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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자로(SMR)의 장점과 단점 — 안전과 입지에서 얻는 것, 열효율과 폐기물과 건설비에서 치르는 것

2026년 8월 30일

2026년 6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 건설 후보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골랐다. 기장군은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네 항목을 25점씩 매긴 100점 만점 평가에서 87.11점을 받아 84.56점의 경주시를 앞섰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0.7기가와트 규모다. 넉 달 앞선 2월에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했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서류적합성 검토를 마친 뒤 안전성 심사에 들어갔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영문 약자로 SMR(Small Modular Reactor)이라고 부른다. 두 가지 조건이 붙는다. 전기출력이 300메가와트 이하일 것, 그리고 원자로의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만들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할 것. 지금 국내에서 돌아가는 대형 원전 한 기가 1,000메가와트를 넘으니, 용량으로는 3분의 1 이하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이 나빠지는가. 두 질문의 답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다. 안전 설계와 입지, 그리고 돈을 빌리는 방식에서는 작은 쪽이 유리하다. 열효율과 우라늄 소모량, 폐기물 부피, 킬로와트당 건설비에서는 작은 쪽이 불리하다. 불리함을 상쇄한다고 알려진 대량생산 효과는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실제 정산액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

열출력과 전기출력을 나눠 읽는 법

원자로가 직접 만드는 것은 열이다.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나오는 열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가 터빈을 돌리고, 터빈에 붙은 발전기가 전기를 만든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는 자리에 핵분열이 들어앉은 구조다.

그래서 원자로에는 숫자가 둘 있다. 열출력은 원자로가 만들어내는 열의 양이고 단위는 MWt(메가와트 열출력)로 쓴다. 전기출력은 그 열로 실제로 뽑아낸 전기의 양이고 단위는 MWe(메가와트 전기출력)다. 뉴스에 나오는 “1,400메가와트 원전”은 뒤쪽 숫자다.

한국형 대형 원전 APR1400을 보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2019년 설계인증을 내주면서 기록한 제원은 열출력 4,000MWt, 전기출력 1,400MWe다. 두 숫자를 나누면 35%가 나온다. 원자로가 만든 열의 3분의 1가량만 전기가 되고, 나머지 2,600메가와트어치의 열은 냉각수를 데워 바다와 대기로 빠져나간다. 이 비율이 열효율이다.

나머지를 왜 못 건지느냐고 물으면 답은 열기관의 원리에 있다. 증기 터빈은 뜨거운 증기와 차가운 응축기 사이의 온도 차이로 일을 한다. 증기가 뜨거울수록 뽑아낼 수 있는 몫이 커지고, 온도 차이가 좁으면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건질 수 있는 양에 상한이 걸린다. 원자로 열효율을 결정하는 것은 냉각재가 어느 온도까지 올라가느냐다. 뒤에서 이 조건을 다시 다룬다.

작은 노심은 스스로 식는다

원자로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정지시킨 다음에 생긴다. 제어봉을 집어넣어 연쇄반응을 멈춰도 원자로는 계속 뜨겁다. 그동안 쌓인 방사성 물질이 저절로 붕괴하면서 열을 내기 때문이다. 이것을 붕괴열이라고 부른다. 정지 직후의 붕괴열은 원자로 열출력의 6~7%이고, 하루가 지나면 1% 아래로 내려간 뒤로는 몇 주에 걸쳐 아주 천천히 줄어든다. 열출력 4,000MWt인 APR1400이라면 정지한 직후에도 250메가와트 안팎의 열이 노심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2011년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이 문제였다. 지진을 감지한 원자로는 설계대로 즉시 정지했다. 그러나 뒤이은 쓰나미가 비상 디젤발전기를 물에 잠기게 하면서 냉각수를 돌릴 펌프가 멈췄고, 붕괴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연료가 녹았다. 원자로는 멈췄고, 멈춘 원자로를 식히는 단계에서 무너진 사고였다.

