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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곧 무기다

미국 방위산업의 위기와 재무장 — 팔란티어 CTO 샴 산카르의 『Mobilize』 읽기
2026년 5월 29일 읽는 데 약 18분

2014년 이후의 세계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를 군사 요새로 바꿨으며, 이란은 핵 임계점에 다가섰고, 예멘의 후티는 홍해 항로를 인질로 잡았다. 한 해 국방비로 1조 달러를 쓰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동시에 벌어지는가. 팔란티어(Palantir) 최고기술책임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 샴 산카르(Shyam Sankar)는 자신의 책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글은 산카르가 공저자 매들린 하트(Madeline Hart)와 함께 2026년 초 펴낸 『Mobilize: How to Reboot the American Industrial Base and Stop World War III』(이하 『모빌라이즈』)와, 그가 조 론스데일(Joe Lonsdale)의 팟캐스트 〈American Optimist〉에서 나눈 대담을 토대로 그의 핵심 주장을 정리하고 검증한 보고서다. 책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USA투데이·로스앤젤레스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무기 생산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어떻게 한 나라의 안보를 떠받치는가에 관한 그의 진단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산업국가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산카르의 논의는 크게 네 갈래로 갈라진다. 첫째, 억지력의 본질은 비축량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능력이라는 재정의. 둘째, 미국 산업기반이 무너진 구조적 원인. 셋째, 국방 혁신은 늘 시스템 바깥의 '이단아'에게서 나온다는 역사관. 넷째, AI가 전쟁의 의사결정 속도를 압축하면서 떠오른 새로운 윤리적 난제다. 차례로 살펴본다.

01 — 누가 말하는가이민자의 아들, 13번째 직원, 그리고 예비역 중령

진단의 무게는 진단자가 누구인가에 좌우된다. 산카르의 아버지는 인도 남부의 단칸 흙집에서 9남매의 막내로 자랐다. 약학을 공부한 뒤 20대 초반에 나이지리아로 건너가 제약 공장을 세웠고,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산카르가 세 살이던 무렵 라고스의 집에 무장강도가 들이닥쳤다. 가족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모든 재산을 버린 채 미국 올랜도에 다시 정착했다. 산카르 본인은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타밀계로, 코넬대학교에서 전기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2006년 스텔스 단계의 팔란티어에 13번째 직원이자 첫 사업 담당 인력으로 합류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인재 대부분이 일정 관리 앱 같은 것을 만들고 있을 때, 그가 본 것은 국가안보 문제를 풀겠다고 모여든 열두 명이었다. 이후 약 20년간 그는 회사를 시가총액 4천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2025년 팔란티어 주가가 폭등하면서 그는 창업자가 아닌 직원 가운데 처음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리고 2025년 6월, 그는 미 육군 250주년 전야에 예비역 중령으로 임관했다. 신설된 '디태치먼트 201(Detachment 201): 행정혁신군단'의 일원으로, 실리콘밸리의 기술 경영진을 군에 직접 투입해 기술 전환을 가속하려는 시도였다. 억만장자가 굳이 군복을 입은 이유에 대해 그는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빚, 그리고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감사의 본보기를 든다. 요컨대 산카르는 미국 방위 AI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시에, 그 시스템을 바깥에서 비판해 온 사람이다. 그의 진단이 자기 회사의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이 글을 읽는 내내 염두에 둘 만하다.

02 — 억지력의 착시비축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다

『모빌라이즈』의 출발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러낸 단순하고 잔인한 산수다. 산카르의 표현을 빌리면, 서방은 10년 치 탄약을 만들어 10주 만에 소진했다. 평시 10년에 걸쳐 비축한 물량이 고강도 전투 몇 주 만에 바닥났다는 것이다. 이 계산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가 던지는 교정은 직관에 반한다. 억지력의 본질은 창고에 쌓아둔 무기의 양이 아니라, 그 무기를 얼마나 빠르게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비유로 이해하기

비축과 생산능력의 차이는, 가득 찬 식료품 창고를 가진 것농장과 주방을 통째로 소유한 것의 차이와 같다. 창고는 쓰면 줄어들고, 다 쓰면 끝이다. 그러나 농장과 주방이 있으면 먹을 것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적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내 창고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끝없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산카르가 말하는 억지력은 바로 이 '농장과 주방'을 가리킨다.

