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고치기 쉬워서 사람이 절제를 잃는다는 설명이 오래 통용되어 왔다. 그런데 같은 산업 안에는 60년째 기반 구조가 바뀌지 않은 시스템이 함께 있다. 두 현상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성질이 아니라 중단 결정의 대가를 누가 치르는지를 정한 조직 구조다.
2026년 9월 13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조직이 유독 산만하게 움직인다는 인상은 업계 안에서 오래됐다. 회의 한 번에 제품 방향이 바뀌고, 잘 돌아가던 화면을 다시 만들고, 지난 분기에 정한 구조를 이번 분기에 뒤집는다. 이 현상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동원되는 논리는 마찰의 부재다. 건물을 짓다가 주방 위치를 반대편으로 옮기면 이미 잘라 놓은 자재와 깔아 놓은 배관을 뜯어야 하니 비용이 눈에 보이지만, 소프트웨어에서 같은 변경은 눈에 보이는 잔해를 남기지 않으므로 비용이 실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리의 출처는 소프트웨어 공학의 고전이다. 프레더릭 브룩스는 1986년 9월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 컴퓨터과학과 기술보고서 TR86-020으로 「은총알은 없다」를 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의 어려움을 두 종류로 나눈 글이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의 본성에서 나와 없앨 수 없는 어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의 제작 방식 때문에 생겼을 뿐 본래 붙어 있지 않은 어려움이다. 브룩스는 앞의 것을 본질적 어려움, 뒤의 것을 부수적 어려움이라 불렀고, 고급 언어와 시분할 방식이 없앤 것은 뒤엣것뿐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지금 하는 일 가운데 부수적인 부분이 10분의 9를 넘지 않는 한, 그것을 전부 0으로 만들어도 생산성이 열 배가 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브룩스가 꼽은 본질적 어려움은 넷이다. 복잡성, 순응성, 변경 가능성, 비가시성. 이 중 지금 논의에 걸리는 것이 변경 가능성이다. 브룩스는 건물과 자동차와 컴퓨터도 변경 압력을 받지만 제조된 물건은 출고 뒤에 잘 바뀌지 않는다고 적었다. 자동차 리콜은 드물고, 컴퓨터의 현장 개조는 그보다 조금 잦으며, 둘 다 배포된 소프트웨어의 수정 빈도에는 못 미친다고 봤다. 이유로는 둘을 들었다. 소프트웨어가 시스템의 기능 자체를 담고 있어 변경 압력을 가장 먼저 받는다는 것,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순수한 생각의 산물이라 무한히 주무를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도 실제로 개조되지만 모두가 아는 높은 변경 비용이 변덕을 억제한다는 문장이 바로 이 대목에 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반복되는 진단의 뼈대는 40년 전에 이미 만들어졌다. 비용이 보이면 사람이 절제하고, 보이지 않으면 절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제는 검증할 수 있다. 물리적 비용이 눈앞에 쌓이는 산업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절제하는지 보면 된다.
대형 건설 사업의 비용 초과를 가장 큰 표본으로 조사한 것은 벤트 플뤼비아 연구진이다. 옥스퍼드대학 사이드경영대학원의 이 연구자는 메테 스캄리스 홀름, 쇠렌 불과 함께 교통 인프라 258건, 사업비 합계 900억 달러를 모아 2002년 『미국계획협회지』 68권 3호에 실었다. 건설을 결정할 때 쓴 비용 추정치가 체계적으로 낮게 잡혀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고, 통계적 유의성도 높았다.
수치는 이렇다. 불변가격 기준으로 철도의 평균 비용 초과율은 44.7퍼센트, 교량과 터널은 33.8퍼센트, 도로는 20.4퍼센트였다. 사업 유형 사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그리고 열 건 중 아홉 건에서 비용 초과가 일어났다. 자재를 자르고 배관을 깔고 나면 비용이 실감된다는 전제가 옳다면 나오기 어려운 숫자다.
같은 연구진이 정보기술 사업 1,471건을 따로 모아 2011년 9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89권 9호에 낸 결과는 평균 비용 초과율 27퍼센트였다. 전사적 자원 관리, 고객 관계 관리, 문서 관리 같은 관리 정보 시스템 구축 사업이 표본이다. 평균만 놓고 보면 정보기술 사업은 철도보다 낫고 교량이나 터널보다도 낫다. 마찰이 없어서 절제를 잃는다는 설명이 맞다면 정반대 순서가 나와야 한다.