노심이 작으면 이 문제가 눅어진다. 열은 부피에 비례해 생기고 표면을 통해 빠져나간다. 물체를 작게 만들면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으로 줄지만 표면적은 제곱으로만 줄기 때문에, 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율이 커진다. 같은 양의 얼음이라도 잘게 부수면 덩어리일 때보다 빨리 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얼음 비유에는 어긋나는 데가 있다. 얼음은 스스로 열을 내지 않지만 원자로 노심은 안에서 계속 열을 만들며, 따져야 하는 값은 만드는 열과 내보내는 열의 균형이다.

이 균형이 어느 선을 넘으면 펌프도 전기도 없이 공기와 물의 자연 순환만으로 붕괴열을 감당할 수 있다. 사람이 조작하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물리 법칙만으로 냉각이 이뤄지는 설계를 피동 안전이라고 한다.

대구경 배관을 아예 없애는 설계

SMR이 안전 쪽에서 얻는 두 번째 이득은 배치에서 나온다. 대형 가압경수로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를 굵은 배관으로 이어 붙인다. 이 배관이 터지면 냉각수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데, 이것이 원전 안전 설계에서 가장 무겁게 다루는 냉각재상실사고(LOCA, Loss of Coolant Accident)다. 비상노심냉각계통도, 두꺼운 격납건물도 상당 부분 이 사고를 상정해 만들어진다.

SMR 다수는 증기발생기와 가압기를 원자로 압력용기 안으로 집어넣는다. 이것을 일체형 설계라고 부르며, 굵은 배관 자체가 사라지므로 대형 냉각재상실사고를 설계 단계에서 제외한다. 한국의 i-SMR도 이 방식이다. 미국 뉴스케일의 모듈은 원자로 노심과 나선형 증기발생기 두 대, 가압기가 압력용기 하나에 다 들어간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짓고 있는 GE버노바히타치의 BWRX-300은 여기에 자연순환을 더해 정상 운전 중에도 냉각재 순환펌프를 쓰지 않는다.

상용 규모에서 실제로 실험한 사례

피동 안전은 오랫동안 설계도와 해석 코드 안에만 있었다. 상업 운전 중인 발전소에서 전원을 완전히 끊어보는 시험은 중국 산둥성 스다오완의 HTR-PM에서 처음 이뤄졌다. 칭화대학 원자력·신에너지기술연구원의 장쭤이(張作義) 연구진은 2023년 12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 이 발전소의 원자로 두 기를 시험 대상으로 삼아, 정격 250MWt의 80%인 200MWt로 운전하던 중 능동 전원 공급을 차단하고 붕괴열이 저절로 빠져나가는지 지켜봤다. 표본은 이 두 기이고 다른 노형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과는 2024년 7월 학술지 Joule에 실렸으며, 연구진은 상용 규모에서 고유 안전성이 성립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실증을 다른 노형에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이유

HTR-PM은 헬륨으로 식히고 흑연으로 감속하는 고온가스로다. 연료는 세라믹으로 네 겹 감싼 알갱이를 지름 60밀리미터 흑연 공에 넣은 형태이고, 1,620도까지 방사성 물질을 가둔 채 형태를 유지한다. 물로 식히는 경수로형 SMR은 연료도 구조도 다르므로, 이 실험 결과가 뉴스케일이나 BWRX-300, i-SMR의 안전성을 대신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확인된 것은 작게 만들면 자연 냉각이 성립한다는 원리까지다.

비상계획구역이 부지 경계 안으로 들어오면

피동 안전이 서류상의 미덕에 그치지 않는 까닭은 제도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둘레에는 사고에 대비해 주민 대피와 요오드 배포를 미리 계획해 두는 구역이 설정된다. 이것이 비상계획구역(EPZ, Emergency Planning Zone)이다. 미국은 지금 돌아가는 원전에 대해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퍼지는 경로를 상정한 구역을 반경 약 16킬로미터, 오염된 식품과 물을 통한 섭취 경로를 상정한 구역을 반경 약 80킬로미터로 잡아 왔다.

