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소프트웨어 진영은 "자유"가 값이 아니라 권리를 뜻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인공지능 모델의 개방성을 판정하는 오늘날의 유럽연합 법령은 값을 받았느냐를 관문으로 삼는다. 부정되었던 기준이 법조문으로 돌아온 경로를 따라간다.
인공지능 모델을 내려받아 쓰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낱말이 '오픈소스'다. 문제는 그 표시가 붙은 것들이 실제로 공개한 물건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어떤 모델은 학습을 마친 뒤 얻어진 수치 덩어리, 곧 가중치(weights)만 내려받게 해 준다. 가중치란 신경망이 학습 과정에서 조정해 놓은 수억에서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말한다. 그것만 있으면 모델을 실행할 수는 있지만, 그 수치가 어떤 자료를 어떤 절차로 먹고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요리로 치면 완성된 음식을 통째로 받은 것이지 조리법을 받은 것이 아니다.
메타의 라마(Llama)는 가중치를 내려받게 하면서도 라이선스에 월간 활성 사용자 7억 명을 넘는 서비스는 별도 허락을 받으라는 조항을 두었다. 오픈AI가 2025년 8월 5일 공개한 gpt-oss-120b와 gpt-oss-20b는 아파치 2.0 라이선스를 달았다. 이 라이선스는 사용 목적을 제한하지 않고 특허 실시권까지 함께 주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느슨한 축에 드는 조건이다. 그러나 오픈AI 역시 학습에 쓴 자료가 무엇이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학습 코드와 학습 자료 묶음까지 함께 내놓은 사례도 있다. 앨런인공지능연구소는 올모(OLMo)를 아파치 2.0으로 공개하면서 학습에 쓴 자료 묶음 돌마(Dolma)와 학습 코드, 중간 점검 지점까지 함께 내놓았고, EleutherAI는 피시아(Pythia) 계열을 공개하면서 학습 자료인 더 파일(The Pile)과 학습 코드를 함께 열어 두었다.
세 부류가 같은 낱말로 불린다. 이 혼란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사태가 아니다. 낱말 자체에 40년 전부터 금이 가 있었고, 그 금은 정확히 어디에서 갈라졌는지 기록이 남아 있다.
리처드 스톨먼은 1983년 GN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닉스와 호환되면서도 사용자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운영체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1985년 10월 4일에는 그 작업을 떠받칠 조직으로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을 세웠다. 자유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를 규정한 문서가 처음 활자화된 것은 1986년 2월, 재단이 내던 소식지 GNU's Bulletin에서였다. 그때의 정의는 두 항목뿐이었다. 이웃에게 복사해 나눠 줄 자유, 그리고 프로그램을 고칠 자유. 훗날 여기에 연구할 자유와 실행할 자유가 덧붙어 오늘날의 네 가지 자유가 되었다.
영어 낱말 free는 값이 없다는 뜻과 구속이 없다는 뜻을 함께 지닌다. 이 겹뜻 탓에 정의의 첫 문장부터 해명이 필요했고, 재단은 아예 비유를 하나 정해 두었다.
free as in free speech, not as in free beer
'언론의 자유'라고 할 때의 자유이지 '공짜 맥주'라고 할 때의 그 말이 아니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자유소프트웨어란 무엇인가」(gnu.org/philosophy/free-sw.html)
이 비유가 얼마나 멀리 퍼졌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덴마크 예술가 집단 슈퍼플렉스(SUPERFLEX)는 2004년 코펜하겐 정보기술대학 학생들과 함께 맥주를 한 통 빚고 이름을 '우리 맥주'(Vores Øl)라 붙였다. 이들은 제조법과 상표 도안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2.5 조건으로 공개했고, 뒤에 이름을 '프리 비어'로 바꿨다. 소프트웨어 진영이 자유와 값을 구별하려고 끌어다 쓴 맥주를 문자 그대로 만들어 버렸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공개한 것도 결국 조리법이었다.
재단의 규정에서 자주 간과되는 대목은 판매 조항이다. 재단은 자유소프트웨어를 재배포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받아 낼 수 있는 만큼 값을 매기라고 권한다. 복사해서 팔 권리를 주지 않는 라이선스는 자유롭지 않은 라이선스라고 못박기까지 한다. 값을 받는 행위가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뒤에 다시 문제가 되므로 기억해 둘 만하다.