정보기술 사업의 차이는 꼬리에서 나타난다. 1,471건 가운데 여섯 건에 한 건꼴로 비용이 평균 200퍼센트, 일정은 70퍼센트 가까이 밀렸다. 연구진은 이 집단을 블랙 스완이라 불렀다. 평균만 보면 무난해 보이는 분포의 한쪽 끝에 회사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는 사례가 몰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논문은 정보기술 사업 실패가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날리거나 회사를 문 닫게 한 사례를 들며 논의를 시작한다.
이 수치들을 학계가 합의한 것은 아니다. 피터 러브와 도미닉 아히아가다그부이는 2018년 『교통연구 A』 113권 357~368쪽에서 플뤼비아 연구진의 2002년 논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용 초과를 착오 아니면 거짓말로 나누는 것 자체가 실제 조달 현장에 맞지 않는 이분법이고,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무엇을 기준선으로 잡느냐가 쟁점의 핵심이다. 러브 쪽은 사업이 진행되며 범위가 바뀌므로 최초 추정치가 아니라 최종 예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플뤼비아 연구진은 같은 학술지 118권 174~190쪽에서 기준선을 뒤로 옮기면 초과 자체가 정의상 사라지므로 의사결정 시점의 추정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두 진영의 논쟁은 초과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재느냐에 걸려 있고, 어느 쪽 기준을 쓰든 건설 현장이 소프트웨어보다 절제된 판단을 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마찰 가설을 무너뜨리는 더 강한 증거는 소프트웨어 산업 안에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2025년 7월 17일 보고서 GAO-25-107795를 냈다. 연방정부 24개 부처에 각자 가장 개편이 시급한 전산 시스템 세 개씩을 제출받아 69개를 모으고, 가동 연수와 지원 종료 여부, 옛 언어 사용, 보안 위험, 운영비 등 16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가장 시급한 11개를 추린 문서다.
추려진 11개의 가동 연수는 23년에서 60년 사이였고, 운영과 유지에 연간 약 7억 5,400만 달러가 들어가고 있었다. 여덟 개가 코볼이나 어셈블리 언어로 짜여 있고, 일곱 개는 개편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는 보안 취약점을 안은 채 돌아가고 있었다.
목록 가운데 국방부 시스템이 이 글의 논지에 가장 밀접하다. 방산 계약을 관리하고 국내외 방산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1964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그때의 기술과 구조가 지금도 대부분 그대로 쓰인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한 것은 2005년인데, 그것도 메인프레임을 다른 곳으로 옮긴 작업이어서 기반 기술과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국방부는 2000년 3월에 이 시스템을 2002년 10월에 폐기하겠다고 발표했고 그해 8월에 전환·종료 전담팀까지 꾸렸다.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그 뒤 25년 동안 정책과 규정이 바뀔 때마다 응용 부분만 고쳐 왔다. 2015년에 개편 계획서를 만들었으나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실행되지 못했고 그대로 낡아 버렸다. 감사원 조사 시점에 이 시스템에는 개편 계획서가 아예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부처의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시스템을 맡은 개발자와 기술 전문가의 평균 연령은 60세를 넘었다.
보건복지부의 인디언보건서비스 진료 기록 시스템은 1969년에 도입됐고 개편 비용은 40억에서 59억 달러로 추산된다. 완료 목표는 2035년이며, 이는 원래 계획보다 5년 늦춰진 일정이다. 재무부의 세무 처리 시스템 두 개는 각각 59년과 51년째 코볼과 어셈블리 언어 위에서 돌아간다.
이 정체는 몇몇 사례만의 일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9년 6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가장 시급한 10개를 추렸는데, 그때 목록의 가동 연수는 8년에서 51년 사이였고 연간 운영·유지비는 3억 3,700만 달러였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그중 개편이 끝난 것은 세 개뿐이다. 남은 일곱 개 가운데 하나는 완료 예정일조차 잡히지 않았고, 하나는 2035회계연도 말을 목표로 잡고 있다. 2019년 목록 전체인 65개로 넓혀도 완료는 28개에 그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연방정부는 해마다 정보기술과 사이버보안에 1,000억 달러 넘게 쓰고, 그 가운데 약 80퍼센트가 이미 있는 시스템의 운영과 유지에 들어간다. 2025회계연도 계획으로는 830억 달러, 전체의 79퍼센트다. 감사원은 2016년 5월에 예산관리국이 각 부처에 개편 대상 시스템을 식별하도록 지시하라고 권고했고, 2023년 5월에는 이를 최우선 권고로 지정했다. 9년이 지나도록 예산관리국은 조치하지 않았고, 2024년 3월에는 권고의 취지를 이미 충족했다며 종결로 보겠다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여기서 마찰 가설은 설명력을 잃는다. 소프트웨어가 순수한 생각의 산물이라 무한히 주무를 수 있다는 성질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국방부의 1964년 메인프레임에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데 한쪽은 분기마다 방향을 바꾸고 다른 쪽은 25년 동안 폐기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다. 성질이 같은데 행동이 정반대라면 원인은 성질이 아니다.