이 착시는 어떻게 굳어졌는가. 산카르는 그것을 '서서히 데워지는 개구리' 우화에 빗댄다.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평화기에 접어들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무기들을 정말 이렇게 많이 가질 필요가 있나. 쓰지도 않는데 좀 줄여도 되지 않나. 어차피 줄일 거라면 그만큼 더 정교하고 비싼 것으로 만들자. 그런데 한 발이 비싸지니 가질 수 있는 수는 더 줄어든다. 이 악순환의 끝에서 미국은 소수의 값비싼 '명품' 무기를 갖게 되었다.

산카르는 여기서 역사의 거울을 들이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미국보다 뛰어난 엔지니어를 보유했지만, 소량의 정교한 무기를 만드는 데 머물렀다. 미국은 그저 더 많이 만들었고, 그 양이 결국 승부를 갈랐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은 그때의 독일을 닮았고, 중국은 그때의 미국을 닮았다. 정교함의 우위가 생산량의 압도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 전쟁 산업의 오래된 교훈이라면, 미국은 그 교훈의 잘못된 편에 서 있는 셈이다.

핵심 주장

억지력은 창고에 쌓인 무기가 아니라 그것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것은 비축의 한계였고, 미국은 '소수의 명품 무기'라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 있다.

03 — 무너진 토대산업기반은 어떻게 무너졌나

생산능력이 핵심이라면, 미국은 그 능력을 어떻게 잃어버렸는가. 산카르가 제시하는 가장 인상적인 데이터는 1989년의 한 숫자다. 베를린 장벽이 아직 서 있던 그해, 주요 무기체계 예산 가운데 오직 6%만이 '방산 전문기업', 즉 국방 외에는 다른 사업이 없는 오늘날의 거대 방산업체에 돌아갔다. 나머지 94%는 국가 경제와 국가 안보에 동시에 발을 걸친 '민군겸용' 기업에 흘러갔다. 이 비율은 그의 책이 제시하는 핵심 통계이며, 그는 제너럴밀스의 사례를 들 때 정작 그 회사 홈페이지의 연혁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는 점을 덧붙인다.

구체적인 이름을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미니밴을 만들던 크라이슬러는 미니트맨 미사일을 만들었다. 포드는 1990년까지 인공위성을 제작했다. 시리얼 회사 제너럴밀스는 어뢰와 관성유도장치를 만들었다. 왜 시리얼 회사가 어뢰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가. 제너럴밀스에는 곡물을 가공하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 부문이 있었고, 그 기계를 만들며 익힌 기술은 그대로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공작기계로 전용되었다는 것이 산카르의 설명이다.

주요 무기체계 예산은 누가 받았나 1989 94% 6% ↓ 약 30년에 걸친 역전 오늘날 (추세) 대부분 방산 전문기업 민군겸용(상용·국방 겸업) 기업 방산 전문기업
1989년 수치는 산카르의 책 『모빌라이즈』가 제시한 값이며, '오늘날'은 상용 기업이 방위 시장에서 이탈해 방산 전문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그의 질적 진단을 도식화한 것이다.

이 구조가 왜 중요한가. 산카르에 따르면 핵심은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의 비용 구조다. 미국인이 산 자동차, 카메라, 시리얼 한 상자마다 그 안에는 국가 안보를 떠받치는 연구개발이 일부 녹아 있었다. 민간 시장이 기술 개발 비용을 분담해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모든 연구개발을 홀로 떠안아야 한다면, 그것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고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중앙계획경제의 한 형태로 흐를 수밖에 없다. 1960년대만 해도 연구개발 지출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주도했지만, 오늘날 그 대부분은 민간이 이끈다. 그만큼 민간과 국방의 분리는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1961년, 펜타곤이 고장 나기 시작한 해

