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4일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고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을 초보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장면은 곧바로 교육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로 번역된다. 그러나 실험실과 기업 저장소와 취약점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 기록들은 다른 것을 가리킨다.
2025년 2월 2일, 인공지능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가 X에 짧은 글 하나를 올렸다. 코드를 직접 쓰는 대신 하고 싶은 바를 말로 설명하고, 언어모델이 내놓는 결과를 따져 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것을 바이브 코딩이라 이름 붙였다.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도 된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다.
용어부터 풀어야 한다.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은 방대한 양의 문장을 학습해 다음에 올 말을 확률로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ChatGPT와 Claude가 그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래밍에 쓰일 때 이 모델은 회원 가입 화면을 만들어 달라는 식의 평범한 문장을 받아 실행 가능한 코드로 옮겨 준다. 사용자가 하는 일은 원하는 바를 문장으로 적고, 화면에 나타난 결과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을 다시 문장으로 지적한다. 이 왕복을 몇 차례 거치면 브라우저에서 도는 웹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
여기서 나오는 결과물은 장난감이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하루 안에 회원 가입과 데이터 저장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다. 그 서비스에 실제 이용자가 들어와 이름과 전자우편 주소를 남긴다. 카파시의 글이 나온 지 1년 만에 이 방식은 취미의 영역을 벗어났다.
이 장면은 곧바로 교육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문턱이 낮아졌다, 코드를 몰라도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코딩 교육이 민주화되었다. 대학과 고등학교가 바이브 코딩을 정규 수업과 경진대회에 넣기 시작한 근거도 이 번역이다.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낮아진 것은 만드는 문턱이고, 만들어진 것이 제대로 되었는지 판단하는 문턱은 낮아지지 않았다. 이 두 문턱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습관이 교육 현장의 판단을 흐린다. 아래에서 살펴볼 실증 자료들은 초보자에게서, 숙련자에게서, 그리고 코드 자체에서 같은 어긋남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준다.
바이브 코딩은 도구가 사람의 일을 조금씩 가져간 끝에 나왔다. 넘어간 순서를 따라가 보면 무엇이 자동화되었고 무엇이 남았는지가 드러난다.
첫 단계는 자동완성이었다. 편집기가 다음 줄을 미리 제안하면 개발자가 받아들이거나 무시했다. 2022년 스탠퍼드 연구진이 사용자 실험에 쓴 OpenAI의 codex-davinci-002 모델이 그 세대의 물건이다. 사람은 여전히 코드를 읽고 있었고, 제안은 타이핑의 수고를 덜어 주는 정도였다.
두 번째 단계는 대화였다. 사람이 자연어로 요구를 적으면 모델이 코드 뭉치를 내놓고, 사람이 그것을 편집기에 옮겨 실행해 본다. 카파시가 2025년 2월에 쓴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가 지목한 도구는 코드 편집기 커서(Cursor)의 작성 기능과 앤트로픽의 소네트(Sonnet) 모델이었다. 이 단계에서 넘어간 것은 설계의 상당 부분이다. 어떤 함수를 만들고 어떤 라이브러리를 쓸지를 사람이 정하지 않는다.
세 번째 단계는 에이전트다. 에이전트는 모델이 코드를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파일을 직접 고치고, 실행하고, 오류를 읽고, 다시 고치는 순환을 스스로 돈다. AI 평가 기관 METR이 2026년 2월에 밝힌 바로는 2025년 한 해 동안 오픈소스 개발자 사이에서 클로드 코드(Claude Code)나 코덱스(Codex) 같은 에이전트 도구의 사용이 눈에 띄게 늘었고, 그 변화가 자기들 실험 설계를 무너뜨릴 만큼 컸다.
세 단계에서 사람이 넘긴 것은 타이핑, 설계, 실행이다. 넘기지 못한 것이 둘 남는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과, 나온 것이 요구에 맞는지 판단하는 일이다. 앞의 것은 원래부터 사람의 몫이라고 다들 인정한다. 걸리는 곳은 뒤쪽이다. 판단은 자동화 목록에 오른 적이 없는데도, 도구가 코드를 대신 써 준다는 사실 때문에 함께 사라진 것처럼 취급된다.
