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학 · 치의학
잃어버린 이를 임플란트나 틀니로 ‘대체’하는 대신, 주사 한 번으로 몸이 ‘진짜 이’를 다시 자라게 한다. 일본 교토의 한 바이오 스타트업이 상용화를 시도 중인 이 항체 의약품의 과학적 원리와 임상 진행 상황,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정리한다.
이가 빠지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임플란트를 심거나, 틀니를 끼우거나. 수천 년 동안 치의학은 이를 때우고 깎고 갈아 끼울 수는 있었지만, 빠진 자리에 살아 있는 진짜 이를 ‘다시 자라게’ 하지는 못했다. 충치든 잇몸병이든 사고든, 한번 잃은 영구치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인체의 기본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 설정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동물 실험실을 벗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섰다. 일본 교토에 본사를 둔 바이오 스타트업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가 개발 중인 TRG-035라는 주사형 항체 의약품이 그 주인공이다. 이 약은 잃어버린 이를 인공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 잠들어 있는 능력을 깨워 자기 자신의 새 이를 돋아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4년 10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1상)이 시작됐고, 2026년 여름에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이 예정돼 있다. 회사는 2030년 무렵 실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글에서는 ‘왜 사람은 이를 두 번밖에 못 갖는가’라는 기본 생물학에서 출발해, 이 약이 작동하는 원리, 임상과 사업의 현재 위치, 그리고 전문가들이 짚는 신중론까지 차례로 살펴본다.
사람은 평생 두 벌의 이를 갖는다. 생후 6개월쯤부터 나기 시작하는 유치(젖니) 20개, 그리고 6세 무렵부터 이를 밀어내며 올라오는 영구치(간니) 최대 32개다. 영구치가 빠지고 나면 그 자리는 비어 있을 뿐, 새 이가 다시 나지는 않는다.
이것은 동물 세계에서 보편적인 규칙이 아니다. 상어나 악어처럼 평생 이를 끊임없이 갈아 끼우는 동물도 많다. 포유류는 대체로 이를 두 번만 갖는 쪽으로 진화했고, 사람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 연구의 출발점이 된 가설은 흥미롭다. 사람의 턱뼈 속에는 정상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세 번째 이’의 씨앗이 흔적처럼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어떤 화학 신호가 그것을 평생 억눌러 둔다는 것이다.
근거가 전혀 없는 상상은 아니다. 전체 인구의 약 1%는 선천적으로 이가 정상보다 많거나(과잉치) 적게(결손치) 태어난다. 즉 ‘이를 더 만들어 내는’ 생체 장치 자체가 사람 몸에 존재하며, 그것이 어긋나면 이가 더 나기도 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진은 그 장치를 의도적으로 다시 작동시킬 수 있다면, 빠진 이를 새로 돋게 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잠든 씨앗. 잘 마른 씨앗은 적당한 조건이 갖춰지기 전까지 싹을 틔우지 않고 휴면 상태로 버틴다. 발아를 막는 신호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핵심 발상은, 사람 턱뼈 속 ‘세 번째 이의 씨앗(치배)’에도 비슷한 휴면 신호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 신호만 풀어 주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잠든 씨앗이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다.
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여러 신호 물질이 정교하게 주고받는 대화로 조절된다.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BMP(골형성단백질, Bone Morphogenetic Protein)라는 신호다. BMP는 세포에게 ‘여기에 이를 만들어라’라고 명령하는 일종의 성장 신호다. 이 신호가 충분히 전달되어야 치배가 자라 이가 된다.
문제는 이 성장 신호를 가로막는 ‘브레이크’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 브레이크가 바로 USAG-1(자궁감작연관유전자-1, Uterine Sensitization-Associated Gene-1)이라는 단백질이다. SOSTDC1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단백질은 BMP에 달라붙어 그 신호를 차단하고, 추가로 또 다른 발생 신호인 Wnt 경로까지 누그러뜨린다. 결과적으로 치배가 더 자라지 못하게 억눌러 두는 것이다.
이 브레이크의 존재는 우연한 관찰에서 드러났다. 교토대학에서 이 연구를 이끈 다카하시 가쓰(高橋克) 박사 연구진은 2007년 무렵, 정상보다 이가 더 많이 자라는 생쥐 계통을 발견했다. 분석해 보니 이 생쥐들에게는 USAG-1이 결핍돼 있었다. 브레이크가 빠지자 이가 더 났던 셈이다.
