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미국 경제를 세 가지로 그린 이 모형에서, AI가 더하는 생산 가운데 노동 전체가 받는 몫은 성장이 커질수록 작아진다. 그리고 이 결론을 누그러뜨려 보이게 하는 장치들은 모형이 측정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밝힌 값 몇 개에 달려 있다.
2026년 9월, 인공지능 회사 앤트로픽의 경제 연구팀이 두 가지를 함께 내놓았다. 하나는 기술 보고서 「Economic Scenarios for Transformative AI」다. 앤트로픽 인스티튜트 워킹페이퍼 2026-02호이고, 저자는 앤턴 코리넥, 찰스 아이 존스, 시몬 사허, 테스 코터, 피터 매크로리 다섯 명이다. 다른 하나는 같은 모형을 웹에서 직접 돌려 볼 수 있게 만든 대화형 페이지다. 이용자가 AI의 앞날에 관한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면 그 답이 함의하는 2030년 미국 경제가 화면에 나온다. 페이지는 자신을 버전 1.0이라고 적고 있다.
보고서가 계산하는 것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미국 경제다. AI가 인지 노동의 일부를 자동화하면서 생산성을 올리고 동시에 노동자를 밀어내면, 생산량과 임금과 실업률과 소득분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진다. 저자들은 세 가지 설정을 보여 주고 각각 완만한 변화, 상당한 변화, 극단적 변화라고 이름 붙였다. 논문은 이것이 예측이 아니며 각 시나리오에 확률을 붙이지도 않는다고 명확히 한다. 목적은 서로 다른 가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같은 틀 위에서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세 시나리오의 2030년 모습은 이렇다. AI가 없었을 경로와 비교해 국내총생산이 각각 1.6퍼센트, 8.3퍼센트, 32.4퍼센트 높다. 그해 성장률은 2.4퍼센트, 5.4퍼센트, 15.4퍼센트다. AI가 없는 기준 경로의 성장률은 연 2퍼센트로 잡혀 있다. 전체 실업률은 3.9퍼센트, 4.6퍼센트, 11.9퍼센트이고, 인지직 종사자만 놓고 보면 2.9퍼센트, 4.5퍼센트, 17.9퍼센트다. 논문은 극단 시나리오의 인지직 실업률을 두고 전후 미국의 어떤 수치보다도 훨씬 높다고 적는다.
공개 이후의 논의는 이 두 줄에 머물렀다. 성장이 얼마나 빨라지는가, 실업이 얼마나 늘어나는가. 그런데 보고서의 결과표에는 대화형 페이지가 앞에 내세우지 않는 행이 하나 있다. 노동소득 총액이다. 세 시나리오에서 각각 0.6퍼센트, 1.4퍼센트, 0.5퍼센트다. GDP가 32퍼센트 늘어나는 세계에서 노동 전체가 받는 돈은 AI가 없었을 경우보다 0.5퍼센트 많다.
이 글은 그 행에서 출발해 모형이 무엇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그 결론이 어떤 선택 위에 서 있는지, 그리고 지금 관측되는 자료와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따라간다.
모형은 경제를 과업의 집합으로 본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환자 분류, 활력징후 기록, 채혈, 병동 물품 주문, 퇴원 안내문 작성 같은 여러 과업의 묶음으로 취급하는 방식이다. 기술은 직업을 통째로 없애기보다 그 안의 과업을 하나씩 가져간다.
생산을 과업 단위로 쪼개고, 각 과업을 사람이 할지 기계가 할지를 비용 비교로 정하는 경제 모형이다. 1998년 조지프 제이라의 연구에서 형태가 잡혔고, 2003년 데이비드 오터·프랭크 레비·리처드 머네인이 직업을 과업 구성으로 특징짓는 방법을 더했으며, 2018년 대런 아제모을루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가 자동화와 새 과업 창출을 함께 다루는 지금의 표준형을 만들었다. 앤트로픽 논문이 자기 계보로 밝히는 문헌들이다.
이 틀에서 자동화란 어떤 과업이 노동의 몫에서 자본의 몫으로 옮겨가는 사건이다. 여기서 자본은 기계와 설비와 소프트웨어를 뜻하고, AI를 돌리는 연산 설비도 여기에 들어간다.
모형은 과업을 다시 '건' 단위로 나눈다. 계약서 검토가 하나의 과업이라면 계약서 한 건을 실제로 검토하는 일이 하나의 건이다. AI는 건 단위로 들어온다. 어떤 계약서는 AI로 검토되고 어떤 계약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같은 과업의 사람이 한 건과 AI가 한 건이 생산함수 안에서 별개의 항목으로 들어간다.
AI가 들어온 건은 둘 중 하나가 된다. 증강이면 사람이 그 건을 계속 수행하되 생산성이 올라간다. 자동화면 AI가 그 건을 직접 수행하고, 그 건은 자본이 한 일로 계산된다. 두 경우 모두 그 건의 단위비용은 같은 크기만큼 떨어진다. 생산성 계산에서는 차이가 없다.