초보자를 직접 관찰한 연구부터 보자. 제임스 프레이더를 비롯한 9명의 연구진이 2024년 컴퓨팅 교육 연구 학회 ICER에 발표한 「벌어지는 격차: 초보 프로그래머에게 생성형 AI가 주는 이득과 해」는 21회의 실험실 세션에서 프로그래밍 입문 과정 학생들을 관찰하고 면담했다. 화면의 어디를 보는지 추적하는 시선 측정 장비까지 동원했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가 없던 시절 같은 연구진이 했던 관찰을 도구만 바꾸어 되풀이했다.
결과의 겉면은 성공이다. 21명 가운데 20명이 주어진 프로그래밍 문제를 풀어냈다. 그러나 관찰 기록은 두 갈래로 갈렸다. 한쪽은 자기가 만들려던 코드가 이미 머릿속에 있던 학생들이다. 이들은 도구로 속도를 냈고, 도움이 되지 않거나 틀린 제안이 뜨면 무시하고 지나갔다. 다른 쪽은 막힌 학생들이다. 이들에게서는 생성형 AI 이전에 알려져 있던 메타인지 어려움이 그대로 남았고 새로운 종류의 어려움까지 생겼다. 메타인지란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진의 표현으로 이 학생들은 자기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인지 부조화를 드러냈고, 실제보다 잘했다고 믿었으며, 유능감의 착시 속에서 세션을 마쳤다.
완수율만 놓고 보면 21명 중 20명이므로 이 수업은 성공한 수업이다. 갈림은 완수율 안쪽에 숨는다. 산출물을 성과 지표로 삼는 평가 설계는 구조적으로 이 갈림을 보지 못한다.
도구가 학습을 갉아먹는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넘어가면 곤란하다. 반대 방향의 증거가 있다. 마지드 카제미타바르를 비롯한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이 2023년 CHI 학회에 발표한 연구는 10세부터 17세까지의 초보자 69명에게 파이썬 과제 45개를 주고 절반에게만 코덱스를 붙여 주었다. 도구를 쥔 쪽은 과제 완료율이 1.15배, 점수가 1.8배 높았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손으로 코드를 고치는 과제에서 이들의 성적은 떨어지지 않았고, 1주 뒤 사후 검사에서도 오히려 조금 나았다(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연구의 세부 하나가 앞의 갈림과 정확히 맞물린다. 파지 검사에서 유의하게 좋은 성적을 낸 집단은 스크래치 사전 점검 점수가 높았던 학습자들이었다. 스크래치는 블록을 끌어다 붙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어린이용 도구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감각을 이미 가진 아이가 도구를 쥐었을 때 오래 남는 학습이 일어났다. 도구는 이미 있던 감각을 증폭했다.
학습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는 다른 과목의 대규모 실험이 더 선명하게 보여 준다. 함사 바스타니를 비롯한 와튼스쿨 연구진이 2024년에 낸 「생성형 AI는 학습을 해칠 수 있다」는 튀르키예의 한 고등학교에서 약 1,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세 학년의 수학 교육과정 가운데 약 15%에 GPT-4 기반 도구를 투입했다. 도구를 쓸 수 있는 상태의 성적은 48% 올랐다. 그런데 도구를 치우고 치른 시험에서는 대조군보다 17% 낮았다. 학습 보호 장치를 넣어 설계한 튜터를 쓴 반에서는 이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다. 과목이 수학이라 프로그래밍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어긋남의 모양은 같다. 도구를 쥔 상태의 수행과 도구를 놓은 상태의 능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초보자만의 문제라면 교육 설계로 다루면 된다. 그런데 같은 어긋남이 경력자에게서도 나온다.
비영리 AI 평가 기관 METR은 2025년 7월 「초기 2025년 AI가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 생산성에 미친 영향 측정」을 냈다. 무작위 대조 시험이었다. 평균 5년 이상 다뤄 온 자기 저장소에서 일하는 개발자 16명에게 246개의 실제 작업을 맡기고, 각 작업을 무작위로 AI 허용 조건과 금지 조건에 배정했다. 허용 조건에서 이들이 주로 쓴 도구는 커서 프로와 클로드 3.5 및 3.7 소네트였다.
세 숫자가 나란히 어긋났다. 개발자들은 시작 전에 AI를 쓰면 작업 시간이 24% 줄 것이라 예측했다. 실험을 마친 뒤에는 20% 줄었다고 추정했다. 측정된 값은 19% 증가였다. 예측과 측정이 반대 부호였고, 직접 겪고 난 뒤의 회고마저 방향이 틀렸다.