재단이 만든 법적 장치가 카피레프트다. 대표 문서인 GNU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GPL)는 코드를 받은 사람이 그것을 고쳐 배포할 때 같은 조건을 그대로 물려주도록 강제한다. 개방이 권장 사항에서 의무로 바뀌는 지점이다. 개방된 코드가 사유화되어 되돌아오지 않는 사태를 막으려는 설계였고, 이 강제성이 훗날 기업들이 이 진영을 꺼리게 만든 원인이 된다.
1998년 1월,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가 웹 브라우저 내비게이터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브라우저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빼앗기던 회사가 꺼내 든 반격 카드였다. 이 발표는 그때까지 변두리 문화로 취급되던 코드 공개를 기업 전략의 자리로 끌어올렸고, 그 순간 몇 사람이 낱말 문제를 다시 꺼냈다.
2월 3일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전략 회의가 그 자리였다. 참석자 가운데 하나였던 포사이트연구소 사무국장 크리스틴 피터슨이 '오픈소스'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피터슨이 2018년에 공개한 회고에서 그가 문제로 든 것은 대화의 낭비였다. 자유소프트웨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은 값 이야기로 알아듣고, 고참들은 매번 맥주 비유를 꺼내 설명해야 했다. 소프트웨어를 논하던 자리가 술값 논쟁으로 새어 나갔다. 같은 회의에 있던 에릭 레이먼드와 마이클 티먼은 뒤에 오픈소스 이니셔티브(OSI) 회장을 지냈다.
새 이름의 목적은 조직 스스로 밝혀 놓았다. 넷스케이프를 움직인 것은 실용적이고 사업적인 근거였으므로, 그 접근을 철학적·정치적 색채가 짙은 자유소프트웨어라는 이름과 구별할 표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름을 바꾼 이유가 기업이 받아들이기 쉽게 하려는 데 있었다는 대목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남긴 서술이다.
다만 이름이 바뀌었어도 판정 기준까지 느슨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픈소스 정의(OSD)는 브루스 페런스가 1997년 7월 데비안 프로젝트를 위해 쓴 데비안 자유소프트웨어 지침을 거의 그대로 옮긴 문서이며, 열 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첫 조항이 재배포의 자유다.
The license shall not require a royalty or other fee for such sale.
그러한 판매에 대해 라이선스가 사용료나 그 밖의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오픈소스 이니셔티브, 「오픈소스 정의」 제1조(opensource.org/osd)
조문은 소프트웨어를 파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금지되는 것은 라이선스가 판매를 막거나 그 판매에서 사용료를 걷는 일이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두 진영은 이름과 강조점에서 갈라졌지만 값에 관해서는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제6조는 특정 활동 분야를 차별하지 말라고 규정한다. 사업에 쓰지 말라거나 유전자 연구에 쓰지 말라는 식의 제한을 두면 오픈소스가 아니다. 이 조항이 20년 뒤 분쟁의 초점이 된다.
스톨먼은 이름 바꾸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2007년에 쓰고 2009년 6월 미국계산기학회 회보 Communications of the ACM 52권 6호에 옮겨 실은 글의 제목이 「오픈소스는 자유소프트웨어의 논점을 놓친다」다. 그는 두 진영의 다툼을 1960년대 좌파의 분파 싸움에 빗대는 시각을 뒤집어 놓는다. 분파 싸움은 목표가 같은데 전략에서 갈라지는 일이지만, 자유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는 목표와 가치 자체에서 갈라지고 실천에서만 자주 겹친다. 이름이 갈린 자리에 강조점의 차이가 아니라 목적의 차이가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이름을 바꾼 쪽은 왜 사람들이 대가 없이 코드를 내놓는지도 새로 설명해야 했다. 에릭 레이먼드가 1998년 학술지 First Monday 3권에 실은 「누스피어 개척하기」가 그 답이다. 누스피어는 생각의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고, 레이먼드는 프로그래머들이 그 영역에 말뚝을 박는 방식을 존 로크의 토지 선점 이론에 견주었다.
핵심 논지는 해커 문화가 선물 문화라는 데 있다. 참여자들은 시간과 창의를 남에게 내주는 방식으로 위신을 놓고 경쟁하며, 개척에서 얻는 수확은 동료들의 평판이다. 프로젝트를 함부로 갈라내지 않는다거나 남의 공로를 가로채지 않는다는 업계의 불문율도 평판이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는 장치로 설명된다. 개방을 지탱하는 것은 이타심보다 보상 구조라는 그림이다.
