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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 팩트체크

올여름은 역대 가장 길고 더운가

"올해 여름이 역대 최고로 길고 제일 덥다"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여름이 길어지고 더워지는 추세는 사실이고 직전 두 해는 실제로 역대 최고 더위였지만, 정작 올해(2026년)에 대해서는 기상청도 "역대 1위 경신"을 예보하지 않았다.

기준일 2026년 6월 8일 · 기상청 2025년 연 기후특성, 2026년 연 기후전망 및 장기 계절 변화 통계 기준

매년 여름이 다가오면 "올해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2024년에도, 2025년에도 그랬고 2026년에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사실 두 개의 서로 다른 주장이 겹쳐 있다. 하나는 여름이 더 길어졌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여름이 더 더워졌다는 주장이다. 둘은 원인은 같지만 근거와 정확도가 다르다. 하나씩 떼어 확인해 보자.

검증 1더위 — 직전 두 해가 진짜 역대 1·2위였다

기상청은 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크게 늘린 1973년부터의 기록을 공식 순위로 관리한다.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 순위를 보면, 최근 두 해가 나란히 꼭대기를 차지한다. 2025년 여름이 25.7℃로 1위, 2024년 여름이 25.6℃로 2위다. 2024년이 종전 1위였던 2018년(25.3℃)을 갈아치운 지 단 한 해 만에, 2025년이 다시 그 기록을 넘어섰다.

24.5℃ 25.0℃ 25.5℃ 26.0℃ 2025 25.7℃ · 1위 2024 25.6℃ · 2위 2018 25.3℃ · 3위 2013 25.2℃ · 4위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 역대 순위 ※ 차이를 보이기 위해 가로축을 24.5℃부터 시작함. 1973년 이후 53년 기준.
여름철 평균기온 상위 4개 해. 2024년과 2025년이 종전 기록(2018년)을 두 해 연속으로 갈아치웠다.

더위의 강도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연간 전국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 33℃ 이상)는 29.7일로 역대 3위, 열대야일수(밤 최저기온 25℃ 이상)는 16.4일로 역대 4위였다. 특히 서울은 2025년 여름 열대야가 46일이나 이어져 1908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고, 그동안 한 번도 폭염이 없던 강원도 대관령에서도 관측 사상 처음으로 폭염이 나타났다. 즉 "최근 여름이 역대급으로 덥다"라는 말은, 적어도 직전 두 해에 관해서는 과장이 아니라 기록이 뒷받침하는 사실이다.

검증 2길이 —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가 길어졌다

"길다"라는 주장은 특정 해가 아니라 계절 구조 전체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기상청은 일평균기온을 기준으로 계절의 시작일과 길이를 분석하는데, 100년이 넘는 관측 자료를 보면 여름은 분명히 늘어났고 겨울은 줄어들었다. 봄과 가을의 길이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과거에는 여름이 6월 중순(약 6월 11일)에야 시작해 98일 정도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5월 말(약 5월 31일)에 시작해 118일가량 지속된다. 약 20일이 늘어난 셈이다. 반대로 겨울은 109일에서 87일로 22일 줄었다. 그 결과 지금은 여름이 1년 중 가장 긴 계절이 되었다. 한때 가장 길었던 겨울이 그 자리를 내준 것이다.

