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카라한 테페에서 나온 조각은 표범 등에 올라앉은 사람을 표현했다. 이 조각은 1993년의 우르파 맨부터 이어지는 한 계열에 들어간다. 계열이 확정하는 것은 형식의 공유와 출토 맥락이며, 개별 짐승에 하나의 뜻을 배정하는 작업은 그 자료로 지탱되지 않는다.
2026년 8월 25일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장관 메흐메트 누리 에르소이가 카라한 테페 2026년 발굴에서 나온 조각상을 공개했다. 높이 70센티미터의 석회암 조각이고 표범 등에 올라앉은 사람을 표현했다. 발표문은 이 조각을 지금까지 확인된 적 없는 양식의 복합 조각이라고 기술했다.
출토 상황이 함께 공개됐다. 조각은 지름 3미터의 원형 구조물 안에서 나왔다. 바닥은 납작한 판석으로 덮여 있었고, 벽을 따라 도는 단 위에 조각이 놓여 있었다. 발표에 따르면 조각은 놓였던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조각에 대해 두 명의 고고학자가 논평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근동고고학 명예교수 엘리자베스 카터는 짐승에 올라탄 사람의 형상이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괴베클리 테페의 건물 안에서도 짐승 조각이 단 위에 놓인 사례는 확인됐지만 짐승을 타고 있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즈미르 도쿠즈 에일륄 대학교의 에르군 라플리는 이 조각이 사람과 표범을 추상화해 결합한 두 번째 복합 조각이며, 첫 번째는 2021년에 같은 유적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 어깨 위에 큰 고양잇과 짐승이 올라간 형태라고 설명했다. 2026년의 조각은 그 배치를 뒤집었다. 라플리는 이 조각이 봉헌물을 모아 둔 것으로 보이는 구역 한가운데에서 발굴됐다는 점을 함께 들었다.
샨르우르파 일대의 토기 없는 신석기 유적에서 나온 인물 표현은 여러 점이 모여 하나의 목록을 이룬다. 시간 순서로 놓으면 다음과 같다.
1993년 샨르우르파 시내 발르클르괼 구역의 공사 중에 실물 크기의 인물상이 나왔다. 우르파 맨 또는 발르클르괼 조각상으로 불린다. 높이가 1.8미터 안팎이고 눈자리를 깊이 파 흑요석 조각을 끼워 넣었으며 입은 표현하지 않았다. 목에는 V자 모양의 선이 둘러져 있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아 남근을 쥔 자세다. 다리 대신 아래쪽이 U자로 처리돼 있어 어딘가에 끼워 세우도록 만들어졌다. 고고학자 바하틴 첼리크는 이 조각이 1997년에 조사된 예니마할레 신석기 유적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았다. 이 조각을 학술적으로 기술한 문헌은 하랄트 하웁트만이 2003년 이스탄불에서 간행된 기념논총 『Köyden Kente』 623~636쪽에 실은 글이다.
2019년에 발굴이 시작된 카라한 테페에서 AB로 명명된 지하 구조물이 2021년에 전모를 드러냈다. 네즈미 카룰이 2021년 학술지 『Türk Arkeoloji ve Etnografya Dergisi』 82호 21~31쪽에 실은 보고에 이 방의 구성이 기술돼 있다. 기반암을 깎아 만든 7미터 곱하기 6미터의 방이고, 안에 기둥 열한 개가 서 있다. 열 개는 기반암을 그대로 남겨 깎은 것이고 하나는 따로 다듬어 끼운 판이다. 카룰은 이 기둥들이 모두 남근 모양으로 세워졌다고 기술했다. 서쪽 벽 위쪽에는 사람 머리가 기반암에서 깎여 나와 공간 쪽으로 뻗어 있다. 이마가 튀어나오고 입술이 두꺼우며 턱 아래에 수염이 있는 남자이고, 머리는 입구 계단 쪽으로 약간 돌아 있다.
같은 해 카라한 테페에서 사람 어깨에 큰 고양잇과 짐승이 올라간 복합 조각이 나왔다. 2023년에는 높이 2.3미터의 인물상과 독수리 조각이 함께 나왔다. 인물상은 앉은 자세로 보이며 두 손으로 남근을 쥐고 있고, 손가락과 갈비뼈가 깊은 선으로 표현돼 있으며 목에 V자 모양의 장식이 있다.
2021년에는 샨르우르파 남동쪽 20킬로미터의 사이부르츠 마을에서 부조가 나왔다. 이스탄불 대학교의 에일렘 외즈도안이 2022년 12월 8일 학술지 『Antiquity』 96권 390호 1599~1605쪽에 이 부조를 보고했다.
이 부조가 목록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는 학술지에 상세한 기술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여러 형상이 한 면에 배열된 장면이고, 발굴자가 그 배열을 어떻게 읽었는지가 함께 기록돼 있다.