윌리엄 커, 라마나 난다, 매슈 로즈크로프는 2014년 여름 『경제전망저널』 28권 3호 25~48쪽에 「실험으로서의 창업」을 실었다. 창업의 본질은 실험이고, 성공 확률은 낮고 분포는 극단으로 치우쳐 있으며 투자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이 논문이 이 글에 중요한 이유는 같은 기제로 정반대 두 행동을 설명한다는 데 있다.
먼저 수치를 보자. 연구진은 톰슨 벤처이코노믹스 자료로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초기 단계 첫 투자를 받은 기업 전부를 추려 투자 원금과 회수 시점의 총수익을 비교했다. 약 55퍼센트가 손실 상태로 종료됐고, 투자액의 다섯 배를 넘겨 회수한 기업은 6퍼센트였다. 그런데 이 6퍼센트가 기간 전체 총수익의 약 절반을 만들었다. 윌리엄 살먼이 2010년 초기 단계 벤처투자사 11곳의 자료로 계산한 값도 비슷해서, 64퍼센트가 손실로 끝나고 5배 이상을 회수한 8퍼센트가 총수익의 약 60퍼센트를 만들었다.
투자자가 미리 알아보지도 못한다. 연구진은 10년간 10억 달러 이상을 집행한 어느 성공적인 투자사의 내부 자료를 받아, 파트너들이 첫 투자 시점에 매긴 점수와 실제 회수 배수를 비교했다. 상관계수는 0.1이었다. 크게 성공한 투자에 매겨진 점수의 분포와 실패한 투자에 매겨진 점수의 분포가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이 구조에서 투자사의 핵심 업무 하나는 나쁜 신호를 받은 사업을 끄는 일이다. 논문은 업계 관찰을 근거로, 사업을 더 많이 중단하는 투자사가 성과가 나쁘지도 않으며 최상위 투자사 가운데 중단 비율이 가장 높은 곳들이 있다고 적었다. 실험을 잘 설계하고 결과에 따라 움직이는 능력이 있으면 더 불확실한 영역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쪽도 같은 논문에 있다. 이 대목은 측정 결과가 아니라 연구진이 기존 연구를 종합해 제시한 설명이다. 연구진은 대기업이 성과가 나쁜 실험을 중단하기 어려워한다고 적으면서 이유를 둘 들었다. 그 일을 맡은 관리자의 경력에 대한 우려, 그리고 대기업이 당분간 계속 돈을 댈 수 있어서 생기는 물렁한 예산 제약이다. 초기 실험이 모호하거나 약간 부정적인 결과를 낼 때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생긴다. 벤처투자 구조는 이 경향을 상쇄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논문의 서술이다. 투자사가 사업체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밀착 감시가 가능한 산업 구조가 그 출발점이다.
여기서 두 병리가 한 문장으로 묶인다. 중단 결정의 대가를 개인이 치르는 조직에서는 끄는 사람이 없고, 중단이 제도로 설계된 조직에서는 쉽게 끈다. 벤처 자금을 받는 회사가 분기마다 방향을 바꾸는 것과 국방부가 25년 동안 1964년 시스템을 끄지 못하는 것은 같은 변수의 양 끝이다. 라마나 난다와 매슈 로즈크로프의 후속 작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중간 신호가 나쁠 때 사업을 끊지 못하거나 끊으려 하지 않는 조직은, 애초에 덜 실험적인 사업을 고르게 된다. 무엇을 시작할지가 무엇을 끝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메이르 레만은 1980년 9월 『IEEE 회보』 68권 9호 1060~1076쪽에 「프로그램, 생애주기, 소프트웨어 진화의 법칙」을 실었다.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전산학과 재직 시절의 글이다. 레만은 미국의 1977년 프로그래밍 지출이 500억 달러를 넘고 많게는 1,000억 달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그중 약 70퍼센트가 유지보수에, 30퍼센트가 신규 개발에 쓰였다고 적었다.