차이는 돈이 누구에게 가는지에서 생긴다. 자동화된 건에 붙어 있던 임금은 통째로 자본 쪽으로 넘어간다. 논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옮겨가게 만든 비용 절감이 아무리 작더라도 자동화된 건의 임금총액 전부가 자본으로 이동한다. 절감액이 1퍼센트든 50퍼센트든, 그 과업에 지급되던 임금은 사라지고 같은 자리에 자본 소득이 들어선다. 이것이 뒤에 나올 모든 분배 결과의 뿌리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다섯 개 값의 시간 경로다. 첫째는 AI가 닿는 과업의 비중이다. 둘째는 그 과업들의 건 가운데 실제로 AI로 수행되는 비율, 곧 확산률이다. 셋째는 AI가 수행한 건 하나당 비용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로그로 잰 값이다. 넷째는 AI가 수행한 건 가운데 자동화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다섯째는 자동화된 과업 하나당 사람에게 새로 생기는 과업의 수다.
2026년 중반 출발값은 세 시나리오가 공유한다. AI가 닿는 과업 비중 0.14, 확산률 0.10, 건당 로그 이득 0.30에서 0.45 사이다. 세 시나리오는 2030년 값에서 서로 달라진다. 과업 비중은 0.2, 0.3, 0.5로, 확산률은 0.2, 0.4, 0.6으로, 건당 이득은 0.30, 0.45, 0.80으로, 자동화 비율은 0.50, 0.75, 0.90으로 간다. 새 과업 창출 비율은 0.50, 0.25, 0으로 줄어든다.
마지막 값을 눈여겨볼 만하다. 0.5는 아제모을루와 레스트레포가 1987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국 자료에서 얻은 값이다. 자동화된 과업 둘마다 사람이 할 새 과업 하나가 생겼다는 뜻이다. 극단 시나리오의 0은 AI가 사람에게 새 과업을 전혀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논문은 이를 가정이라고 명시한다.
총요소생산성 증가는 앞의 세 값을 곱한 것에 노동소득분배율을 곱해 나온다. 상당 시나리오의 2030년 값을 넣으면 0.6 곱하기 0.30 곱하기 0.40 곱하기 0.45로 약 3퍼센트다. 논문이 직접 보여 주는 계산이다. 곱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확산률이 낮으면 결과는 작아진다. 반대로 셋 중 어느 하나만 크게 잡아도 전체가 따라 커진다.
모형의 노동자는 두 무리로 나뉜다. 인지직군은 미국 표준직업분류의 대분류 11번부터 29번까지와 41번, 43번이다. 경영, 사업·재무, 컴퓨터·수학, 건축·공학, 생명·물리·사회과학, 지역사회·사회복지, 법률, 교육, 예술·미디어, 보건의료 종사자 및 기술직, 판매, 사무 지원이 여기 들어간다. 2025년 미국 현재인구조사 기준으로 취업자의 62.4퍼센트다. 나머지 열 개 대분류가 그 밖의 직군이고, 건설·채굴, 설치·정비·수리, 생산, 운송, 음식 조리·서빙, 돌봄 같은 일이 여기 속한다. AI는 인지직군의 과업만 건드린다고 가정된다.
한 나라가 1년 동안 만들어 낸 소득 가운데 임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이다. 나머지는 자본소득, 곧 설비와 건물과 지식재산을 소유한 쪽에 돌아가는 몫이다. 모형은 미국의 출발값을 60퍼센트로 잡는다. 100원을 벌면 60원이 일한 사람에게, 40원이 소유한 쪽에 간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오랫동안 안정적이라고 여겨져 거시경제 모형의 기초 전제로 쓰였다. 2014년 루카스 카라바르부니스와 브렌트 나이먼이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 129권 1호에 실은 연구는 자료가 15년 이상 확보되는 56개국의 국민계정을 모아, 1980년대 초 이후 세계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뚜렷하게 떨어졌고 그 하락이 대다수 국가와 대다수 산업 안에서 함께 일어났음을 보였다. 이들은 투자재의 상대가격이 떨어진 것이 하락분의 절반가량을 설명한다고 추정했다.
실업은 두 가지 마찰에서 나온다. 첫째, 인지직 임금이 내려가야 할 만큼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 기업이 그 임금에 고용하려는 인원보다 남아 있는 인원이 많으면 그 차이가 해고로 정리된다. 둘째, 밀려난 사람이 다른 직업군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둘째 마찰은 '탐색 할인'이라는 값으로 표현된다. 자기 직업군 밖에서 구직할 때 구직 노력이 얼마나 깎이는지를 나타내는 0과 1 사이의 숫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현재인구조사의 월별 연결 자료로 계산한 정상시 값은 0.17이다. 세 시나리오는 이를 0.17, 0.08, 0.04로 둔다. 밀려나는 사람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그들이 가려는 자리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이라면 이동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함께 움직이는 값이 구인 게시 속도인데, 그 밖의 직군이 매달 부족분의 몇 퍼센트만큼 채용 공고를 내는지를 뜻하며 0.10, 0.25, 0.50으로 설정된다.
