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당신이 아는 것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2026.04.27 · 2 min read · KO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그 내용을 “안다”고 말한다. 구글에서 검색한 정보도 “안다”고 느낀다. ChatGPT가 작성해 준 보고서도 “내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앎과 앎의 착각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골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지식의 착각”이라 부른다. 외부에서 접한 정보를 자기가 원래 알고 있던 것으로 혼동하는 인지 오류다. 그리고 이 착각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자주, 더 깊게 일어난다.

예일대 매슈 피셔 연구팀은 2015년 9차례의 실험을 통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한 사람들이 검색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의 지식 수준을 유의미하게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놀라운 점은 이 과대평가가 검색한 주제뿐 아니라 전혀 관련 없는 주제에까지 확산된다는 것이다. 구글을 써서 “지퍼의 작동 원리”를 찾아본 사람이, “왜 흐린 밤이 더 따뜻한가”라는 전혀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더 잘 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뇌의 활성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자기 뇌에 가까운 것을 고르라고 하면, 검색한 그룹은 더 활발한 뇌 이미지를 선택했다.

텍사스대 에이드리언 워드 교수는 이 현상의 뿌리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 8차례 실험에서 그가 밝혀낸 핵심은, 구글을 사용한 사람들이 외부 정보와 자기 기억의 경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없이 미래 시험을 보더라도 더 잘 할 거라고 예측하기까지 했다. 워드 교수의 설명이 핵심을 찌른다. “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은 자기 기억을 뒤지는 과정과 너무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의 지식이 어디서 끝나고 자기 지식이 어디서 시작하는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정보 접근 방식에 따라 착각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워드 교수의 실험에서 구글 검색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자 과신이 사라졌고, 위키피디아 링크를 직접 제공한 경우에도 착각이 줄었다. 빠르고 매끄러운 인터페이스일수록 외부 정보라는 자각이 희석되는 것이다. AI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ChatGPT는 마치 내 머릿속 생각이 정리된 것처럼 유려한 문장을 내놓는다. 알토대 연구팀의 2025년 실험에 따르면, ChatGPT를 사용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기 성과를 과대평가했고, AI에 더 익숙한 사람일수록 과잉 자신감이 오히려 더 컸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ChatGPT에 질문을 한 번 넣고 답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검증하거나 되물은 적이 없었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책 속의 지식은 읽는 동안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머리를 싸매고 소화하여 자기 말로 재구성할 때 비로소 당신의 것이 된다. 구글의 정보도, AI의 결과물도 본질적으로 마찬가지다. 피셔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기 안의 지식이 늘었다는 착각을 낳는다.” AI 시대에 이 착각은 더 깊고 넓어질 수밖에 없다. 진짜 위험은 기술이 지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가 AI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AI 시대 인간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