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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12차 발사: 우주선은 살고 부스터는 잃다

2026년 5월 22일, 스페이스X가 차세대 기체 ‘버전 3(V3)’를 처음 띄웠다. 상단 우주선은 임무를 거의 완수했지만, 하단 부스터는 엔진 고장으로 통제력을 잃고 멕시코만에 추락했다. 미국 항공우주 당국은 이를 사고(mishap)로 규정하고 조사를 명령했다.

2026년 5월 29일 · 우주·항공 · 본문 정보는 스페이스X·FAA 발표 및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

스타십(Starship)은 스페이스X가 만든, 현존하는 가장 크고 강력한 로켓이다. 높이 124미터에 달하는 2단 구조이며, 모든 부분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2번째 시험비행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었다. 이번에 처음 등장한 ‘버전 3’ 기체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강력하고 무거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다시 설계됐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2028년 달 착륙 계획이 사실상 이 기체의 성공에 달려 있다.

결과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우주선(상단)은 거의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부스터(하단)는 실패했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서사적인 첫 V3 발사·착륙”이라 자평했지만, 사흘 뒤 미국 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은 부스터의 비정상 작동을 ‘사고’로 규정하고 조사를 요구했다. 어느 한쪽 평가만으로는 이번 비행을 설명할 수 없다.

개념 풀이

왜 로켓을 ‘두 토막’으로 나누나? 로켓은 무게를 줄여야 멀리 간다. 그래서 연료를 다 쓴 1단(부스터)을 도중에 떼어내고, 가벼워진 2단(우주선)만 계속 올라간다. 이것을 ‘단 분리’라 한다.

스페이스X의 차별점은 떼어낸 1단을 버리지 않고 회수해 재사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듯, 로켓도 재사용하면 발사 비용이 극적으로 떨어진다. 이번 비행에서 우주선은 ‘재사용 가능’ 임무를 거의 달성했지만, 부스터는 그 회수 단계에서 무너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시간순 정리

2026년 5월 22일 오후 5시 30분(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Starbase)의 새 발사대 ‘패드 2(Pad 2)’에서 스타십이 떠올랐다. 발사대 2번에서 발사된 것도, 버전 3 기체가 비행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요약하면 우주선은 계획의 핵심 목표를 거의 모두 달성했고, 부스터는 회수 단계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스페이스X 통신팀의 댄 후오트는 생방송에서 부스트백 분사 때 예상보다 적은 엔진이 점화됐다고 실시간으로 인정했다.

패드 2 발사 단 분리 부스터 추락 (멕시코만) 위성 22기 전개 우주선 입수 (인도양·성공) 우주선(상단) 경로 부스터(하단) 경로

스타십 12차 비행 개략 프로파일. 단 분리 직후 우주선은 정상적으로 상승해 위성을 전개하고 인도양에 입수했으나, 부스터는 복귀 분사 실패로 통제력을 잃고 멕시코만에 추락했다.

버전 3는 무엇이 달라졌나

버전 3(V3)는 스타십 계열의 세 번째 세대 설계다. 가장 큰 변화는 추력과 화물 적재 능력이다. 부스터에는 새 ‘랩터 3(Raptor 3)’ 엔진 33개가 장착됐고, 이륙 시 합산 추력은 약 1,800만 파운드힘(약 80,800킬로뉴턴)으로 이전 세대보다 약 10% 늘었다. 스페이스X는 랩터 3 엔진 1기가 해수면 기준 약 250톤힘의 추력을 낸다고 밝혔는데, 이는 랩터 2의 약 230톤힘보다 9%가량 높은 수치다.

항목버전 2(V2)버전 3(V3)
높이약 123 m약 124.4 m
부스터 엔진랩터 2 × 33랩터 3 × 33
엔진당 추력(해수면)약 230 톤힘약 250 톤힘
저궤도(LEO) 목표 화물약 35 톤약 100 톤+
궤도 연료 재보급미지원도킹 포트 신설(목표)

버전 2와 버전 3 주요 제원 비교. 수치는 스페이스X 공개 자료 및 보도 기준이며, 화물 적재 능력 100톤은 아직 비행으로 입증되지 않은 설계 목표다.

저궤도 화물 적재 능력을 35톤에서 100톤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는 단순한 성능 자랑이 아니다. 달·화성으로 가려면 ‘궤도 연료 재보급’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한 번에 충분한 화물(연료)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버전 3에 도킹 포트가 새로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개념 풀이

궤도 연료 재보급이 왜 핵심인가. 달 착륙선 형태의 스타십은 연료를 가득 채워도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가는 데 연료를 거의 다 쓴다. 달까지 갈 연료가 남지 않는다.

그래서 스페이스X는 ‘연료 탱크 우주선’을 여러 번 따로 올려보내 궤도에서 본체에 연료를 채우는 방식을 구상한다. 마치 장거리 트럭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름을 채우듯, 우주에서 ‘주유’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주유를 몇 번 반복해야 하느냐다. 8번이면 감당 가능한 일정이지만, 15번이라면 어떤 로켓 프로그램도 달성한 적 없는 발사 빈도가 필요하다. 버전 3는 이 구상을 처음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첫 세대 기체다.