이 설명에는 자주 지나쳐지는 함의가 있다. 코드는 남이 가져가도 원저자에게서 없어지지 않는다. 복제 비용이 거의 없으므로 희소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 세계에서 희소한 자원으로 남는 것은 평판뿐이고, 개방은 희소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의 수단이 된다. 개방을 시장 바깥의 행위로 보는 통념은 여기서 무너진다. 레이먼드의 설명은 개방이 시장 논리에서 벗어난다는 주장이 아니라, 개방이 다른 화폐를 쓰는 시장이라는 주장이다.
같은 결합을 3년 앞서 반대편에서 지적한 사람들이 있었다. 리처드 배어브룩과 앤디 캐머런이 1995년 잡지 Mute에 발표하고 1996년 학술지 Science as Culture 6권 26호에 고쳐 실은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다.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신념을 샌프란시스코의 보헤미안 문화와 첨단 산업이 뒤엉켜 생겨난 잡종으로 규정했다. 히피의 자유분방함과 여피의 사업 열정이 정보 기술의 해방적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매개로 합쳐졌다고 보았다. 좌파의 언어와 우파의 경제학이 한 몸이 되는 자리에 개방의 수사가 놓여 있다는 진단이었다.
배어브룩 자신은 이 결합을 흡수로만 보지는 않았다. 그가 1998년 같은 First Monday에 실은 「하이테크 선물경제」는 화폐-상품 관계와 선물 관계가 충돌하면서 동시에 공생한다고 정리한다. 인터넷의 선물경제가 자본주의 바깥에 있다는 주장도, 자본주의에 완전히 삼켜졌다는 주장도 그의 논지가 아니다. 개방이 시장과 겹쳐 있다는 관찰은 개방을 옹호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이 같은 해에 각각 도달한 결론이었다.
정의가 흔들린 첫 계기는 클라우드에서 나왔다.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은 자기 소프트웨어를 공개해 두었는데, 아마존웹서비스 같은 사업자가 그 코드를 가져다 관리형 서비스로 팔면서 수익을 가져갔다. 코드를 만든 쪽은 그 수익에서 배제되었다. 라이선스를 어긴 것은 아니었다. 오픈소스 정의가 상업적 이용을 막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몽고DB가 2018년 10월 서버 코드의 조건을 바꾸면서 서버 사이드 퍼블릭 라이선스(SSPL)라는 문서를 새로 만들었다. 이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제공하려면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쓰인 소프트웨어 일체를 함께 공개하라는 것이 골자다. 회사는 이 문서를 오픈소스 이니셔티브에 승인 신청했다가 2019년 철회했다. 조항이 특정 활동 분야, 곧 관리형 서비스 사업을 차별한다는 반대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비안과 페도라, 레드햇은 몽고DB를 배포판 저장소에서 뺐다.
이 연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회사들이 값을 걷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드는 그대로 내려받을 수 있었고 값도 붙지 않았다. 제한된 것은 특정 방식으로 쓰는 특정 사업자였다. 오픈소스 정의가 값이 아니라 사용 조건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 정의를 벗어나려는 시도 역시 값이 아니라 사용 조건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정의가 판정의 틀을 정하면 위반의 형태까지 정해진다.
그 결과 소스는 볼 수 있으나 오픈소스는 아닌 범주가 자리를 잡았다. 업계는 이것을 소스 어베일러블(source available)이라 부르고, 오픈소스 이니셔티브는 오픈소스인 척한다는 뜻으로 '포픈'(fauxpen)이라는 조롱조의 이름을 붙였다. 낱말이 두 뜻으로 굳어진 것은 이 무렵이다. 코드를 읽을 수 있다는 뜻과 판정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 갈라졌고, 마케팅 문구는 앞의 뜻을 쓰면서 뒤의 뜻이 주는 신뢰를 함께 가져갔다.
되돌아온 사례들이 남긴 기록도 짚어 둘 만하다. 일래스틱서치와 레디스는 몇 해 만에 승인된 라이선스로 복귀했지만, 그사이 갈라져 나간 오픈서치와 밸키는 사라지지 않았다. 밸키는 리눅스재단 아래에서 아마존웹서비스와 구글, 오라클의 지원을 받으며 별개의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라이선스는 되돌릴 수 있어도 공동체가 이미 옮겨 간 자리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소스 코드가 곧 고칠 수 있는 형태였다. 코드를 받으면 읽고 고치고 다시 빌드할 수 있다. 모델은 다르다. 가중치를 받아도 그 수치가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고, 같은 것을 다시 만들려면 학습 자료와 학습 절차가 있어야 한다. 소스 코드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새로 생겼다.
