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의 과잉과 판단의 시장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면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능력이 남는다는 말이 2026년 상반기 내내 반복됐다. 그 말이 나온 지 넉 달 만에 같은 능력에 시드 투자 1,850만 달러의 가격표가 붙었다. 두 사건은 같은 전제를 공유하지 않는다.
2026년 2월 14일,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인공지능 시대에 안목(taste)이 더 중요해지리라고 예측했다.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되면 무엇을 만들기로 고르는지가 차별점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2년에 쓴 「Taste for Makers」를 함께 걸었다.
이틀 뒤 오픈AI(OpenAI) 사장 그레그 브록만이 안목은 새로운 핵심 역량이라고 응수했다. 샘 올트먼은 채용 담당처럼 사람을 고르는 직무야말로 안목 있는 지원자에게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최고기술책임자 데인 크네흐트는 2026년의 엔지니어링 차별점은 안목이라고 쓴 자신의 1월 글을 다시 꺼내며, 만드는 일은 쉬워졌고 무엇을 만들지 말지 아는 일이 어려워졌다고 정리했다. 2월 말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의 올리비아 무어는 이 흐름을 패션 하우스에 빗댔다. 칼 라거펠트는 샤넬에서 한 땀도 직접 꿰매지 않았고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에서 패턴을 뜨지 않았다. 희소했던 것은 실행이 아니라 라벨에 걸린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넉 달 뒤인 6월 16일, 그 단어가 상품이 됐다. 테이스트 랩스(Taste Labs)가 스텔스를 벗고 시드 1,850만 달러를 발표했다. CRV와 앰플리파이 파트너스(Amplify Partners)가 공동 리드했고 첫 수표는 라티튜드(Latitud)가 썼다. 창업자 타이스 카스텔루 브랑쿠(Thais Castello Branco)가 파는 물건은 명시적이다. 프론티어 연구소에는 선호 데이터셋·추론 데이터·루브릭·강화학습 환경을 팔고, 응용 계층 회사에는 산출물이 브랜드에 맞는지 확인하는 검증 소프트웨어를 판다. 회사가 내건 표어는 슬롭(slop)의 종식이다.
담론은 안목이 사람에게 남는다고 말하고, 시장은 안목을 데이터로 뽑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넉 달 안에 나온 두 문장은 같은 전제 위에 서 있지 않다.
이 어긋남을 그대로 두면 안목이라는 단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무엇이 실제로 희소해졌고 무엇이 값이 매겨지고 있는지 가르려면, 그 단어에 자주 동원되는 근거부터 하나씩 뜯어봐야 한다.
안목 논의에 가장 흔히 동원되는 경험적 근거는 사람이 인공지능이 만든 것과 사람이 만든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실험이다. 숫자 자체는 견고하다. 2025년 공개된 대규모 온라인 조사는 12,500명 이상이 내린 약 28만 7천 건의 판정을 분석해 전체 정답률 62%를 보고했다. 인물 사진에서는 정확했고 자연·도시 풍경에서는 크게 흔들렸다. 2020년 라고(Ragot)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56%였다. 2026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2025~2026년 문헌 30편을 추려, 판별 정확도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우연 수준 근처에 몰린다고 정리했다.
사람의 인공지능 생성물 판별 정확도
이지선다 과제이므로 우연 수준은 50%다. 자극 표본·생성기 세대·응답자 구성이 다르면 직접 비교되지 않는다.
막대 길이는 정답률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두 연구는 자극 종류와 표본 규모가 달라 우열을 뜻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숫자에서 안목으로 건너뛰는 추론이다. 판별 정확도가 재는 것은 판단력이 아니라 주어진 자극 표본의 난이도와 응답자가 가정한 사전 확률이다. 표본에 어느 세대 생성기의 산출물을 넣었는지, 대조군으로 어떤 인간 작업을 골랐는지에 따라 값이 통째로 움직인다. 실제로 2020년대 초 실험들이 쓴 자극은 생성기와 판별기를 경쟁시키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계열에서 나왔고, 이후 확산 모델을 거쳐 언어 이해와 생성을 직접 결합한 도구로 세대가 두 번 바뀌었다. 같은 척도가 같은 것을 잰다고 볼 근거가 없다.