반경 16킬로미터 안에 몇 명이 사는지가 곧 부지 선정의 제약이다. 전력을 많이 쓰는 도시와 산업단지 근처는 대부분 이 조건에서 탈락한다. 원전이 해안 벽지에 몰려 서고,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수백 킬로미터 송전선으로 끌어와야 하는 구조가 여기서 나온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23년 11월 이 틀을 고치는 최종규칙을 관보에 실었고, 규칙은 그해 12월 18일 발효했다. 연방규정 10 CFR 50.160으로 편입된 이 규칙은 SMR과 비경수로에 대해 미리 정해둔 반경을 강제하는 대신, 사고 시 실제로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이 미치는지 계산해 구역 크기를 정하도록 했다. 계산 결과 비상계획구역이 부지 경계를 넘지 않으면 지역 소방서와 경찰이 방재 훈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 조항이 SMR 사업자들이 실제로 사려는 물건이다. 발전소를 수요지 옆에 세울 수 있으면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아도 되고, 문 닫는 석탄화력의 부지와 계통 접속 설비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장군을 고른 배경에도 같은 논리가 있다. 기장은 과거 원전 예정지였다가 취소된 땅을 다시 쓸 수 있고, 기존 고리원전의 기반시설을 공유하며, 부산·울산·경남 산업단지라는 수요처가 가깝다.

공사비를 한 덩어리로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

돈을 빌리는 방식도 달라진다. 대형 원전은 착공부터 첫 전기를 팔기까지 10년 안팎이 걸리고, 그동안 조 단위 자금이 아무 수익 없이 묶인다. 사업이 지연되면 이자만 불어나므로 금융 비용이 총사업비를 밀어 올린다. SMR은 모듈 단위로 쪼개 짓고, 먼저 완공된 모듈부터 전기를 팔아 현금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세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다링턴에 BWRX-300 네 기를 순차로 짓기로 한 것도 이 방식이다.

여기까지가 SMR이 얻어내는 몫이다. 작은 노심은 스스로 식고, 그 덕에 규제가 완화되며, 완화된 규제는 부지의 선택지를 넓히고, 쪼갠 공사는 자금 부담을 분산한다. 문제는 노심을 작게 만든 바로 그 기하학이 다른 자리에서는 정확히 반대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열효율은 냉각재가 어느 온도까지 올라가느냐가 정한다

실제 설계값을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분명해진다. 아래 다섯 노형은 모두 규제기관 인허가 서류나 설계자가 학술지에 발표한 제원에서 가져왔다.

열출력 대비 전기출력. 뉴스케일과 HTR-PM은 모듈 여러 기가 발전기 하나를 돌리는 구성이므로 발전소 단위로 환산했다.
원자로종류열출력
(MWt)
전기출력
(MWe)
열효율
APR1400대형 가압경수로4,0001,40035.0%
BWRX-300SMR 비등경수로87030034.5%
ACP100SMR 가압경수로38512532.5%
뉴스케일 US460SMR 가압경수로1,50046230.8%
HTR-PM고온가스로50021042.0%

출처: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 자료, BWRX-300은 국제원자력기구 ARIS 소형모듈원자로 편람(2024), 뉴스케일 US460은 2025년 5월 29일 표준설계승인(모듈 250MWt·77MWe 6기), ACP100은 중국핵공업집단 공표 제원, HTR-PM은 장쭤이 외, Engineering 2권 1호(2016).

대형 원전 APR1400의 35.0%와 SMR인 BWRX-300의 34.5% 사이에는 0.5%포인트 차이밖에 없다. 크기가 열효율을 크게 흔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경수로끼리 줄을 세우면 작은 쪽이 내내 낮다. 그리고 가장 높은 42.0%를 낸 것은 250MWt짜리 모듈 둘을 묶은 HTR-PM으로, 표에서 두 번째로 작은 원자로다.