이 결과를 지금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METR 스스로 후속 자료를 냈다. 2025년 8월에 시작한 2차 실험은 57명, 143개 저장소, 800개가 넘는 작업으로 규모를 키웠다. 그런데 2026년 2월 METR은 이 데이터가 현재의 생산성 효과를 재는 신뢰할 만한 신호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유는 표본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AI 없이 일하는 조건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개발자가 늘어 모집과 유지가 어려워졌고, 설문에 답한 개발자의 30~50%가 AI 없이 하기 싫은 작업은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시급을 시간당 15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춘 것도 겹쳤다. 그렇게 남은 값은 원년 참가자 18% 단축(신뢰구간 38% 단축부터 9% 증가까지), 신규 참가자 4% 단축(15% 단축부터 9% 증가까지)이다. METR은 이 값이 하한이며 실제로는 2026년 초의 개발자들이 더 빨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후속 자료가 뒤집은 것은 19%라는 숫자이지 그 숫자가 딸려 온 발견이 아니다. 2차 실험이 무너진 이유 자체가 같은 발견을 다른 각도에서 되풀이한다. 개발자들이 AI 없이 일하기를 견디지 못했고, 어떤 작업이 AI로 크게 빨라질지를 스스로 골라 냈다. 도구에 대한 자기 판단이 강해질수록 그 판단을 검증할 조건이 사라진다. 실험 설계가 겪은 일이 교실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도구 없이 해 보게 하는 것이 유일한 측정 수단인데, 그 조건이 학생에게도 연구자에게도 점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코드 쪽을 재면 어긋남이 더 또렷해진다. 애플리케이션 보안 회사 베라코드(Veracode)는 2025년 7월 「2025 생성형 AI 코드 보안 보고서」를 내면서 100개가 넘는 언어모델에 80개의 코딩 과제를 시켰다. 자바,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C# 네 언어였다. 나온 코드를 정적 분석 도구로 검사한 결과, 45%에서 OWASP 상위 10대 취약점에 해당하는 결함이 발견됐다. OWASP는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가장 흔하고 위험한 보안 결함 열 가지를 정리해 공개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이고, 그 목록은 보안 업계의 기본 점검표로 쓰인다. 언어별로는 자바가 70%를 넘겨 가장 나빴다. 결함 종류별로 보면 사용자가 입력한 값이 그대로 화면에 실행되도록 방치하는 교차 사이트 스크립팅(CWE-80)을 막지 못한 사례가 86%, 로그 주입(CWE-117)이 88%였다.
2026년 봄 갱신본에서 베라코드는 누적 150개가 넘는 모델로 대상을 넓혔다. GPT-5.1과 5.2, 제미나이 3, 클로드 4.5와 4.6 같은 최신 기종이 포함됐다. 여기서 나온 두 곡선이 이 글의 논지를 한 장으로 요약한다. 구문 통과율, 그러니까 문법이 맞고 일단 돌아가는 코드를 만들어 내는 비율은 2023년 약 50%에서 95%를 넘겼다. 같은 기간 보안 통과율은 약 55%에 붙박여 움직이지 않았다.
수치를 받아들이기 전에 발화 위치를 짚어야 한다. 베라코드는 애플리케이션 보안 검사를 파는 회사이므로 위험을 크게 부를 유인이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시험한 모델의 수와 과제 수, 대상 언어, 결함 분류 체계를 밝히고 있고, 3년치 시계열을 같은 방법으로 이어 붙였다. 자사 정적 분석 도구가 잡아내는 결함만 셌다는 한계도 문서에 드러나 있다. 이해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측정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지만, 이 숫자가 특정 검사 도구에 잡힌 양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사람의 행동까지 함께 잰 연구도 있다. 닐 페리를 비롯한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2023년 컴퓨터·통신 보안 학회 CCS에 발표한 「AI 조수를 쓰면 사람이 더 안전하지 않은 코드를 쓰는가」는 47명(도구를 쓴 33명, 쓰지 않은 14명)에게 암호화, 서명, 경로 검사, 데이터베이스 조회, 문자열 처리에 걸친 5개 과제를 냈다. 도구를 쓴 쪽은 5개 중 4개에서 덜 안전한 답을 냈다. 데이터베이스 과제에서는 외부 입력이 그대로 질의문에 섞여 들어가는 SQL 삽입 취약점을 남긴 비율이 36% 대 7%로 갈렸다. 동시에 이들은 자기 코드가 안전하다고 더 강하게 믿었다.
