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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와 지역별 한계가격제 — 2026년 설계안의 요금 산정 방식과 도매시장 개편에 필요한 조건

2026년 9월 6일 · 전력시장 제도

전국이 같은 값을 내던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2026년 8월 26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설계안은 비수도권 요금을 최대 10% 내리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 자료와 언론 보도는 이 흐름을 지역별 한계가격제, 곧 LMP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어 부른다. 그런데 소매 쪽에서 확정 단계에 들어간 제도와 LMP는 값을 정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공개된 설계안이 정한 것

공청회는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렸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포함해 약 300명이 참석했다. 근거 법률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2024년 6월 시행된 뒤 2년 2개월 만에 나온 첫 공식 설계안이다.

설계안의 뼈대는 요금 항목을 하나 새로 만드는 데 있다. 지금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더해 지역마다 값을 달리 매긴다. 적용 대상은 산업용 전력이며, 2025년 기준으로 국가 전체 전력 사용의 51%를 차지한다. 주택용은 들어가지 않는다.

지역 구분은 두 단계를 겹쳐서 만든다. 먼저 전력계통 구조를 기준으로 송전 혼잡이 생기는 경계를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고, 전력 흐름과 소비 구조를 더 고려해 각각을 둘로 쪼갠다. 수도권 남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의 4개 광역권이 그렇게 나온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개발한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여부를 반영한 4개 권역을 겹쳐 최종 11개 지역으로 세분한다. 제주는 도서 지역이라는 조건과 전력 수급의 특수성 때문에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권역별 인하 폭 수도권 남부는 현행과 같거나 1원 안팎에서 조정된다. 인천 등이 들어가는 수도권 북부는 킬로와트시당 최대 10원, 강원과 충청이 들어가는 중부권은 최대 15원,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몰린 남부권은 최대 18원까지 내려간다. 2025년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가 킬로와트시당 181.9원이므로 남부권의 인하 폭은 약 10%다. 요금이 오르는 지역은 없다.

요금이 내려가기만 하므로 한전의 수입은 줄어든다. 정부는 감소 폭을 약 2조 8천억 원으로 추산했고, 최종 권역 구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설계안을 확정한 뒤 근거 고시 제정과 전기요금약관 개정을 거쳐 2026년 안에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성환 장관은 2026년 4월에 시행한 시간대별 요금 개편에 이은 요금체계 개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한계가격제가 값을 정하는 방식

LMP는 도매시장을 청산하고 나면 따라 나오는 값이다. 값이 만들어지는 절차가 요금 항목과 다르다.

지역별 한계가격제(LMP, Locational Marginal Price) 전력망의 특정 지점, 곧 변전소 모선 하나에서 수요가 1메가와트 늘었을 때 그 수요를 채우려고 계통 전체의 발전비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값으로 매긴다. 발전비용을 최소로 하면서 수급 균형, 송전선 용량, 발전기 출력 한계를 모두 만족시키는 급전 계획을 푸는 최적화 문제에서, 각 지점의 수급 균형 조건에 붙는 라그랑주 승수가 그대로 그 지점의 가격이 된다. 값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계통 전체가 공유하는 에너지 성분, 송전선이 포화되어 값싼 발전기를 더 돌리지 못할 때 생기는 혼잡 성분, 그 지점까지 보내는 동안 잃는 전력을 반영한 손실 성분이다.

혼잡이 없고 손실을 무시하면 모든 지점의 값이 같아진다. 반대로 발전이 몰린 지역과 수요가 몰린 지역을 잇는 선로가 한계에 닿으면 수요 지역에서는 비싼 발전기를 더 돌려야 하므로 값이 오르고, 발전 지역은 남는 출력을 내보내지 못해 값이 떨어진다. 지역 사이의 값 차이는 계통의 물리적 제약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이 계산은 조건이 갖춰져야 돌아간다. 계통 제약을 넣은 경제급전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어야 하고, 그 결과를 정산에 바로 쓸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도매시장이 노드 단위로 값을 매길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도매시장이 값을 정하는 방식