부조는 지름 14미터의 공동 건물 안, 벽을 따라 도는 의자의 안쪽 면에 새겨져 있다. 면의 크기는 높이 0.7미터에서 0.9미터, 길이 3.7미터다. 의자에는 기둥을 세웠던 자리가 파여 있다. 형상은 다섯이고 좌우로 나란히 놓였다.
다섯 형상은 두 장면으로 나뉜다. 오른쪽 장면의 가운데에 남성이 고부조로 새겨져 있다. 다른 형상들이 서로를 마주 보는 것과 달리 이 남성만 방 안쪽을, 곧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향한다. 오른손으로 남근을 쥐고 있고, 다리 위쪽의 둥근 돌출은 앉은 자세로 굽힌 무릎으로 보인다. 머리는 손상됐으나 둥근 얼굴과 큰 귀, 튀어나온 눈, 두꺼운 입술이 남아 있다. 가슴 위쪽에 비스듬한 선으로 이루어진 삼각형 목장식이 있다. 이 남성 좌우에 표범 두 마리가 옆모습으로 배치돼 마주 보고 있다. 입을 벌려 이빨이 드러나 있고 꼬리는 몸 쪽으로 말려 올라갔다. 서쪽 표범에는 남근이 표현돼 있고 다른 한 마리에는 없다.
왼쪽 장면은 다른 남성과 황소가 마주 선 구성이다. 남성은 배 부분에서 뻗어 나온 선으로 성별이 표시되고 약간 웅크린 자세이며 앞의 세 형상에 등을 돌리고 있다. 왼손은 들어 펴고 있는데 손가락이 여섯이다. 오른손에는 머리가 땅을 향한 뱀 또는 딸랑이가 쥐어져 있다. 황소는 몸이 옆모습인데 머리는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새겨져 두 뿔이 모두 보인다.
외즈도안이 이 부조에서 읽어 낸 것은 세 가지다. 짐승의 위험한 부위가 강조돼 있다는 것, 성별이 드러난 형상이 모두 남성이라는 것, 그리고 형상들이 움직이는 자세로 새겨졌다는 것이다. 표범의 이빨과 황소의 뿔이 과장된 방식은 같은 계열이다.
외즈도안은 이 배열을 이어지는 장면으로 판단했고, 그 근거로 두 장면 사이에 비워 둔 벽면과 형상들의 방향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장면들이 무슨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2024년 학술지 『Documenta Praehistorica』 51권 44~58쪽에 실은 보고에서 외즈도안이 쓴 문장이 그 유보를 보여 준다.
Nevertheless, the significance of these scenes remains opaque.
그럼에도 이 장면들이 지니는 뜻은 불투명한 채로 남아 있다.
에일렘 외즈도안, 『Documenta Praehistorica』 51권(2024년) 44~58쪽
같은 보고에서 외즈도안은 이 부조가 이야기나 신화를 전하는 한 장면으로 보이며 그 사회적 기능은 짐작할 수 있으나 이야기 자체는 읽을 수 없다고 정리했다.
목록을 나란히 놓으면 되풀이되는 요소가 보인다.
첫째는 남근이다. 우르파 맨은 두 손으로 남근을 쥐고 있고, 카라한 테페의 2023년 인물상도 같은 자세다. 사이부르츠 부조의 남성 둘은 모두 성기가 표현돼 있고, 표범 한 마리와 황소에도 표현돼 있다. 카라한 테페 AB 구조물의 기둥 열한 개는 남근 모양으로 다듬어졌다.
둘째는 목의 V자 또는 삼각형 장식이다. 우르파 맨, 카라한 테페의 2023년 인물상, 사이부르츠 부조의 고부조 남성에 모두 있다. 외즈도안은 이 장식이 예니마할레 조각과 괴베클리 테페의 T자 기둥에서 확인되는 특징이라고 기술하면서 하웁트만의 2003년 글과 슈미트의 2006년 단행본을 근거로 들었다.
셋째는 사람과 짐승을 한 작품에 결합하는 구성이다. 외즈도안은 이 구성이 이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고 정리했다. 괴베클리 테페의 T자 기둥은 팔과 손과 옷의 요소가 새겨져 사람을 양식화한 것으로 해석되며 그 몸에 짐승이 함께 새겨진다. 카라한 테페에서는 사람이 짐승을 등에 얹은 조각이 나왔고, 네발르 초리에서는 사람과 짐승을 위아래로 쌓은 복합 조각이 나왔다. 사이부르츠에서는 같은 관계가 수평으로 배치돼, 사람과 짐승이 같은 높이에 놓인다. 2026년의 표범 조각은 여기에 사람이 짐승 위에 올라앉은 배치를 더한다.
