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AI가 일자리를 없애면, 누가 물건을 살까

2026.06.02 · 2 min read · KO

인공지능(AI) 기업의 몸값이 가파르다. OpenAI는 올해 3월 약 8,500억 달러, 앤트로픽은 5월 약 9,650억 달러 평가를 받았다.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낸 적 없는 회사들이다. 이 숫자가 정당화되려면 그만큼 거대한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시장은 전 세계 노동시장 하나뿐이다. ‘업무 보조 도구’라는 점잖은 표현 뒤에 깔린 사업 모델은 결국 사람의 일을, 그리고 인건비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술의 향방은 단순한 신제품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밥벌이가 걸린 문제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생긴다. 기업이 직원을 AI로 대체하면 비용이 줄고 주가가 오른다. 올해 2월 잭 도시의 핀테크 기업 블록은 1만 명이 넘던 직원을 6천 명 아래로, 약 40% 줄이며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고 밝혔고, 주가는 22% 넘게 뛰었다. 이런 결정은 블록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대형 기술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AI 효율화’를 내세워 인력을 줄였다. 그런데 해고된 사람들은 다른 회사의 손님이기도 하다.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하면 물건을 살 사람 자체가 줄어든다. 회사 하나하나는 효율적이 되는데 경제 전체의 수요는 무너진다. 올해 와튼스쿨 연구 시리즈로 공개된 ‘AI 해고 함정’ 논문은, 내가 없앤 손님의 손실이 시장 전체에 얇게 퍼지기 때문에 각 기업에는 합리적이어도 모두에게는 손해인 구조라고 설명한다. 일부에서는 이 흐름이 사람 없이도 굴러가는 ‘죽은 경제’, 곧 공장은 돌고 돈은 오가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 바깥에 놓이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것이 정해진 미래는 아니다. 같은 논문을 다른 가정으로 다시 계산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후속 분석도 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아제모을루는, 지금 비용을 따져 AI로 자동화할 만한 일이 전체의 약 5%에 불과하고 향후 10년간 생산성 향상도 1%에 못 미친다고 본다. 역사를 봐도 기계는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한때 일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업은 지금 2% 안팎으로 줄었지만 경제는 굴러갔고, 오늘날 직업의 상당수는 한 세대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문제는 그 적응에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대량 실업을 경고하는 쪽과 AI가 과대평가됐다는 쪽이 팽팽히 맞선다.

한국은 사정이 또 다르다. 우리는 일손이 남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일할 사람이 빠르게 줄어드는 나라다. 그렇다면 AI는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사라질 노동력의 빈자리를 메우는 쪽에 가까울 수 있다. 그래도 남는 질문이 하나 있다. AI가 만든 부를 누가 가져가느냐다. 기계와 자본을 쥔 소수에게 이익이 쏠리는 구조라면, 일자리가 줄든 늘든 분배는 별개의 숙제로 남는다.

AI가 사람을 밀어낼지, 줄어드는 일손을 도울지, 그리고 그 과실을 누가 나눌지. 지금 벌어지는 논쟁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답이 어느 쪽이든, 그 결과는 머지않아 우리 일터에서 먼저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