정상시 실업률은 3.8퍼센트로 잡혀 있다. 모형에서 AI가 실업을 늘리는 경로는 결국 하나다. 인지직군이 내보내는 사람 수가 그 밖의 직군이 빨아들이는 사람 수보다 많으면 그 차이만큼 실업 풀이 부푼다.
보고서의 결과표는 2030년의 주요 수치를 AI가 없었을 경로 대비 증가율로 보여 준다. GDP와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을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한 번에 보인다.
먼저 오해를 막아 둘 필요가 있다. 이 수치는 노동소득이 제자리라는 뜻이 아니다. AI가 없는 기준 경로에서도 임금은 연 1.67퍼센트, 노동력은 연 0.33퍼센트씩 늘어나게 설정돼 있으므로, 노동소득 총액은 네 해 동안 8퍼센트가량 늘어난다. 위 수치는 그 위에 AI가 얹어 주는 몫이다. 그러니까 극단 시나리오에서 AI는 생산을 32.4퍼센트 늘리면서 노동 전체의 소득에는 0.5퍼센트를 더한다.
수준으로 환산하면 더 분명해진다. AI가 없었을 2030년의 GDP를 100, 노동소득을 60, 자본소득을 40으로 두자. 완만 시나리오에서는 GDP가 101.6이 되고 노동소득이 60.36, 자본소득이 41.24가 된다. 늘어난 1.6 가운데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0.36, 비율로는 약 23퍼센트다. 상당 시나리오에서는 늘어난 8.3 가운데 0.84, 약 10퍼센트다. 극단 시나리오에서는 늘어난 32.4 가운데 0.30, 약 1퍼센트다.
성장이 커질수록 그 성장에서 노동이 받는 비율이 줄어든다. 23퍼센트, 10퍼센트, 1퍼센트. 이 계열은 보고서에도 대화형 페이지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보고서의 표에서 그대로 나온다.
논문이 이 성질을 감춘 것은 아니다. 극단 시나리오를 다루는 대목에서 저자들은 총노동소득이 AI가 없었을 경우와 거의 같다고 직접 쓰고, 노동소득분배율이 4분의 1 줄고 GDP가 3분의 1 늘어 0.45 곱하기 1.32가 약 0.60이 되기 때문이라고 산수까지 보여 준다. 다만 같은 성질이 완만 시나리오와 상당 시나리오에도 있다는 점, 그리고 성장이 커질수록 노동의 몫이 비례해서 줄어든다는 점은 서술되지 않는다. 대화형 페이지에서도 이 문장은 극단 시나리오 설명 안에만 나온다.
노동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리별로 크게 다르다. 인지직군의 임금총액은 세 시나리오에서 각각 0.3퍼센트, 4.6퍼센트, 31.0퍼센트 줄어든다. 극단 시나리오의 31퍼센트는 임금이 11.5퍼센트 낮은 상태로 21.5퍼센트 적은 일자리에 지급된 결과다. 그 밖의 직군의 임금총액은 거의 같은 크기만큼 늘어난다. 그래서 노동 전체를 합치면 변화가 거의 없어 보인다. 두 무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크게 움직인 뒤 합계에서 상쇄된다.
| 항목 | 완만 | 상당 | 극단 |
|---|---|---|---|
| 평균임금 | +0.7% | +2.1% | +9.7% |
| 인지직 임금 | +0.4% | −0.3% | −11.5% |
| 그 밖의 직군 임금 | +1.1% | +5.9% | +33.6% |
| 노동소득분배율(수준) | 59.4% | 56.1% | 45.2% |
| 인지직 임금총액 | −0.3% | −4.6% | −31.0% |
노동소득분배율의 움직임도 크다. 상당 시나리오에서는 60퍼센트에서 56퍼센트로 네 해 만에 4퍼센트포인트가 내려간다. 논문은 이를 1980년 이후 40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하락분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라고 적는다. 40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 4년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극단 시나리오에서는 60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GDP의 15퍼센트가 임금 지급에서 자본 수익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분기마다 국민계정으로 공표되므로 시나리오를 가르는 눈금이 된다. 상당 시나리오는 네 해에 4퍼센트포인트, 대략 연 1퍼센트포인트의 하락을 함의한다.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2028년까지 그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상당 시나리오와 극단 시나리오는 그 시점에서 배제된다. 반대로 연 1퍼센트포인트 이상 내려가기 시작하면 완만 시나리오가 배제된다.
앞 절의 수치들은 자본이 얼마나 빨리 늘어날 수 있는지에 관한 하나의 가정 위에 서 있다. 모형에서 자본 공급은 우상향하는 곡선이다. 자본의 임대료가 1퍼센트 오르면 자본스톡이 몇 퍼센트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있고, 논문은 이 값을 3으로 둔다.
왜 이 값이 중요한가. AI가 만들어 낸 생산성 이득은 임금과 자본 임대료 둘로만 나뉜다. 자본이 무한히 탄력적이면 임대료가 움직이지 않고 이득이 임금으로만 간다. 반대로 자본이 잘 늘어나지 않으면 임대료가 올라가고 그만큼 임금 몫이 깎인다. 모형의 계산으로는 임대료가 1퍼센트 오를 때마다 임금이 3분의 2퍼센트씩 낮아진다.