오픈소스 이니셔티브는 2년에 걸친 논의 끝에 2024년 10월 28일 오픈소스 인공지능 정의(OSAID) 1.0을 내놓았다. 요구 사항은 셋이다. 학습에 쓴 자료에 관한 정보, 학습과 추론에 쓴 코드 일체, 그리고 승인된 라이선스로 배포되는 매개변수. 여기서 자료에 관한 정보란 원본 자료 묶음을 통째로 재배포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출처와 범위, 수집과 선별의 방법, 처리와 걸러 내기의 절차를 밝혀 숙련된 사람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자료를 다시 모을 수 있게 하라는 뜻이다.
이 타협에는 양쪽에서 비판이 붙었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과 소프트웨어자유보전회는 실제 자료 없이 정보만으로는 의미 있는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낱말의 뜻이 훼손된다고 보았다. 메타는 반대 방향에서 기준이 지나치게 좁다고 반박하며 라마를 계속 오픈소스라 불렀다. 오픈소스 이니셔티브 쪽의 반론은 실무적이다. 자료를 전부 공개할 수 없는 모델을 일괄 배제하면, 가중치조차 내놓지 않는 사업자들에게 논의의 주도권을 넘기게 된다고 본다.
어느 쪽 주장을 택하든 판정의 축이 옮겨 갔다는 사실은 남는다. 소프트웨어에서 개방 여부는 라이선스 문서 한 장으로 판정되었다. 문서를 읽으면 답이 나왔다. 모델에서는 라이선스가 아무리 느슨해도 자료 쪽이 비어 있으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 아파치 2.0을 단 gpt-oss가 오픈소스 인공지능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라이선스는 가장 관대한 축인데 학습 자료에 관한 서술이 없다. 라이선스만 보고 개방성을 판단하던 20년의 습관이 여기서 끊긴다.
업계가 실제로 쓰는 낱말은 그래서 갈라졌다. 가중치를 내려받게 하되 조리법은 주지 않는 배포를 오픈웨이트라 부른다. 오픈소스 이니셔티브는 가중치만 공개한 모델은 오픈소스 인공지능이라 부를 수 없다고 명시해 두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오픈소스로 불리는 모델의 대부분은 오픈웨이트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는 민간 단체들의 낱말 다툼이다. 통과하지 못해도 제재는 없고 평판만 걸려 있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규정 2024/1689)이 상황을 바꾸었다. 이 법은 개방된 모델에 규제 의무를 덜어 주는 예외를 두었고, 그 순간 개방의 정의는 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다. 범용 인공지능 모델에 관한 의무는 2025년 8월 2일부터 적용된다.
예외의 내용부터 보면 이렇다. 제53조 제2항에 따라 자유·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배포된 범용 모델의 공급자는 기술 문서를 작성해 유지할 의무와 하위 사업자에게 통합용 문서를 제공할 의무를 면제받는다. 제54조 제6항에 따라 역외 사업자가 유럽연합 안에 대리인을 지정할 의무도 면제된다. 남는 의무는 저작권 준수 정책 수립과 학습 자료 요약의 공개다.
문제는 그 예외를 받을 자격을 어떻게 정했느냐다. 법의 이유 설명 제103항이 그 기준을 적는다.
provided against a price or otherwise monetised
값을 받고 제공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수익화된 경우.
유럽연합 인공지능법(규정 2024/1689) 이유 설명 제103항
이 조건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구성 요소는 자유·오픈소스에 주어지는 예외를 받지 못한다. 수익화의 범위는 좁지 않다. 조문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한 것을 포함해 기술 지원이나 그 밖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리고 보안·호환성·상호운용성 개선 외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를 함께 든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5년 7월 내놓은 범용 모델 지침은 여기에 더해, 모델 이용을 대가로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게 하거나 개발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광고를 보게 하는 방식도 수익화로 본다고 정리했다. 저장소에 올려 두는 행위 자체는 수익화가 아니라는 단서가 붙어 있을 뿐이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은 복사해서 팔 권리를 주지 않는 라이선스는 자유롭지 않다고 규정했다. 오픈소스 정의 제1조는 판매에 사용료를 물리지 못하게 했을 뿐 판매 자체는 허용했다. 두 정의 모두 값을 받는 행위를 개방의 반대말로 놓지 않았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의 예외 조항은 그 반대다. 값을 받았거나 수익화했다면 자격을 잃는다. 40년 동안 아니라고 못박아 온 그 기준이 법적 판정의 관문이 되었다.