결정적인 반례는 2025년 1월 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웨스턴시드니대학교 연구다. 연구진은 대표작 목록에서 빠진 유명 화가의 실제 작품 50점과, 같은 화가 이름과 화풍을 프롬프트에 넣어 DALL·E 2로 만든 50점을 짝지었다. 한 집단(127명)에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 물었고, 다른 집단(137명)에는 어느 쪽이 컴퓨터가 만든 것인지 골라 보라고 했다.
두 결과가 동시에 나왔다. 사람들은 출처를 모른 채 인공지능 작품을 유의하게 더 선호했고, 동시에 어느 쪽이 인공지능인지도 우연보다 잘 맞혔다. 게다가 둘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사람들이 더 좋아한 작품이 곧 정체가 더 잘 들통난 작품이었다. 밝기·대비·엔트로피를 통제해도 상관은 그대로였다.
이 상관이 뜻하는 것
선호를 끌어낸 시각적 특징과 기계성을 드러낸 특징이 같다면, 판별 실패는 능력의 한계가 아니다.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지 알아채고 있었고, 그럼에도 그쪽을 골랐다. 구분하지 못해서 속은 것이 아니라 구분하고 선택한 것이다. 판별 정확도를 안목의 대리 지표로 쓰는 논법은 이 지점에서 무너진다.
다만 이 실험이 인공지능 미술의 전반적 우위를 뜻하지는 않는다. 연구진 스스로 밝혔듯 생성 결과 가운데 명백한 실패작을 손으로 걸러 냈고, 유명 대표작은 인간 쪽 표본에서 제외했으며, 작품을 200×200 화소로 잘라 보여 줬다. 질감이 살아 있는 실물 대면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실험이 잰 것은 평균적 인공지능 산출물이 아니라 선별을 거친 최상단이다. 그리고 그 선별을 사람이 했다는 사실 자체가 뒤에서 다시 문제가 된다.
출처 표시가 평가를 바꾼다는 사실은 잘 확립돼 있다. 다만 무엇을 바꾸는지가 흔히 뭉개진다. 2023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호턴·화이트·아이옌가가 여섯 실험에 총 2,965명을 동원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동일한 그림에 인공지능 제작이라는 라벨을 붙이면 평가가 떨어진다. 그런데 하락 폭이 항목마다 달랐다. 금전적 가치 추정과 제작에 들었을 노동·기량 추정에서 가장 컸고, 창의성이나 호감 같은 미적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참가자가 두 그림이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고 직접 보고한 경우에도, 사람과 협업한 결과라고 믿은 경우에도 감가는 남았다.
2025년 심리학 학술지 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에 실린 메타분석은 감각·운동 계열 지표 6편(효과 16개)과 정서·가치평가 계열 지표 27편(효과 94개) 모두에서 통합 효과가 유의하되 작은 음의 값이라고 보고했다. 편향은 실재하지만 크지 않고, 계통적으로 존재한다.
라벨이 흔드는 것은 그림에 대한 지각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장부다. 이것은 미적 판단이 아니라 응분(desert)에 대한 판단이다.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다. 인간 라벨이 붙었을 때 평가가 오른다는 사실을 인간 안목의 실재 근거로 쓰면, 실제로 재고 있는 것은 누가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도덕적·경제적 직관이 된다. 그 직관은 기량과 시간 투입에 값을 매기는 노동 판단이지, 무엇이 좋은지 가리는 심미 판단이 아니다. 두 가지를 한 단어로 묶어 부르는 순간 논의는 검증할 수 없게 된다.
안목이 훈련으로 형성되는 실재하는 능력이라는 주장은 검증 가능한 형태로 바꿀 수 있다. 훈련된 사람이 같은 대상을 두 번 보면 같은 판정을 내려야 한다. 재현되지 않는 판정은 능력이 아니라 잡음이다.
이 검사를 실제로 통과시킨 영역은 많지 않다. 로버트 하지슨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한 대형 와인 품평회에서 심사 자료를 분석했다. 심사위원 4인 패널에게 30종짜리 플라이트를 주되, 그 안에 같은 병에서 따른 동일 시료 세 잔을 몰래 끼워 넣었다. 매년 65~70명이 대상이었다.