마지막 사실이 오해를 정리해 준다. 열효율을 정하는 것은 냉각재가 어느 온도까지 올라가느냐이며, 원자로의 크기는 여기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물로 식히는 경수로는 냉각재를 액체 상태로 유지해야 하므로 온도를 300도 언저리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압력을 아무리 높여도 물의 임계점 너머로는 갈 수 없다. HTR-PM은 물 대신 헬륨을 쓴다. 헬륨은 노심 입구에서 250도, 출구에서 750도까지 올라가고, 이 열로 13.25메가파스칼에 567도짜리 증기를 만든다. 화력발전소 수준의 증기 조건이며, 그래서 열효율도 화력발전소에 가깝게 나온다.

경수로끼리 비교했을 때 SMR이 조금씩 뒤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자연순환과 낮은 운전 압력을 택하면 증기 조건을 대형기만큼 올리기 어렵다. 터빈도 작아지는데, 작은 터빈일수록 날개 끝에서 새는 증기와 습분으로 잃는 비율이 커진다. 발전소 안에서 펌프와 냉각탑, 조명을 돌리는 데 쓰는 소내 소비전력도 총출력 대비 비중이 커진다.

표의 숫자를 읽을 때 감안할 것

뉴스케일이 공표한 모듈당 77MWe는 발전기 단자 기준 총출력이다. 소내 소비를 뺀 순출력은 이보다 낮으므로 실제 열효율은 표의 30.8%보다 몇 % 아래에 놓인다. i-SMR은 모듈당 전기출력 170MWe에 네 기를 묶어 680MWe로 설계한다는 것까지만 공개돼 있고, 대응하는 열출력 값은 아직 공표되지 않아 표에서 뺐다.

“SMR은 효율이 낮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정확히는 물로 식히는 원자로가 효율이 낮고, 지금 상업화에 가장 가까이 간 SMR 대부분이 물로 식히는 원자로다. 냉각재를 바꾼 설계는 대형 경수로를 넘어선다. 그리고 냉각재를 바꾸는 순간 다음 절의 문제가 더 커진다.

중성자가 새어 나가면 우라늄을 더 태워야 한다

핵분열은 중성자가 우라늄 원자핵에 부딪혀 일어난다. 쪼개진 핵은 중성자를 두어 개 더 내놓고, 그 중성자가 옆의 우라늄을 때리면서 연쇄반응이 이어진다. 원자로 설계란 이 중성자를 얼마나 알뜰하게 붙잡아 두느냐의 문제다. 노심 밖으로 빠져나간 중성자는 발전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주변 강철 구조물에 박혀 그 강철을 방사성 물질로 바꿔 놓는다.

중성자가 새어 나가는 비율은 노심의 크기가 정한다. 앞에서 붕괴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유리하게 만들어 준 그 기하학이 여기서는 반대로 작용한다. 노심이 작으면 중성자가 표면까지 가는 거리가 짧아지고, 그만큼 붙잡히기 전에 빠져나갈 확률이 올라간다. 린지 크랄, 앨리슨 맥팔레인, 로드니 유잉이 202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분석에 따르면 3,400MWt급 대형 가압경수로는 중성자의 3% 미만을 흘리는 반면, 160MWt짜리 일체형 소형 가압경수로는 7%를 넘게 흘린다.

7%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연료를 태우는 정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연소도는 우라늄 1킬로그램에서 뽑아낸 에너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단위는 MWd/kg(메가와트일 매 킬로그램)를 쓴다. 같은 연료를 오래 태울수록 이 값이 커지고, 그만큼 우라늄을 알뜰하게 쓴 셈이 된다. 대형 가압경수로는 55MWd/kg 안팎까지 태운다. 크랄 연구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된 뉴스케일 인허가 서류의 연료봉 치수와 출력밀도로 계산한 소형 일체형 가압경수로의 연소도는 26~34MWd/kg이었다.