이 어긋남을 단순한 입법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규제 완화의 대상을 정하는 조항에서 입법자가 걸러 내려 한 것은 라이선스 문구가 아니라 사업 실체였다. 느슨한 라이선스를 걸어 두고 예외를 받아 낸 뒤 실제로는 상업 모델을 운영하는 우회를 막으려면, 판정 기준이 돈의 흐름을 향할 수밖에 없다. 개방의 정의가 자유를 재는 도구에서 규제 면제의 자격 심사로 용도를 바꾸면 재는 대상도 함께 바뀐다.
같은 조항 안에 두 번째 문턱이 있다. 제53조 제2항의 예외는 체계적 위험이 있는 범용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체계적 위험은 학습에 쓰인 총 연산량이 10의 25제곱 부동소수점 연산을 넘으면 추정된다. 여기서 부동소수점 연산이란 학습 과정에서 수행된 계산의 총량을 세는 단위이며, 오늘날 대형 모델의 학습이 그 언저리에 놓인다. 예외를 받을지 여부가 개방의 정도가 아니라 모델의 규모로 갈리는 구간이 생긴 것이다. 완전히 공개한 큰 모델은 예외를 잃고, 가중치만 던져 놓은 작은 모델은 예외를 받을 수 있다.
세 정의가 남긴 그림이 그래서 이렇게 된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은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물었다. 오픈소스 이니셔티브는 라이선스 문서가 무엇을 금지하지 않느냐를 물었고, 인공지능으로 넘어오면서 무엇을 함께 공개했느냐를 덧붙였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은 값을 받았느냐와 얼마나 큰 모델이냐를 묻는다. 같은 낱말이 세 층에서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으며, 셋 가운데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마지막 하나다.
'오픈'이라는 표시를 놓고 지금 벌어지는 혼란은 인공지능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낱말이 지나온 경로가 쌓인 결과다. 경로는 세 마디로 정리된다. 1986년의 정의는 값과 자유를 갈라놓고 자유 쪽만 재기로 했으며, 값을 받는 것을 허용했다. 1998년 2월 팰로앨토의 이름 바꾸기는 그 판정 기준은 그대로 둔 채 이름에서 사상을 덜어 냈고, 기업이 들어오기 좋은 문턱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8년 이후 클라우드 분쟁과 인공지능 규제를 거치며 판정의 축이 라이선스에서 자료로, 다시 돈의 흐름으로 옮겨 갔다.
축이 옮겨 갈 때마다 낱말은 남고 뜻만 갈렸다. 라이선스만 보고 개방성을 판단하던 방식은 오픈웨이트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자료 공개까지 요구하는 방식은 학습 자료의 저작권과 개인정보 문제 앞에서 통과 가능한 모델을 몇 개로 줄인다. 값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우회를 막는 데는 유효하지만,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이 40년 동안 아니라고 말해 온 바로 그 오해를 법조문으로 되살린다. 어느 기준도 나머지 둘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
실무에서 남는 것은 판정보다 확인이다. 어떤 모델이 오픈소스라고 불릴 때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것은 가중치인지, 학습 코드인지, 자료의 내력인지가 각각 다르고, 어느 것이 없느냐에 따라 재현할 수 있는지, 감사할 수 있는지, 공급자를 바꿀 수 있는지가 갈린다. 낱말이 세 층으로 갈라진 지금은 표시 대신 목록을 읽어야 답이 나온다.
남은 물음은 법이 정한 정의가 나머지 둘을 끌어당길지에 있다. 규제 면제라는 실질적 이익이 걸린 기준은 평판만 걸린 기준보다 힘이 세다. 유럽연합 안에서 사업하는 공급자들이 인공지능법의 문턱에 맞춰 배포 방식을 조정하기 시작하면, 민간 정의는 그 조정에 뒤따라가거나 무시당하는 쪽으로 갈린다. 어느 쪽이든 개방이라는 말이 무엇을 재는 자인지는 앞으로도 한 번 더 바뀔 여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