동일 시료를 반복 제시했을 때의 심사위원 재현성
미국 대형 와인 품평회 2005~2008년, 매년 65~70명 대상
세 번째 항목은 후속 연구에서 코언의 가중 카파 0.7을 전문가 기준선으로 잡았을 때의 통과 비율이다. 세 값은 서로 다른 기준을 재므로 합산되지 않는다.
같은 시료를 같은 자리에서 연속으로 냈다는 점에서 이 설계는 심사위원에게 최대한 유리했다. 그런데도 자기 점수를 같은 메달 등급 안에서 재현한 사람은 약 10분의 1이었다. 또 다른 10분의 1은 동일한 와인에 동메달과 금메달을 오갔다. 후속 연구가 코언의 가중 카파 0.7을 전문가의 기준선으로 제안하자, 두 연구에 참여한 심사위원 가운데 30% 미만만 그 선을 넘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낮은 재현율 자체가 아니다. 하지슨이 함께 보고한 부수적 관찰이다. 심사위원들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서 더 일관적이었다. 안목이 무엇을 거절할지 아는 능력이라는 정의는 실리콘밸리 담론에서 수사로 반복되지만, 이 데이터에서는 측정 결과로 나온다. 다만 함의는 정반대다. 거절의 일관성은 신뢰할 만한 신호가 남는 최소 영역이지, 그 위에 우열 서열을 세우고 보상을 배분할 근거가 아니다. 배제할 것을 안정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는 사실과, 남은 것들 사이에서 최선을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안목 담론의 두 번째 전제는 그 능력이 개인에게 귀속되며 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덕트 디자인 영역에는 이 전제를 직접 시험한 자료가 있다.
2025년 8월 공개된 UI-Bench(사용자 인터페이스 벤치마크)는 텍스트 프롬프트로 앱과 웹사이트를 만드는 도구 10종을 30개 표준 프롬프트에 걸쳐 돌려 300개 사이트를 만든 뒤, 전문가 194명에게 블라인드 쌍 비교를 시켰다. 판정 기준은 취향이 아니라 실무 질문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을 고객에게 납품하겠는가. 4,000건이 넘는 비교를 트루스킬(TrueSkill) 계열 베이즈 모델로 순위화했다.
결과에서 도구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상위권은 고객에게 그대로 낼 만한 화면을 냈고 하위권은 일반적인 템플릿과 반복적인 레이아웃에 머물렀다. 상위 도구는 의도적인 레이아웃 계획과 일관된 시각 체계, 더 나은 에셋 통합을 보였다.
결정적인 대목은 그 격차의 출처다. 도구 대부분이 사실상 같은 기반 모델을 쓴다. 순위를 가른 것은 모델이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 템플릿 라이브러리, 에셋 큐레이션이었다. 같은 엔진에 무엇을 미리 얹어 두었는가가 납품 가능성과 습작 사이를 갈랐다.
안목이 자산 계정으로 넘어가는 경로
이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안목의 상당 부분이 이미 개인의 머릿속이 아니라 제품의 스캐폴딩 계층에 코드와 자산으로 적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번 적재된 판단은 희소한 개인 역량이 아니라 복제 가능한 고정자산이 된다. 디자인 시스템, 토큰 세트, 컴포넌트 라이브러리, 평가 루브릭이 모두 그 형식이다. 개인이 안목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안목이 개인 바깥에 축적되면서 개인에게 돌아오던 몫이 줄어든다.
이 벤치마크의 한계는 저자들이 명시했다. 인간 디자이너 기준선이 없어 전문가와의 동등성을 주장하지 않으며, 결과는 도구 간 상대 순위일 뿐이다. 평가자 풀이 영어권에 쏠려 문화적으로 특정한 미감을 반영할 수 있고, 접근성·코드 품질·로딩 속도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같은 시기 닐슨 노먼 그룹(Nielsen Norman Group)이 낸 결과는 방향이 달라 보이지만 충돌하지 않는다. 2025년 10월, 이 회사는 자사 교육 수강생 프로필 페이지 재설계라는 실제 과제로 인공지능 프로토타이핑 도구들을 평가했다. 도구들은 개별 컴포넌트는 표면적으로 이해했지만 그것들을 한 화면으로 조합할 때 위계가 무너졌고, 넓게 잡힌 프롬프트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요소를 쏟아 냈다. 그룹화·정보 위계·간격 같은 결정을 상세한 지시에도 반복해 놓쳤다. 두 자료는 서로 다른 격차를 잰다. 하나는 도구와 도구 사이를, 다른 하나는 도구와 숙련 설계자 사이를 잰다.