이 논문에서 이 글의 논지에 직접 걸리는 대목은 생애주기 관리의 의의를 논한 절이다. 레만은 관리자의 관심이 언제나 지금 맡은 일을 끝내는 데 쏠린다고 썼다. 관리자는 즉시 관측되는 제품 속성, 즉 품질과 비용과 납기로 평가받고 그 평가가 경력을 좌우하므로, 관리 전략은 눈에 보이는 단기 이익을 최대로 만드는 쪽으로 기운다.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고 비용을 계산할 수도 없는 장기 손실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생애주기 관점을 적용하라는 최고 경영진의 압력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없으면 생애 전체 지출이 애초 승인 근거였던 개발비의 몇 배로 불어난다고 적었다.
레만은 소프트웨어가 물렁하다는 사실도 같은 논문에서 다뤘다. 연필과 종이와 자판만으로 변경을 만들 수 있고, 개발 장비에서 한 번 만든 변경은 같은 시스템의 어떤 사본에도 기계적으로 적용된다. 그래서 변경을 모아서 새 판으로 다시 만들기보다 있는 시스템에 변경 위에 변경을 얹는 유혹이 생긴다. 그렇게 겹쳐 쌓인 변경이 늘면 시스템과 그 주변 조직이 함께 복잡해지고 뻣뻣해져 변경에 더 저항하게 되며, 변경에 드는 비용과 시간과 잘못될 확률이 모두 오른다. 브룩스의 변경 가능성과 겹치는 서술이되, 레만은 그 유혹을 억제하는 장치를 조직의 평가 방식에서 찾았다.
레만은 실제 사례로 자신이 분석한 범용 일괄처리 운영체제를 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시스템 X라 부른 이 제품은 19판 시점에 4,800개 모듈로 이루어져 있었고 가동 4.3년째였다. 판올림당 평균 증가량은 200모듈이었고, 레만은 안전하게 감당할 수 있는 상한을 400모듈로 제시했다. 그런데 경영진이 잡은 20판 계획은 대화형 단말 지원을 비롯한 신기능을 넣어 1,021모듈을 새로 추가하는 것이었다.
평균의 다섯 배, 안전 상한의 두 배 반이다. 레만은 여기에 더해 계획서에 적힌 기존 모듈 변경 건수를 모두 합치면 19판 전체 모듈 수를 넘어선다는 점을 짚었다. 같은 모듈을 여러 번 고쳐야 한다는 뜻이고, 독립된 변경이라도 한 판에서 같은 모듈에 겹쳐 들어가면 따로 들어갈 때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든다. 레만의 권고는 20판을 정리용 판올림으로 바꾸고 신기능은 21판으로 미루라는 것이었다.
논문 각주에 실제 결과가 적혀 있다. 이 사례의 바탕이 된 시스템에서 대화형 기능을 포함한 그 판올림은 결국 전체 모듈의 약 58퍼센트를 건드렸고, 첫 출시가 크게 지연됐으며 품질과 성능이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쓸 만한 제품이 되기까지 모듈의 70퍼센트 이상을 다시 고쳐야 했다.
1980년에 이미 데이터가 있었고, 그 데이터로 계산한 경고가 있었고, 경고는 무시됐다. 자재 잘리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니다. 신기능을 넣은 판올림을 제때 내는 것이 관리자가 평가받는 항목이었고, 3년 뒤에 모듈의 70퍼센트를 다시 고치는 비용은 그 항목에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찰 가설의 핵심 주장은 비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려고 하면 재진다. 테레세 베스케르, 안토니오 마르티니, 얀 보슈는 2019년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저널』 156권 41~61쪽에서 그 측정을 실제로 해 보였다.
연구진은 스웨덴과 독일의 여섯 개 회사에서 개발자 43명을 모아 2016년 10월부터 11월까지 7주 동안 주 2회씩 기술부채 때문에 낭비한 시간의 비율을 직접 보고하게 했다. 473건의 응답이 모였다. 평균은 전체 개발 시간의 23.1퍼센트였고 표준편차는 21.1퍼센트, 중앙값은 17.13퍼센트였다. 별도 회사에서 개발자 47명이 작업 항목 177건을 보고한 반복 연구에서는 평균 28.51퍼센트가 나왔다. 낭비된 시간이 가장 많이 들어간 활동은 추가 테스트, 추가 코드 분석, 추가 리팩터링 순이었다. 기술부채를 만난 경우의 4분의 1에서 개발자들은 기존 부채 때문에 새 부채를 또 만들어야 했다고 보고했다.