산카르는 미국 국방부가 고장 나기 시작한 시점을 1961년으로 짚는다. 그해 케네디 행정부는 포드를 이끌던 탁월한 경영자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를 국방장관으로 영입했다. 문제는 맥나마라가 포드를 이끌던 시대의 포드가 철저히 '공급 제약' 상태였다는 데 있다. 자동차 수요는 사실상 무한했고, 만들기만 하면 팔렸다. 이런 환경은 한 가지 교훈만 가르친다. 필요한 것은 공급망을 관리하고 협력업체를 쥐어짜며 효율을 높이는 것이지, 효과나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일본의 경쟁에 부딪히자 무너졌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재발명해야 했다. 그러나 펜타곤은 그 교훈으로 자신을 재발명하지 않았다. 산카르는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지적으로 정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를 지목한다. 국방은 본질적으로 '수요독점' 시장이라는 것이다.

비유로 이해하기 — 수요독점(monopsony)

독점(monopoly)이 '파는 사람이 하나뿐인 시장'이라면, 수요독점(monopsony)은 그 반대로 '사는 사람이 하나뿐인 시장'이다. 한 마을에 공장이 하나뿐이라면, 그 마을 노동자는 임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른 곳에 자신의 노동을 팔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전투기나 미사일을 살 수 있는 고객이 정부 하나뿐이라면, 그 정부가 "사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다. 단 하나의 거부권만으로 혁신의 싹이 잘릴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 수많은 고객이 흩어져 있으면 그들이 보내는 신호도 다양하다. 한 고객이 안목이 없어 거절하더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다른 고객 100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매자가 하나뿐이면 그런 우회로가 없다. 산카르가 보기에 미국 방위산업의 경직성은 바로 이 단일 구매자 구조에서 비롯한다. 자유시장을 신봉하면서 동시에 시장의 유일한 구매자가 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순이라는 것이다.

04 — 이단아와 영웅혁신은 늘 시스템 바깥에서 온다

그렇다면 혁신은 어디서 오는가. 산카르가 책의 가장 즐거운 부분으로 꼽는 것은 국방 혁신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이다. 그가 '이단아와 영웅'이라 부르는 인물들을 따라가면, 거의 모든 의미 있는 혁신이 시스템 덕분이 아니라 규칙을 깬 개인 덕분에 일어났다는 패턴이 드러난다.

국방 혁신의 거의 전부는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규칙을 깬 이단아들 덕분에 일어났다.— 샴 산카르의 역사관 (대담 발언 요지)

가장 멀리는 윈스턴 처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해군 장관이던 그는 '육상함(landship)'이라는 개념을 밀어붙였다. 육군은 "우리에겐 말이 있다"며 그 쇳덩어리를 거부했지만, 처칠은 해군 예산으로 비공식 프로젝트를 가동해 끝내 탱크를 만들어냈다. 전차의 기원이 육군이 아니라 해군에서 나온 것은 그래서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앤드루 히긴스(Andrew Higgins)다. 루이지애나의 거칠고 입이 험한 보트 제작자였던 그는 1920년대에 밀주업자들이 단속을 피하려 만든 얕은 흘수의 보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상륙주정을 설계했다. 해군은 처음에 그를 경쟁에 끼워주지조차 않았다. 한 진취적인 해병 중위가 가까스로 그를 들여보냈고, 그는 경쟁에서 이겼다. 그러자 해군은 그의 설계를 베껴 직접 만들려 했지만 그것마저 실패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군이 사용한 상륙정의 대부분이 히긴스의 배였다. 노르망디와 이오지마의 병사들은 이 배가 없었다면 해안에 발조차 디디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확인

전쟁 기간 히긴스 인더스트리는 LCVP(Landing Craft, Vehicle, Personnel, 상륙주정) 약 2만 3천 척을 생산했다. 아이젠하워는 1964년 인터뷰에서 히긴스를 두고 "우리를 위해 전쟁을 이긴 사람"이라 평하며, 그가 이 상륙정을 만들지 않았다면 개방된 해안에 상륙하지 못해 전쟁의 전체 전략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히긴스는 워싱턴의 함정국(Bureau of Ships)과 동부의 거대 조선소들에 맞서 싸워야 했던 외부자였다.