같은 연구의 세부 하나가 앞 절들과 이어진다. 안전한 답을 낸 참가자의 87%는 모델이 내놓은 코드를 큰 폭으로 고쳐서 냈다. 안전을 만든 것은 도구의 출력을 의심하고 손댄 행위였다. 이 연구가 2022년의 codex-davinci-002를 썼고 참가자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3년 뒤 베라코드의 두 곡선이 같은 자리를 다시 가리킨다.
추상적인 통계보다 사건 하나가 더 분명하다. 2025년 5월 29일, 보안 연구자 매트 파머가 바이브 코딩 플랫폼 러버블(Lovable)에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들의 취약점을 공개했다. 국가 취약점 데이터베이스에 CVE-2025-48757로 등록됐고 심각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9.3이다.
구조를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러버블이 만들어 주는 앱은 이용자의 브라우저가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요청을 보내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때 브라우저에 심어 두는 열쇠는 공개된 열쇠이고, 실제 접근 제한은 데이터베이스 쪽의 행 수준 보안(Row-Level Security)이 담당한다. 행 수준 보안은 사용자가 자기 것으로 표시된 줄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표마다 걸어 두는 장치다. 그런데 생성된 앱들은 이 규칙이 켜지지 않은 채, 혹은 사업 논리와 맞지 않는 상태로 배포됐다. 규칙이 없으면 공개 열쇠만 가지고도 표 전체를 읽고 쓰고 지울 수 있다. 공개된 사례에서 흘러나온 것은 전자우편 주소, 결제 상태, 외부 서비스의 접근 토큰이었다.
행 수준 보안이 꺼진 앱은 정상 이용자에게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한다. 회원 가입이 되고 글이 저장되고 화면이 뜬다. 만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정상이다. 결함은 사용자가 하지 않을 요청을 보내야만 드러난다. 바이브 코딩이 학습자에게 돌려주는 피드백은 "화면이 뜬다"이고, 그 피드백은 이 종류의 결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다.
취약점 기록에는 공급자 이의가 함께 붙어 있다. 러버블 쪽은 플랫폼 고객 각자가 자기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를 보호할 책임을 진다고 했다. 이 주장을 옳다고 보든 그르다고 보든, 그것이 그리는 구도는 분명하다. 코드를 쓰는 노동은 도구가 가져갔는데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사용자에게 남아 있다. 두 가지가 같이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만 이 배치에 놀란다.
제보자의 위치도 밝혀 두는 편이 낫다. 파머는 공개 문서에 자기 소속을 리플릿(Replit)으로 적었다. 리플릿은 러버블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다. 이 사실이 취약점의 실재를 바꾸지는 않는다. 별도의 연구자가 같은 문제를 독립적으로 보고했고, 취약점 번호가 부여됐으며, 벤더는 4월 24일 대응을 내놓았다. 다만 여러 플랫폼이 같은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을 때 어느 쪽이 먼저 조사되고 어느 쪽 이름이 데이터베이스에 남는지에는 경쟁 관계가 작용한다.
교육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학생이 만든 앱이 인터넷에 올라가고 다른 사람이 거기에 개인정보를 남기는 순간, 그 학생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주체가 된다. 코드를 자기 손으로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면제 사유가 아니다. 수업이 배포까지 밀고 나가면서 이 지점을 함께 다루지 않으면, 과제가 유출 사고의 예행 연습으로 바뀐다.
여기까지의 자료를 한 자리에 놓으면 용어 하나가 두 뜻으로 쓰이고 있음이 드러난다.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할 때, 낮아진 것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다. 낮아지지 않은 것은 만들어진 것이 요구와 맞는지, 안전한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두 문턱은 서로 다른 재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낱말이 둘을 덮는다.
이 구분은 측정으로도 확인된다. 스베리르 소르게이르손을 비롯한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연구진이 2026년 CHI 학회에 발표한 연구는 사전 등록 절차를 거친 설계로 대학생 100명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컴퓨터과학 성취도, 일반 인지 능력, 글쓰기 능력을 각각 재는 검사를 받고, 상용 도구를 본뜬 전용 환경에서 바이브 코딩 과제를 수행했다. 결과는 글쓰기 능력과 컴퓨터과학 성취도가 모두 유의한 예측 변수였고, 컴퓨터과학 성취도는 일반 인지 능력을 통제한 뒤에도 예측력이 남았다.