테이스트 랩스가 파는 물건을 다시 보면, 이 회사는 안목이 개인에게 남는다는 명제를 사업 계획으로 부정하고 있다. 창업자는 안목을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의 품질 기준이자, 노출과 패턴 인식으로 압축된 판단이라고 규정한다. 즉 훈련 가능한 기술이다. 2026년 7월 말 발표에서 그는 이 규정을 더 밀어붙였다. 디자인·창작 글쓰기·인격·정서 지능에서 모델이 약한 이유는 일시적 한계가 아니라 그 영역 자체의 성질 때문이다. 코드와 수학은 분해되고 검증되고 실행된다. 이것은 모델의 속성이 아니라 문제의 속성이다. 그의 제1원칙은 이렇게 정리된다. 역량은 측정 가능성을 뒤따른다.
이 회사가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도 담론과 어긋난다. 일반 라벨링 플랫폼에서 인력을 조달하는 대신, 심미적 판단력이 검증된 디자이너·아티스트·창작자를 씨앗으로 심고 이들이 다음 사람을 지명하게 하는 신뢰 전파 구조를 쓴다. 그러니까 안목이 마지막 인간 해자라고 이야기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선호 데이터의 공급자로 편입되고 있다.
안목이 희소해서 사람이 보호받는다는 서사와, 안목이 매입 가능한 주석 노동이라는 사업 모델은 둘 다 참이다. 다만 주어가 다르다. 지대는 개별 안목 보유자가 아니라 그것을 집계하는 계층의 소유자에게 간다.
패션 하우스 비유가 정확히 이것을 말하고 있는데, 위로로 인용된다는 점이 이상하다. 라거펠트가 한 땀도 꿰매지 않았다는 사실의 나머지 절반은 그 방에 있던 다른 전원이 실행 인력이었다는 것이다. 그 모델에서 라벨에 이름을 올리는 자리는 하나뿐이고, 나머지 자리의 보수는 실행 단가로 결정된다. 안목의 수익률이 올랐다는 진단은 고용 안정의 서술이 아니라 소수 승자 구조의 서술이다.
이 서사를 밀어 온 사람들의 소속을 늘어놓으면 구조가 드러난다. 그레이엄은 와이컴비네이터, 브록만과 올트먼은 오픈AI, 크네흐트는 클라우드플레어, 무어는 안드리센 호로위츠다. 실행 비용이 붕괴했고 안목의 수익률이 올랐다는 명제는, 실행을 붕괴시키는 도구를 팔거나 그 도구에 투자한 쪽에서 나왔다.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강조점과 생략의 문제다. 이 명제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도구 채택을 정당화하고, 그 도구가 대체하는 사람들에게 남을 자리를 지정한다. 지정된 자리가 실제로 몇 개인지는 명제 안에 들어 있지 않다.
테이스트 랩스에 투자한 쪽의 논리도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바이브 코딩 도구 시장의 합산 기업가치가 이미 550억 달러를 넘었고, 그 도구를 쓰는 사람 상당수는 디자인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동시에 프론티어 연구소들은 객관적 영역에서 수확 체감에 부딪혀 주관적 품질로 경쟁 축을 옮기고 있다. 안목 데이터에 대한 수요는 이 두 곡선이 만나는 자리에서 발생한다. 여기에 엔비디아(NVIDIA)의 브라이언 카탄자로가 짚은 구조적 성질이 얹힌다. 주관적 품질은 객관적 정확도와 달리 낡는다. 2020년에 옳던 수학 답은 지금도 옳지만, 2016년의 좋은 디자인은 2026년의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안목 데이터셋은 한 번 만들어 두는 자산이 아니라 계속 갱신해야 하는 구독 대상이다.