외부의 이단아만큼이나 정부 내부의 이단아도 중요하다. 핵추진 해군을 만든 하이먼 리코버(Hyman Rickover) 제독이 그 예다. 산카르의 전언에 따르면 리코버가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다름 아닌 오펜하이머가 그에게 "그건 안 될 것 같다"고 말렸다. 그러나 리코버는 물러서지 않았고, 약 6년 만에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권위 앞에서 "당신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의 사례로 산카르가 처음으로 자세히 조명하는 인물은 해병대 대령 드루 쿠코(Drew Cukor)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홀어머니 밑에 자란 그는 학군단을 거쳐 해병이 되었고, 미 국방부의 AI 통합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을 사실상 창설했다. 메이븐은 2017년 펜타곤 지하실에서 시작되었는데, 산카르는 이것을 실리콘밸리의 차고 창업에 빗댄다. 오늘날 메이븐은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하나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쿠코는 근거 없는 감찰관(IG, Inspector General) 조사에 시달리며 개인적·직업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관료 조직이 그의 성공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산카르의 진단이다.

사실 쿠코의 사례는 잘 들어맞는다. 그가 메이븐을 시작한 2017년만 해도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처럼 구매했다. 무기 한 종을 연구·개발·시험·생산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다룬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끊임없이 개선되며 비용 곡선도 다르다. 쿠코는 메이븐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역량'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이단적 주장을 의회에 제기했고, 이 통념 파괴가 곧 그를 향한 표적이 되었다. 그는 결국 전역했고, 지금은 민간에서 AI 전환을 이끌고 있다.

패턴

이단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진 것은 그들이 활동할 공간과, 위에서 내려오는 최소한의 보호다. 이단아에게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 — 이단이 존재할 여백, 그리고 그것을 지켜줄 윗선의 약간의 엄호다.

왜 관료제는 이단아를 죽이려 드는데도 결국 이단아가 이기는 일이 반복되는가. 산카르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 질문이다. 그의 답은 단순하다. 우리에게는 이단아가 필요하며, 모든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 여백과 엄호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조직은 늘 재능을 밀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팔란티어 자신도 초기에는 정문으로 들어가려다 거듭 거절당한 이단아들의 집단이었다고 회고한다. 주류에게 수년간 두들겨 맞던 외부자가 이제 군산복합체의 거물로 공격받는 상황을, 그는 묘한 아이러니로 받아들인다.

05 — 팔란티어의 방법고통을 소화해 제품을 배설하는 사람들

산카르의 진단이 단순한 평론이 아닌 이유는, 그가 같은 원리를 자기 회사를 키우는 데 실제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 '전진배치 엔지니어(FDE, 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개념이 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 전역이 모방하는 이 직군은, 영업사원이 아니라 기술자가 고객 옆에 앉아 무엇이 올바른 제품인지를 함께 찾아내는 방식이다.

개념 — FDE는 무엇을 하는가

전통적 기업은 영업이 고객을 만나고, 엔지니어는 본사에서 제품을 만든다. FDE 모델은 이 둘을 합친다. 기술자가 고객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파악하고, 그 자리에서 제품을 변형해 배포한 뒤, 거기서 얻은 교훈을 다시 핵심 제품에 녹여 넣는다. 산카르는 이를 일종의 벡터 연산에 비유한다 — 현장의 임시방편과 본사의 정공법이라는 두 힘을 맞세워, 그 긴장을 동력 삼아 역풍을 거슬러 나아가는 것이다.

이 모델은 처음부터 완벽히 설계되지 않았다. 팔란티어가 좀 더 관습적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건네려 할 때마다, 정작 작동하지 않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그 아래에 깔린 인프라였다.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려면 그 전체 스택이 돌아가야 했고, 그것은 통제 범위 밖의 일이었다. 첫 실전 배치는 하루 18시간씩 주 7일, 2주간 매달려서야 겨우 작동했다고 한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이 가르친 것은, 존재해야 할 제품은 오직 현장에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발견된다는 사실이었다.

