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말, 미국 결제기업 블록(Block)이 직원을 1만 명에서 6천 명 아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절반에 가까운 감원이었다. 창업자 잭 도시는 회사 사정이 나빠서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도구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환영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20% 안팎 뛰었다.
한 기업만 놓고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건비가 줄고 이익이 늘고 주가가 오른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같은 계산을 할 때 생긴다. 해고된 사람은 곧 다른 회사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그 회사들의 매출도 함께 줄어든다.
와튼스쿨 경제학자들은 이 구조를 ‘AI 해고의 덫’이라 부른다. 한 기업은 감원으로 절감한 비용을 전부 가져가지만, 그로 인해 위축된 소비의 손실은 시장 전체가 나눠 진다. 그래서 저마다 경쟁사보다 먼저 사람을 줄이려 들고, 사회 전체로는 필요 이상으로 자동화가 빨라진다.
다만 임금으로 가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돈은 회사 주주와 자본의 몫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핵심 질문은 ‘수요가 없어지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고소득층일수록 번 돈을 덜 쓰고 더 쌓아두는 경향이 있어, 같은 국민소득이라도 한쪽으로 쏠리면 전체 소비는 가라앉는다.
기술이 정말 그만큼 일을 잘하는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한 경제학자는 AI의 생산성 효과가 앞으로 10년간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 대다수는 막대한 투자에도 고용이나 생산성에 뚜렷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표현대로 ‘AI는 경제 지표만 빼고 어디에나 있다.’
과거의 자동화는 대개 특정 작업 하나를 겨냥했다. 방직기는 손베틀을, 스프레드시트는 수기 계산을 대신했을 뿐 나머지 일은 사람의 몫으로 남았다. 범용 인공지능이 다른 점은 여러 산업의 사무·전문 인력을 한꺼번에 겨냥한다는 데 있다. 회계, 분석, 초급 법률, 영상의학,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그동안 자동화와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던 직군이 함께 도마에 올랐다.
역사를 봐도 새 기술이 노동을 대체할 때 적응에는 세대 단위의 시간이 걸렸다. 산업혁명기 영국에서는 임금과 고용이 기술 도입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미국에서 농업 인구가 노동력의 90%에서 2%로 줄어드는 데는 140년이 들었다. 그 사이 전에 없던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지만, 한 경제학자의 말처럼 ‘단기는 한 사람의 평생일 수 있다.’
불안은 이미 현실의 마찰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승인한 시의원의 집에 총격이 가해지고, 한 인공지능 기업 최고경영자의 자택에 화염병이 던져지는 일이 벌어졌다.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와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만든 풍경이다.
결국 이 변화의 관건은 AI가 얼마나 똑똑해지느냐보다, 그 과실을 사회가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지금 논쟁의 무게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