논문은 이 값에 대해 이례적으로 솔직하다. 결과표를 떠받치는 숫자 가운데 측정된 것도 아니고 시나리오를 가르는 차원도 아닌 것이 이 값이라고 4.5절에 적고, 그래서 강건성 점검을 붙인다. 기준값 3 대신 1, 6, 무한대를 넣고 다시 돌린 결과가 다음이다.
부호가 바뀐다. 자본공급탄력성이 1이면 상당 시나리오에서도 평균임금이 AI가 없었을 경로보다 1.6퍼센트 낮고, 극단 시나리오에서는 9.2퍼센트 낮다. 극단 시나리오에서는 수준 자체로도 임금이 떨어진다. AI가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평균임금을 올린다는 결론은 이 값 하나에 달려 있다.
논문은 값을 3으로 잡은 이유도 밝힌다. 자동화된 인지 과업을 수행하는 자본이 대부분 연산 설비이고, 이것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고 1~2년이면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5년 동안의 저축률로 추론한 값보다 일부러 높게 잡았다고 적는다. 판단의 근거가 분명하고 반대 방향의 증거도 함께 적혀 있다. 다만 근거가 분명하다는 것과 측정됐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같은 절의 각주 하나가 이 문제의 폭을 보여 준다. 능력과 확산과 생산성 이득은 상당 시나리오 값으로 두고, 자동화 비율과 재취업 난이도와 새 과업 창출은 극단 시나리오 값으로 두고, 자본공급탄력성을 1로 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GDP는 7.2퍼센트 늘어나는데 노동소득 총액은 AI가 없었을 GDP의 4.3퍼센트만큼 줄어든다. 인지직 종사자의 소득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GDP 증가분의 84퍼센트를 이전해야 한다. 논문이 다루는 값의 범위 안에서 나오는 결과다.
두 번째로 고른 값은 인지직 임금이 얼마나 천천히 내려가는지다. 모형은 임금이 시장청산 수준에 이르는 속도를 연 단위 계수로 표현하고 0.5로 둔다. 격차가 해마다 절반씩 줄어든다는 뜻이고, 반감기가 1년이다.
논문은 이 값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문헌에 합의된 값이 없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적는다. 자리를 지킨 노동자의 임금은 아래로 특히 굳어 있어 0.9에 가까운 값이 어울리지만, 직장을 옮기는 노동자의 임금은 유연해서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고 양쪽을 모두 쓴다. 0.5를 고른 이유로는 충격이 크고 눈에 보이고 영구적이면 경직성이 무너진다는 점, 2009년과 2020년에 명목임금 삭감이 흔해졌던 점,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물가 상승기에 실질임금이 2년 만에 몇 퍼센트 떨어진 점을 든다.
이 값이 정하는 것은 비용의 총량이 아니라 비용이 어느 쪽으로 나타나는지다. 극단 시나리오를 다른 값으로 다시 돌린 결과가 이를 그대로 보여 준다. 임금이 완전히 유연하면 인지직 임금이 42.2퍼센트 떨어지고 인지직 실업률은 2.6퍼센트에 그친다. 임금 경직성이 0.9면 인지직 임금이 2.8퍼센트 오르고 실업률은 24.0퍼센트로 뛴다. 기준값 0.5는 그 사이에서 비용을 임금과 실업에 나눠 지운 지점이다.
그러니까 극단 시나리오에서 인지직 임금이 11.5퍼센트 떨어지고 다섯 중 하나가 실업 상태라는 결론은 두 부분으로 나눠 읽어야 한다. 인지직에 얼마만큼의 손실이 생기는지는 앞서 본 자동화와 재배치의 크기가 정하고, 그 손실이 임금 하락으로 보일지 실업으로 보일지는 이 계수가 정한다. 뉴스에 인용되는 것은 뒤쪽 숫자다.
대화형 페이지의 이용자는 이 값을 조정할 수 없다. 페이지가 묻는 다섯 가지는 능력, 채택, 자율성, 생산성, 재취업 기간이고 이것들은 앞서 본 다섯 개의 시나리오 값에 대응한다. 임금 경직성과 자본공급탄력성과 새 과업 창출 비율과 구인 게시 속도는 상당 시나리오의 값으로 고정된 채 돌아간다. 논문이 이 사실을 명시하므로 숨겨진 것은 아니지만, 페이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값은 대체탄력성이다. 어떤 과업이 싸졌을 때 사람들이 그 과업의 산출물을 얼마나 더 많이 사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1보다 크면 어떤 과업이 싸졌을 때 지출이 그쪽으로 몰린다. 1보다 작으면 반대로 지출이 아직 비싼 쪽, 곧 사람이 여전히 하고 있는 과업으로 옮겨간다. 과업들이 서로 보완재라서 하나가 싸져도 나머지가 그대로여서 전체가 그 수준에 묶이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약한 고리'라고 부른다. 사슬의 강도가 가장 약한 고리로 정해지듯 생산이 가장 느리게 좋아지는 과업에 묶인다는 뜻이다.