같은 전기를 만드는 데 우라늄이 더 든다는 뜻이고, 다 태운 연료도 그만큼 더 나온다는 뜻이다. 크랄 연구진의 계산으로는 생산한 에너지당 사용후핵연료의 질량이 대형 가압경수로의 1.7배였다. 부피로 따지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들이 뉴스케일 일체형 가압경수로와 도시바 4S 소듐냉각고속로, 테라스트리얼에너지 용융염로 세 노형을 3,400MWt 가압경수로와 견준 결론은 이렇다. 에너지 등가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 부피가 최대 5.5배, 장수명 중저준위폐기물이 최대 30배, 단수명 중저준위폐기물이 최대 35배 늘어난다.

처분 용기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

부피보다 까다로운 것은 남은 핵분열 물질의 농도다. 연료를 덜 태우면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가 더 많이 남는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장에 묻을 때는 어떤 경우에도 연쇄반응이 다시 시작되지 않도록 용기 하나에 담는 양을 제한하는데, 이 한계를 임계질량이라고 한다. 크랄 연구진의 계산에서 대형 가압경수로 사용후핵연료의 임계질량은 1,000킬로그램을 넘었지만, 소형 일체형 가압경수로 사용후핵연료는 200킬로그램 남짓이었다. 대형 원전용으로 설계된 처분 용기는 연료집합체를 네 개 이상 담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소형로 연료로는 한 개밖에 넣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작은 노심에서 중성자 누설이 커진다는 물리적 사실에서 곧바로 따라 나온다고 정리했다. 분석 대상이 노형 세 가지였다는 한계도 함께 밝혔다.

이 분석의 유효 범위

크랄 연구진이 계산에 쓴 뉴스케일 모듈은 열출력 160MWt짜리 초기 설계다. 뉴스케일은 이후 모듈 출력을 250MWt로 키웠고 2025년 5월 이 설계로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았다. 노심이 커지면 누설 비율은 내려가므로 격차도 그만큼 줄어든다. 물론 250MWt는 여전히 3,400MWt의 14분의 1이며, 누설이 노심 반지름에 따라 급격히 변한다는 관계 자체는 그대로다. 연구진 자신도 처분장 규모를 실제로 좌우하는 값은 붕괴열이며 부피가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는 못 된다고 본문에 적었다.

작게 만들어도 킬로와트당 값은 내려가지 않았다

발전소 건설비에는 용량에 비례해 늘어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이 섞여 있다. 연료봉과 배관, 콘크리트는 앞쪽이다. 격납건물의 벽 두께, 주제어실, 경비 인력, 인허가 심사 비용, 부지 확보 절차는 뒤쪽이다. 원자로를 절반 크기로 줄여도 제어실이 절반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발전 설비는 크게 지을수록 킬로와트당 값이 싸진다. 이것이 규모의 경제이고, SMR은 정의상 이 이점을 스스로 포기한 설계다.

SMR 진영의 답은 반복 생산이었다. 한 기씩 현장에서 맞춤 제작하는 대신 같은 모듈을 공장에서 수십 개씩 찍어내면, 잃어버린 규모의 경제를 학습 효과로 되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항공기와 선박이 그렇게 값을 내렸다. 이 주장이 실제 숫자와 처음 맞부딪힌 곳이 미국 아이다호였다.

뉴스케일이 착공 전에 접은 사업

뉴스케일과 유타주 지자체 전력조합(UAMPS)은 아이다호국립연구소 부지에 77MWe 모듈 6기를 묶은 462MWe 발전소를 짓기로 하고 이를 무탄소전력사업(Carbon Free Power Project)이라 불렀다. 2021년 중반에 내건 목표 전력 판매가는 메가와트시당 58달러였다. 2023년 초 이 값은 89달러로 올랐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집계로는 건설비 추정치가 53억 달러에서 93억 달러로 75% 뛴 결과였고, 킬로와트당으로 환산하면 20,139달러였다. 같은 시기 조지아주에서 짓고 있던 대형 원전 보글 3·4호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89달러라는 값도 연방정부 보조 40억 달러를 반영한 뒤의 숫자였다.

