책
하나의 원인(AI 확산)이 발전·송전·반도체 세 분야의 변화를 동시에 끌어내는 구조
오늘의 큰 그림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 누리호 발사, AI 반도체 정책은 별개의 뉴스처럼 보이지만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연산 능력과 에너지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향후 산업 경쟁의 핵심이 되었다는 점이다. 전기를 더 많이, 더 멀리, 더 효율적으로 다루는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05 참고 자료

본 브리핑에 인용된 수치·전망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