FDE 모델이 진짜로 바꾼 것은 '보상 함수'다. 전통적 소프트웨어 회사의 보상 함수는 "이 소프트웨어를 팔 수 있는가"이다. 정작 그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가치를 만드는지는 갱신 계약을 통해 흐릿하게만 감지된다. 반면 FDE는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치를 실제로 전달해야만 계약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몸으로 안다. 이 감각이 결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문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산카르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은 다음 거래를 성사시키려 모인 것이 아니라 그 기관 자체를 바꾸려 모였다.

그가 FDE를 묘사하며 만들어낸 말이 "고통을 소화해 제품을 배설하는 사람들(metabolize pain and excrete product)"이다. 거칠지만 직무의 본질을 정확히 찌른다. 다만 이 모델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장의 해커형 엔지니어와 본사의 제품 엔지니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충돌한다. 0에서 1을 만든 사람은 자기가 일의 80%를 했다고 여기고, 1에서 N으로 키운 사람도 똑같이 여긴다. 산카르는 이 긴장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균형'이며, 그 사이에 앉아 긴장을 생산적으로 관리할 '독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역할을 오래 맡아온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다.

이 방법론은 그가 거래를 가려 받는 규율로도 이어졌다. 초기에는 "제품만 훌륭하면 팔린다"고 순진하게 믿었지만, 이제 그는 고객 쪽에서 성공의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를 먼저 따진다. 그가 가장 성공적이라고 보는 상대는 '창업자형 기관', 즉 리더가 전체 결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다시 상상할 의지가 있는 조직이다. 이는 군대와도 통한다. 전투 현장에 가까울수록 사람들은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재검토할 의지를 갖는다. 반대로, 돈이 넘쳐 무엇을 하든 부유한 기업은 점증적 개선의 동기가 없어 자동조종 상태로 흐른다.

06 — AI 전쟁의 도래킬 체인이 분 단위로 압축되다

2026년 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인 작전 '에픽 퓨리(Epic Fury)'는 AI가 전쟁의 의사결정에 본격 투입된 첫 대규모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작전 초기 짧은 시간에 수백 개 표적을 타격했고, 그 배후의 데이터 통합에 팔란티어가 깊이 관여했다. 산카르가 이 무기들의 작동 원리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면서도 던지는 한마디는 의외로 담백하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본질은 'OODA 루프'라는 것이다.

비유로 이해하기 — OODA 루프

OODA 루프는 군사 전략가 존 보이드(John Boyd)가 정립한 의사결정 주기로, 관찰(Observe)–판단(Orient)–결심(Decide)–행동(Act)의 네 단계를 끝없이 도는 것을 말한다. 권투 선수를 떠올리면 쉽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그 의미를 읽고, 어떻게 칠지 정하고, 주먹을 낸다. 이 한 바퀴를 상대보다 빠르게 돌리는 쪽이 이긴다. 상대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다음 타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부는 이 루프의 속도 싸움이라는 것이다.

관찰 Observe 판단 Orient 결심 Decide 행동 Act 반복 — 더 빠른 쪽이 이긴다 AI는 이 한 바퀴를 적보다 빠르게 돌리기 위한 도구다
AI 표적 처리는 OODA 루프를 적보다 빠르게 돌려, 적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산카르의 설명이다.

달라진 것은 이 루프를 도는 속도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표적 목록을 추려내는 데에는 약 2,000명 규모의 정보 분석 인력이 필요했고, 표적 하나를 식별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 에픽 퓨리에서 같은 일을 맡은 것은 약 20명의 운용 인력이었고, 표적 식별은 1분 안쪽으로 줄었다.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은 작전 첫 24시간 동안 약 1,000개의 우선 표적을 추려냈다. 사람이 하던 판단의 상당 부분을 기계가 떠맡으면서, OODA 루프 한 바퀴가 분 단위로 압축된 것이다.

이라크전 · 2003 약 2,000명 정보 분석 인력 수 시간 표적 1개당 식별 시간 에픽 퓨리 · 2026 약 20명 운용 인력 1분 미만 표적 1개당 식별 시간 약 1,000개 첫 24시간 우선 표적 압축
같은 표적 처리 작업의 효율 비교. 사람이 며칠에 걸쳐 하던 판단을 기계가 분 단위로 압축하면서, 더 적은 인력으로 훨씬 많은 표적을 더 빠르게 식별하게 되었다.