사계절 길이 변화 (1년 = 365일) 여름 가을 겨울 과거 85일 여름98일 가을73일 겨울109일 현재 91일 여름118일 가을69일 겨울87일 ※ 일평균기온 기준 계절 분석. 과거는 20세기 초, 현재는 최근 30년. 봄 길이는 합 365일에서 산출한 값.
여름은 약 20일 늘고 겨울은 약 22일 줄었다. 한때 가장 길던 겨울 대신 여름이 1년 중 가장 긴 계절이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통계 놀음이 아니다. 여름이 일찍 시작한다는 것은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되는 시점도 함께 앞당겨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5년에는 6월 중순부터 이미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났고, 일부 지역에서는 6월 19일에 첫 열대야가 관측돼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더위가 더 일찍 와서 더 오래 머무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여름이 길어지고 더워지는 것을 한 장면으로 줄이면, 집에 두꺼운 이불이 한 겹 더 깔린 것과 같다. 온실가스가 늘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열이 대기에 더 많이 갇힌다. 이불이 두꺼워지면 같은 보일러를 틀어도 방이 더 빨리 더워지고, 불을 꺼도 온기가 늦게 식는다. 여름이 더 빨리 시작해 더 늦게까지 이어지는 것이 바로 이 "늦게 식는" 현상에 해당한다.

무엇이 여름을 길고 덥게 만드나

장기적인 배경은 지구온난화다.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평균기온은 100여 년간 뚜렷하게 상승했고, 이 상승분이 여름의 시작을 앞당기고 끝을 늦춘다. 여기에 한반도 특유의 단기 요인이 더해진다. 여름 더위를 좌우하는 것은 남쪽 바다에서 올라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인데, 최근에는 이 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그리고 넓게 확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고기압이 일찍 한반도를 덮으면 더위도 그만큼 일찍 시작된다.

바다도 한몫한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대기로 더 많이 공급된다. 수증기는 밤에 지표가 식는 것을 막아 열대야를 부추기고, 동시에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를 쏟아붓는 연료가 되기도 한다. 최근 여름이 "더우면서 동시에 국지적으로 폭우가 잦은" 양상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증 3그래서 "올해(2026년)"는 정말 역대 1위인가

여기서 주장의 약한 고리가 드러난다. 추세와 직전 두 해의 기록은 사실이지만, "올해 여름이 역대 최고"라는 단정은 기상청 공식 전망과 결이 다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연 기후전망은 올해 기온이 평년(연평균 12.3~12.7℃)보다 높을 확률을 70%로 봤고,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80%로 제시했다. 평년보다 더운 여름은 거의 정해진 사실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러나 "평년보다 덥다"와 "역대 1위를 경신한다"는 다른 이야기다. 기상청과 다수 전문가의 종합적인 시각은, 올해도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평년보다 늘겠지만 2024·2025년처럼 관측 기록을 새로 쓰는 극단적 폭염까지 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쪽이다. 다시 말해 올해 여름은 "상위권의 무더위"일 수는 있어도, "역대 가장 더운 해"로 예보된 적은 없다.

강수 쪽은 따로 살펴야 한다. 올여름 전체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전망이지만, 따뜻한 바다 탓에 짧고 강하게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더 잦을 것으로 예측됐다. 장마는 평년대로 6월 하순 제주·남부에서 시작해 7월 초 전국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유력하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새로 도입해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최종 판정


정리하면, "여름이 길고 더워진다"라는 큰 그림은 100년 넘는 관측이 뒷받침하는 분명한 추세다. 다만 "올해가 바로 그 정점"이라는 말은 매년 반복되는 인상에 가깝고, 적어도 2026년에 관해서는 공식 근거가 없다. 기록을 경신한 해는 2024년과 2025년이었고, 올해는 그 높은 평균선을 따라가는 또 한 번의 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체감은 여전히 혹독하겠지만, "역대 최고"라는 표현은 추세를 가리킬 때와 특정 해를 가리킬 때를 구분해 쓰는 편이 정확하다.

참고 자료
기상청, 「2025년 연 기후특성 분석 결과」(2026년 1월) — 여름철 평균기온 25.7℃ 역대 1위, 폭염·열대야 일수 순위.
기상청,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2024년 9월) 및 「2024 이상기후 보고서」 — 여름철 평균기온 25.6℃.
기상청, 「2026년 연 기후전망」(2026년 1월) 및 여름철 방재기상대책 — 평년 대비 고온 확률, 강수·장마 전망, 신규 특보.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및 국립기상과학원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 계절 길이 변화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