‘성공’인가 ‘사고’인가

두 평가가 동시에 성립한다. 스페이스X 관점에서 이번 비행의 1차 목표는 신형 기체가 궤도 속도까지 깨끗하게 상승하고, 랩터 3 엔진이 실제 비행 하중에서 작동하며, 우주선이 통제된 재진입을 해내는 것이었다. 이 핵심 목표들은 달성됐다. 첫 비행에 부스터 회수까지 시도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스페이스X는 부스터 손실을 처음부터 ‘감수 가능한 거래’로 두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규제 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FAA는 5월 27일 비행 운용을 면밀히 평가한 결과 부스터 19호(Booster 19)의 비정상 작동이 연방 상업우주비행 규정상 ‘사고(mishap)’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13차 비행 전에 자체 주도 사고 조사를 완료해야 한다. FAA는 공공 피해나 재산 손상 보고는 없었다고 확인했고, 우주선 상단 엔진 문제는 이번 조사의 핵심 요인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궤도 정상 투입이라고 부르진 않겠지만, 우리가 분석해 둔 궤적 범위 안에 있다.” — 댄 후오트, 스페이스X (우주선 비행에 관한 생방송 논평 취지)

스타십이 사고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버전 1 시절 첫 네 차례 발사, 그리고 버전 2 기체였던 7~9차 비행에서도 유사한 조사가 있었다. 이번에는 12차 비행에서 처음 투입된 랩터 3 엔진이 조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 설계 결함인가, 개별 기체 문제인가

핵심 질문은 부스터 엔진 고장이 랩터 3 설계 자체의 결함인지, 아니면 이번 시험 기체에 국한된 우발적 이상인지다. 외부 관측에서는 중앙부 엔진 하나가 폭발성 고장을 일으켜 인접 엔진 약 16기를 연쇄 무력화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엔진 한 기만 빠졌다면 부스트백 분사는 무리 없이 끝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설계 결함이라면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우발적 이상이라면 비교적 빠른 비행 재개가 가능하다.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이 향후 수 주에 걸쳐 가려낼 부분이다.


왜 중요한가 — NASA의 달, 그리고 그 너머

이번 비행에 많은 것이 걸린 이유는 NASA의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계획 때문이다. NASA는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에 내려놓을 착륙선으로 스타십의 달 착륙 변형(HLS, Human Landing System)을 선정했고, 2028년 달 남극 착륙을 목표로 한다. 버전 3가 제때 작동하지 못하면 이 일정 전체가 흔들린다.

다만 NASA는 한 곳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블루오리진(Blue Origin)도 별도 계약으로 달 착륙선을 개발 중이어서, NASA는 두 번째 공급자를 확보해 단일 추진 시스템에 대한 의존을 낮춰 두었다. 어느 착륙선이든 준비되는 쪽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다수 전문가와 업계 분석가들은 여전히 스타십 HLS가 첫 유인 달 착륙의 가장 유력한 착륙선이라고 본다.

스페이스X에게 랩터 3의 신뢰성 입증은 달 임무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을 대량으로 올리는 상업적 사업, 그리고 화성에 화물과 사람을 보내겠다는 장기 목표 모두 이 엔진의 안정성 위에 서 있다.

이번 비행에서 분명히 얻은 것

부스터 손실에 가려졌지만, 우주선이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22기의 위성을 궤도에서 전개한 것은 스타십 프로그램 최초이며, 그중 2기는 비행 중 우주선 열차폐막을 촬영해 데이터를 전송했다. 미래에 우주선을 발사장으로 되돌려 받기 위한 ‘열차폐막 건전성 판독’ 기법을 시험한 것이다. 또한 우주선은 진공 엔진 1기를 잃고도 나머지 엔진으로 보완해 끝까지 자세를 유지했다 — 이는 다중 엔진 설계가 제공하는 여유(redundancy)가 실제 비행에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개념 풀이

열차폐막(heat shield)이란.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는 공기와의 마찰로 표면이 수천 도까지 달아오른다. 이를 막는 보호막이 열차폐막이며, 수천 개의 타일로 덮여 있다. 타일 하나만 떨어져도 그 주변이 손상될 수 있어, 매 비행 전 상태 점검이 중요하다.

이번 비행에서 위성에 단 카메라로 비행 중 열차폐막을 스스로 촬영하게 한 것은, 향후 우주선을 안전하게 재사용·회수하기 위한 사전 검증 작업이었다.

정리

스타십 12차 발사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차세대 기체가 처음으로 궤도 가까이 올라가 핵심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진전이었고, 부스터 회수에 실패해 규제 당국의 사고 조사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숙제를 남겼다. 다음 관문은 명확하다. 랩터 3 엔진의 고장 원인이 설계 결함인지 개별 기체 문제인지를 규명하고, 13차 비행에서 부스터까지 안정적으로 회수해내는 것이다. 2028년 달 착륙이라는 시계가 돌아가는 가운데, 스페이스X에게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