이 값이 낮을수록 AI가 인지 과업을 아무리 잘해도 경제 전체의 성장에 보태는 몫이 작아진다. 값이 높을수록 반대다.
앤트로픽 논문은 이 값을 0.5로 둔다. 아제모을루와 레스트레포가 2022년 연구에서 쓴 값이라고 근거를 밝히고, 추정치가 1 아래에서 1 위까지 넓게 걸쳐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적는다. 그리고 존스와 토네티의 2026년 연구가 자본과 노동 사이 대체탄력성에 관한 증거로부터 과업 대체탄력성의 범위를 좁혀 더 낮은 값을 쓴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이름 하나를 확인해 둘 만하다. 찰스 아이 존스는 이 시나리오 논문의 공저자다. 같은 해 그가 『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스』 40권 3호에 실은 논문 「A.I. and Our Economic Future」는 대체탄력성을 0.2로 놓고 계산하며, 그 값이 존스와 토네티가 여러 증거를 놓고 고른 값이라고 밝힌다. 존스와 토네티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자동화가 성장을 가속하기는 하지만 약한 고리 때문에 그 가속이 놀랄 만큼 느리며, 빠르게 좋아지는 자본이 대부분의 과업을 맡더라도 산출은 천천히 좋아지는 노동이 맡은 과업에 묶인다.
0.5와 0.2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값일 수 있다. 존스와 토네티가 보는 것은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성장이고 앤트로픽 논문이 보는 것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중기다. 그렇더라도 이 값은 모형의 모든 핵심 방정식에 들어간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그 밖의 직군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옮겨가야 하는지, 임금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모두 이 값의 함수다. 임금 변화율을 구하는 식은 분모에 1에서 이 값을 뺀 수를 놓는다. 0.5면 2를 곱하는 셈이고 0.2면 1.25를 곱하는 셈이다.
방향은 단순하지 않다. 값이 낮아지면 사람이 계속 맡은 과업으로 지출이 더 많이 옮겨가 노동소득분배율을 떠받치는 힘이 커지는 동시에, 임대료 상승이 분배율을 끌어내리는 힘도 함께 커진다.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모형을 다시 풀어 봐야 안다. 그래서 이 자리에는 앞의 두 값처럼 강건성 표가 있어야 한다. 논문에는 자본공급탄력성에 관한 4.5절과 임금 경직성에 관한 4.6절이 있고, 대체탄력성에 관한 절은 없다.
논문의 한계 목록 마지막에 한 문장이 있다. AI가 인지 과업에 미치는 영향만 다루고 앞으로 몇 해 동안 로봇공학이 빠르게 발전해 물리적 과업에 미칠 영향은 허용하지 않으며, 주로 그 때문에 분석을 2030년 너머로 연장하지 않는다는 문장이다.
이 배제가 결론의 방향을 정한다. 모형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장치는 그 밖의 직군이다. 인지직군에서 밀려난 사람이 건설이나 정비나 돌봄으로 옮겨가고, 인지 노동이 싸진 만큼 물리적 노동의 수요가 늘어 그쪽 임금이 오른다. 극단 시나리오에서 그 밖의 직군의 임금이 33.6퍼센트 오르는 것도, 상당 시나리오에서 그 밖의 직군 고용이 4.6퍼센트 늘어나는 것도, 이 무리가 AI로부터 영구히 보호된다는 가정의 산물이다. 보호막이 같은 기간에 얇아진다면 세 시나리오를 모두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 배제가 사소하지 않다는 지적은 밖에서도 나왔다. 런던정경대의 벤저민 몰과 시카고대의 알렉스 이마스는 2026년 9월 9일에 낸 글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은 경제의 3분의 1가량이고 나머지 GDP는 광산과 건설 현장과 주방과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생산된다고 지적했다. 2035년까지 전체 과업의 3분의 2를 자동화하려면 물리적 노동의 상당 부분을 하는 로봇이 필요한데, 그런 로봇 수십억 대를 10년 안에 설계하고 만들고 설치하고 정비해야 한다는 뜻이며, 로봇 개발은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느리고 노동자에 가까운 비용으로 넓은 범위의 물리 작업을 하는 로봇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이들은 능력의 폭발과 대부분 과업의 자동화가 같은 말이 아니며 둘을 혼동하는 것이 폭발적 성장 예측의 중심 걸림돌이라고 정리한다. 두 사람은 미국의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이 2033년까지 어느 해에도 15퍼센트에 이르지 못한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 2026년 8월 15일과 16일에 합의된 이 내기에서 빠른 성장 쪽은 6만 달러, 반대쪽은 24만 달러를 걸었고 배당은 4대 1이다.
같은 문제가 분류 안에서도 드러난다. 대화형 페이지는 재배치를 설명하면서 개발자와 콜센터 상담원이 전기기사나 간호사처럼 AI 노출이 덜한 일자리로 옮겨야 할 수 있다고 쓴다.