반복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문자가 없다. 이 사회가 남긴 기록은 없고, 뒤에 이 지역에 나타나는 문자 기록과 이 유적들 사이에는 수천 년의 간격이 있다. 형상에 붙은 이름도, 장면에 붙은 설명도 남아 있지 않다.
표범이나 황소가 무엇을 뜻했는지를 정하려면 뜻을 배정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로 쓸 수 있는 것은 같은 사회가 남긴 다른 자료이거나, 이 사회와 연속성이 확인된 후대의 자료다. 앞의 것은 이미지 자체뿐이고 뒤의 것은 연속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후대 신화에서 뜻을 끌어와 적용하는 작업은 그 연속성을 전제로 삼는데, 그 전제가 검증 항목으로 남아 있다.
이 유적들의 형상에 구체적인 뜻을 배정하는 작업은 학계 바깥에서 활발하다. 카라한 테페를 직접 다룬 사례가 둘 있다.
앤드루 콜린스와 휴 뉴먼은 2024년 미국 버몬트의 베어 앤드 컴퍼니에서 『Karahan Tepe: Civilization of the Anunnaki and the Cosmic Origins of the Serpent of Eden』을 냈다. 부제에 나오는 아눈나키는 수메르 신화의 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은 카라한 테페의 암굴 구조물이 은하수 중심부와 전갈자리를 우주적 뱀의 머리로 보는 관념 아래 무당의 신탁 장소로 쓰였다고 주장하고, 이 유적을 만든 사람들이 빙하기 이후 최초의 문명을 세웠으며 유대교 전승의 감시자와 네피림, 수메르 신화의 아눈나키로 기억됐다고 서술한다. 뉴먼과 JJ 에인스워스는 2021년 12월 20일 AB 구조물에서 동지 일출 빛이 벽의 구멍을 통과해 반대편 사람 머리를 비추는 것을 관찰했다고 보고했고, 이를 세계에서 가장 이른 동지 정렬 건축으로 제시했다.
다른 사례는 학술지에 실렸다. 에든버러 대학교 공학부의 마틴 스웨트먼이 2024년 학술지 『Time and Mind』 17권 3-4호 191~247쪽에 낸 논문이다. 이 논문은 괴베클리 테페 D 건물 43번 기둥의 V자 기호를 윤일 11일이 붙은 태음태양력으로 읽고, 카라한 테페의 기둥 열한 개짜리 구조물도 같은 역법 체계로 해석한다. 그리고 우르파 맨과 사이부르츠 부조에 나오는 V자 목장식을 시간을 다스리는 신 또는 창조신의 표지로 읽는다. 논문 전체는 이 상징들을 영거 드라이아스 시기에 일어났다는 혜성 충돌과 연결한다.
발굴단은 2017년에 이 계열의 해석에 대한 반론을 같은 학술지에 실었다. 옌스 노트로프, 올리버 디트리히, 리 클레어를 포함한 여덟 명이 스웨트먼과 디미트리오스 치크리치스의 2017년 논문에 답한 글이다. 반론의 기준은 네 가지였다.
첫째, 이 건물들이 지붕으로 덮여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붕이 있었다면 하늘을 관측하는 시설로 쓰였다는 해석이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연대가 맞지 않는다. 43번 기둥에 배정된 기원전 1만 950년은 D 건물에서 얻은 가장 이른 방사성탄소 연대보다 700년에서 1000년 앞선다. 지금까지 이 유적에서 나온 연대는 모두 영거 드라이아스의 끝을 가리킨다. 셋째, 별자리의 형태가 시대와 문화를 가로질러 유지된다는 전제에 근거가 없다. 넷째, 기둥 하나를 맥락에서 떼어 내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다. 발굴단은 43번 기둥 축부의 머리 없는 사람을 죽음과 절멸의 상징으로 읽는 해석이 그 형상에 분명하게 강조된 남근을 빠뜨렸다고 지적했고, 같은 기둥의 좁은 두 옆면에 있는 부조가 해석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도 들었다.
이 반론들의 공통점은 해석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해석이 걸려 넘어질 지점을 지정한다는 데 있다. 연대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새 측정치로 뒤집힐 수 있다. 지붕 여부는 건축 고고학으로 판정할 수 있다. 기각될 수 있는 형태로 진술돼 있다.
이 분야의 대중 서술이 학계와 마찰을 빚은 사례로는 2022년 11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그레이엄 핸콕의 시리즈 『Ancient Apocalypse』가 있다. 미국고고학회는 2022년 11월 30일 넷플릭스와 제작사 ITN 프로덕션스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 시리즈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허구로 재분류할 것을 요구했다. 학회가 든 이유는 셋이었다. 장르 표기가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 진행자가 고고학과 고고학자를 공격한다는 것, 그리고 기념물의 제작 주체를 원주민 집단에서 떼어 내는 서술이 특정한 인종주의 계보와 겹친다는 점이다. 핸콕은 자기 웹사이트에 항목별 반박을 실었다.
