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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 할부결제(BNPL)의 위험을 재는 숫자들 — 가맹점 매출 지표가 소비자 피해 통계로 쓰이는 자리

결제창의 무이자 할부 버튼을 두고 오가는 경고문에는 숫자가 하나씩 붙는다. 그 숫자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따라가면 소비자의 가계부가 아니라 가맹점 영업자료에 닿는다. 미국·영국·독일의 실증 연구와 한국의 소액후불결제 제도를 대조해, 지금까지 실제로 확인된 손해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정리한다.

결제창의 버튼 하나가 빚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

온라인 상점에서 결제 단계로 넘어가면 총액 아래에 작은 줄이 하나 붙는다. 네 번에 나누어 내면 한 번에 얼마, 이자는 없음. 버튼을 누르면 심사라 부를 만한 절차 없이 몇 초 만에 승인이 나고, 물건은 값을 다 치르기 전에 배송된다. 영어권에서는 이 방식을 Buy Now, Pay Later라 부르고 머리글자를 따 BNPL이라 쓴다. 지금 사고 나중에 낸다는 뜻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같은 것을 소액후불결제라는 이름으로 제도 안에 넣었다.

구조만 놓고 보면 이것은 명백한 대출이다. 판매자는 물건값을 받았고, 구매자는 아직 내지 않았으며, 그 사이의 돈을 제3의 회사가 메웠다. 그런데 이용자 쪽에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신청서도 없고, 이자율 고지도 없고, 상환 기간은 6주 남짓이며, 카드 발급처럼 승인을 기다리는 시간도 없다. 결제 수단 목록에서 하나를 고르는 동작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 감각의 격차 때문에 BNPL은 지난 몇 년 동안 소비 비판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청년층이 옷과 화장품을 무이자로 사들이다 빚에 잠긴다는 서술이 반복되었고, 그 서술에는 거의 예외 없이 수치가 하나씩 붙었다. 이 결제를 쓰면 사람들이 몇 퍼센트를 더 쓴다는 문장이다. 인용되는 값은 20%대부터 100%를 넘는 것까지 제각각인데,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수가 같은 종류의 문서에 닿는다. 소비자를 조사한 자료가 아니라 가맹점을 상대로 만든 영업자료다.

이 글의 논지는 하나다. BNPL 논쟁에서 유통되는 핵심 수치는 판매 성과를 재는 지표이고, 소비자가 입는 손해를 재도록 설계된 지표가 아니다. 판매 지표를 피해 통계로 옮겨 적으면 방향은 맞아도 근거는 무너진다. 그리고 그렇게 초점이 지출 총액에 묶여 있는 동안, 여러 나라의 실증 연구가 실제로 잡아낸 손해는 다른 자리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 결제를 실제로 사는 쪽은 소비자가 아니라 가맹점이다

BNPL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이용자는 이자를 내지 않는다. 연체료가 있는 사업자도 있고 없는 사업자도 있으며, 있어도 액수가 작다. 그렇다면 무이자 자금을 6주 동안 빌려주는 비용은 누가 대는가. 가맹점이다.

결제액 대비 수수료율은 조사마다 다르게 보고된다. 영국 신용카드 거래 자료를 분석한 구트만케니(Benedict Guttman-Kenney), 퍼스(Chris Firth), 개서굿(John Gathergood)의 2023년 연구는 3~6% 구간을 제시했고, 미국 거래 자료를 쓴 디마조(Marco Di Maggio), 카츠(Justin Katz), 윌리엄스(Emily Williams)의 2022년 작업 논문은 5~8%로 적었다. 어느 쪽이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두 배 안팎이다. 상인이 카드보다 두 배 비싼 결제 수단을 자기 돈으로 깔아 두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만큼 더 팔리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가 있다. 베르크(Tobias Berg), 부르크(Valentin Burg), 카일(Jan Keil), 푸리(Manju Puri)가 2024년 11월 전미경제연구소(NBER) 작업 논문 33152번으로 공개한 분석은 독일의 한 가구 전자상거래 회사가 2022년 2~3월에 실시한 무작위 대조 시험 자료를 썼다. 결제 화면에 BNPL 선택지를 보여 준 집단이 74,128명, 보여 주지 않은 집단이 948명이었다. 가격은 양쪽이 같았다.