전기기사는 미국 표준직업분류에서 건설·채굴 대분류인 47번에 속하고, 이 대분류는 논문의 그 밖의 직군에 들어간다. 이동의 도착지가 맞다. 간호사는 다르다. 등록간호사의 분류번호는 29-1141이고 대분류 29번, 곧 보건의료 종사자 및 기술직이다. 논문 각주 10은 대분류 29번을 인지직군에 넣는다. 모형 안에서 간호사는 AI가 과업을 가져가는 쪽이고 고용이 줄어드는 쪽이며 실업률이 오르는 쪽이다. 대화형 페이지가 도착지로 든 두 직업 가운데 하나가 모형 안에서는 출발지다.
더구나 그 페이지의 첫 예시가 간호사다. 활력징후 기록과 병동 물품 주문은 자동화되고, 퇴원 안내문 작성과 원격 환자 모니터링과 근무조 간호 일정 짜기는 증강되며, AI가 짠 진료 계획을 검토하는 새 과업이 생긴다고 쓴다. 그러고는 몇 화면 뒤에서 같은 직업을 AI를 피해 옮겨갈 자리로 든다. 한 직업이 앞에서는 AI가 들어오는 사례로, 뒤에서는 AI가 들어오지 않는 피난처로 쓰인다.
이것은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분류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고 있다는 신호다. 논문 스스로 노동자를 두 무리로 나누는 어떤 분류도 단순화이며 노출 정도가 직업마다 크게 다르고 많은 직업이 인지 노동을 얼마간 포함한다고 적는다. 인지직군의 62.4퍼센트라는 숫자 안에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간호사와 초등학교 교사와 매장 판매원이 함께 들어 있고, 이들이 한 덩어리로 같은 임금을 받고 같은 속도로 밀려난다고 가정된다.
모형이 계산하는 것은 앞날이지만, 그 구조가 지금 벌어지는 일을 담아낼 수 있는지는 이미 확인할 수 있다.
안데르스 훔룸과 에밀리 베스테르고르는 덴마크 자료로 AI 챗봇의 노동시장 효과를 측정했다. 노출이 큰 11개 직종의 근로자 2만 5천 명과 사업장 7천 곳을 2023년 말과 2024년 두 차례 조사하고, 이를 고용주와 근로자를 연결한 행정자료에 접합했다. 결과는 정밀하게 측정된 0이었다. 어느 직종에서도 소득이나 기록된 근로시간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고, 신뢰구간은 1퍼센트를 넘는 효과를 배제했다. 사용자의 평균 시간 절약은 3퍼센트였다. 덴마크를 고른 이유로 저자들은 AI 채택률이 미국과 비슷하게 높다는 점과 채용·해고 비용이 낮고 임금 교섭이 분권화돼 있어 미국과 닮았다는 점을 든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바라트 찬다르와 루유 첸은 미국 급여처리 회사 ADP의 급여 기록으로 다른 결과를 얻었다. 2026년 8월 개정판 기준으로, AI 노출이 큰 직종의 22세에서 25세 사이 고용은 노출이 작은 직종의 같은 연령대와 같은 속도로 갔을 경우보다 약 19퍼센트 낮다. 2025년 7월 자료로는 15퍼센트였고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수준으로 보면 2022년 1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노출 상위 2분위의 22세에서 25세 고용이 약 11퍼센트 줄었고, 하위 3분위의 같은 연령대는 약 10퍼센트 늘었다. 경력자에게는 같은 격차가 없다. 저자들은 이것이 인과 추정이 아니라 서술적 관찰이라고 여러 차례 밝히고, 교육 수준을 통제하면 격차가 줄어들고 ADP 표본에서의 추정치가 전국 조사보다 크다는 점도 스스로 적는다.
두 연구가 반대 방향인 것은 아니다. 총량에서 보이지 않는 것과 특정 집단에서 보이는 것은 함께 성립한다. 브린욜프슨 팀의 첫 번째 사실도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관찰이다. 문제는 모형이 붙잡는 것이 총량이고, 지금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집단이라는 점이다.
구조를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논문은 노동자의 이질성이 거칠다고 스스로 적는다. 노동자는 고용 상태와 두 직업군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로만 구분되고, 한 무리 안에서는 모두 같은 임금을 받는다. 다른 무리로 옮긴 노동자는 곧바로 그 무리의 임금을 받으며, 잃어버린 근속이나 직종 특수 기술에 대한 할인이 없다. 나이도 없다. 신규 진입자는 두 직업군과 실업 풀에 규모에 비례해 배분된다.
그래서 모형이 인지직 고용을 줄이는 경로는 해고와 자연감소 미충원 두 가지뿐이다. 그런데 브린욜프슨 팀이 관측한 조정은 이직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청년 채용이 줄어든 것이었다. 그리고 임금이 아니라 고용에서 나타났다.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조정 방식은 모형 안에 들어갈 자리가 구조적으로 없다. 관측된 경로를 그리지 못하는 모형이 그 경로가 커졌을 때의 결과를 그릴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연구 사이에서 모형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짚어 둘 만하다. 2026년 중반 출발값을 넣으면 세 시나리오가 공통으로 함의하는 GDP 효과는 4분의 1퍼센트 이하다. 훔룸과 베스테르고르가 찾아낸 정밀한 0과 어긋나지 않는다. 세 시나리오는 2027년 이후에야 벌어진다고 논문이 적는다. 지금까지의 자료로는 어느 것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저자들의 말은 정확하다.
