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

2026.06.02 · 2 min read · KO

요즘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는 사람이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데이터 분석 도구 ‘판다스(pandas)‘를 만든 개발자 웨스 매키니는 최근 한 글에서, 자신은 더 이상 손으로 코드를 쓰지 않으며 한 달에 100억 개가 넘는 ‘토큰’을 인공지능(AI)에 흘려보낸다고 밝혔다. 토큰은 AI가 글이나 코드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다. 그는 직접 다뤄본 적도 없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짜인 결과물을 AI에게서 받아 쓰고 있다. 한때 전문가의 손기술로 여겨지던 일이 빠르게 기계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를 두고 개발자들의 입장은 갈린다. 한쪽은 사람이 방향만 정하면 AI 프로그램이 구현을 거의 다 떠맡는 방식을 지지한다. 조명이 필요 없는 로봇 공장에 빗대어 ‘다크 팩토리’라 부른다. 기획을 맡은 AI가 일을 잘게 쪼개고, 다른 AI들이 각자 만들고 시험하며, 실패하면 알아서 다시 시도한다. 사람의 일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검수하는 것이다. 반대쪽은 사람의 감독이 여전히 핵심이라고 본다. 수많은 AI를 어떻게 조율하고 무엇을 만들지 정확히 일러주느냐가 품질을 가른다는 것이다.

다만 검수가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AI가 내놓은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보통 자동 시험 도구로 가린다. 그런데 그 시험 자체가 허술하면, 멀쩡해 보이는 오류가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된다. 실제로 어떤 도구는 AI가 만든 기능을 직접 작동시키는 장면을 영상으로 녹화해 사람이 확인하도록 첨부하기도 한다. 한 개발자 행사에서는 “당신의 평가 도구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물음이 던져지기도 했다.

흥미로운 관찰도 있다. 매키니는 코드가 약 10만 줄 규모에 이르면 AI가 스스로 쏟아낸 방대한 코드 더미에 오히려 발이 묶인다고 지적했다. 양을 늘리는 일은 쉬워졌지만 복잡함을 감당하는 일은 그대로 어렵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50년 전의 통찰이 소환된다. 소프트웨어 공학자 프레드 브룩스는 1975년, 늦어진 프로젝트에 사람을 더 투입하면 오히려 더 늦어진다고 했다. 사람을 AI로 바꿔도 질문은 그대로다. 일손을 무한히 늘린다고 좋은 설계가 나오지는 않는다.

기업 쪽 시각은 또 다르다. 클라우드 파일 서비스 업체 박스(Box)의 최고경영자 에런 레비는, AI가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비용 때문에 엄두 내지 못하던 일까지 끌어낸다고 본다. 들여다본 적 없던 계약서 더미를 분석하거나, 손대지 못하던 업무 절차를 다듬는 식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도달한 진단은, 애초에 진짜 병목은 타이핑 속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덜어낼지 가려내는 판단, 곧 ‘안목’이 희소한 자원으로 남는다. 여기에 한 가지 물음이 따라붙는다. 안목은 그동안 개발자가 수년간 코드를 직접 만지며 쌓아온 것이다. 신참이 더 이상 손으로 코드를 짜지 않는다면 그 안목은 어디서 길러지느냐는 질문이다. 코드를 짜는 기술이 사라진다기보다, 일의 무게중심이 코드 작성에서 시스템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