실험 결과는 이렇다. 구매로 이어진 비율이 9%포인트 올랐다. 원래 전환율이 71%였으니 13% 상승이다. 이미 살 사람이 더 많이 담은 효과는 그보다 작아서, 구매한 고객 한 명당 매출은 13.7~24.5유로 늘었다. 둘을 합친 고객 1인당 매출 증가폭은 18~21%였다. 연구진은 이를 반올림해 BNPL이 매출을 20% 늘린다고 정리했다.

증가분의 성격이 여기에 걸린다. 매출 상승의 3분의 2가량은 새로 사기 시작한 사람에게서 나왔고, 그 효과는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에게 집중되었다. 신용점수 하위 10퍼센타일 고객의 반응은 상위 10퍼센타일의 두세 배였다. 베르크 등은 이것을 무이자 대출을 끼워 파는 가격차별로 설명한다. 같은 정가를 붙여도 신용이 나쁜 사람은 무이자 대출의 가치가 더 크므로 실질 가격이 더 싸진다. 상인은 지불의사가 낮은 고객에게만 몰래 할인해 준 셈이 된다.

이 설명을 받아들이면 BNPL의 매출 증가는 부작용이 아니라 설계 목적이다. 가맹점은 판촉 예산을 쓰듯 수수료를 지불하고 그 대가로 매출 증가를 산다. 실제로 같은 논문은 가맹점 쪽 비용을 결제액의 2.1%로 계산했다. 자본 조달 비용 0.89%에 회수하지 못한 부도 손실 1.17%를 더한 값이다. 다른 결제 수단의 평균 비용은 0.9%였다. 1.2%포인트를 더 내고 20%를 더 파는 거래라면 상인 입장에서 계산은 간단하다.

매출이 20% 늘었다는 문장과 소비자가 20% 더 썼다는 문장은 같지 않다

문제는 이 수치가 인용되는 방식이다. 상인이 얻은 매출 증가율은 소비 비판의 문맥에 옮겨지는 순간 소비자가 필요 이상으로 쓴 금액으로 읽힌다. 두 문장은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는 대상이 다르다.

먼저 무엇을 재는지가 다르다. 평균 주문금액 상승률은 한 상점에서 한 번에 담은 금액이다. 소비자가 그 지출을 다른 상점이나 다른 달의 지출에서 끌어왔다면, 상점의 장부에서는 증가로 잡히고 가계부에서는 이동으로 잡힌다. 두 숫자는 부호부터 다를 수 있다.

다음으로 어디서 나온 값인지가 다르다. 널리 인용되는 전환율 20~30%, 평균 거래액 30~50% 상승이라는 구간은 구트만케니 등의 논문 각주에 출처가 그대로 적혀 있는데, 방송 보도, BNPL 사업자 자사 블로그, 그리고 애프터페이가 발주한 컨설팅 보고서였다. 최근 유통되는 45~68%대의 값도 결제 대행사와 가맹점 모집 페이지에서 나온다. 스트라이프가 운영하는 클라르나 안내 페이지는 이 결제 수단을 붙이면 전환율과 평균 주문금액이 오른다고 안내하면서, 클라르나 이용 고객의 40%가 해당 브랜드의 신규 고객이라는 수치를 함께 제시한다. 상인을 설득하려고 만든 문장이다.

영업자료의 숫자가 반드시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베르크 등의 무작위 대조 시험은 방향을 확인해 주었고, 소비자 거래 자료를 쓴 연구도 마찬가지다. 디마조 등은 미국 이용자 40만 명의 은행·카드 거래를 주 단위로 3,900만 건 관측해, BNPL을 쓰기 시작한 뒤 주당 총지출이 약 60달러 늘고 그 증가분의 대부분이 소매 지출로 몰린다는 결과를 얻었다. 상점이 광고하는 방향과 학계가 측정한 방향은 어긋나지 않는다.

어긋나는 것은 자릿수와 해석이다. 영업자료가 말하는 45~68%와 실험이 확인한 18~21%는 크기가 다르고, 무엇보다 같은 논문이 지출 증가의 일부를 이롭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디마조 등은 BNPL 이용 이후 지출과 급여의 상관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는 사실도 함께 보고했다. 급여가 적게 들어온 주에도 소비 수준이 유지된다는 뜻이고, 소득이 낮은 4분위 집단에서 그 효과가 가장 컸다. 유동성이 부족한 가구가 지출을 고르게 펴는 데 이 결제가 쓰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출 총액을 근거로 삼는 비판은 반론에 취약하다. 상대는 같은 숫자를 들고 포용적 금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부른다.