산카르는 이것을 "능력의 도약"이라 부르면서도, 동시에 "여기서 다시 10배, 100배가 더 남아 있다"고 본다. AI 성능과 기반 시설이 개선될수록 이 압축은 계속될 것이고, 그것 자체가 억지력이라는 것이다. "건드리지 마라, 우리가 더 빠르다"는 신호를 적에게 보내는 것 — 그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말한다.

07 — 인간은 어디에'자율 무기'를 둘러싼 오래된 오해

AI가 표적 처리에 깊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어디까지를 기계에 맡길 것인가. 인간은 언제 의사결정 고리 안에 남아야 하는가(human-in-the-loop, 사람이 최종 판단에 개입하는 구조). 산카르의 답변은 이 논쟁의 전제부터 뒤집는다.

그는 "자율 무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항공모함을 방어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나 이지스(Aegis) 같은 방공 시스템은 이미 1970~80년대부터 자율적으로 작동해 왔다. 미사일 속도로 날아오는 위협을 감지하면 사람이 "발사를 승인합니다"라고 말할 시간이 없다 — 그 사이에 배는 이미 맞는다.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유도 무기도 마찬가지다. 적을 탐지하는 것은 레이더이고, 발사 버튼은 사람이 누르지만, 최종적으로 표적까지 따라가 명중시키는 '킬 체인(kill chain, 표적 탐지부터 타격까지의 연쇄)'의 마지막 단계는 이미 컴퓨터가 닫고 있다는 것이다.

산카르의 핵심 주장

이것은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다. AI 무기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것'으로 잘못 분류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둘러싸고 어딘가 어긋난 논의를 하게 된다.

따라서 옳은 질문은 "킬러 로봇을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병력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측정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인가"라는 위험 기반(risk-based) 판단이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누구도 자율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로봇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적의 OODA 루프가 우리 것을 앞지르지 않게 하는 것 — 칼을 들고 총싸움에 나가는 상황을 피하는 것 — 이 진짜 문제라고 그는 말한다.

대담 상대인 론스데일이 던진 반론은 외부의 우려를 대변한다. 규칙을 어기는 누군가가 '킬러 로봇'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 통제를 벗어나면 어떻게 되는가. 산카르의 응답은 단호하다. 그런 일을 걱정한다면, 차고에서 누군가 똑같은 것을 만들 확률은 왜 걱정하지 않는가.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군 조직 내부의 한 명이 음모를 꾸며 그런 무기를 만들어낸다는 시나리오는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 자신감이 모두에게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AI 시스템에 대한 과신과 실패 양상(failure mode)을 우려하며 인간의 개입 장치를 명문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에픽 퓨리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이 발생한 사례도 보도되었다. "사람이 직접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 자체에 대해서도 산카르는 선을 긋는다. 로봇이 먼저 피를 흘리게 하고 억지의 방패로 쓸 수는 있지만, 끝내 이기려는 국가의 의지는 결국 위험을 무릅쓰는 용감한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전쟁의 도덕적 무게를 기술이 덜어주지는 않는다는, 의외로 무거운 결론이다.

08 —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이론물리학 천재였던 한 스파이의 교훈

책에서 가장 무거운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권한에 관한 것이다. 누가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산카르는 80년 전의 한 인물을 불러온다. 시어도어 홀(Theodore Hall)이다.

홀은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에 참여한 가장 젊은 과학자 중 하나였다. 하버드를 갓 졸업하고 열여덟 살에 프로젝트에 합류한 천재 물리학자였다. 흥미롭게도 그의 형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은 훗날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Minuteman)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런데 동생 시어도어는 1944년, 뉴욕의 소련 무역대표부를 제 발로 찾아가 원자폭탄의 핵심 기밀을 넘겼다.