ADP 자료도 같은 방식으로 눈금이 된다. 상당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인지직 고용이 2026년 중반 대비 3.9퍼센트 줄기를 요구하고, 극단 시나리오는 21.5퍼센트 줄기를 요구한다. 지금 청년에 몰려 있는 격차가 경력자로 번져 인지직 전체의 고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완만 시나리오가 배제된다. 반대로 2028년까지 청년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고 인지직 전체 고용도 움직이지 않으면 상당 시나리오 이상이 배제된다.
시나리오 값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결과를 읽는 데 필요한 정보다.
AI가 닿는 과업 비중의 2026년 중반 출발값 0.14는 직업별로 과업 시간 가운데 업무와 관련된 클로드 사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과업이 차지하는 비율로 측정한 값이다. 보조적 사용은 절반으로 센다. 인지직군에서 평균 0.22, 그 밖의 직군에서 0.01, 전체 0.14가 나온다.
자동화 비율의 근거는 앤트로픽 이코노믹 인덱스다. 익명화된 클로드 대화를 미국 직업 데이터베이스 오넷의 과업에 대응시켜 사용 방식을 분류하는 자료다. 클로드닷에이아이에서는 절반가량,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에서는 4분의 3가량이 자동화에 해당한다고 논문이 적는다. 그래서 0.5가 지금의 대화형 사용을, 0.9가 에이전트 사용이 일반화된 세계를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건당 생산성 이득의 출발값 0.30에서 0.45는 현장 시험과 선도 기업의 추정치를 반영한 것이며, 클로드 대화에서 추정된 1.6의 4분의 1가량이라고 논문이 밝힌다.
다섯 값 가운데 셋이 한 회사의 제품 사용 기록에 닿아 있다. 이것은 의도를 문제 삼는 지적이 아니다. 개별 과업 수준에서 AI 사용을 관측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진 곳이 지금은 모델을 서비스하는 회사들뿐이고, 그중 이를 공개 자료로 내놓은 곳이 앤트로픽이다. 논문 스스로 클로드가 직장에서 쓰이는 여러 AI 조수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 측정은 AI 사용 전반의 대리지표이지 전수 조사가 아니라고 적는다. 남는 제약은 같은 값을 독립적으로 다시 재기 어렵다는 점이다. 확산률만은 미국 센서스국의 기업 동향 조사에서 왔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사업체의 18퍼센트가 AI를 쓰고 고용 가중으로는 32퍼센트이며, 근로자가 자기 과업에 생성 AI를 쓰는 사업체가 23퍼센트였다. 논문은 사업체 비율이 실제 건 비율을 과대평가한다고 보고 출발값을 0.10으로 낮춰 잡았다.
이 값들은 계속 공표되므로 시나리오를 가르는 눈금이 된다. 상당 시나리오는 확산률이 2026년 중반 0.10에서 2030년 0.40으로, 세 해 반 만에 네 배가 되기를 요구한다. 센서스국 조사의 기업 채택률이 2028년까지 눈에 띄게 올라가지 않으면 상당 시나리오와 극단 시나리오는 그 시점에서 배제된다. 반대로 이코노믹 인덱스의 자동화형 비중이 0.5에서 0.75 쪽으로 옮겨가면 완만 시나리오가 배제된다.
설문도 같은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논문은 2026년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모닝컨설트를 통해 미국 성인 10,980명을 조사했다. 표에 실린 중앙값은 다섯 문항에 모두 답한 3,259명에서 계산했다. 그리고 이 조사가 재는 것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게 될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다. 대중의 믿음에 관한 자료이지 기술에 관한 자료가 아니다.
다섯 번째 문항은 특히 결과와 가깝다. 응답자에게 평상시 구직에 3개월쯤 걸린다고 알려 준 뒤 2030년에 AI로 밀려난 노동자가 새 직종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묻는다. 탐색 할인은 정상시 값 0.17에 3개월을 응답 개월 수로 나눈 비율을 곱해 정해진다. 중앙값 응답은 8개월이었다. 실업률 결과가 이 문항에서 거의 직접 나온다는 뜻이다. 응답자가 짧은 기간을 고르면 실업률이 정상 범위에 머무는 결과가 나온다. 그 결과는 모형이 자료에서 찾아낸 것이라기보다 응답을 값으로 옮긴 것이다.
이 모형은 미국 경제를 전제한다. 제목과 본문이 그렇게 밝히고 있으므로 그 자체가 흠은 아니지만, 결과를 다른 나라에 옮겨 읽으려면 세 가지가 걸린다.
첫째는 산업 구성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6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15.8퍼센트를 크게 웃돌고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미국은 2024년 기준으로 약 10퍼센트다. 모형이 인지직군과 그 밖의 직군으로 나눈 두 무리의 상대적 무게가 두 나라에서 다르다는 뜻이다. 그 밖의 직군이 클수록 밀려난 사람을 받아 줄 자리가 많고, 동시에 그 무리가 로봇공학의 진전에 노출되는 정도도 커진다.