같은 자료에서 1%와 28%가 동시에 나온다

지출액을 둘러싼 공방보다 더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열 배 이상 차이 나는 값이 여럿 산출되고, 그 값들이 모두 정확하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2025년 1월 「Consumer Use of Buy Now, Pay Later and Other Unsecured Debt」라는 보고서를 냈다. 어펌, 애프터페이, 클라르나, 페이팔, 세즐, 집 여섯 개 사업자에게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대출 신청·실행 자료 약 1억 4,500만 건을 받아, 이를 신용정보회사의 개인 신용기록과 확률적으로 대조한 자료다. 감독기관이 자료 제출 명령으로 직접 확보한 자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신용기록을 가진 미국 성인의 21.2%가 여섯 개 사업자 중 한 곳에서 최소 한 번 BNPL을 썼다. 건당 평균 결제액은 142달러, 중앙값은 108달러였다. 승인율은 2019년 56%에서 2022년 79%로 올랐고, 신용점수가 최하위 등급이거나 아예 점수가 없는 이용자가 취급 건수의 60%를 넘겼다. 그런데도 부도율은 2%대에 머물렀다. 같은 사람들이 보유한 신용카드의 부도율은 10%였다. 자동이체를 걸어 두게 하는 상품 구조가 회수율을 떠받친다.

문제의 숫자는 그다음에 나온다. 이 상품이 개인의 빚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CFPB는 세 가지 방식으로 계산했고, 세 값이 모두 다르다.

전체 이용자의 무담보 부채 총액에서 BNPL이 차지하는 비중 (금액 합산)
1%
이용자 개인별로 비율을 먼저 구해 평균한 값 (실제로 이용한 달 기준)
17.3%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18~24세 이용자의 평균
27.9%
세 값은 모두 소비자금융보호국의 2025년 1월 보고서에서, 같은 2022년 자료로 산출되었다. 차이는 측정 대상이 아니라 집계 방식에서 온다.

금액을 다 더한 뒤 나누면 1%가 된다.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잔액이 워낙 커서 BNPL 결제액이 묻히기 때문이다.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비율을 먼저 구하고 그 비율들을 평균하면 17.3%가 된다. 다른 빚이 적은 사람에게서 BNPL의 몫이 크게 잡히고, 그 사람들이 평균을 끌어올린다. 18~24세만 떼어 내면 27.9%다. 이 연령대의 월평균 무담보 부채는 9,068달러로 전체 이용자 평균 22,162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므로, 같은 금액의 결제가 훨씬 큰 비중으로 계산된다.

CFPB 자신이 이 점을 결론에서 밝혀 두었다.

However, this low average share masks a great deal of heterogeneity.

다만 이 낮은 평균 비율은 상당한 이질성을 가린다.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onsumer Use of Buy Now, Pay Later and Other Unsecured Debt, 2025년 1월, 결론

세 값 가운데 무엇을 인용하느냐가 곧 결론이다. 1%를 들면 규제할 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되고, 28%를 들면 청년 부채의 큰 축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업계와 규제론자가 나누어 인용하는 수치가 정확히 이 둘이다. 이 값이 대중적으로 인용될 때 조건이 함께 옮겨지는 경우는 드물다. 28%는 BNPL을 실제로 쓴 사람이, 쓴 달에, 개인별 비율의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의 값이다. 조건 세 개가 빠지면 "18~24세 부채의 28%가 무이자 할부"라는 전혀 다른 주장이 된다.

덧붙이면 CFPB는 이 값들이 하한이라고 적었다. 여섯 개 사업자 바깥의 결제는 잡히지 않았고, 자료를 제공한 회사 중 한 곳은 신용기록과 연결할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 분석에서 빠졌다. 무엇을 재든 실제보다 작게 나온다.

확인된 손해는 지출액이 아니라 통장 잔고와 겹쳐 쌓인 대출에 있다

지출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손해를 입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실증 연구가 실제로 잡아낸 손해는 무엇인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초과인출이다. 디마조 등은 BNPL 이용 이후 계좌 잔액이 떨어지고 저축 입금이 줄며, 초과인출 수수료를 물 확률이 0.47%포인트, 잔고부족 수수료를 물 확률이 0.48%포인트 오른다는 결과를 얻었다. 기저 확률이 각각 2.4%와 2.8%이므로 상대적으로는 20%와 17%의 증가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표준 소비 모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무이자로 6주를 빌린 대가로 훨씬 비싼 단기 차입인 초과인출을 감수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논문은 소매 지출용으로 생긴 유동성이 그 항목에 눌어붙어 소비를 밀어올린다는 뜻에서 이를 '유동성 파리끈끈이 효과'라 불렀다.