2023년 11월, 전력을 사겠다고 나서는 지자체가 충분히 모이지 않자 양측은 사업을 접었다. 첫 삽도 뜨기 전이었다. 건설비가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현장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짓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사례의 무거운 부분이다.

다링턴에서 값을 매기는 방식

서방에서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유일한 상용 SMR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다링턴이다. 2025년 5월 8일 온타리오주 정부는 온타리오전력공사(OPG)에 BWRX-300 건설을 승인했다. 네 기를 짓는 데 잡은 총사업비는 209억 캐나다달러이고, 1호기 건설비는 공용 기반시설 16억 캐나다달러를 포함해 77억 캐나다달러다. 네 기를 다 지으면 1,200MWe이므로 킬로와트당 약 17,400캐나다달러가 된다. 1호기는 2029년 말 완공해 2030년에 계통에 연결한다는 일정이다.

온타리오 계통운영자(IESO)가 계산한 이 발전소의 생애 평균 발전원가는 킬로와트시당 14.9센트다. 같은 수준의 기저 전력을 풍력과 태양광에 배터리를 붙여 공급할 경우로 잡은 범위가 13.5~18.4센트였다. 두 범위는 겹치며, IESO는 재생에너지 쪽이 송전선을 더 깔아야 하고 땅을 훨씬 많이 쓴다는 점을 나란히 적었다.

학습 효과 논리에는 순환이 있다. 값이 내려가려면 공장이 같은 모듈을 반복해서 찍어내야 하고, 반복 생산이 성립하려면 주문이 쌓여야 하며, 주문이 쌓이려면 값이 먼저 내려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고리를 끊고 나간 사업자는 없다. 다링턴 2~4호기의 정산액이 1호기보다 뚜렷하게 낮게 나오면 학습 효과 주장은 처음으로 증거를 얻는다. 반대로 1호기 최종 비용이 77억 캐나다달러를 넘기면, SMR도 지난 20년 대형 원전이 걸어온 초과 비용의 경로를 밟는 것이 된다. 판정할 자료는 2029년 말 이후에 나온다.

육상에서 상업 운전 중인 SMR은 아직 하나다

세계에서 상업 운전에 들어간 육상 소형모듈원자로는 2023년 12월 6일 운전을 시작한 중국의 HTR-PM 하나다. 앞서 본 고온가스로이며, 세계 최초의 4세대 상용 원전으로 기록됐다.

경수로형은 아직 없다. 가장 앞선 중국 중국핵공업집단의 ACP100은 2021년 7월 13일 하이난성 창장 부지에서 최초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58개월 공기를 잡았다. 2025년 12월 이 회사의 연구조직 관계자는 2026년 상반기 상업 운전을 예고했으나, 2026년 8월 3일 세계원자력협회가 전한 창장 부지 소식에서 ACP100은 여전히 시운전 단계로 기록됐다. 서방에서 가장 앞선 다링턴 1호기는 2029년 말이 목표다.

실적이 없다는 사실은 이용률에서 특히 아프다. 이용률은 발전소가 1년 내내 정격 출력으로 돌았을 때 만들 수 있는 전력량 가운데 실제로 만든 몫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집계로 2025년 미국 원자력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91%였다. 이 숫자는 96기의 원자로가 평균 44년씩 돌면서 쌓은 기록이다. SMR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90% 이상이라는 목표에는 아직 대응하는 운전 실적이 없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는가

i-SMR은 모듈 하나가 170MWe를 내고 네 기를 묶어 680MWe 발전소를 구성하는 일체형 가압경수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3년부터 3,992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 냉각재에 붕산을 타지 않는 무붕산 운전을 채택해 붕산 계통을 통째로 덜어냈다.