둘째는 자본의 소유다. 모형은 폐쇄경제다. 자본소득이 81퍼센트 늘면 그 나라 자본 소유자에게 간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앞서 본 대로, 논문이 자본공급탄력성을 5년간의 저축으로 추론한 값보다 높게 잡은 근거가 연산 설비 자본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조달된다는 점이었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조달된다면 그 자본에 돌아가는 소득도 국경을 넘는다. 늘어난 생산의 대부분이 자본으로 간다는 결론은 그 자본을 주로 만들어 파는 나라와 주로 사서 쓰는 나라에서 다른 뜻을 갖는다. 모형에는 이 경로가 아예 없다.
셋째는 노동 이동성이다. 탐색 할인의 정상시 값 0.17도, 두 직업군의 이직 비율도, 구인 게시 속도의 기준도 모두 미국 현재인구조사에서 나왔다. 미국의 재배치 속도를 다른 노동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근거는 모형 안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같은 계산을 하려면 그 나라 자료로 이 값들을 다시 재야 한다.
보고서의 세 시나리오는 성장의 크기가 스무 배까지 차이 나지만 분배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I가 더한 생산 가운데 노동 전체가 가져가는 비율이 약 23퍼센트, 10퍼센트, 1퍼센트다. 성장이 클수록 그 비율이 작아진다. 노동 안에서는 인지직군의 임금총액이 줄고 그 밖의 직군이 거의 같은 크기만큼 늘어 합계에서 상쇄되므로, 총량만 보면 아무 일도 없어 보인다. 노동소득분배율은 60퍼센트에서 각각 59.4, 56.1, 45.2로 내려간다.
이 결론을 누그러뜨려 보이게 하는 장치는 셋인데 모두 재지 않고 고른 값 위에 있다. 자본공급탄력성은 평균임금이 오르는지 내리는지의 부호를 정한다. 3 대신 1을 넣으면 상당 시나리오에서도 평균임금이 AI가 없었을 경로보다 낮다. 임금 경직성은 인지직의 손실이 임금 하락으로 보일지 실업으로 보일지를 정한다. 같은 극단 시나리오가 임금 42퍼센트 하락에 실업률 2.6퍼센트가 되기도 하고, 임금 2.8퍼센트 상승에 실업률 24퍼센트가 되기도 한다. 과업 사이 대체탄력성은 모든 핵심 방정식에 들어가는데 강건성 표조차 없고, 공저자 한 사람이 같은 해 다른 논문에서 쓴 값은 0.2다.
안심되는 대목의 근거가 배제된 것이라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로봇공학을 뺐기 때문에 그 밖의 직군이 재배치의 도착지로 남고, 그 도착지의 임금이 오르고, 총실업률이 두 시나리오에서 역사적 범위에 머문다. 저자들도 주로 이 배제 때문에 분석을 2030년 너머로 연장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리고 대화형 페이지가 도착지의 예로 든 두 직업 가운데 하나인 간호사는 모형의 분류상 인지직군, 곧 출발지다.
관측되는 자료와 모형의 조정 경로도 다르다. 덴마크 행정자료에서는 노출 직종의 소득과 근로시간에 정밀하게 측정된 0이 나왔고, 미국 급여 기록에서는 22세에서 25세 사이에서만 19퍼센트의 고용 격차가 벌어졌다. 조정은 채용 감소로, 그리고 임금이 아닌 고용에서 나타났다. 노동자에게 나이도 근속도 없는 이 모형에는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조정 방식이 들어갈 자리가 구조적으로 없다.
판단이 나뉘는 자리는 이 모형을 무엇으로 읽느냐다. 예측으로 읽으면 완만과 상당이 안심을 주고 극단이 경고를 준다. 저자들이 거듭 밝힌 대로 조건문을 만드는 도구로 읽으면, 세 경우가 모두 같은 분배 결론에 닿고 차이는 그 결론의 크기뿐이다. 두 번째 독법에서는 어느 시나리오가 맞느냐보다 어떤 값이 얼마나 움직이면 결과가 어디로 가느냐가 물음이 된다.
남는 물음은 그 값들이 얼마나 널리 읽히느냐다. 대화형 페이지가 이용자에게 넘기는 것은 다섯 개이고, 결과를 가장 크게 흔드는 자본공급탄력성과 임금 경직성은 부록의 강건성 표에 있으며, 대체탄력성은 그 표마저 없다. 페이지는 스스로를 버전 1.0이라고 적었고 저자들은 모형이 자료의 발전에 따라 계속 바뀔 것이라고 밝혔으니 다음 판에서 채워질 수 있는 자리다. 더 넓게 보면, AI가 경제를 얼마나 키우느냐를 다투는 논쟁과 그 성과가 어떻게 나뉘느냐를 다투는 논쟁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자료 위에서 따로 진행돼 왔다. 이 모형의 기여는 둘을 같은 표 안에 올려놓은 것이고, 그 표에서 가장 덜 읽힌 행이 노동소득 총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