드한(Ed deHaan), 김정배, 루리(Ben Lourie), 주천치가 2024년 『Management Science』 70권 8호에 실은 연구는 미국 소비자 1,060만 명의 은행 거래 자료로 같은 방향을 확인했다. BNPL을 새로 쓰기 시작한 이용자에게서 초과인출 수수료, 신용카드 이자, 카드 연체료가 빠르게 늘었다. 저자들은 이를 과다 차입이 일어난 정황으로 해석했다.

둘째는 비싼 빚으로의 갈아타기다. 구트만케니 등은 영국 신용카드 약 100만 장의 거래 자료를 훑어, 2021년에 활성 상태였던 카드의 19.5%에 BNPL 사업자 앞으로 나간 결제가 최소 한 건 찍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건당 중앙값은 19.65파운드로 작지만, 카드 한 장당 연간 합계의 중앙값은 157파운드였고 17.6%는 500파운드를 넘겼다. 이 행위의 문제는 산수에 있다. 이자 0%에 몇 주면 끝나는 빚을, 연 20% 안팎에 최소결제만 하면 상환이 수십 년으로 늘어지는 상품으로 옮긴다. 이런 결제는 18~49세가 84%를 차지했고, 잉글랜드에서 가장 결핍 수준이 높은 지역은 가장 낮은 지역보다 28~30% 더 잦았다.

규제 신용에서는 이런 이전이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 영국에서 소비자는 규제 대상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없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을 상환능력 심사가 걸러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BNPL은 규제 밖에 있었으므로 이 심사를 받지 않았다.

셋째는 겹쳐 쌓기다. CFPB 자료에서 2022년 BNPL 이용자의 62.7%가 한 해 중 어느 시점에 둘 이상의 대출을 동시에 보유했고, 32.6%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동시에 빌렸다. 한 달에 한 건 넘게 빌리는 이용자가 전체의 20.3%였고, 이들의 중앙값은 연 23건이었다. 이용자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60~66%로 비이용자의 34%보다 훨씬 높았고, 첫 이용 직전 1년 동안 그 비율이 꾸준히 올라갔다. 카드 한도가 차 가는 사람이 BNPL로 옮겨 오는 경로가 자료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세 갈래를 관통하는 조건은 하나다. 이 대출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사업자들은 4회 분납 상품을 신용정보회사에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다른 BNPL 회사조차 그 사람이 이미 몇 건을 지고 있는지 볼 수 없었다. CFPB가 이 조사를 하려고 감독 권한을 동원해 자료 제출을 명령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손해는 사람들이 많이 썼다는 데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썼는지 아무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승인이 계속 났다는 데서 발생했다.

한국은 한도 30만 원과 연체정보 차단 위에 같은 문제를 올려 두었다

한국에서 이 결제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가 제공한다. 출발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였다. 후불결제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에 해당하는지 정하지 않은 채, 전자금융업자에게 혁신금융서비스 특례를 주어 한시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신경희 연구원이 2024년 10월 『자본시장포커스』 2024-20호에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 상태에서는 같은 후불 신용 기능을 두고 전자금융거래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이 따로 적용되는 이원 규제가 이어졌다.

정리는 2023년 9월 14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이뤄졌고 2024년 9월 15일부터 시행됐다. 소액후불결제업무는 선불업자의 겸영업무로 법에 들어갔고, 성격은 대출성 상품으로 규정됐다. 겸영 승인을 받으려면 자본금 50억 원 이상에 부채비율 180% 이하를 갖추고 대안신용평가모델로 이용자별 한도를 산정해야 한다. 이용자 한 명의 최고 한도는 30만 원 이하이고, 사업자가 부여할 수 있는 한도의 총합은 직전 분기 선불결제액의 15%로 묶였다. 선불충전금을 후불결제의 재원으로 쓰는 것도 금지됐다. 같은 날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설명의무와 불공정영업행위 금지가 적용되고, 청약철회권은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제외됐다.