계통한계가격(SMP)과 변동비반영시장(CBP) 한국 도매시장에서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값은 계통한계가격 하나다. 전력거래소가 하루 전에 다음 날 24시간의 발전 계획을 시간 단위로 한 번 세우고, 수요를 채우는 데 동원된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로 그 시간의 값을 정한다. 발전사가 값을 직접 부르지는 않는다. 전력거래소가 연료비를 비롯한 변동비를 기준으로 발전기를 평가해 값을 정하므로 변동비반영시장이라 부른다. 무부하비와 기동비도 평균 형태로 이 값에 얹혀 보상된다. 계통 제약 때문에 어떤 발전기를 억지로 돌리거나 세워야 하는 상황은 제약발전과 제약비발전이라는 사후 정산으로 처리한다. 가격은 그대로 둔다.

제약을 사후 정산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계통 혼잡의 비용이 가격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용은 발생하지만 그 비용을 누가 만들었는지가 값에 새겨지지 않는다. 부산대 곽규형과 김욱 연구진이 2025년 1월 Applied Sciences에 발표한 연구는 이 상태를 정량으로 보여 준다. 연구진은 변압기 3,322대와 송전선 3,056회선, 모선 4,579개, 발전기 1,597기로 한국 계통을 세밀하게 모형화한 뒤 2023년 한 해를 대상으로 7가지 가격 체계를 시뮬레이션했다. 현행 방식을 재현한 계산에서 연간 부하가중 평균가격은 킬로와트시당 164.75원이 나왔고 실제 시장가격 167.00원과 1.35% 차이를 보였다.

설계안의 요금은 시장 계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두 제도가 갈라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지역별 조정요금은 송전망 이용에 따른 지역별 송전비용 차이를 먼저 반영하고, 광역권 사이의 전력자급률 순위를 함께 고려하며, 지방우대지수를 더해 산정한다. 앞의 두 항목은 계통과 관계가 있다. 세 번째는 그렇지 않다.

지방우대지수는 서울과의 거리를 핵심 지표로 삼고 지역의 사회·경제 지표와 인구 소멸 위기 여부를 반영해 만든다. 서울에서 멀다는 조건과 송전 손실이 크다는 조건은 일부 겹치지만 서로 다른 기준이다. 인구 소멸 위기는 계통 비용과 아무 관계가 없다. 산업위기지역 여부도 마찬가지다. 이 항목들이 요금에 들어가는 순간 결과값은 균형발전 정책의 배분 결과가 된다. 계통의 한계비용과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제도의 성격이 그렇다고 해서 결함이 되지는 않는다. 균형발전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45조가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지역별 요금 차등을 허용한 취지에 들어맞는다. 문제는 이름이다. 같은 문서 안에서 LMP라는 낱말이 도매시장의 청산 가격과 소매 요금의 행정 배분을 함께 가리키면, 제도가 실제로 만들어 내는 신호의 크기와 방향을 검증할 기준이 사라진다. 계통 비용을 반영했다는 설명과 지방우대지수를 반영했다는 설명이 한 문장 안에 들어가면 인하 폭 18원 가운데 얼마가 송전비용이고 얼마가 정책 재량인지 밖에서 알 수 없다.

지역 신호는 이미 요금표에 있고, 부과되지 않는다

한국은 지역 신호를 이미 만들어 두었다. 한전의 송·배전용전기설비 이용규정은 오래전부터 송전이용요금을 발전지역별과 수요지역별로 나누어 단가를 달리 정해 왔다. 2006년 9월에 개정된 단가표는 발전지역을 수도권 북부, 수도권 남부, 비수도권, 제주로 구분하고 수요지역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로 구분해 각각 다른 전력량요금을 매겼다.