측정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연구진이 개발자 12명과 그들의 관리자 4명을 따로 면담했더니, 개발자들은 자신이 낭비하는 시간의 규모를 알고 있었던 데 비해 관리자들의 인식 수준은 낮았다. 한 관리자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시간의 25퍼센트가량을 낭비하고 있다는 자료가 있었다면 반드시 알고 싶었을 것이고, 알았다면 무언가 조치하거나 최소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구에 참여한 회사 가운데 이 시간을 추적하거나 측정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기술부채의 이자를 다루는 정돈된 전략을 가진 곳도 없었다.
양쪽 모두 측정의 유익함은 인정했지만 양쪽 모두 실행에 소극적이었다. 개발자들은 보고 작업에 추가 시간이 든다고 했고, 관리자들은 개발자에게 부담을 더 지우기를 꺼렸다. 한 관리자는 보고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그런 제도가 스트레스성 병가로 이어지면 얻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술은 비용이 보이지 않는다가 아니다. 재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프트웨어의 성질이 아니라 조직이 내린 결정이고, 그 결정은 되돌릴 수 있다. 재지 않기로 한 이유도 분명하다. 측정된 23퍼센트는 누군가의 평가 항목에 들어 있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드러내면 지금 진행 중인 일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과잉 변경을 진단한 글들은 대개 같은 처방으로 끝난다. 잘 돌아가는 것에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늘 갈아치울 필요는 없고, 프레임워크는 그대로 써도 되며, 온보딩 화면을 이번 주에 또 새로 만들 이유는 없다는 식이다. 이 조언은 기능 추가에는 맞다. 기반 유지에는 틀린다.
레만의 논문이 이 대목을 다룬다. 레만은 프로그램을 세 종류로 나눴다. 명세에서 정확히 도출되는 S형, 현실 문제의 근사 해를 구하는 P형, 그리고 사람의 활동이나 사회의 활동을 기계화하는 E형이다.
여기서 레만의 첫 번째 법칙이 나온다. 쓰이고 있으면서 다른 현실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바뀌거나 점점 쓸모가 없어진다. 바꾸지 않는 선택지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쇠퇴다. 그리고 두 번째 법칙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계속 바뀌는 프로그램은 구조가 나빠지면서 복잡도가 올라가며, 이를 막으려면 따로 작업을 해야 한다.
두 법칙은 동시에 작동한다. 손대면 복잡해지고 손대지 않으면 쓸모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손대지 말라는 조언은 두 힘 가운데 하나만 본다. 방치의 청구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앞에서 본 감사원 목록이 보여준다. 코볼과 어셈블리 언어를 다룰 사람이 줄어들어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웃돈을 줘야 하며, 개편 없이는 고칠 수 없는 보안 취약점이 남고, 부품이 단종되어 장애가 나며, 새 업무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 국방부 시스템의 개편 비용 추정치는 6,000만에서 9,000만 달러이고, 개편하면 연간 87만에서 260만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부처 스스로 보고했다. 그런데도 예산은 배정되지 않았다.
레만의 네 번째 법칙은 이 정체에 다른 각도를 보탠다. 진화하는 시스템에 실제로 투입되는 작업량은 제품 수명 전체에 걸쳐 통계적으로 일정하다. 자원을 더 넣는다고 산출이 그만큼 늘지 않는다. 레만은 사업이 자원 포화 지점에 이르면 추가 변경이 전체 산출에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지 않는다고 적었다. 예산만 늘려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개편이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1980년의 설명이다.
같은 감사원 보고서에 그 실패의 최신 사례가 있다. 재향군인부는 2001년 이후 20년 동안 전자의무기록 현대화를 네 차례 시도했다. 앞의 세 번은 계획 부실과 높은 비용과 긴 기간에 대한 우려로 중단됐다. 네 번째 시도는 2017년에 시작해 2020년 10월에 첫 배치를 했고, 2023년 4월에 다섯 개 의료원에 배치한 뒤 이용자 불만으로 배치를 멈췄다가 2024년 12월에 재개를 발표했다. 3년 동안 만족도가 올랐지만 초기 다섯 곳의 이용자 평가는 그대로 부정적이었다.