규제의 방향은 미국·영국의 문제의식과 같은 곳을 향한다. 다만 한 대목이 반대로 설계되어 있다. 연체정보 공유가 제한된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7월 22일 보도자료에서 이 제한이 포용적 금융의 취지에 따른 장치라고 밝혔다. 소액후불결제의 연체 기록을 금융권에 전면 공유하면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제도권 진입이 더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이 판단에는 근거가 있다. 소액후불결제는 애초에 신용카드를 만들기 어려운 사람을 겨냥해 도입됐고, 첫 연체 한 번으로 그 사람을 다시 밀어내면 제도의 목적이 사라진다. 다만 이 설계는 미국 자료에서 확인된 구조를 그대로 남긴다. 앞 절에서 본 겹쳐 쌓기와 초과인출은 대출 사실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승인이 반복된 결과였다. 한국은 그 가시성 문제를 한도 30만 원과 총량 규제로 대신 막는 쪽을 택했다. 사업자별 한도가 30만 원이므로 한 사람이 세 곳을 쓰면 90만 원이 되고, 그 사실은 세 회사 중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연체 수준은 제도 편입 이전 시점의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2023년 3월 기준 현황을 보면, 세 회사의 누적 가입자는 266만 3,557명, 채권 잔액은 445억 원이었다. 연체율은 토스 5.0%, 네이버파이낸셜 2.7%, 카카오페이 0.51%였다. 같은 무렵 은행 연체율이 0.36%, 카드사가 1%대 초중반이었다. 이용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부실률은 카드보다 몇 배 높은 구간에 있었고, 미국 여섯 개 사업자의 2%대 부도율보다도 높았다.

이 수치는 제도 편입 이전의 것이라 지금 상태를 그대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대안신용평가모델 요구와 자산건전성 분류·대손충당금 적립 의무가 2024년 9월부터 걸렸으므로 이후 흐름은 달라졌을 수 있다.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다. 다만 규제가 붙은 항목과 붙지 않은 항목의 구분은 분명하다. 건전성과 판매 절차에는 카드사에 준하는 규율이 들어갔고, 이용자가 여러 사업자에 걸쳐 얼마를 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열어 두었다.

미국은 규제를 거뒀고 유럽은 신용으로 보며 기록은 업계가 자발적으로 붙이고 있다

세 관할권이 지난 2년 사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다.

미국은 한 번 규제했다가 거뒀다. CFPB는 2024년 5월 해석규칙을 내어, BNPL 대출에 접근하는 디지털 사용자 계정이 대부거래진실법(TILA)의 시행규정인 레귤레이션 Z상 '신용카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물 카드가 아니어도 신용을 끌어 쓰는 장치면 카드라는 해석이었고, 이에 따라 사업자는 청구 오류 정정 절차와 환불 권리, 정기 명세서 제공 의무를 지게 됐다. 2024년 7월 30일부터 적용됐다.

업계 단체인 핀테크협회(FTA)가 그해 10월 소송을 냈다. 절차법이 요구하는 의견수렴을 건너뛰고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새 의무를 부과했다는 주장이었다. 2025년 3월 26일 CFPB는 법원에 규칙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알렸고, 5월 6일에는 이 규칙에 근거한 집행을 우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The Bureau is further contemplating taking appropriate action to rescind Buy Now, Pay Later.

본 기구는 나아가 이 규칙을 폐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FPB Announcement Regarding Enforcement Actions Related to Buy Now, Pay Later Loans」, 2025년 5월 6일

같은 달 12일 해당 해석규칙은 다른 지침들과 함께 실제로 철회됐다. 6월에는 수정판을 다시 내놓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개방형 신용에 맞춘 규정을 폐쇄형 대출인 BNPL에 억지로 끼웠다는 것이 CFPB가 든 이유였다. 감독기관이 2025년 1월에 이 시장의 겹쳐 쌓기와 하위 신용층 편중을 상세히 기록한 보고서를 내고, 넉 달 뒤 그 시장에 적용하려던 규칙을 스스로 거둔 셈이다.

유럽은 반대로 갔다. 제2차 소비자신용지침(Directive (EU) 2023/2225)은 총액 200유로 미만이거나 무이자이거나 3개월 안에 상환되는 신용계약을 규제 범위 안으로 끌어들였다. 회원국은 2025년 11월 20일까지 국내법에 옮겨야 하고, 조항은 2026년 11월 20일부터 적용된다. 적용되면 BNPL은 대출기관과 소비자가 맺은 신용계약이 되고, 사업자는 상환능력을 평가할 의무를 진다. 다만 예외가 넓다. 제3자 개입 없이 판매자가 직접 제공하고 어떤 수수료도 받지 않으며 상환기간이 50일 이내인 경우는 빠진다.