그런데 같은 표에 단서가 붙어 있다. 발전고객에게 이용요금을 부과할 때까지는 수요고객이 발전 측 송전요금을 킬로와트시당 3.81원으로 균일하게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지역별로 나뉜 단가표를 만들어 두고, 발전 측 부과는 미루고, 그 몫을 전국 수요고객에게 같은 값으로 넘겼다. 이 단서는 2015년에 발간된 전기연감에도 같은 형태로 실려 있다.

이 사실은 지금의 논의를 다르게 보이게 한다. 한국의 과제는 이미 정해 둔 신호를 켜는 데 있다. 신호를 켜지 않은 이유는 부담의 이동을 감당할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계산의 어려움은 그다음 문제다. 발전 측 송전요금을 지역별로 실제 부과하면 비수도권 발전사의 비용이 오른다. 수요 측 송전요금을 지역별로 실제 부과하면 수도권 사용자의 비용이 오른다. 2026년 설계안이 인상 지역을 하나도 두지 않은 선택은 같은 제약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소매에서 깎은 2조 8천억 원을 도매에서 메우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소매 인하가 한전 재무에 미칠 영향을 도매 지역별 가격제 도입과 정부 재정지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도매 지역별 가격제는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 올 때 지역에 따라 값을 달리 치는 방식이다. 송전망이 포화된 상태에서 수요가 공급을 넘는 수도권 발전소의 전기는 비싸게, 공급 여력이 있는 비수도권 발전소의 전기는 싸게 사들인다.

이 설계에는 순서의 문제가 있다. 소매 인하 규모가 먼저 정해지고 도매 차등이 그 구멍을 메우는 수단으로 배치되면, 도매 가격의 지역 차이는 계통 상태보다 필요한 보전 규모에 따라 정해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LMP는 발전사에서 판매사로 수익을 옮기는 장치로 기능하고, 급전을 바꾸는 힘은 남지 않는다.

이동 규모는 작지 않다. 앞서 언급한 곽규형과 김욱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서, 현행 계통한계가격 방식을 유지한 채 입찰구역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둘로 나누면 수도권 가격은 지금과 거의 같고 비수도권 가격은 11.4% 떨어졌다. 2023년 기준으로 수도권은 전체 수요의 약 40%를 쓰면서 발전은 약 20%만 담당했고, 값싼 발전원과 태양광은 비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비싼 발전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을 정하는 발전기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었으므로 구역을 나누면 비수도권만 값이 내려간다. 연구진은 어떤 방식을 택하든 시장가격이 4.8%에서 7.0% 떨어지는 결과는 피하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발전사가 받는 값이 떨어져도 그것이 곧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은 정산조정계수라는 장치를 함께 운영하기 때문이다.

정산조정계수 원전과 석탄처럼 변동비가 낮은 발전기는 계통한계가격을 그대로 받으면 이익이 과도해진다. 한국은 초과 이익을 사후에 조정해 회수하는 계수를 두고 발전사가 실제로 정산받는 금액을 조절한다. 도매가격이 지역별로 달라져도 이 계수가 그대로면 발전사가 손에 쥐는 금액의 차이는 가격 차이보다 작아진다. 가격 신호가 발전소 입지나 운전 결정을 바꾸려면 정산 단계까지 신호가 살아서 도달해야 한다.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문제도 있다. 곽규형과 김욱 연구진은 하나의 송전회사가 동시에 독점 판매사로 기능하는 한국의 시장 구조에서 지역별 가격제와 노드별 가격제가 그 회사에 이해상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상충의 내용은 이렇게 읽힌다. 지역 사이에 가격 차이가 벌어질수록 값싼 지역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판매사의 구입비는 줄어든다. 그 가격 차이를 없애는 방법은 송전망을 늘리는 것이고, 송전망을 짓는 주체도 같은 회사다.

미국 시장은 가격 차이 자체를 거래할 수 있게 해서 이 문제를 다룬다. 송전권(FTR)은 두 지점의 가격 차이로 정산되는 금융상품이며, 사업자는 이것을 미리 사두어 지역 가격 위험을 상쇄한다. 한국의 설계안에는 아직 이런 장치가 없다. 정부는 도매 차등이 비수도권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발전사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는 업계의 반발을 함께 안고 있다.