산카르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동기다. 같은 시기 또 다른 밀고자였던 클라우스 푹스(Klaus Fuchs)는 신념에 찬 공산주의자였지만, 홀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그는 순진했다. "나는 물리학의 천재이니 지정학에도 천재일 것"이라고 여겼고, 세계 평화를 이루는 유일한 길은 두 나라가 모두 폭탄을 갖는 것이라 믿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경도도, 미국에 대한 악의도 없이, 그것이 자신의 도덕적 의무라고 판단해 기밀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세계 평화가 아니었다. 소련은 1949년 폭탄을 손에 넣었고, 산카르의 표현을 빌리면 그 이후 공산주의로 인한 죽음의 책임은 적어도 일부 홀에게 있다.

핵심 개념 — 인식적 겸손

산카르가 홀의 이야기에서 끌어내는 것은 '인식적 겸손(epistemic humility)'이다. 내 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 한계 앞에서 나는 얼마나 겸손할 수 있는가. 한 분야의 천재가 자신의 천재성을 다른 모든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착각할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온 세계의 운명을 혼자 결정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산카르는 이것을 "기술 엘리트에 의한 폭정(tyranny by techbro)"이라 부른다.

이 80년 전의 우화가 지금 다시 호출되는 이유가 있다. 오늘날 가장 뛰어난 두뇌는 더 이상 정부 안에 있지 않다. 그들은 민간 인공지능 연구소에 있다. 그리고 그들의 판단은 종종 정부의 판단과 충돌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선도 AI 연구소와 국방부 사이의 마찰이었다. 해당 연구소는 자사 모델이 국내 감시나 자율 무기에 쓰이지 않도록 보장받기를 요구했고, 행정부는 이 연구소를 국가안보 공급망의 위험 요소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그럼에도 해당 모델은 팔란티어를 거쳐 에픽 퓨리 작전에 활용되었으며, 팔란티어 측은 자사 도구에 그 모델이 계속 들어 있다고 확인했다. 사실관계의 일부는 익명 출처에 기댄 보도라는 점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충돌은 산카르가 던지는 질문을 그대로 압축한다. 전쟁과 감시에 쓰일 기술의 경계를 누가 그어야 하는가 — 그것을 만든 기술자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공직자인가. 산카르의 답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믿는다면, 이런 결정은 선출되었거나 선출된 자에게 임명되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내려야 한다. 프런티어 연구소들은 논의의 자리에 함께 앉아야 하지만, 정책은 정책 결정권자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자가 홀로 지정학적 결정을 내리는 것 — 그것이 바로 시어도어 홀의 실패 양식이기 때문이다. 산카르가 예비역 중령으로서 실리콘밸리와 국방부를 잇는 '디태치먼트 201'에 직접 몸담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의 신발을 신고 여러 마일을 걸어봐야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09 — 마무리가장 큰 위험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다

대담의 끝에서 산카르는 미국에 대한 낙관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미국의 가장 큰 위험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다." 외부의 적이 미국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 — 공통의 가치를 잊고, 혁신과 탁월함을 향한 국가적 기상을 꺼뜨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협이라는 진단이다.

그가 농담처럼 덧붙이는 마지막 말은 의외로 핵심을 찌른다. 어느 영역에서든 미국이 이기는 이유는 "우리가 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굴을 한 대 맞았을 때 자신들조차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 — 그 예측 불가능성과 적응력이야말로 미국적 정신의 강점이라는 말이다. 무기 생산능력에 관한 차갑고 구조적인 분석의 끝에 놓이기에는 다소 낭만적인 결론이지만, 산카르의 논리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주장의 정치적 색채를 덜어내고 보면, 『모빌라이즈』가 남기는 핵심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억지력은 쌓아둔 무기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비용 최적화를 명분으로 공급망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소수의 정교한 무기를 비축하는 데 만족한 나라는, 정작 전쟁이 닥쳤을 때 10년치 물자를 10주 만에 소진하고 빈손으로 남는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것이 바로 그 장면이었다.

이 진단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수의 협력사에 의존하고,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당장의 단가를 우선해 온 산업 구조라면 어디든 같은 함정 앞에 서 있다. 무엇을 비축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다시 만들 수 있는가 — 산카르가 던진 질문은 결국 그 한 가지로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