사전 지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필요한 형태가 바뀌었다. 문법을 외우는 지식의 자리는 줄었고, 시스템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파악해 그것을 말로 정확히 지정하는 능력의 자리는 커졌다. 이 조합은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유리하지 않다. 앞 절에서 본 스크래치 사전 점수의 역할, 실험실에서 갈린 두 집단의 차이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용어를 만든 사람도 1년 만에 말을 바꿨다. 카파시는 2026년 2월 초에 낸 글에서 원래의 게시글을 별생각 없이 던진 것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지금의 작업 방식에는 다른 이름이 맞다고 적었다. 그가 제안한 이름은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이다. 직접 코드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고 에이전트를 지휘하며 감독한다는 뜻에서 '에이전틱'이고, 여기에는 기예와 과학과 전문성이 있으며 배우고 늘릴 수 있다는 뜻에서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에이전트의 지렛대를 얻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1년 사이에 되돌아온 낱말이 바로 감독과 전문성이다.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라던 자리에 감독이 들어왔고, 문턱이 사라졌다던 자리에 배워야 할 전문성이 들어왔다. 교육이 참고할 것은 두 번째 문장이다.
바이브 코딩이 만드는 문턱을 낮췄다는 관찰과 판단하는 문턱은 그대로라는 관찰은 충돌하지 않는다. 앞에서 본 자료들은 같은 어긋남을 세 갈래로 보여 준다.
첫째, 완수와 학습이 갈린다. 실험실에서 21명 중 20명이 과제를 끝냈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은 가속한 쪽과 유능감의 착시로 끝난 쪽으로 나뉘었다. 10대 초보자 69명을 대상으로 한 통제 실험에서 도구는 성적을 올리고 학습을 해치지 않았으나, 오래 남는 이득은 블록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던 아이들에게 몰렸다. 다른 과목의 대규모 실험에서는 도구를 쥔 성적이 48% 오르는 동안 도구를 놓은 성적이 17% 떨어졌다. 도구는 학습을 만들지도 파괴하지도 않고, 이미 있던 것을 증폭한다.
둘째, 인식과 측정이 갈린다. 평균 5년 경력자 16명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예측과 회고와 실측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후속 실험은 규모를 키우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개발자들이 도구 없는 조건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다시 같은 문제를 가리킨다. 자기 판단을 검증할 조건이 사라지는 중이다.
셋째, 작동과 안전이 갈린다. 3년 동안 구문 통과율은 50%에서 95%로 올랐고 보안 통과율은 55%에 머물렀다. 스탠퍼드 실험에서 안전한 답을 낸 사람의 87%는 생성된 코드를 크게 고친 사람들이었다. 행 수준 보안이 꺼진 앱은 정상 이용자에게 완벽히 작동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열어 두었다.
세 갈래는 하나의 사실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자른 결과다. 산출물이 판단의 대체물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쟁점은 바이브 코딩을 수업에 넣을지 말지에 있지 않다. 무엇을 평가 대상으로 삼을지에 있다. 완성된 애플리케이션을 재면 도구가 그것을 대신 만들 수 있으므로 측정이 무너진다. 무너진 측정 위에서 학습이 일어났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실험실에서 관찰된 유능감의 착시를 제도 차원에서 되풀이하는 일이다. 남는 선택지는 판단을 재는 것이다. 생성된 코드에서 무엇을 고쳤고 왜 고쳤는지, 어떤 제안을 버렸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배포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그 대상이다.
이 논지가 흔들릴 조건도 적어 둘 만하다. 세 번째 갈래는 도구의 성능에 달려 있다. 베라코드가 3년째 평평하다고 보고한 보안 통과율이 구문 통과율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작동과 안전의 분리는 약해진다. 두 번째 갈래도 마찬가지다. METR이 다시 설계하겠다고 밝힌 실험이 표본 이탈을 통제하고도 뚜렷한 가속을 확인한다면, 인식과 측정의 어긋남은 특정 시기의 현상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첫 번째 갈래는 남는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완수한 학생과 배운 학생을 가르는 것은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그 학생이 무엇을 판단할 수 있느냐이고, 그 판단을 재는 문제는 모델 세대와 함께 해결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