노드별 계산에 필요한 급전 체계는 제주에만 있다

도매 차등을 노드 단위로 하려면 계통 제약을 반영한 급전이 실시간으로 돌아야 한다. 육지 전력시장에는 그 체계가 없다. 하루 전에 한 번 세우는 계획이 전부다.

실시간시장은 제주에서만 시범 운영된다. 전력거래소는 2024년 3월부터 모의운영을 거쳐 6월 1일부터 제주에서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제주 실시간시장은 당일 2시간을 대상으로 15분 단위로 하루 96회 열린다. 육지의 실시간시장과 예비력시장, 양방향입찰제 도입 시점은 차세대 급전 시스템 구축이 끝나는 2027년 이후로 잡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4년 5월 제31차 에너지위원회에서 공개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향안에 그 일정이 담겼다.

이 조건에서 실현 가능한 단위는 노드보다 큰 구역이다. 그리고 구역 단위 분리는 새로 만들 필요조차 없을 수 있다. 한국의 전력시장 규칙은 인접 구역 사이의 송전선이 혼잡할 때 각 구역의 계통한계가격을 그 구역 안의 가격결정 자격 발전기만으로 계산하도록 정해 두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융통 한계를 이미 시장 모형에 넣고 운영해 왔다. 도매 2분할은 예외로 두었던 조항을 상시화하는 일에 가깝다.

재생에너지 쪽에서는 다른 경로가 먼저 열렸다. 전력거래소는 2026년 봄부터 호남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운영제도를 시행했다. 급전지시에 따라 출력을 조정하면 정산금을 받는 구조이고, 2026년 봄철 운영에는 태양광 4개 설비 341.2메가와트, 풍력 1개 설비 51.7메가와트, 소규모 자원을 묶은 집합형 자원 21개 78메가와트를 합해 470.9메가와트가 참여했다. 기본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당 10.68원이다. 출력제어에 값을 붙여 급전지시로 바꾼 첫 사례다. 가격으로 제어를 사는 구조라는 점에서 LMP의 논리와 방향이 같고, 적용 범위는 호남의 일부 자원에 머문다.

18원이 수요를 옮기는가

제도의 목적은 전력 다소비 시설을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데 있다. 인하 폭이 그 목적에 닿는 크기인지가 검증 대상이 된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업계 재직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탐색적 설문에서, 응답자의 50%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요금 격차가 30% 이상이어야 입지 결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요금만으로는 투자 지역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12.5%였다. 이효은 부연구위원은 조사 대상이 최종 투자 의사결정권자가 아니고 표본이 80명에 그치는 탐색 조사이므로 업계 전체의 판단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업계가 30% 인하를 요구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는 없다. 다만 10% 수준의 격차가 충분하다고 보는 응답이 적었다는 사실은 남는다.

데이터센터는 요금 외의 비용 구조가 입지를 강하게 묶는다. 통신 회선, 운영 인력의 정주 여건, 수요처와의 거리가 함께 작용한다. 기존 공장의 이전은 더 어렵다. 산업용지, 용수, 물류, 협력업체 집적도, 인허가가 모두 걸려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10% 인하로 설비가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효과가 나타날 자리는 기존 설비의 이전보다 신규 투자의 입지 선택 쪽이다. 이 예측은 확인할 수 있다. 제도 시행 뒤 비수도권의 신규 산업단지 전력 사용 계약과 데이터센터 착공 건수가 늘지 않으면 예측은 틀린 것이 된다.

텍사스는 노드로 갔고 영국은 구역제를 접었다

지역별 가격제를 도입한 나라들의 경로는 서로 어긋난다.