안목 담론이 문제를 개인의 판단력으로 규정하는 동안, 측정된 손상은 다른 층위에서 나타난다.
2024년 Science Advances에 실린 실험은 293명에게 짧은 소설을 쓰게 하고 600명에게 평가하게 했다. 일부 집필자에게는 GPT-4가 만든 세 문장짜리 출발 아이디어를 최대 다섯 개까지 받아 볼 선택권을 줬다. 결과는 두 방향으로 갈렸다. 인공지능 아이디어에 접근한 집필자의 이야기는 더 창의적이고 더 잘 쓰였고 더 재미있다고 평가받았으며, 그 효과는 원래 덜 창의적이던 집필자에게서 특히 컸다. 그러나 그렇게 나온 이야기들은 서로 더 비슷했다. 저자들은 이 구조를 사회적 딜레마라고 불렀다. 개인은 이득을 보고 집단은 더 좁은 범위의 결과물을 갖는다.
같은 패턴이 다른 표본에서도 확인됐다. 2024년의 한 연구는 사람이 쓴 에세이가 GPT-4가 쓴 에세이보다 집단 의미 다양성에 두 배에서 여덟 배 더 기여한다고 보고했다. 기전 쪽 문헌은 원인을 정렬 단계로 좁힌다.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은 입력 안에서도 입력 사이에서도 산출 다양성을 줄이며, 이 감소는 지도 미세조정 단계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강화학습 단계에서 발생한다. 단일 스칼라 보상을 최대화하면 해 공간이 몇 개의 의미 템플릿으로 수축한다. 목적함수가 다수 취향으로 수렴시키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슬롭의 소재지
테이스트 랩스가 내건 전제도 여기에 닿는다. 인간 선호에 모델을 맞추는 표준 방법 자체가 미적 품질을 깎아 왔고, 업계가 지금 슬롭이라 부르는 균질성을 제조했다는 진단이다. 이 진단이 옳다면 슬롭은 모델의 미숙이 아니라 정렬 목적함수의 산물이다. 그리고 처방의 층위가 달라진다. 문제가 개인의 판단력 부족이면 처방은 교육이다. 문제가 다수 선호로 수렴시키는 최적화면 처방은 목적함수와 데이터 구성이다. 개인에게 안목을 요구하는 담론은 분포 수준의 문제를 개인 역량 문제로 옮겨 놓는다.
2026년 1월 21일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는 몬트리올대학교 카림 제르비 연구실이 주도하고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가 참여해, 10만 명 이상의 인간 응답과 주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발산적 연상 과제(DAT, Divergent Association Task)에서 맞붙였다. 참가자는 서로 최대한 관련 없는 명사 열 개를 대고, 그 단어들 사이의 의미 거리로 점수가 매겨진다. 과제 수행에 2~4분이 걸리고, 더 긴 기존 창의성 검사와의 상관이 확인돼 있다. 연구진은 하이쿠·줄거리·플래시 픽션 같은 창작 과제로도 평가를 확장했다.
최대 온도 설정의 GPT-4는 참가자 72%보다 높은 점수를 냈다. 동시에 가장 창의적인 인간 집단은 어떤 모델보다도 뚜렷하게 앞섰다.
모델의 점수를 움직인 것이 온도라는 손잡이 하나였다는 사실은, 이 척도가 재는 것이 판단이 아니라 산포라는 뜻이다.
여기서 용어가 두 뜻으로 갈린다. 발산적 연상 과제가 재는 창의성은 서로 먼 것을 많이 내놓는 능력이다. 안목을 언제 탐색을 멈출지 아는 기준으로 정의하면, 그것은 수렴 쪽 능력이다. 산포를 키워 점수를 얻는 절차는 정확히 반대 방향을 향한다. 두 능력을 같은 단어로 부르면서 한쪽의 점수 상승을 다른 쪽의 위협으로 읽는 논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평균 인간을 넘었다는 문장도 평균이라는 통계량에 대한 진술이지 직무 대체에 대한 진술이 아니다.