커·난다·로즈크로프 논문에는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변수가 하나 들어 있다. 실험 비용이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의 기술 변화가 특히 인터넷 관련 분야에서 실험 비용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적으면서, 10년 전에 500만 달러가 들었을 회사를 지금은 5만 달러 아래로 세울 수 있다는 업계 관측을 인용했다. 공개 소프트웨어가 인력 비용을 낮췄고 클라우드가 초기 설비 투자를 없앴다. 이 논문이 이 변화의 결과로 지목한 것이 최소 기능 제품을 빨리 만들어 가정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방향을 트는 방식의 확산, 그리고 엔젤 투자와 액셀러레이터의 급증이다. 미국에는 2004년에 액셀러레이터가 하나도 없었는데 2013년에는 40곳 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인과의 방향이 중요하다. 실험 비용이 떨어지자 더 많은 실험을 하게 된 것이지, 사람들이 갑자기 산만해진 것이 아니다. 논문의 표현대로라면 과거에는 기대값이 음수라 착수되지 않았을 사업이 검증 비용이 떨어지면서 착수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코드 생성 도구가 검증 비용을 한 번 더 떨어뜨릴 때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 착수되는 실험의 수가 늘고, 중단되는 실험의 비율도 함께 늘어야 한다.
이 예측은 틀릴 수 있고 틀렸는지 확인할 방법도 분명하다. 실험 착수 비용이 실제로 떨어졌는데도 조직이 방향을 트는 빈도와 사업을 접는 비율이 함께 오르지 않는다면, 비용이 행동을 정한다는 이 설명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 경우 남는 설명은 조직이 중단을 제도로 만들어 두었는지 여부 쪽으로 좁혀진다.
소프트웨어가 사람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설명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소프트웨어는 고치기 쉽고, 고치는 비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부분은 사실이다. 브룩스와 레만이 40여 년 전에 각각 정리했고 지금도 유효하다. 뒷부분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비용이 보이면 절제한다는 전제는 교통 인프라 258건에서 무너진다. 열 건 중 아홉 건이 예산을 넘겼고 철도의 평균 초과율은 정보기술 사업 1,471건의 평균보다 높았다. 비용이 안 보인다는 전제는 개발자 43명의 7주치 기록에서 무너진다. 재기로 하면 재진다. 문제는 재지 않기로 한 결정이고, 그 결정을 내린 관리자들은 같은 연구에서 그 수치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설명은 같은 산업의 반쪽을 다루지 못한다. 국방부의 1964년 계약 관리 시스템은 2000년에 2년 뒤 폐기가 공표됐고 25년이 지난 지금 개편 계획서조차 없다. 소프트웨어의 물성이 원인이라면 이 시스템도 매년 뜯어고쳐졌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 시스템을 건드려서 장애를 내면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그대로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반대로 보이는 두 행동을 하나로 묶는 변수는 중단 결정의 대가를 누가 어떻게 치르는가다. 벤처투자는 이 대가를 제도로 분산시켰다. 돈을 회차로 나누어 넣고, 지배권 조항을 계약에 넣고, 회차마다 외부 투자자를 불러 평가하게 만든다. 그래서 55퍼센트를 손실로 종결시키면서도 6퍼센트로 총수익의 절반을 만든다. 관료 조직과 대기업은 이 대가를 개인에게 지웠다. 그래서 2015년 개편 계획서가 예산을 못 받고 사장되고, 기술부채를 측정하자는 제안이 부담이라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고, 20판에 1,021모듈을 밀어 넣은 판단이 데이터에 반해 채택된다.
그러므로 처방도 성격이 바뀐다. 균형 감각을 갖자는 권고는 실행 가능한 지침이 아니다. 그 감각을 발휘해야 할 사람이 바로 지금 구조 때문에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감각이 아니라 무엇을 평가 항목에 넣는지다. 레만이 1980년에 이 논문의 결론으로 적은 문장이 그것이다. 소프트웨어 계획은 눈앞의 사업 필요와 시장 사정, 관리자의 국소적 시야와 직관만으로 세워져서는 안 되고 공정과 시스템의 측정치와 모형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썼다.
남는 물음은 무엇을 재느냐다. 기술부채 연구에 참여한 회사 가운데 낭비 시간을 추적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 예산관리국이 9년 동안 레거시 시스템 식별 지침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같은 성격의 공백이다. 재지 않는 것은 측정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재고 나면 누군가 답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공백이다. 그 답을 누가 하게 될지를 정하지 않은 채 측정만 도입하면, 그것은 또 하나의 보고 업무가 되어 첫 분기에 사라진다.