주차 브레이크. 자동차는 엔진(BMP)이 멀쩡해도 주차 브레이크(USAG-1)가 걸려 있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치아 성장도 마찬가지다. 성장 신호인 BMP는 늘 작동할 준비가 돼 있지만, USAG-1이라는 브레이크가 그것을 붙들고 있어 치배가 멈춰 있다. TRG-035라는 항체는 이 브레이크를 풀어 주는 역할을 한다. 엔진을 더 세게 밟는 것이 아니라, 걸려 있던 브레이크를 떼어 내 원래의 성장 신호가 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약이 등장한다. TRG-035는 USAG-1에 달라붙어 그 작용을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다. 항체란 면역 시스템이 특정 표적에 정확히 들러붙도록 만들어진 단백질인데, 이 약은 USAG-1이 BMP에 결합하는 것을 막도록 설계됐다. 교토대학 연구진이 2021년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 자체가 이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 “BMP 신호 강화를 통한 항(抗)USAG-1 치아 재생 치료”. 흥미롭게도 이 항체는 USAG-1과 BMP의 결합만 끊고, USAG-1이 Wnt 경로의 수용체에 붙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 즉 치아 성장 효과는 주로 ‘되살아난 BMP 신호’에서 나온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생쥐와 흰담비(페럿)에서 USAG-1을 유전적으로 없애거나 항체로 차단하자, 선천적으로 빠져 있던 이가 새로 자라났고 연구진은 재생된 동물 이의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흰담비는 사람처럼 여러 종류의 이(앞니·송곳니·어금니)를 가진 동물이라, 한 종류의 이만 가진 생쥐보다 사람에 가까운 모델로 평가된다. 동물에서 ‘브레이크를 풀면 이가 난다’는 원리가 확인된 것이다.
원리가 동물에서 확인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카하시 가쓰 박사가 USAG-1이 없는 생쥐에서 여분의 이가 자란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한 것이 2007년이고, 그 결과가 항체 치료라는 형태로 정리되어 권위 있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것이 2021년이다. 발견에서 논문까지 14년, 그리고 다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까지는 또 몇 해가 걸렸다.
현재 진행 중인 1상 임상의 설계를 들여다보면 이 단계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교토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1상에는 이가 하나 이상 빠진 30~64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 30명이 참여하며, 정맥에 약물을 한 차례 주사한 뒤 안전성과 내약성(약을 견디는 정도), 그리고 약물이 몸 안에서 흡수·분포·배출되는 양상(약동학)을 살핀다. 즉 1상의 목표는 ‘이가 다시 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약이 사람에게 안전한지’를 먼저 확인하는 데 있다. 2026년 중반 시점의 보도에서는 초기 데이터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아직 정식으로 발표·검증된 결과라기보다 진행 경과에 대한 전언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하다.
치료 효과를 사람에게서 처음 가늠해 보는 무대는 그다음 단계인 2상이다. 회사 측 계획에 따르면 2026년 여름 시작되는 2상에서는 선천적으로 영구치가 여러 개 빠져 있는 어린이 환자 약 24명을 대상으로 투여가 이루어진다. 첫 번째 적응증(약을 쓰도록 허가받는 질환)으로 ‘선천적 무치증(無齒症)’ — 태어날 때부터 영구치가 여섯 개 이상 빠져 있는 비교적 드문 상태로, 전체 인구의 약 0.1% 정도로 추산된다 — 을 겨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이가 부족한 환자에게서 먼저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사고나 노화로 이를 잃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 쪽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간다는 구상이다.
토레젬 바이오파마는 2020년 교토대학에서 분사한 작은 회사다. 대표는 치과의사이자 의학·치의학 박사 학위를 가진 기소 호노카, 과학적 토대를 설계한 인물은 오사카 기타노병원에서 구강외과를 이끄는 다카하시 가쓰 박사다. 회사가 내건 지향점은 단순하다. ‘이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구상에 자금이 모이는 배경에는 시장의 크기가 있다. 일본만 놓고 보아도 선천적으로 이가 부족한 사람이 수십만 명, 사고나 질환·노화로 이를 잃은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르며, 75세 이상에서는 열에 아홉 이상이 적어도 한 개의 이를 잃은 상태다. 지금 이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임플란트와 틀니인데, 임플란트는 인공 구조물을 턱뼈에 심는 외과 시술이고 틀니는 어디까지나 ‘끼웠다 뺐다’ 하는 대체물이다. 만약 몸이 스스로 진짜 이를 다시 길러낸다면, 이 거대한 시장의 전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9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 약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면서 개발에는 세제 혜택과 우선 심사라는 제도적 순풍이 더해졌고, 2026년 들어서는 2상 임상을 위한 추가 투자 유치도 이루어졌다. 공적 연구비(AMED)와 민간 자본, 규제 당국의 인센티브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 셈이다.