ERCOT는 4개 구역으로 운영하던 시장을 노드 단위로 바꿨다. 원래 2006년 10월로 잡았던 전환 시점은 2010년 12월로 미뤄졌고, 여러 해에 걸친 이해관계자 논의를 거쳐야 했다. 트리올로와 월랙이 2022년 Energy Economics에 발표한 분석은 전환 이후 첫 12개월 동안 석탄과 가스 발전의 운영비가 3억 달러 넘게 줄었다고 추정했다. 전환 직전 12개월 동안 두 발전원의 총 운영비가 약 80억 달러였으므로 절감분은 4% 안팎에 해당한다. 효율 개선은 확인되었고, 그 효율을 얻기까지 예정보다 4년이 더 걸렸다.

영국은 반대 결론을 냈다.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는 2025년 7월 10일 전력시장구조 검토(REMA)의 여름 갱신안을 내면서 구역별 가격제를 도입하지 않고 단일 전국 도매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논쟁의 결말이었다. 구역 경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개발사가 예측할 수 없어 투자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근거였다. 영국은 대신 전략적 공간 에너지 계획과 송전 요금 개편으로 입지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두 사례의 차이는 계통 조건보다 시장 구조에서 온다. ERCOT에는 다수의 발전사와 소매사가 있고 가격 위험을 사고파는 금융시장이 붙어 있다. 영국은 차액계약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유치해 온 구조여서 지역 가격 위험이 곧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판매사가 하나이고, 발전사의 상당 부분이 공기업이며, 재생에너지의 큰 몫이 고정가격계약에 묶여 있다. 세 조건 모두 도매 가격 신호가 사업자 행동에 닿기 전에 흡수될 가능성을 키운다.

발언의 위치도 결과를 읽는 데 필요하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4년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차등이 한전의 전력구입비 단계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판매사가 도매 차등을 앞세우는 방향은 구입비를 낮추는 방향과 일치한다. 발전업계의 이해는 반대쪽에 있다. 두 요구가 부딪히는 자리에서 제도의 실제 강도가 정해진다.

결론 — 지금 확정되는 것은 행정이 산정한 지역 할인이고, 도매시장 개편이 이 제도의 이름을 정한다

2026년 안에 시행될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지역별 한계가격제가 아니다.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에 더해 서울과의 거리, 인구 소멸 위기, 산업위기지역 여부를 반영해 행정이 산정하는 할인이며, 인상 지역을 두지 않고 최대 18원을 깎는다. 균형발전 정책으로서는 목적이 분명하고 법적 근거도 있다. 계통의 한계비용을 값으로 옮긴 제도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계통 비용을 값으로 옮기려는 쪽에서 보면 세 갈래의 조건이 남는다. 첫째, 신호를 새로 만들 필요는 크지 않다. 송전이용요금표에는 발전지역별과 수요지역별 단가가 이미 있고, 발전 측 부과가 미뤄진 채 그 몫이 전국에 균일하게 배분되어 있다. 둘째, 도매 차등이 소매 인하의 재무 구멍을 메우는 수단으로 설계되면 값은 계통 상태와 무관하게 필요한 보전 규모에서 나온다. 셋째, 정산조정계수와 고정가격계약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도매 가격이 갈라져도 발전사가 실제로 받는 금액은 덜 갈라지고, 판매사와 송전회사가 같은 회사인 구조에서는 가격 차이를 줄일 유인과 유지할 유인이 한 곳에 겹친다.

가까운 시일에 확인될 지점은 분명하다. 연내 제정될 고시가 지역별 조정요금의 산정식을 공개하는지, 그 안에서 송전비용 몫과 정책 재량 몫이 분리되는지가 첫 번째다. 도매 쪽에서는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이 몇 개 권역으로 공고되는지가 두 번째다. 현재 조건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2분할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고, 3개 이상 권역이나 노드별 정산을 담은 개정안이 공고되면 이 판단은 틀린 것이 된다. 정산조정계수 개정이 같은 묶음에 들어오는지가 세 번째다. 셋 가운데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LMP라는 이름만 먼저 붙으면, 요금이 내려간 뒤에도 계통은 그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