뜻을 확정하려는 시도가 학계 바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료가 검토 가능한 형태로 나오기 전에 서술이 먼저 굳는 경로가 하나 더 있다.
2026년 8월의 표범 조각은 장관의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부처 보도자료로 공개됐다. 발표는 이 조각이 인류사의 이른 시기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여는 발견이며 학계에서 널리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문장을 포함했다. 이 시점에 공개된 것은 사진과 크기와 출토 상황이고, 층위 기록과 연대 측정치와 도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경로에는 제도적 배경이 있다. 카라한 테페 발굴은 튀르키예 문화관광부가 2021년에 시작한 샨르우르파 신석기 연구 프로젝트, 통칭 타쉬 테페렐레르 사업의 일부다. 이 사업은 열두 개 유적을 묶어 발굴과 연구를 함께 진행하며, 발굴과 나란히 방문자 시설과 박물관 전시와 국제 홍보를 포함한다. 2021년 9월 샨르우르파에서 열린 출범 행사에는 학술 심포지엄과 전시 개막이 함께 배치됐다. 리 클레어는 2020년 보고에서 괴베클리 테페가 2018년 7월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2019년이 괴베클리 테페의 해로 선포된 뒤 그해 방문객이 40만 명을 넘었다고 적었다. 같은 보고는 인류 최초의 신전이라는 서술이 세계유산 홍보 전략에서 차지하는 자리 때문에 이 해석을 걷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에르군 라플리가 2026년 8월 지적한 것도 이 간극이다. 보정한 측정치와 보정하지 않은 측정치가 학술 간행물에 온전히 제시되지 않았고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다. 유사고고학과 이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앞의 것은 근거 없는 해석을 덧붙이고, 뒤의 것은 해석을 검증할 근거의 공표가 늦다. 결과는 겹친다. 두 경우 모두 독자가 손에 쥐는 것은 서술뿐이고 서술을 대조할 자료는 없다.
1993년의 우르파 맨부터 2026년의 표범 조각까지, 샨르우르파 대지의 인물 표현은 서로 겹치는 요소를 되풀이한다. 남근을 쥔 자세, 목의 V자 장식, 짐승의 이빨과 뿔을 과장하는 처리, 사람과 짐승을 하나의 덩어리나 하나의 장면으로 묶는 구성이다. 이 요소들은 여러 유적에 흩어져 있고 적어도 1000년의 시간에 걸쳐 있다. 되풀이 자체는 관찰이며 발굴 보고가 직접 기록한다.
되풀이가 확정하는 것은 형식과 맥락이다. 이 유적들을 만든 집단이 같은 조형 규약을 공유했고, 그 조형물을 특별 건물 안에 배치했으며, 건물의 쓰임이 끝날 때 조각을 그 자리에 남겨 두는 처리를 했다는 사실이다. 2026년의 조각이 새로 더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사람이 짐승 위에 올라앉은 배치는 이 목록에 없던 형태이고, 그 조각이 단 위 제자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조각이 건물 설비의 일부였음을 확정한다.
되풀이가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다. 표범이 수호를 뜻했는지 변신을 뜻했는지 지배를 뜻했는지, 남근이 생식을 가리켰는지 조상을 가리켰는지 특정 집단의 표지였는지는 이미지와 배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이부르츠 부조를 보고한 발굴자가 두 장면이 서로 연결된 이야기라는 판단까지만 내리고 그 이야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고 적은 것이 이 한계를 그대로 보여 준다.
관찰과 해석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발굴 보고에 기록된 것인지, 그 위에 얹은 설명인지를 보면 된다. 기둥이 열한 개라는 것, 그중 열 개가 기반암에서 깎였다는 것, 사람 머리가 입구 쪽으로 돌아 있다는 것은 앞쪽이다. 그 열한 개가 태음태양력의 윤일을 뜻한다는 것, 그 머리가 우주적 뱀이라는 것은 뒤쪽이다. 뒤쪽 진술을 판정하려면 그 진술이 어떤 관측으로 기각되는지를 물어야 하고, 기각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진술은 자료가 늘어나도 그대로 유지된다.
남은 항목은 발굴과 공표다. 카라한 테페는 12헥타르 가운데 6000제곱미터가 파였고, 2026년 발굴 시즌에는 판석으로 덮여 봉인된 방을 위에서 열기로 예정돼 있다. 새로 나오는 조각마다 목록은 길어진다. 목록이 길어지면 형식의 공유는 더 뚜렷해지고, 뜻을 배정하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 사회가 남기지 않은 것은 조각이 아니라 조각에 붙은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