여기까지의 그림은 매끄럽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가장 앞서 있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쪽으로 모인다. 면역공학을 연구하는 런던 퀸메리대학의 앵그레이 강 교수는 이 약이 같은 분야에서 가장 진전된 시도라고 보면서도, 임상의 길을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연달아 이어지는 울트라마라톤’에 비유한다. 안전성 측면에서 그가 드는 참고 사례는 골다공증 치료제 로모소주맙(romosozumab, 상품명 이베니티)이다. 이 약이 차단하는 단백질(스클레로스틴)이 USAG-1과 같은 계열에 속하기 때문에, 비슷한 방식의 항체가 사람에게 쓰인 전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로모소주맙 역시 심혈관계와 관련한 주의사항을 안고 있어, ‘전례가 있다’는 것이 곧 ‘안전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홍콩대학에서 치수(齒髓) 치료를 연구하는 청페이 장 교수는 이 접근이 혁신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핵심 전제 — 성인의 몸속에 정말로 ‘세 번째 치아의 씨앗’이 잠들어 있는가 — 자체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정리하면 풀어야 할 물음은 대체로 네 가지다. 첫째, 성인에게 실제로 쓸 수 있는 세 번째 치배가 남아 있는가. 둘째, 생쥐와 흰담비에서 통한 원리가 사람에게도 그대로 통할 것인가. 셋째, 이가 난다 해도 ‘원하는 자리에, 제 모양으로’ 나게 할 수 있는가(연구진은 주사 위치로 자리를 어느 정도 조절하고 교정·이식으로 모양을 다듬을 수 있다고 보지만, 사람에게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넷째, USAG-1은 콩팥에서도 만들어지고 BMP는 뼈 형성에도 관여하므로, 이 신호를 건드렸을 때 몸 전체에 예상치 못한 영향이 없는가 — 바로 지금 1상이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다.
비유로 풀기
동물에서 통한 것과 사람에서 통하는 것의 거리. 모형 비행기를 날렸다고 해서 여객기가 뜨는 것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작은 모형에서 확인된 양력의 원리는 분명 참이지만, 크기와 무게, 승객의 안전, 수천 번의 반복 비행을 견디는 내구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검증을 요구한다. 동물 실험에서 ‘이가 난다’는 원리가 확인된 것은 모형 비행이 성공한 단계에 가깝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이제 막 실물 크기의 시험 비행을 시작한 단계다.
치아를 다시 만들려는 시도가 토레젬 한 곳만의 것은 아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2025년 실험실에서 치아의 씨앗 자체를 배양하는 방식을 발표했고(특수한 젤 형태의 지지체 위에서 세포가 이의 초기 구조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미국 터프츠대학은 인공 지지체에 치아 세포를 심어 이를 길러내는 연구를, 워싱턴대학은 법랑질(에나멜)을 만드는 단백질을 이용해 손상된 이의 표면을 재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줄기세포에서 이의 씨앗을 만들려는 시도도 여럿이다.
이 가운데 토레젬의 방식이 두드러지는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포를 새로 배양하거나 이식하지 않고 ‘항체 주사 한 번’으로 몸 안에 이미 있는 잠재력을 깨운다는 점이고(이른바 세포 없는·cell-free 접근), 다른 하나는 그 결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는 점이다. 다만 이 강점은 동시에 약점과 맞닿아 있다. ‘이미 있는 씨앗을 깨운다’는 전략은, 그 씨앗이 실제로 존재할 때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이를 통째로 길러내는 경쟁 방식들은 출발이 늦은 대신 ‘잠든 씨앗’의 존재 여부에 기대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일본에서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는 치아 재생 의약품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넣는’ 기술이라기보다 ‘몸이 원래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는 능력의 브레이크를 푸는’ 기술이다. 그 원리는 동물에서 확인되었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시험이 진행 중이며, 효과를 처음으로 가늠하는 환자 임상이 2026년 여름을 향하고 있다. 동시에 ‘성인에게 세 번째 치배가 실제로 남아 있는가’, ‘동물의 결과가 사람에게 재현되는가’, ‘난 이를 원하는 자리와 모양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 ‘온몸에 미치는 안전성은 어떤가’ 하는 핵심 물음들은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다. 2030년이라는 상용화 시점은 어디까지나 계획이며, 그 사이의 임상 결과가 이 약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임플란트가 답이던 자리에 ‘다시 자라는 진짜 이’라는 선택지가 더해질 수 있을지, 그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지켜볼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