그리고 미국에서 실제로 가시성 문제를 메우고 있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업계다. 어펌은 2025년부터 4회 분납 정보를 익스피리언에 제공하기 시작했고, 신용평가모델 회사인 FICO는 어펌 이용자 5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이 정보를 점수에 넣었을 때의 영향을 분석한 뒤 BNPL 자료를 반영하는 점수 모델을 내놓았다. FICO는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제공하자고 공개 제안했고, 어펌 역시 2025년 11월 투자자 공지에서 업계 전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신용점수가 이 상품을 공정하게 다룰 수 없다는 순환 문제가 남는다고 적었다.

여기에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성실 상환자가 신용을 쌓게 해 준다는 것이 제공 측의 명분이고,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다. 동시에 자료를 제공하는 순간 그 회사 고객이 다른 곳에서 몇 건을 더 지고 있는지도 드러난다. 어펌처럼 상대적으로 심사가 촘촘한 사업자에게는 경쟁상 이점이 되고, 겹쳐 쌓기에 기대어 성장한 쪽에는 부담이 된다. 자발적 제공이 좀처럼 전면화되지 않는 이유다. 기록의 유무가 규제가 아니라 사업자 간 유불리로 결정되는 구도다.

결론 — 다툰 것은 지출액이었고, 정작 기록되지 않은 것은 부채였다

정리하면 이렇다. 무이자 할부결제를 비판할 때 동원되는 대표 수치는 평균 주문금액 상승률이고, 이 지표는 상인이 결제 수단을 도입할지 판단하려고 만든 것이다. 상승률 자체는 실제로 측정된 값이다. 독일 전자상거래 회사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고객 1인당 매출은 18~21% 늘었고, 증가분의 3분의 2는 원래 사지 않았을 사람이 사기 시작해 생겼으며, 효과는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에게 몰렸다. 다만 그 값은 한 상점의 장부에서 잰 것이라 가계의 부담을 말해 주지 않는다. 미국 거래 자료에서 확인된 주당 60달러의 지출 증가에는 유동성이 부족한 가구가 소득이 적게 들어온 달의 소비를 유지한 몫이 섞여 있고, 그 몫은 손해가 아니라 이익으로 계산해야 한다.

비중을 말하는 숫자도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감독기관 자료에서 1%, 17.3%, 27.9%가 함께 나오고 셋 다 옳다. 어느 것을 인용하느냐로 결론이 갈리므로, 조건을 떼고 옮기는 순간 그 문장은 근거가 아니라 입장 표명이 된다.

반면 여러 나라 자료가 방향을 맞춘 대목이 있다. 이 결제를 시작한 뒤 초과인출과 잔고부족 수수료를 물 확률이 20%가량 오르고, 신용카드 이자와 연체료가 늘며, 이용자의 62.7%가 한 해 중 여러 건을 동시에 지고, 32.6%는 서로 다른 회사에 걸쳐 진다. 영국에서는 활성 신용카드의 19.5%에 이 무이자 빚을 연 20%대 카드로 갈아탄 흔적이 남아 있고, 그 행위는 결핍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더 잦다. 손해를 하나의 문장으로 줄이면 지출이 늘었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를 졌는지 어느 대주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승인이 계속 났다는 것이다.

제도의 대응은 이 진단과 어긋난 채 갈라져 있다. 미국은 심사와 공시 의무를 붙이려던 해석규칙을 2025년에 철회했고, 유럽은 2026년 11월부터 상환능력 평가를 요구하되 예외를 넓게 뒀으며, 한국은 대출성 상품으로 편입해 건전성 규제를 걸면서 연체정보 공유는 포용적 금융을 이유로 막아 두었다. 세 선택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고, 셋 중 어느 것도 여러 사업자에 걸친 잔액을 한 사람 단위로 합산해 보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신용평가모델 회사와 자료 제공에 유리한 몇몇 사업자다.

남는 물음은 기록을 붙일 것이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유인으로 붙이느냐에 있다. 연체 이력이 공유되면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문턱이 높아지고, 공유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세 곳에서 90만 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 곳 모두 모른 채 승인이 이어진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한도 규제라는 우회로를 택했으므로, 이 선택이 버티는지는 사업자별 잔액이 아니라 이용자 단위 합산 잔액과 연체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로 판가름날 것이다. 그 값은 아직 공개된 통계로 확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