다만 반대 방향의 함의도 있다. 상위 인간이 앞서는 이유가 더 신비로운 무엇이어서가 아니라, 뻔한 조합을 거절하고 지시가 충족된 지점에서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그 능력은 훈련과 측정의 대상이 된다. 측정 가능성이 역량을 앞선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지금 재지 못하는 것이 영원히 재지 못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래 전망은 현재까지 확인된 상태에서만 근거를 끌어왔다. 각 항목에는 그것을 틀리게 만들 조건을 붙였다.
디자인 영역의 안목은 개인 역량이 아니라 조직 자산으로 계상된다
디자인 시스템, 토큰 세트, 컴포넌트·에셋 라이브러리, 평가 루브릭의 형태로 회계상 인식 가능한 자산이 된다. 같은 기반 모델 위에서 스캐폴딩 계층이 순위를 갈랐다는 관측이 근거다.
반증 조건 — 2028년 중반까지 주요 텍스트-투-앱 도구 사이의 품질 격차가 기반 모델 교체만으로 좁혀지고, 스캐폴딩 투자 규모와 순위의 상관이 사라지면 이 전망은 틀렸다.
안목 데이터 시장은 소수 집계자로 집중되고 개별 공급자의 보상은 주석 단가로 수렴한다
데이터가 계속 낡는 성질 때문에 갱신 계약이 반복되고, 반복 계약은 규모의 경제를 만든다. 신뢰 전파 방식으로 모집된 개별 판단자는 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투입물이다.
반증 조건 — 안목 데이터 공급자가 다섯 곳 이상 유의한 매출로 병존하거나, 개별 기여자에게 지속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 구조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틀렸다.
출처 표시 의무가 확대돼도 라벨 감가는 미적 항목이 아니라 가격·기량 항목에 남는다
여섯 실험 2,965명 규모의 결과와 메타분석이 일관되게 가리키는 방향이다. 라벨은 지각을 바꾸기보다 대가 판단을 바꾼다.
반증 조건 — 표시 의무가 시행된 지역에서 미적 평가 항목의 라벨 효과가 금전 가치 항목의 효과를 넘어서는 결과가 여러 기관에서 재현되면 틀렸다.
분포 다양성이 정렬 파이프라인의 관리 지표로 편입된다
단일 산출물 품질만 최적화한 결과가 균질성을 낳는다는 진단이 학계와 상업 양쪽에서 동시에 나왔다. 진단이 공유되면 지표가 따라붙는다.
반증 조건 — 2028년까지 주요 연구소의 공개 모델 문서와 평가 항목에 분포 수준 다양성 지표가 들어가지 않고, 벤치마크가 단일 표본 품질에만 머물면 틀렸다.
판별 정확도는 정책 근거로서 사실상 폐기된다
세대마다 값이 흔들리고 자극 선택에 좌우되는 척도는 규제 기준선으로 쓸 수 없다. 표시 의무와 출처 증명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간다.
반증 조건 — 최신 세대 생성기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사전등록 연구에서 일반인 판별 정확도가 75%를 넘어서면 틀렸다.
세 갈래의 자료가 한 곳을 가리킨다. 반복 시료 실험에서 심사위원들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서 더 일관적이었다. 안목을 상품화하려는 회사는 그것을 정답이 없는 곳의 품질 기준이라고 규정하고, 역량이 측정 가능성을 뒤따른다고 말한다. 10만 명 규모의 창의성 비교에서 상위 인간을 갈라낸 것은 충분해 보이는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 성향이었다.
판단에서 신뢰할 만한 부분은 무엇이 좋은지에 있지 않고 무엇이 아닌지에 있다. 그리고 배제의 기준은 서열화된 선호보다 훨씬 명시하기 쉽다. 명시할 수 있는 것은 루브릭이 되고, 루브릭은 검증 도구가 되고, 검증 도구는 제품 계층에 얹힌다. 지금 진행 중인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그러므로 남는 질문은 안목이 사라지느냐가 아니다. 사라지지 않는다. 옮겨 적힌다. 질문은 옮겨 적힌 뒤 그 값이 누구 장부에 잡히느냐다. 이 질문에 안목이라는 단어는 답하지 않는다. 답하는 것은 데이터 계약의 조항, 자산의 소유 구조, 그리고 갱신 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