기술개발사업단은 2026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서류적합성 검토에서 13건의 보완 사항을 확인했으나 심사에 착수할 수준은 갖췄다고 판단하고 심사계획을 세웠다. 법정 처리기간은 24개월이지만, 신청자가 서류 보완을 2027년 6월까지, 주요 검증시험 결과 제출을 2028년 6월까지 하겠다고 밝혀 원안위는 완료 시점이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건설허가 시점을 2030년대 초로 보고 있고, 준공 목표는 2035년경이다.

결론 — 작게 만들어 사는 것은 지을 수 있는 자리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노심이 스스로 식는다. 부피 대비 표면적이 커져 붕괴열이 빠져나가기 쉬워지고, 증기발생기를 압력용기 안에 넣어 굵은 배관을 없애면 가장 무거운 사고 시나리오 하나가 설계에서 지워진다. 중국 스다오완에서 전원을 끊고 실제로 확인한 바가 그 원리다. 안전이 좋아지면 규제가 따라 움직인다. 미국 규제기관은 2023년 비상계획구역 크기를 계산으로 정하게 했고, 구역이 부지 경계를 넘지 않으면 지역 소방과 경찰의 훈련 참여도 면제했다. 발전소를 수요지 옆에 세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장을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기하학이 반대편에서 값을 청구한다. 노심이 작으면 중성자가 더 많이 새어 나가고, 그래서 연료를 덜 태우게 된다. 크랄 연구진의 계산으로 생산 에너지당 사용후핵연료 질량은 1.7배, 부피는 최대 5.5배이며, 남은 핵분열 물질 농도가 높아 처분 용기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연료집합체가 네 개에서 한 개로 줄어든다. 열효율은 크기보다 냉각재가 정한다. 물로 식히는 한 300도대에 묶여 30% 초반에서 35%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헬륨으로 750도까지 올린 HTR-PM만 42%에 닿는다. 건설비는 규모의 경제를 잃은 만큼 킬로와트당 값이 올라간다. 뉴스케일은 킬로와트당 2만 달러에서 착공 전에 사업을 접었고, 다링턴은 킬로와트당 1만 7천 캐나다달러에 공사를 시작했다.

SMR을 판단할 때 무엇을 본체로 삼느냐에 따라 답이 갈라진다. 발전 성능만 놓고 보면 SMR은 대형 원전의 열등한 축소판이다. 우라늄을 더 쓰고 폐기물을 더 내며 킬로와트당 더 비싸다. 대형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자리라면 대형 원전을 짓는 편이 모든 지표에서 낫다. 반대로 대형 원전을 지을 수 없는 자리에서 보면 셈이 달라진다. 반경 16킬로미터 안에 사람이 많은 곳, 계통이 약해 1,400메가와트를 한꺼번에 받지 못하는 곳, 조 단위 자금을 한 번에 묶어둘 수 없는 사업자에게는 대형 원전이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다. 그런 자리에서 SMR이 견주는 상대는 가스복합화력이나 태양광에 배터리를 붙인 조합이며, 다링턴에서 계산한 두 값의 범위가 겹친 것도 그 비교였다.

남은 물음은 값이 실제로 내려가느냐 하나로 모인다. SMR 경제성의 근거는 앞으로 반복 생산으로 값이 내려간다는 약속에 있고, 이미 지은 발전소의 정산액은 아직 그 근거에 들어 있지 않다. 약속을 시험할 첫 자료는 다링턴에서 2029년 말 이후에 나온다. 폐기물 쪽에도 미결이 남았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용기와 처분장 설계 기준은 대형 경수로 연료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핵분열 물질 농도가 높은 소형로 연료를 받으려면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한다. 한국은 그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채 i-SMR 표준설계 심사에 들어갔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잡은 심사 완료 시점은 신청자의 검증시험 일정에 따라 아직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